〈 96화 〉[크롬 산맥의 유적] 2
그리고 그녀들이 모두 각자 대답을 하자 카이라스는 우선 카일라를 맨 앞에 내세웠고 그녀의 뒤에 셀리나를 세운 후 또 그녀의 뒤에 디아나를 세웠으며 마지막으로 자신과 유리아나가 맨 뒤에 섰다.
그가 이렇게 배치를 한 것은 바로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지라 육감이 뛰어나며, 동시에 그녀의 성격이 냉철하며 경험도 풍부하기 때문이었다.
전투능력을 치자면 아직 디아나가 카일라보다 위에 있었지만 그녀는 경험이 너무나 부족했다.
대련이야 엘리나나 카이우스, 그리고 카일라와 카이라스 본인이 직접 상대해줬기에 많이 해보기는 했지만 그가 판단할 때 디아나를 전면에 뒀다가는 순진해서 속아넘어가기 쉬운 그녀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사고가 일어나기 딱 좋았고 그렇기에 그녀를 세 번째에 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맨 뒤에 있는 것은 당연하게도 그녀들을 보며 뒤에서 그녀들에게 적절히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다.
이곳은 어차피 위험한 던전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중에 위험한 던전을 갈 때를 대비해서 미리 연습들을 해두어야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진입하자. 모두 이 대열을 내가 명령을 내리지 않는한 계속 유지해. 어기면 혼날 것을 각오하고."
그가 뒷말에 약간 위압감을 담아서 말하자 카일라나 셀리나와는 달리 평상시라면 그의 말에 살짝 투정을 부렸을 디아나도 얌전히 입술을 다물고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이제 준비가 되었다고 여긴 카이라스가 지시를 내렸다.
"카일라 누나, 안으로 진입해."
"알았어."
카일라는 카이라스가 보내준 기억 중에 이곳에 대한 기억은 없어도 대형 던전들에서 유리아나와 함께 카이라스의 도움을 받으며 강력한 마물들과 싸웠던 내용들이 있었기에 카이라스의 지시에 순순히 따랐다.
그녀는 천천히 먼저 앞장 서서 걸으며 자신의 육감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렸고 천천히 입구로 진입했다.
그리고 던전의 발을 발을 디딘 그녀는 주변에 찬 마기를 느끼고는 살짝 불쾌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보유한 마나들은 순수한 마나였기에 마기에 적대적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우호적이지도 않은 중립적인 기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마기가 워낙에 많다보니 일반적인 평범한 마나들은 거의 느껴지지 않아 이곳에서 마나의 회복속도는 자연히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으니 마나를 가능한한 아껴야한다는 사실을 카일라는 금방 파악했다.
'디아나나 셀리나에게는 상관 없겠네.'
또 그녀는 이 마기가 자신에게는 영향을 미쳐도 디아나와 셀리나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도 못함도 알아차렸다.
뱀파이어인 그녀들은 블러드 마나를 사용하기에 순수한 마나나 마기나 그게 그거였기 때문이었다. 그냥 적당히 마나나 마기를 흡수해서 블러드 마나로 변형시키기만 하면 끝이었으니깐.
거기다가 변형도 직접 노력하지 않아도 체내에 들어온 순간 억제를 하려 들지만 않는다면 알아서 블러드 마나로 변환을 해주는 것이었으니 그녀들에겐 마기가 풍부한 이곳이든 마나가 풍부한 밖이든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함정.'
카일라의 눈이 차갑게 빛남과 동시에 그녀의 검이 움직였고 그녀의 정면에서 5m 정도 떨어진 거리에 그녀가 날린 쇼크 웨이브의 기운을 담은 오러 웨이브가 작렬했다.
화아아아악!
그리고 쇼크 웨이브의 기운이 작렬하여 사방에 퍼져 앞에 있는 마법 트랩들을 비롯하여 각종 트랩들을 건드려 작동시키자 거대한 불길이 솟아오름과 동시에 날카롭고 뾰족한 쇠화살들 수십발이 직선으로 날라가는 광경이 보여졌다.
특히나 쇠화살들은 헤이스트 마법이라고 걸렸는지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날라갔기에 실력이 부족한 기사나 마법사라면 재수없을시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처음 들어오자마자 작동하는 함정이 아닌 어느 정도 걸어 침입자가 마음에 풀어졌을때를 노려 작동하는 위치에 지정되어있는 트랩들의 모습에 유리아나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만약 자신이었다면 아무것도 모른채 그냥 걸어가다가 죽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무섭기까지했다.
그리고 카일라와 디아나의 자극적이고 아름다운 뒷태와 찰랑거리는 그녀들의 아름다운 은발과 금발을 쳐다보며 틈틈히 자극적이기보다는 순수함이 물씬 풍기는 셀리나의 뒷태도 쳐다보며 눈요기를 하던 카이라스는 가늘게 떨리는 유리아나의 떨림을 느끼고는 그녀를 달래주었다.
"괜찮아, 유리아나. 무서워할 거 없어. 아직 너는 미성년자잖아? 내가 계속 보호해줄테니 겨우 저런거에 겁 먹지마."
"라스 오빠...성인이 된다면?"
"그 때는 아내로 삼아서 남편으로서 평생 지켜줄께. 뭐 그 때 쯤 되면 유리아나는 저런 트랩 따위에 상처도 입지 않겠지만 말이야."
"응! 오빠만 믿을게."
청옥 같은 눈동자에 기쁨이 서리며 밝은 미소를 짓는 유리아나의 모습에 카이라스도 웃음을 지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다시 카일라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역시 쇼크 웨이브가 이럴 때는 제일 좋군.'
충격파들이 사방에 퍼지면서 알아서 트랩들을 건드려서 작동을 시켜버리니 참으로 트랩 처리에 편리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시공회귀 이전에 트랩 처리는 카이라스보다 카일라가 더 많이 했었었다.
은폐 마법들을 통해서 트랩들을 숨겨놓는다고 해도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이른 카일라는 그것들을 놓치지 않고 찾아내 쇼크 웨이브로 모두 처리하여 카이라스는 던전에서 트랩에 걸려본 적이 한 번도 없었었다. 아니, 딱 한 번 있기는 한데 실수로 걸린 것이 아닌 그저 트랩에 걸리는 기분을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 10 서클 마스터이던 때 일부로 트랩에 걸려봤었다. 물론 그의 보호마법에는 흠집 하나 못냈지만.
그리고 카일라가 선두에서 서서 계속해서 전진했을때 그들은 마침내 넓은 원형의 장소에 도착했다.
원형의 이곳에는 수많은 석상들이 있었는데 카이라스 뿐만이 아닌 카일라 역시도 단번에 그 석상들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카이라스의 기억을 통한 지식이 아니더라도 사실 던전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을 가진다면 누구도 모를 수 없는 것이 바로 저 석상이었다.
저 석상이 바로 던전에서 침입자들을 격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경비원이라고 할 수 있는 가고일들이었으니깐.
번뜩-
수십 개가 넘는 가고일의 석상들이 일제히 붉은 빛을 발하며 일어서서 포효했다.
'크아아아아! 침입자, 침입자다!"
"침입자를 죽여라!"
"침입자다!"
제 2의 마도시대 당시 때의 언어라서 지금의 대륙공용어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카이라스는 고대어에 대해서도 공부를 했었기에 당연히 가고일들의 언어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 고대언어는 근절된 고대언어가 아니었고 여전히 카르시스 제국의 북쪽에 있는 수많은 유목민 및 부족들이 모인 호전적인 나라인 카나타 연합왕국에서는 여전히 저 언어를 쓰는 부족들도 많았었다. 그렇기에 익히기도 어렵지 않았었다.
'특히나 에이미가 속해있는 부족의 언어이기도 하니.'
1 초 동안 잠시 추억에 잠긴 카이라스는 1 초만에 추억에서 벗어나 가볍게 가고일들을 가리키며 카일라와 디아나, 셀리나에게 물었다.
"저거 내가 다 부숴버릴까?"
"하지마, 내가 다 처리할테니까."
카일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쇼크 웨이브를 담은 검을 한 번 휘둘렀고 그러자 거대한 오러 웨이브가 거대한 오러의 해일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단숨에 가고일들을 뒤덮어버렸다.
오러 블레이드도 아닌 그냥 오러 웨이브였기에 소드 익스퍼트가 쓰는 수준의 위력이었고 그렇기에 가고일들에게는 금이 가게는 할 지 언정 가고일들을 박살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막대한 넓이를 자랑하는 범위에 공격이 퍼졌고 또 무엇보다도 그 공격들에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이르어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는 카일라의 쇼크 웨이브가 겻들여져있다는 것이었다.
순수히 카일라의 충격파만 해도 웬만한 고위 마법에 맞먹는 수준이었는데다가 가고일들에게는 특히나 이 쇼크 웨이브가 더욱 상성에 안좋았다.
지직-
"원통...침입자 말살 실패..."
지지직-
가고일들은 내부에서부터 퍼지는 충격파들에 의해 내부부터 붕괴된채 서서히 바위와 같던 단단한 몸들이 일제히 무너지기 시작했고, 오러 웨이브로 여러 군데가 금이 가있던 가고일들은 금방 다 산산조각이 되어 돌무더기가 되어 쓰러졌고 원형 경기장에서 너무나도 간단히 가고일들을 박살내 그저 단순한 돌덩어리의 파편들로 만들어버린 카일라의 옆으로 다가온 카이라스는 살포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카일라 누나, 수고했어."
유리아나만 없다면 그의 손길은 더욱 대담해질테지만 누구(루스칼리스)와는 달리 자신은 9 살의 소녀 앞에서 그런 광경을 연출할 정도로 양심이 없지 않다고 자부하고 있어 그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살짝 그녀의 뺨에 키스를 해주는 것에서만 멈추었다.
"카이라스...왜 앞으로 나온거야? 너는 맨 뒤에 있어야하잖아."
카이라스가 자리를 이탈하자 디아나가 살짝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자신들에게는 대열을 유지하라고 하고 자신이 대열에서 빠져나온 카이라스에게 불만이 있기 보다는 그것을 명분으로 자신도 대열에서 빠져서 카이라스의 옆으로 이동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후후, 그야 당연히 이것을 위함이지. 스코프 아이!"
카이라스는 7 서클 마법인 스코프 아이를 사용하여 숨겨진 것을 찾아내는, 혹은 투시를 하는 투시안을 얻게 되었다. 현재 카이라스는 폴리모프한 드래곤도 그저 시각만으로 알아볼 수 있는 눈을 얻었기에 이 가고일 석상들이 잔뜩 놓여져있던 원형의 장소에서 숨겨진 것이 있나 확인하고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 투시안의 효과는 여자의 옷 속을 투시하여 알몸을 볼 수도 있지만 유리아나 뿐만이 아닌 카일라와 디아나, 셀리나에게도 카이라스가 쳐준 보호 마법들이 존재하여 그녀들의 알몸을 보는 것은 그의 마법으로 인해서 불가능했고 투시안을 이용해서 볼 생각도 없었다.
어차피 매일 밤 보는 알몸들이고, 매일 목욕 시간 때마다 보는 알몸들이었기에 굳이 이런 저급한 수를 써서 감상해야할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애초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카일라나 뱀파이어 퀸인 디아나의 경우는 막대한 기운들을 보유하고 있어서 그녀들이 품은 많은 양의 마나와 블러드 마나들이 알아서 투시안으로 알몸을 제대로 볼 수 없게 흐트러지게 해주기 때문에 다른 마법사들이 그녀들의 알몸을 볼 걱정도 없었다. 셀리나가 위험하긴 하지만 카이라스는 그녀가 성인이 된 이후로 언제나 지금처럼 강력한 보호마법이 아니더라도 평상시에 아주 오랫동안 유지되는 가벼운 보호마법들을 걸어주었으니 그녀에게도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찾았다."
카이라스는 스코프 아이를 통하여 숨겨진 보물들이 있는 장소를 찾아냈고 원형의 동북쪽의 끝으로 이동한 카이라스는 바로 아공간에서 검을 꺼낸 후 벽을 그대로 검으로 벽을 원형으로 갈라 벽에 구멍이 생기게 했다.
좌르르-
그리고 갈라진 벽에서는 금은보화가 쏟아져내려왔다.
"와아~"
"어멋!"
유리아나와 셀리나가 동시에 놀란 소리를 냈고 디아나 역시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벽을 쳐다보았고, 오직 카일라만이 얼음장 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런 흔들림이 없었다. 이미 카이라스가 보내준 기억을 통해서 저거보다 더 한 보물들도 보았던 카일라에게 저런 금은보화는 하찮은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자, 이것이 이 던전에서의 첫 수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