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9화 〉[던전의 보스는 쓰러졌지만 3분 점심은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99/380)



〈 99화 〉[던전의 보스는 쓰러졌지만 3분 점심은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크롬 유적은 던전형의 유적.

일반적인 유적들이 침입자를 막기 위해 되어있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은신하기 위해 되어있는 마법적 장치들을 제거하기만 하면 막대한 보물들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보통인 반면 던전형의 유적은 마물들을 해치우며 전진하여 최종보스인 던전의 보스를 쓰러뜨려야만 모든 보상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크롬 유적에서의 던전의 보스는 강력한 마물이었다.

상급에 이른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검사라고 해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진 마물!

그렇지만 상대가 너무나도 안좋았다.

'시공회귀 이전에는 카일라 누나가 오래 끌기 귀찮다고 그냥 일격에 썰어버렸고 유리아나가 연습 상대로 좋을듯 한데 없애버렸다고 볼을 부풀렸었지.'

마지막의 장소, 제 3 스테이지가 가까워지자 도착 즉시 점심을 만드려고 생각을 하면서도 또 다른 사고를 통해 카이라스는 그 때를 회상하였다.

이 유적을 발견했을때는 카일라의 나이가 38 살, 그의 나이가 28 살, 유리아나의 나이가 22 살이던 때였기에 그 때의 카일라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 최상급의 경지에 올라 검성이라고 불리고 있었고, 카이라스는 대외적으로는 여전히 9 서클 마스터였지만 그 당시 그는 10 서클을 갓 마스터하여 10 서클 마스터가 되어있던 때였다. 그리고 유리아나 역시 던전들을 겪으면서 빠르게 진전을 보여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엿보던 최상급의 소드 마스터였다.

그저 카일라의 어머니인 세르리안느의 가문이자 카일라의 외가인 리에스 남작가에 잠시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발견하게 된 이 작은 던전은 그저 심심풀이 용으로 전진을 했기에 카이라스로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했던 곳도 아니었다.

특출나게 좋은 보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그의 기준이다.), 뭐 특이한 시스템이 있어서 다양한 재미를 볼 수 있던 것도 아니었으며 그저 소드 마스터나 6, 7 서클의 고위 마법사가 고위 신관 한, 두 명을 데리고 파티를 짠다면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을 던전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던전이 이렇게 연습용으로 쓰이고 있었다. 그리고 던전의 보스 역시 자신은 커녕 디아나와 카일라가 나서기만 해도 3 분을 버틴다면 정말 오래 버텼다고 박수를 쳐줘야할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셀리나라면 아직 위험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카이라스는 살짝 셀리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살생의 충격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는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너무 가녀리고 애처로워보여 끌어안고서는 달래주고 싶다는 본능이 저절로 치솟아오르는 그야말로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미소녀의 모습이었다.

'일단 요리나 같이 하자고 해야겠다.'

당연하게도 카이라스는 셀리나를 그 마물과 싸우게 할 생각이 없었다. 죽이지 않고 제압하는 것은 죽이는 것보다 배는 힘든 법이었고 지금의 셀리나의 실력으로는 죽이려고 독하게 마음을 먹고 오직 전력으로 죽이겠다는 생각만으로 싸운다면 승산이 희미하게 보이겠지만 지금 그녀의 여린 마음으로는 100% 그녀의 패배였다.

그렇기에 카이라스는 이 중에서 '유일하게' 요리라는 것을 할 수 있는 셀리나에게 자신이 점심을 차리는 것을 도와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다음 방이야."

주변의 공간을 파악하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서의 능력으로 저 앞에 거대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3번째 스테이지를 발견한 카일라가 싸늘함이 담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여태까지 처음에는 아무 기척도 없던 방들과는 달리 이번 방에서는 처음부터 강한 기척이 느껴졌다.

"가자. 아마 거의 다 온 거 같으니까."

카이라스의 말에서 디아나, 셀리나, 유리아나는 알아차리지 못하겠지만 카일라는 그 말이 다음의 방이 이 던전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앞장 설게."

카일라의 말에 카이라스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잘 부탁해."

점심 만드는 동안.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카이라스는 굳이 뒷말을 붙이지는 않았다.

'빨리 밤이 왔으면 좋겠네.'

카일라와 디아나, 셀리나의 뒷모습들을 보면서 카이라스는 강한 성욕을 느끼면서 그녀들과 다시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특히나 카일라와 디아나의 경우는 타고난건지 섹스의 기술들이 날이 갈수록 요부다워져 갔고, 차가운 얼음의 미녀와 고귀한 여왕이 입으로 봉사하는 모습은 짜릿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셀리나는 그녀들과는 달리 청초한 공주로서 자신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밝은 모습을 보이며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또 침대에서 살생을 한 충격으로 힘들어하는 그녀의 괴로움을 모두 날려버리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옆의 유리아나를 떠올리며 그 성욕을 일 곱개의 사고를 동시에 움직여 단숨에 제압해버린 카이라스는 마누라들의 식사를 책임질 준비를 끝내며 도착 즉시 아공간을 열기로 했다. 이미 만들 요리는 정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던전의 마지막 스테이지, 이 던전의 보스가 있는 보스의 방에 도착했다.

*              *             *

내 이름은 마테스, 종족은 스콜피어스다.

스콜피어스가 뭐냐고?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거대한 전갈의 모습인 마수를 말한다.

사실 우리 종족은 처음부터 마수는 아니었다. 원래 우리 조상은 인간이었다고 하는데 마계의 마족들에게 납치를 당하고 그들 중 정신 나간 놈들에게 붙잡혀 생체실험 끝에 이런 꼴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사는 마계에서 마수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지능도 모두 인간이었고 심장도 인간과 같았으며 심지어 흑마법도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갈색의 머리카락에 탄탄한 근육질의 상의를 지닌 나름 잘난 미남이라고 할 수 있었고 7 서클에서도 초반에 속하는 흑마법사이기도 했는데 이 정도면 나름 고위 흑마법사였지만 행운아는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스콜피어스 사상 최대의 불행아였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건지는 기억도 안난다. 그냥 재수가 없다고 해야하나?

마계의 주점에서 다른 스콜피어스들이랑 술 파티를 했던 기억도 있고, 서열 경쟁이라며 싸움질을 했던 기억도 있는데 어째서 내가 여기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가끔 이곳이 던전이랍시고 오는 인간이 하나 있었는데 벌써 몇백년전 일인지도 기억이 안난다.

요새 슬슬 치매가 오기 시작하려나? 하긴 이 던전에서 너무 오래 묶여있었다.

사실 스콜피어스의 수명이 아무리 1 만년이라고 해도 내 나이는 그보다 더 오래 된거 같은데 어째서 내가 아직도 살아있는지를 솔직히 말해서 모르겠다.

날 여기에 가둔 놈들이 무슨 짓을 했나?

어? 근데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지?

헉!

진짜 예쁘게 생긴 미녀들이다.

긴 은발의 머리에 짧은 검은 바지와 몸매의 굴곡이 드러나는 은색 상의를 입은 차가운 인상의 미녀는 마계에서 보았던 서큐버스 퀸인 대마왕 릴리트 님 정도는 되어야 비교가 되려나? 정말 어쨌든 얼굴도, 몸매도, 저 늘씬한 다리 각선미도 죽여주는 대단한 미녀다.

아...나 스콜피어스였지. 인간과 교합이 가능하려나?

근데 저 여자는 뱀파이어인가? 기세가 특이하네? 그치만 저 여자도 은발의 미녀 못지 않게 대단한 미녀였다.

긴 금발의 머리카락에 매혹적인 붉은 빛을 뜬 눈동자하며 은발의 미녀랑 비슷해보이는 저 붉은 색의 상의에 검은 짧은 바지 덕에 늘씬한 다리와 풍만한 몸매의 굴곡이 되서 참으로 보기 좋다. 흐음~눈요기는 좋네. 1 만년 만의 눈요기인가?

"아...맛있겠다."

날 너무 변태라고 생각하지 말도록...1 만년 동안 여자는 손도 못잡고 구경도 못해보고 혼자서 이 방 밖으로는 나갈수도 없이 갇혀지내는 신세를 겪여봐라? 그냥 여자만 보면 다 눈이 돌아갈거다.

그러고보니 나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용케 살아있었구나. 역시 진짜 치매인가?

흐음? 저 흑발의 소녀도 뱀파이어인가? 아직 덜 익기는 했지만 자란다면 맛이 끝내줄 거 같다.

근데 나는 스콜피어스잖아? 안될거야, 아마.

그냥 눈요기나 하게 박제들이나 시켜버릴까?

"카일라 누나. 나는 점심 차리고 있을테니까 누나가 상대해줘."

그렇게 말한 것은 맨 끝에 있어서 못알아봤던, 아니 솔직히 잘생기기는 했는데(심지어 나보다 훨씬 잘생겼다!) 아직 어린 티가 나는 놈에다가 미녀들이 있다보니 내 눈에서 파묻혀버린 놈이었다.

그리고 아공간을 열고는 무엇인가를 꺼내는데 저게 뭐지? 돗자리?

흠, 바닥에 깔고 이상한 것들을 꺼내내? 냄비? 고기? 대체 뭐하려는거지?

어? 저 은발의 미녀가 다가온다. 히야~가까이서 보니 더 예쁜데? 진짜 인간 맞나?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예쁠 수 있지? 특히 저 연분홍빛 입술은 한 번 빨아보고 싶다. 아, 내 마누라로 삼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치만 나는 하반신이 전갈이라 안될테지.

그냥 박제나 시켰다가 두고두고 감상하며 입으로나 즐겨야지 흑흑.

"네가 이 던전의 보스?"
"그렇다."

아, 얘기 오래 끌기도 귀찮다. 내 강력한 흑마법의 힘으로 생포하여 두고두고 나와 함께 지내게 해주마! 흐흐흐.

"흠?"

근데 흑마법의 주문이 뭐였지? 뭐...뭐였지?

1 만년 동안 이렇게 갇혀 지내다보니 주문이 당연히 기억이 나는게 있을리가 없잖아! 망할!

"바, 바인드?"

아, 된다.

"조잡해."

푸화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으아아악 씨x! 졸라 아퍼! 내 앞 집게를 잘라버리다니!

정말 화가 난다. 갑자기 다가오더니 왜 나를 공격하는거냐? 아, 물론 나도 공격할 생각이긴 했지만 적어도 이렇게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다고! 그저 생포해서 두고두고 귀여워해주려고 했을 뿐이지!

...이 쪽이 더 질이 나쁜가?

"느려!"

아, 빡쳐서 꼬리를 휘둘러버렸었네. 근데 왜 내 꼬리가 바닥에서 꿈틀거리...

으아악! 언제 꼬리까지 잘라버린...

어? 의식이 희미해진다?

*              *             *

그것이 스콜피어스이자 던전의 보스, 마테스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바로 카일라가 그대로 그의 목을 원거리의 오러 블레이드로 절단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약해."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카일라가 느끼기에는 너무나 약한 상대였다. 일격에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처 하나 없이 여유롭게 가지고 놀다가 죽일 수 있는 상대 정도랄까?

그리고 카일라가 예상보다 너무나 빠르게 3 분도 채 안된 시간에 스콜피어스를 쓰러뜨리자 카이라스가 쓰게 웃었다.

"셀리나, 빨리 끝내자."
"네, 근데 이거 오랜만에 만들어보네요."

카이라스는 이제 거의 끝나가는 점심 메뉴인 불고기 전골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3분 짜리 요리인 불고기 전골이었거늘, 안타깝게도 아직 3 분이 지나지 않아서 완성되지 못했다.

"30 분 짜리 요리를 시간 가속으로 10배로 가속시켜서 3 분 안에 끝내려 한다지만...어떻게 저 놈 던전 보스라며 3 분도 못버티냐."

이미 시공회귀 이전에도 단숨에 죽여버렸던 놈인지라 카이라스는 마테스에게 고인드립을 한번 해준후 단번에 신경을 끊어버리고는 점심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보스 방 다음에 있는 이곳 던전의 보물들이나 챙기기 이전에 우선 점심으로 배 부터 든든하게 채울 생각이었다. 아름다운 미녀 마누라들과 함께.

"오빠, 다 됬어?"

불고기 전골의 냄새가 자극적인지 유리아나가 침을 꿀꺽 삼키면서 묻자 카이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다 됬네. 자, 다 같이 먹자."

그리고 카일라와 디아나, 셀리나, 유리아나와 함께 카이라스는 불고기 전골을 점심으로 배를 채운 후 던전의 보물들을 챙겨서 나가버렸고, 이 자리에 남은 것은 죽은 것이 행운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는 마테스의 시체만이 홀로 쓸쓸하게 남겨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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