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리에스 남작가] 2
그러자 약해졌던 셀리나의 존재감이 다시 돌아왔고 그녀는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신기한듯 만지작 거렸다.
"어때, 괜찮지? 마음에 들어?"
카이라스의 물음에 셀리나가 살포시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고마워요...주인님."
셀리나는 아무래도 마법의 기능보다는 카이라스가 선물하고 직접 목에 걸어준 목걸이인 것이 더 기쁜듯 보였지만 그녀가 기뻐하니 그것으로 만족스러웠다.
"저기, 카이라스. 내 꺼는?"
디아나가 카이라스에게 다가와 눈을 빛내면서 물었다. 그러면서 앉아있는 카이라스에게 눈을 맞추기 위해서 살짝 허리를 앞으로 숙였는데 탄력 좋은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출렁거리는 것이 보여졌다.
"왜 너도 선물 받고 싶어?"
"벼, 별로 받고 싶은거 아니거든? 그냥 남편인 너에게 이 과분할 정도로 아름다우신 아내인 여왕님에게 선물을 줄 기회를 주려는 것 뿐이야. 흐, 흥!"
자신도 선물을 받고 싶어하는 티를 역력히 내면서도 도도한 척을 애써 내는 그녀의 모습에 카이라스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행이네, 선물 없는데."
"뭐, 뭐?"
디아나가 당황하여 그를 쳐다보자 카이라스는 카일라에게 시선을 돌리며 사과를 했다.
"카일라 누나, 던전에서 얻은 것 중에는 누나에게 맞는 것이 없네. 누나에게 맞는거 생기면 바로 누나에게 선물할께. 미안..."
"다음에 있으면 줘. 이미 충분히 받았으니깐."
차가운 어조로 말한 카일라는 선물에 별 미련이 없어보였다. 사실 자신을 꾸미는 것에 관심도 없어서 연한 화장도 해본 적이 없는 그녀의 마음에 들 선물은 바로 '검' 종류일 것이지만 카이라스가 10 서클 마스터를 회복하기전까지 그녀가 쓸 검은 이미 그녀에게 준 상태였다.
그녀가 원하는 선물을 줬을때는 아마도 그가 10 서클의 경지를 회복했을 때일 것이었다.
"다행히도 디아나는 선물이 필요없다니 안줘도 되겠네. 그렇지?"
"그...그게..."
카이라스의 말에 디아나는 당황해하며 공황에 빠져버렸다. 그녀는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라스 오빠, 디아나 언니는 선물이 필요없어?"
선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처음 본 유리아나가 신기하다는듯 디아나를 쳐다보며 카이라스에게 묻자 카이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디아나가 선물이 필요없나봐. 선물을 원한다면 셀리나에게만 선물 준게 미안해서라도 따로 어떻게든 선물을 구해보려 했을텐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네. 유리아나는 선물 필요해?"
"응! 라스 오빠, 뭐 있는데?"
유리아나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기대감을 가득 담은 눈으로 카이라스를 향해 물었고, 카이라스는 그런 그녀를 귀여워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아공간을 연 그는 유리아나에게 줄 선물을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에 살짝 꽂아주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황금 색의 나비 모양의 머리핀이었다.
"자, 던전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내가 특별히 주문제작해서 만든거야."
그러면서 카이라스는 1 서클의 미러 마법으로 마법으로 인해 만들어진 6 시간 짜리 거울 하나를 만들어낸 후 유리아나에게 건네주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응, 마음에 들어...헤헤...오빠가 준 선물..."
유리아나는 카이라스가 준 나비 모양의 머리핀이 마음에 드는지 배시시- 기쁜 미소를 지었고, 디아나의 표정은 보기 좋게 일그러져있었다.
"우우...우..."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유리아나의 모습을 보니 자신도 선물이 받고 싶었지만 선물이 필요없다고 해놓고 선물을 원한다고 하기에는 너무 창피했고 그 탓인지 그녀의 눈가에는 살짝 이슬까지 고여버렸다.
"후웅..."
그 때 유리아나가 갑자기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유리아나, 많이 졸려?"
"응...아까부터 졸렸는데...잠깐 자도 괜찮아?"
유리아나가 눈을 반쯤 감으면서 물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배가 부르니 당연히 졸리겠지. 무릎 빌려줘?"
"아, 괜찮아...잠시 베개만 좀 하나 꺼내주면...웅..."
이제는 말하기도 힘든지 꾸벅꾸벅 졸던 그녀는 카이라스가 아공간에서 베개 하나를 꺼내주자 그대로 베개에 머리를 대더니 바로 잠들어버렸다.
스으윽-
잠든 유리아나의 머리를 한번 부드럽게 쓰다듬어준 카이라스는 디아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눈가에 나있는 이슬을 보며 물었다.
"디아나, 그렇게 선물 안 준 것이 서운했어?"
"서, 서운하긴! 누가 서운하대? 이 고귀한 여왕님인 나에게 선물을 못줘서 안달이 난 뱀파이어들이 얼마나 많은데!"
"흐음, 그 중에서 남자도 있어?"
"후훗, 당연하지. 이 여왕님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수많은 뱀파이어들이 나에게 선물을 주면서 환심을 사려고 하는걸?"
"그 놈들이 누구인지도 기억해?"
카이라스의 목소리가 살벌해졌지만 디아나는 그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 자랑에 바빠져있었다.
"흐응! 당연하잖아? 이 고귀한 여왕님의 우수한 기억력은 그런 날파리들도 다 기억할 수 있단 말이야."
"그럼 기억 좀 가져가게 되겠지? 그 놈들이 누구인지 알아내서 전부 삶을 마감하고 편안히 저승으로 가게 해줘야하니까 말이야."
"후훗...그야...뭐, 뭐?"
디아나는 그제야 뭔가 이상한 것을 알아차리고는 카이라스를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아주 살벌한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는데 디아나는 그가 진짜로 자신에게 선물을 줬던 뱀파이어들 중 '남자'들은 모조리 죽여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랬다간 뱀파이어들의 인구는 4분의 1에 달하는 숫자가 줄어들지도 몰랐다. 여왕으로서 반드시 막아야만 했다.
"카...카이라스...그렇지만 그것들이 선물을 준 것은 우리가 부부가 되기 전이고..."
"4 년 이내에 준적 있어?"
"이, 있긴 한데..."
"그럼 죽어 마땅하네. 내 여자가 될 너에게 작업을 걸다니...나에 대한 도전선포잖아?"
"우우...카이라스...잘못했어. 사실 나도 너한테 선물 받고 싶어...그러니 화풀어줘."
결국 디아나는 카이라스에게 안겨오며 솔직하게 말했고 카이라스는 그러자 살벌한 기세를 거두고 미소를 지으며 디아나의 엉덩이를 핫팬츠 위에서부터 쓰다듬었다.
"그래, 알았어. 사랑스러운 아내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더 이상 화내기도 뭐하네."
카일라는 그런 둘의 모습을 살짝 어이없다는듯 바라보았지만, 셀리나는 디아나를 동정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고모...처량해보여요.'
카이라스에게 처량하게 안긴 디아나의 모습은 정말 불쌍해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카이라스의 손은 유리아나가 잠들어있기 때문인지 마음껏 디아나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렸다.
"우웃...아앗...아아앙!"
그리고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면서도 은근히 살짝씩 항문을 찌르거나 민감한 부분들을 쓰다듬어대며 애무를 하는 카이라스의 손길에 디아나는 요염한 신음성을 입술 밖으로 흘리며 고개를 좌우로 저어대며 몸을 파들파들 애처롭게 떨어댔는데 그때마다 그녀의 찬란한 황금빛 머리카락들이 흩날려서 그녀를 더욱 아름답고 자극적이게 보이게 만들어주었다.
츄우웁!
그녀의 자극적인 모습에 한 손으로는 그녀의 턱을 붙잡아 고정시킨 카이라스는 그녀의 입술을 마구 빨아댔고 이내 그녀의 입 안에 살짝 혀를 밀어넣고 그녀의 입 안을 마구 유린했는데 심지어 날카롭기 그지없는 그녀의 뱀파이어로서의 송곳니까지도 혀에 마나를 둘러서 자신의 혀에 상처가 나지 않아 보호를 한 후 핥아대었다.
"읍!"
그리고 송곳니까지 핥아지는 느낌에 디아나는 화들짝 놀라 카이라스와의 키스를 멈추고 그와 입술을 떼었다.
"뭐, 뭐하는 짓이야?"
"뭐하기는. 키스지."
"그건 아는데 왜 송곳니를 핥냐고? 여긴 독이 있어서 위험한데."
"후후, 괜찮아. 혀에 마나를 둘렀거든. 상처날 일은 없어."
"우우...하지만 그래도 실수하면...그러면..."
"디아나?"
"그치만...그러면..."
디아나는 카이라스의 옷을 꽉 붙잡고는 부들부들 몸을 떨어댔다. 그리고 또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두려움 때문에 떨리고 있는듯 했는데 카이라스는 그녀가 왜 몸을 떨고 있고 무엇에 두려움을 느끼는지 알아챘고, 이어서 카일라와 셀리나 역시도 디아나의 상태를 눈치챈듯 카일라는 살짝 놀랍다는듯만 바라보았지만 셀리나는 눈을 크게 뜨며 무척이나 놀라워했다.
4 년 동안,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다칠까봐...자기 때문에 내가 다칠까봐 이렇게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무서워하다니...너무 순진하잖아.'
그 순진함이 도도하면서도 허세가 심한 성격과 더불어 고귀해보이는 아름다운 미모와 겹쳐지니 카이라스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보임과 동시에 양심이 찔려왔다. 이런 순진한 여인을 너무 놀려먹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양심이 하도 찔려서 가슴이 아플 지경이었다.
"후우...디아나...걱정하지마. 다칠 일은 없으니까."
"정말이야, 라스?"
"응, 정말이야. 그리고 오늘 밤은 아무래도 너와 셀리나는 함께 보내지 못할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여기서 미리 일을 해야겠어."
"여...여기서? 대체 왜?"
"주인님, 대체 어딜 가시길래?"
밤에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카이라스의 말에 디아나와 셀리나가 동시에 붉은 눈동자에 큰 의문을 담으며 그를 쳐다보았고 카이라스는 디아나의 새하얀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이어서 손등으로 부드러운 그녀의 긴 금발을 쓸으며 말했다.
"나는 오늘 카일라 누나의 외가인 리에스 남작가에 카일라 누나, 그리고 유리아나와 함께 들를 예정이야. 마음 같아선 너희도 데려가고 싶지만, 너희들까지 내 아내들인걸 알았다간 아마 카일라 누나의 외할아버지가 내 먹살 잡고서 화를 낼지도 모르거든."
카이라스의 말에 카일라가 여전히 차가운 표정이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표정으로 물었다.
"리에스 남작가로...오늘 갈거야?"
"응, 말했잖아. 리에스 남작가로 누나랑 유리아나를 데리고 가기로 말이야. 디아나와 셀리나는 잠시 영주관의 밖에서 조용히 기척을 숨기고 있어야겠지만."
"...아내라는 것을 숨기면 저 둘도 함께 갈 수 있지 않아?"
카일라도 디아나와 셀리나만 그런 신세가 되는 것이 못내 미안했던지 이 의견을 카이라스에게 제시했지만 바로 제시하자마자 그녀도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간 바로 무슨 관계냐고 묻게 될걸? 나는 가능하면 거짓말 같은건 하고 싶지 않아. 마법사에게 거짓말은 안 좋은 영향이야."
카이라스의 말에 카일라는 납득했지만 그녀는 이제 다른 이유로 표정이 살짝 어두웠다.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외가로, 자신 때문에 죽었던 어머니의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는 것은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그녀가 느끼기에도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그리고...누나도 이제 그만 외가에 들러봐야지. 누나는 여태까지 한 번도 외가인 리에스 남작가에 가보지 않았잖아? 이번 기회에 들러보자고. 남편으로서 함께 있어줄테니까."
"...알았어, 갈께. 라스."
카일라는 마음을 다 잡으며 말했고 카이라스는 디아나를 끌어안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때 카일라가 여전히 차갑지만, 그 속에는 그와 엘리나만이 파악할 수 있는, 고마움이 담겨져있는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그리고 라스, 그래도 나는 디아나와 셀리나는 데려갔으면 해. 나를 신경써서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음에도 방법이 없는 척 하지 않아도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