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늑대인간이 아르칸 왕국에서 꾸미는 음모]
아르칸 왕국의 왕실.
당대의 국왕인 카르쟌 1세는 제법 현명한 국왕이었다.
올해 50세인 그는 귀족들 간의 적절한 조율을 하여 왕국 내의 귀족들의 대립을 최소화시켰고, 귀족들과 왕권의 상부상조의 관계를 만들어낸 상태였다.
좋게 말하자면 상부상조지만 사실은 귀족들이 왕권에 대항하지 못하게 때로는 강하게 나가기도 하면서도, 그러면서도 그들에게도 적절한 이득을 주면서 귀족들이 딴마음을 먹지 않고 지금 상황에 만족하며 지내게 하는 관계라 할 수 있었다. 이른바 채찍과 당근이랄까?
그렇지만 이 정도로 제법 강한 왕권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귀족들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의견이 합당하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어느정도 조율하는 면모도 있었기에 귀족들로서는 지금의 국왕에게 거역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가장 자랑거리는 다름 아닌 왕비였다.
제이하 백작가의 영애 출신인 그녀는 현재 아르칸 왕국 제일미녀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긴 금발의 머리카락에 푸른색의 눈동자의 아름다운 미녀이면서도 가련한 모습, 그리고 어린애와 같은 장난기와 순수한 감성을 지니고 있는 그녀의 순진한 어린애 같은 성격이야말로 그녀의 미모를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였다.
자신보다 21 살이나 어린 나이의 그야말로 부녀 간의 나이 차이를 지닌 소녀를 왕비로 맞이했던 카르쟌 1세는 당시 16 살이던 어린 소녀와 초야의 밤을 보낸 후 몇 번의 섹스만으로 그녀를 임신시켰고 16 살에 임신을 한 그녀는 17 살이 되는 해에 왕녀인 레이나를 출산하였다.
그리고 12 살인 왕녀, 레이나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공주라면 갖춰야할 조신함과 부드러운 기품은 눈을 씻고라도 전혀 찾아볼 수 없게 자라있었다.
오히려 활발하기 그지 없는 성격인 그녀는 검술에 미친듯한 집착을 보여 무려 12 살인 지금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올라 검술의 천재임을 입증했고, 그로 인해 카르쟌 1세는 뒷머리를 부여잡고 두통을 호소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는 했었다.
그리고 오늘도 카르쟌 1세는 왕궁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후우우, 정말 골치로군."
"전하, 무슨 고민이 있으신가요?"
"아, 티세라...별거 아니요. 신경쓰지 않아도 되오."
"어멋, 전하께서 부부는 서로 힘든 것을 말하고 의지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저에게는 말도 하지 않고 혼자만 고민을 하고 계시다니...뭐에요, 너무해요...이렇게 되면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어디 계신 낭군님에게 가버릴까?"
"이, 이보시오! 티세라!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요!"
티세라의 대담한 발언에 카르쟌 1세가 놀란듯 그녀를 향해 묻자 티세라는 옷소매로 살짝 눈가를 가리며 우는 흉내를 냈다.
"흑흑, 하지만...전하께서는 저를 부부로 여기지 않으시지 않으십니까? 고민이 있으면 부부 간에 함께 고민을 하고 해결해야하는 것은 전하가 하신 말씀이신데..."
"흠, 흠! 티세라, 내가 잘못했소. 그러니 화 푸시오."
29 살의 젊은 왕비의 아름다운 미모와 이런 귀여운 성격에 푹 빠져있는 카르쟌 1세는 다급히 그녀를 달래었다. 국왕으로서의 권위도 없어보였지만 카르쟌 1세는 신경쓰지 않았는데, 티세라의 저런 모습들은 수많은 귀족들에게 애초 어마어마한 부러움을 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아름답고 귀여운 왕비를 아내로서 데리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카르쟌 1세에게는 최고의 행복이기도 했다.
"근데, 전하. 대체 무슨 고민이 있으신거에요?"
"흠, 그게...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가 실은 우리 아르칸 왕국에 자신의 아내들과 함께 들렀다고 하더구려..."
"어머, 아르테일 공작가가요?"
아르테일 공작가의 이름을 들은 티세라 왕비의 눈이 살짝 빛났다.
그녀의 출신지인 제이하 백작가는 마법을 연구하는 가문이었고, 당연히 그 가문의 출신인 그녀 역시도 마법을 배웠었다. 물론 왕비로서 지내다보니 고작해야 4 서클의 마법사일 뿐이었지만 그녀 역시 마법사로서 아르테일 공작가의 명성은 동경하고 있었다.
대륙 최강의 마법사 가문인 아르테일 공작가는 애초 제국의 마법사들만이 아닌 왕국들에 있는 수많은 마법사 가문들과 마탑들에서도 동경을 하는 그야말로 마법사들의 성지와 같은 곳이었으니깐.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라면 15 살인 지금 이미 9 서클에 올라있다는 그 최연소 천재 마법사를 말하는거죠? 아, 외모도 잘생겼다던데 확 시집이나 가버릴까."
"티, 티세라! 그게 가능할리가 없잖소!"
"어멋, 전하도 참~농담이에요 농담~호호홋. 뭘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이세요? 그 쪽에서 저 같이 딸까지 있고 훌륭한 남편도 있는 유부녀를 받아들일리가 없잖아요?"
"흠, 그것도 그렇구려."
카르쟌 1세는 티세라 왕비가 말한 훌륭한 남편이라는 말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에 대한 대우를 어떻게 해야할지가 고민이구려...후우, 특별히 왕궁으로 초대해서 성의를 보여야할지, 아니면 그냥 여행을 내버려둬야할지 말이오."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인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과 그의 아내인 카일라 폰 카르세드 아르테일.
9 서클의 마법사와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검사인 둘은 그 자체만으로도 웬만한 소국의 전력에 맞먹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하는 것은 듣자하니 신혼여행에 비슷하다는데 왕궁에 초대를 하는 것이 좋은 일일지 나쁜 일일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특히나 아르테일 공작가의 영지는 아르칸 왕국와 국토를 맞대고 있었고, 항상 경계를 해야하는 타국의 세력이었다. 아르테일 공작가가 만약 전력으로 전쟁을 일으킨다면 혼자서 아르칸 왕국을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였으니깐.
그런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에게 사실 왕궁의 내부를 보여준다는 것도 그랬다. 9 서클의 마법사인 그라면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왕궁에 쳐져있는 수많은 마법들을 파악해낼테니까.
"그래도 초대를 해서 성의를 보이는게 좋지 않을까요? 정말 후하게 대접하면 문제 없을 거 아니에요?"
"흠, 티세라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초대하는게 좋을것 같구려."
카르쟌 1세는 티세라 왕비의 의견을 바로 받아들였다.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 일행을 초대해서 정말 후하게 대접을 한다면 아르테일 공작가는 아르칸 왕국과 싸울 명분이 사라지기 마련이었다.
오히려 아르테일 공작가가 아르칸 왕국을 침략했다간 후하게 대접해준 은혜도 모르는 금수 같은 무리들이라고 불리며 아르테일 공작가의 명성만 깎이게 될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르테일 공작가의 여태까지의 행보가 믿음이 갔다.
그들은 권력도, 세력확장도 관심없이 그저 마법의 연구와 발달에만 신경을 쓰는 전형적인 마법사 가문이었기 때문이었다. 1000 년간 누구나 납득할만한 원한을 산 일이 아니라면 절대로 전쟁을 벌이지 않았던 그들의 행보를 생각하면 차라리 호의적으로 대하는 것이 더욱 이득이라 생각이 들었다.
왕궁 내에 9 서클의 마법사를 초대하여 왕궁의 정보들이 넘어가는 위험한 일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만큼.
그러나 그것만이 국왕인 그의 고민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런데 티세라, 레이나는 어떻소?"
"요새 들어서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에 반드시 오르겠다고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고 있어요. 정말 누굴 닮아서 그렇게 열심히인건지. 호호홋!"
"어휴, 그래서 시집이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구려."
"어머, 전하도 참. 검사인 여자가 얼마나 인기 좋은지 모르세요? 오죽하면 남자들에게 잠자리시 최고의 행복을 주는 상대가 검사인 여자라고 하겠어요?"
티세라의 말에 카르쟌 1세도 피식 웃어버렸다.
"하하...듣고보니 그렇구려...아르테일 공작가의 가주와 소가주가 아내들이 그랜드 소드 마스터들이라서 부러움을 샀었는데 딸 생각을 하다보니 기품 같은 것만 생각하다니...허허, 이제 과인도, 아니 나도 늙었나보오..."
"어머멋, 전하는 아직 쉰살 밖에 되지 않으셨는데요?"
티세라의 과도하게 놀라는 귀여운 반응에 카르쟌 1세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아직 쉰살이라...그렇지, 나는 아직 쉰살 밖에 되지 않았구려. 그리고 티세라, 그대와 같은 아름다운 왕비도 있고 말이오."
티세라 왕비의 미모는 실로 놀라운 것이라, 아르칸 왕국 제일의 미녀라 불리는 그녀는 딸인 레이나와 함께 있으면 왕궁에서 일하는 시녀들도 모녀라기 보다는 자매와 같다고 부르면서 그녀의 미모를 부러워할 정도였다.
그런 왕비의 미모와 순수한 성격은 국왕인 카르쟌 1세에게 있어서 정말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로 보였고, 그렇기에 그는 후궁들도 들이지 않고 오직 왕비 하나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국왕과 왕비는 이 순간 앞으로 자신들에게 들이닥칠 위험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티세라..."
한 남자가 자신의 기척을 감춘채로 티세라 왕비를 숨어서 광기 어린 눈으로 훔쳐보고 있었다.
아르칸 왕국 제일의 미녀라 불리는 그녀의 가녀리면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서려있었다.
지독한 갈망과 탐욕, 그리고 광적인 집착.
그것이 사내의 눈에 담겨진 감정이었다.
마치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노리는 맹수와 같은 눈빛을 가진 사내는 그녀의 모습을 씨익 웃으며 자신의 눈에 담은 후 천천히 사라졌다.
* * *
얼마 후 티세라 왕비의 가문인 제이하 백작가에서 급한 소식이 날라왔다. 바로 티세라 왕비의 아버지인 제이하 백작이 심각한 부상을 당해서 생사를 오가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7 서클의 마스터인 제이하 백작이라면 치료 계열의 마법을 스스로 쓰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치료할 수 있겠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상처가 전혀 치료가 되지 않았고 심지어 백작가에서 불러드린 신관들을 통해서도 치료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 소식을 들은 티세라 왕비는 창백해진 안색으로 급히 국왕인 카르쟌 1세에게 부탁했다.
"전하, 제 아버지가 위독하다고 하세요. 잠시 친정 집에 다녀올 수 있게 해주세요."
제이하 백작가의 영지는 왕도에서 서쪽에 위치해있었기에 단번에 가려면 텔레포트 마법진을 사용해서 이동해야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얼마전 사고로 인해서 왕도 내에 있는 텔레포트 마법진들이 모조리 작동이 고장나버렸다는 것이었다.
원인은 텔레포트 마법진들에 쓰인 마나석들의 위치가 몇 개가 잘못되어 마나의 흐름이 꼬여버린 탓이었고, 잘못했으면 큰 폭발이 일어나 대형참사로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기에 왕궁 수석마법사였던 페르난데스 후작이 왕궁 수석마법사의 자리에서 해임되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티세라 왕비가 친정집으로 가려면 육로를 통해서 가야했고 제이하 백작가와 연결된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는 곳은 서쪽으로 3 일은 가야하는 가이난 시였다.
카르쟌 1세로서는 그런 육로를 간다는 것에 티세라 왕비가 걱정이 되어 마음 같아선 보내주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일도 아닌 그녀의 아버지가 위독한 일이었다. 보내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