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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화 〉[늑대인간이 아르칸 왕국에서 꾸미는 음모] 2 (108/380)



〈 108화 〉[늑대인간이 아르칸 왕국에서 꾸미는 음모] 2

그렇기에 티세라 왕비가 친정집으로 가려면 육로를 통해서 가야했고 제이하 백작가와 연결된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는 곳은 서쪽으로 3 일은 가야하는 가이난 시였다.

카르쟌 1세로서는 그런 육로를 간다는 것에 티세라 왕비가 걱정이 되어 마음 같아선 보내주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일도 아닌 그녀의 아버지가 위독한 일이었다. 보내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티세라, 혼자 가는 길은 위험하니 내 믿을만한 호위를 붙여주도록 하겠소. 그리고 가기 전에 레이나를 만나서 잘 설명해주도록 하시오. 자기 어머니가 갑자기 사라지면 당황해할테니..."
"걱정 마세요. 레이나에게는 외할아버지가 아파서 잠시 병문안을 다녀온다고 잘 말해둘테니까요."

티세라 왕비는 그렇게 말하면서 아름답게 미소를 지었고, 카르쟌 1세가 그녀의 미소를 보며 말했다.

"채비는 내가 직접 할 테니, 당신은 어서 가서 레이나에게 잘 설명을 부탁하오."
"네, 그럼 잠시 레이나에게 다녀올께요. 그리고 고마워요."

티세라 왕비에게 감사의 인사를 들은 카르쟌 1세는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그녀가 국왕의 집무실인 이곳을 나가 레이나가 있는 곳으로 향하자 한숨이 나왔다.

"후우, 당분간 섭섭하곘군."

카르쟌 1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그가 처음 봤을때 당시의 16 살의 티세라 왕비를 떠올려보았다. 사실 나이가 50인 만큼 그는 티세라 왕비를 얻기 이전에는 2 명의 왕비가 있었었다.

그렇지만 첫번째의 왕비는 그가 국왕의 자리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별을 했고, 두번째의 왕비 역시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사별했고 두 왕비와의 사이에서는 자식조차 보지 못했던 카르쟌 국왕은 크게 상심을 하여 한동안 식음을 전폐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어느날, 무도회에 참석했던 티세라를 본 그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16 살의 나이이던 티세라는 사실 사교계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아니었다. 14 살에 공식적으로 얼굴을 드러낸 후 15 살에 성인식까지 치루고 16 살인 그녀는 사교계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미모는 이미 사교계에서 정보가 밝은 귀족들의 사이에서 무척이나 유명했다.

그렇지만 그 동안 시름에 잠겨있었던 카르쟌 1세는 사교계 쪽의 소식에 둔감했던 차였기에 그녀의 소문을 들었어도 그러려니 하고 흘러 넘기기 일수였었다. 그렇지만 무도회에서 티세라를 본 순간 그는 어째서 더 빨리 그녀를 보지 못했을까하는 생각만이 들었다.

그리고 무도회가 끝난 후 카르쟌 1세는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비록 16 살 밖에 되지 않은 갓 성인이 된 소녀라지만 티세라의 미모는 국왕인 그가 봐도 가히 경국지색이었기에 노리는 고위 귀족들이 여럿일 것이라 확신하였고 또 사실이었기에 어영부영 시간을 끌기보다 단번에 확실하게 끝내려했다.

바로 제이하 백작을 왕도로 부른 것이었다. 그리고 그를 따로 부른 카르쟌 1세는 그에게 넌지시 티세라를 자신에게 줄 수 있냐는 의견을 물었었다.

자신보다 21 살이나 어린 티세라를 자신의 아내로서, 왕비로서 달라고 하는 국왕의 태도는 어찌보면 주책 맞은 행동 같아보이기도 했지만 왕족들과 귀족들의 세계에서 재혼을 하여 젊은 부인을 맞이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기에 흠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왕족들과 귀족들 사이에선 정력이 절륜하다는 식의 자랑거리도 되었고 아름다운 부인을 아내로 두고 있다는 것에 다른 왕족들과 귀족들의 부러움을 사는 것을 과시하며 즐기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그렇기에 제이하 백작은 별 반대 없이 자신의 딸인 티세라를 국왕인 그에게 보내었고, 얼마 후 대대적인 국혼이 벌어져 티세라는 카르쟌 1세의 하나뿐인 왕비가 되었다.

그리고 국혼이 끝난지 4 개월 후, 티세라 왕비는 임신 3개월임이 밝혀져 다시 한 번 큰 축제가 벌어졌었고 7 개월 후 그녀가 17 살이 되었을때 지금의 귀여운 딸인 레이나가 태어났었다.

'레이나 그 아이가 티세라처럼 귀여우면 좋으련만...'

레이나의 머리색은 국왕인 카르쟌 1세의 에메랄드 같은 녹빛 머리카락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푸른 눈동자는 그야말로 그녀의 엄마인 티세라 왕비를 빼닮았고 전체적인 외모 역시도 티세라 왕비를 닮은 모습이었다.

비록 12 살 밖에 안됬지만 그녀가 조금만 더 나이를 먹는다면 티세라 왕비와 더불어서 아르칸 왕국의 양대미녀라 불리게 될 것이라고 왕궁 내에서 그녀를 본 사람들은 모두 장담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검술에만 관심을 보이는 레이나는 당연히 카르쟌 1세에게 애교를 부리며 그를 즐겁게 해주기 보다는 검을 휘둘러대는 것을 더 즐거워하였고 귀여운 딸의 애교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가진 카르쟌 1세로서는 그것이 큰 불만이었다.

하지만 가끔씩 보이는 레이나의 애교에는 순식간에 무너져버리는 팔불출인 그였다.

*              *             *

긴 에메랄드 색의 녹빛 머리카락을 뒤로 살짝 묶은 12 살의 소녀가 미스릴로 된 검 한자루를 쥐고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아직 12 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맑은 푸른 눈동자에 말랑말랑해보이는 볼, 새하얀 피부 등 전체적으로 깨물어주고 싶을만큼 귀엽다라는 인상을 주는 소녀의 이름은 레이나 폰 아르칸. 아르칸 왕국의 하나 뿐인 유일한 왕녀였다.

그렇지만 카르시스 제국의 황태녀인 아이린처럼 아르테일 공작가를 끌어들여 막강한 위치를 점하는 것이면 모를까 아르칸 왕국에서 세력이 약한 소녀인 레이나가 다음대 국왕이 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걸 당대의 국왕인 카르쟌 1세 역시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조카인 페드로 공작가의 장남인 레이븐을 양자로 입양 왕세자에 임명해둔 상태였고, 페드로 공작가는 그로인해 적극적인 친국왕파로 변신해있었다.

페드로 공작가의 가주 자리는 둘째가 물려받게 되겠고 명목상 양자로서 들어가 국왕의 아들이 되었다지만 자신의 장남이 국왕이 된다는 것에 페드로 공작은 너무 기쁜 나머지 자신의 집무실에서 미친듯이 웃었다고 하며 이것이 카르쟌 1세가 막강한 왕권을 손에 넣은 기틀 중 하나였다.

그리고 아직 29 살 밖에 되지 않은 티세라 왕비는 건강하여 언제든 추가로 자식을 낳을 수 있었지만 레이나가 태어난 후 임신을 미루던 것도 이런 정치적인 이유가 깔려져있었다.

레이븐은 다행히도 백부인 카르쟌 1세에게도 예의를 달하면서도 인품도 유순한데다가 맡은 일에 충실한 성실한 청년이었고 그렇기에 카르쟌 1세가 그를 골라서 자신의 양자로 받아들여 후계자로 삼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레이븐은 레이나를 무척이나 아껴 틈틈히 신경을 써주면서도 그녀의 미모에 대해서 흑심을 품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그에게는 이미 누구보다 깊이 사랑하는 왕세자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왕세자비 마리아는 절세미녀나 경국지색의 미녀라 부를 수준의 미모는 아니었지만 레이븐과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소꿉친구였고, 그러면서도 레이븐에게는 무척이나 헌신적인 성격이었지만 왕세자비가 된 것은 레이븐이 왕세자가 된 후에나 맺어질 수 있었다.

그녀의 신분이 고작해야 페드로 공작가의 기사의 딸인 신분이었기에 공작가의 후계자였던 레이븐의 아내가 될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레이븐은 그녀를 잊지 않고 국왕의 양자의 신분이 되어 왕세자가 되자마자 바로 카르쟌 1세에게 마리아와의 혼인을 하게 해달라고 간청했고 그의 순애보에 감동받은 카르쟌 1세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어 레이븐은 드디어 신분의 차이를 넘어서서 소꿉친구인 마리아를 아내로 맞이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레이븐은 신분을 따지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할 수 있게 해준 카르쟌 1세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고, 그렇다가 보니 그의 딸인 레이나에게도 그 호의가 돌아갔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레이나는 왕위 계승권에서 밀려났음에도 편안하게 다른 생각을 할 것 없이 이렇게 검술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슈우웅-

그녀의 미스릴 검에 푸른 오러가 피어올랐다.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이르었다는 증거인 선명하고 짙은 강인해보이는 오러를 검에 서리게 한 레이나는 천천히 자신이 알고 있는 왕궁의 검법의 묘리대로 움직였다.

과거 왕족 출신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루이첸 경이 만들었다는 루이첸 검법은 극도의 쾌속(快速)을 중시하는 검법이었기에 레이나에게는 너무나도 잘 맞았다.

"레이나, 수련하는거니?"
"아, 어머님."

그녀의 친어머니인 티세라 왕비의 등장에 레이나는 얼른 오러를 자신의 체내로 전부 갈무리한 후 검을 내려놓았다.

"어쩐 일이세요?"
"아주 중요한 일 때문에 오게 되었어. 엄마가 실은 말이야...당장 잠시 좀 외할아버지를 뵈러 갔다와야할 거 같아."
"네? 무슨 일이신데요?"
"아직 소식을 못 받았구나. 외할아버지가 많이 다치셨다고 하셔서 잠시 병문안을 다녀오는거야."
"많이 아프신가요?"
"응, 직접 다녀와서 보려고 해."

평상시에는 장난기 많은 언니와도 같은 느낌이던 티세라 왕비의 살짝 기운 없는 모습에 레이나는 그녀를 위로했다.

"저는 괜찮으니, 다녀오세요. 어머님이 가시면 외조부님도 기운을 차리실거에요."
"응, 그랬으면 좋겠는데..."

티세라 왕비는 레이나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양쪽 뺨을 부드러운 새하얀 두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는 그럼 잠시 다녀올께. 아마 일주일 이상 걸릴거 같아."
"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응, 그럼 잘 있어."

티세라 왕비는 레이나가 자신이 없더라도 힘들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애초 시간의 대부분을 검술을 수련하는데 쏟아붙고 있었고 왕녀인 그녀에게 왕궁에서 알아서 다 그녀의 건강과 영양 등을 챙겨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카르쟌 1세가 있는 집무실로 돌아온 티세라 왕비는 국왕의 집무실인 이곳에 매우 낯이 익은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사람은 겉의 외모는 무척이나 젋지만 속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과도 같아보이는 남자였는데 무척이나 야성적으로 생긴 갈색 머리카락의 미남이었다.

"아르칸 왕국의 보물이신 아름다운 왕비마마를 뵙습니다."

갈색 머리카락의 사내는 살짝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티세라 왕비에게 예의를 갖추었다. 그는 현재 아르칸 왕국에서 세간에 알려진 5명 이외에도 비밀리에 보유하고 있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무인이었다.

바로 10년도 넘은 예전부터 국왕인 카르쟌 1세를 비밀리에 따르고 그의 힘이 되어준 비밀호위 무사들의 수장이 그의 신분이었다.

"카루스 경. 이번 일을 맡길 사람은 그대 뿐이구려. 부디 티세라가 안전하게 친정집까지 갔다가 돌아올 수 있게 해주시오."
"염려 마십시오, 전하.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왕비마마를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카루스의 장담에 카르쟌 1세는 마음이 편해진듯 물었다.

"호위는 몇 명을 추가로 데려갈 예정이오?"
"일단 제 휘하의 호위무사들을 10 명 정도 뽑고, 또 왕비마마의 수발을 들 시녀들은 왕비마마께서 직접 골라서 데려가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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