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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화 〉[아르칸 왕국의 국왕, 카르쟌 1세와의 대면] 3 (119/380)



〈 119화 〉[아르칸 왕국의 국왕, 카르쟌 1세와의 대면] 3

아르칸 왕성으로 들어온 카이라스는 디아나와 카일라를 데리고 우선은 아르칸 왕국의 국왕인 카르쟌 1세를 만나기 위하여 티세라 왕비에게 안내를 부탁했다.

그리고 티세라 왕비는 다급한 상황임을 알았기 때문인지 다급하게 카르쟌 1세가 있는 곳으로 향하려고 했고 분명 3일전에 출발했던 왕비의 귀환에 시녀들이 무슨 큰일이 생겼나하고 수근거렸지만 이내 자신들의 나라의 자랑인 절세미녀인 티세라 왕비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닌 카일라와 디아나의 모습, 그리고 보기 드문 흑발의 미소년인 카이라스의 모습에 그녀들의 수근거림은 다른 화제로 순식간에 변경되었다.

티세라 왕비가 다급한 일이라며 국왕인 카르쟌 1세를 찾아간 덕에 국왕을 만나기 위해 필요한 절차들을 무시하고 간단히 알현실에서 그를 만나게 된 카이라스는 그의 얼굴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시공회귀 이전에도 그냥 여행 도중 잠깐 아르칸 왕국에 들렀을때 가끔 얼굴을 볼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레이나와도 연인의 관계가 아니었기에 그에 대해 그냥 '그럭저럭 하는 왕' 정도로만 생각을 가지고 있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게 보였다. 왜냐하면 그는 미래에 자신의 '장인어른'이 될 사람이었으니깐!

그렇기에 카이라스가 먼저 예의 있게 카일라와 디아나의 몫까지도 대표로서 살짝 인사를 했다. 카일라의 경우야 살짝 고개만 숙이는 예의 정도는 얼마든지 보이겠지만 엄연히 뱀파이어들의 '여왕'인 디아나로서는 인간의 왕에게 고개를 숙일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아르칸 왕국의 위대한 지도자이신 국왕 전하를,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인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이 저의 아내가 되는 카일라 폰 카르세드 아르테일과 디아나 블라디미르와 함께 뵙습니다."
"흠, 반갑습니다. 부족하지만 과인이 이 나라의 국왕인 카르쟌이라고 합니다."

정확히 그의 본명은 카르쟌 폰 아르칸이었지만 지금 이 장소가 사적인 자리가 아닌 외교적인 자리였기에 미들네임과 성은 밝히지 않고 오직 이름만을 밝히었다. 국왕으로서 살짝 자신이 위의 신분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사소한 기싸움에는 흥미 없고 또 상대는 '미래의 장인어른'이기에 한수 져주기로 한 카이라스는 그냥 그의 과시에 적당히 져주면서 바로 본론을 말하였다.

"그래, 중요한 말이 대체 무엇인데 나의 왕비가 친가집으로 가다가 이렇게 급하게 돌아온 것이오? 그것도 텔레포트 포탈을 타고서."

그러자 카이라스는 바로 주변에 가볍게 방음 마법을 치며 말했다.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따라서 국왕 전하의 호위로 있는 자들도 들어선 안되는 중요한 내용입니다. 바로 국왕 전하, 당신의 호위들...아니 호위들로 위장했던 자들이 바로 문제이니까요."
"호위들이...문제라 했습니까?"

자신의 호위에 문제가 있다는 카이라스의 말에 살짝 자존심 때문에 얼굴을 찌푸렸던 그는 이윽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고 급히 돌아온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내, 티세라 왕비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밝은 미소가 가득하던 그녀의 얼굴은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트릴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또 무엇인가 공포에 사로잡혀있는 상태였다. 얼굴이 두려움에 질려있고, 또 그러면서도 슬픔이 가득해보이는 그녀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카르쟌 1세로서는 마음이 벼락이라도 맞은듯한 충격적인 일이었기에 당황스러웠다.

"서, 설마."
"흐윽, 전하...흐아아앙!"

그리고 티세라 왕비는 결국 서러운 것이 폭발했는지 털썩 주저앉으면서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어린아이와 같은 그녀의 오열에 카르쟌 1세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리고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도저히 티세라 왕비에게는 물어볼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10 년간 믿고 맡겼던 호위들은 모두 정체가 늑대인간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카루스는 늑대인간들에게 있어서 왕이라 할 수 있는 대칸의 직위에 있던 자였으며, 그가 당신에게 접근했던 목적은 어디까지나 저기 이 나라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절세미녀로서 타국에까지 이름이 널리 알려진 티세라 왕비님을 손에 넣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그것이 정말인가?"

카르쟌 1세가 이제는 근엄한 모습은 사라지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바로 마나의 맹세를 이용해서.

"필요하다면 마나의 맹세를 하고 다시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제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이, 이럴수가...어떻게 이런 일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신뢰를 할 수 있었던 자가 바로 그의 비밀호위무사인 카루스였다.

명성도, 명예도 원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시키는 일이면 어떤 일이든 충성스럽게 해내는 그를 얼마나 듬직하게 여겼던가? 얼마나 심복으로서 깊이 신뢰를 했던가? 그런데 그 충정이 모두 거짓이었고, 실은 그가 자신의 아름다운 아내를 노리고 있던 자라는 사실을 안 순간 카르쟌 1세로서는 정말 티세라 왕비를 볼 면목이 없었다.

"...내 아내에게, 이 나라의 왕비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겼던건가?"

티세라가 크게 울음을 터트리는 것에서 이미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한 카르쟌 1세는 굳은 표정으로 제발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카이라스에게 물었고,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티세라 왕비가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진실을 밝히었다.

"흑흑, 전하...저는...더럽혀졌어요. 그 자의 흉물이 저를...저를...흐윽..."
"......"

카르쟌 1세는 그 말에 너무나도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허탈함을 느끼었다. 결국 자신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던 꼴이었다. 그렇지만 국왕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카이라스 공자. 그대와 단 둘이서 얘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겠나?"
"상관 없습니다."

카이라스의 말에 카르쟌 1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시녀들을 불렀고 카이라스는 이 순간 카르쟌 1세가 말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방음 마법진을 빠르게 해제해 그의 명령이 시녀들에게 들리게 했다.

"여봐라. 왕비를 모시고 가도록 해라."
"네, 전하."
"왕비님, 진정하시고 일단 방으로 들어가서 쉬도록 하세요."

카이라스가 방음 마법을 쳐둔 덕분에 국왕 주변에 숨어서 포진해있는 호위들은 물론이고 시녀들조차도 이 나라의 왕비인 티세라 왕비가 강간을 당했었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그저 울음을 터트리는 티세라 왕비를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달래면서 조심스레 부축해서 데리고 나갔고 주변의 호위기사들 역시 모두 물러가게 했다.

다행히도 늑대인간들이 위장한 비밀호위무사들은 10 명이 전부였고 카루스가 전부 데리고 나갔었기에 카이라스의 손에 모두 죽은 이상 이 왕성 내에서 늑대인간은 없다고 봐야했다.

그렇지만...늑대인간들의 위협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카일라 누나, 디아나는 잠시 여기에 두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해야할 일에 대해서 두 사람도 관련이 있거든요."
"그런가..."

이렇게 되면 단 둘이서 하는 얘기가 아닌 네 명이서 하는 얘기가 되어버리지만 믿었던 심복에게 뒷통수를 맞아도 단단히 맞은 카르쟌 1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나보다는 약간 흐리지만 에메랄드빛에 가까운 녹빛 머리카락에 강인한 눈빛을 지녔던 국왕 다운 외모의 중년남성인 그였지만 지금의 그는 무척이나 힘들어보였다.

"우선, 티세라 왕비님이 당한 것은 앞이 아니라 뒤이니 임신 같은 문제는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다행히도 뒤에도 흉물에서 더러운 액체를 뿜기 전에 바로 제가 발견하여 구출했으니까요."
"후우...고맙다고 밖에 못하겠구만...카이라스 공자, 우리 나라의 왕비를 구해줘서 정말 고맙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발견하게 된건가?"
"저는, 아니 저희 가문은 카르시스 제국의 황실과 함께 대륙 각지의 이종족들을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이종족들을?"
"네."

그렇게 대답한 카이라스는 원거리에서 이곳을 감시하지 못하도록 수많은 마법의 방어벽들을 구축했다. 10 서클 일때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마왕의 권능까지도 섞었으니 10 서클의 마법이라고 할지라도 대충 흝어보는 것으로는 파악할 수 없을 것이었다.

'아예 방어벽을 꿰뚫어서 내부를 들여다보려는 행위라면 모르겠지만...그렇다고 해도 나는 알아차릴 수 있지.'

비록 경지는 9 서클에 머물러있지만 깨달음 자체는 10 서클인 그라면 에라시안이 엿보고 있는 것도 알아차릴 자신이 있었다.

"지금부터 해야할 말은 대륙의 인류의 운명을 위기에 몰아넣을 음모입니다."
"대륙의 인류를 위기에 몰아넣을 음모?"

단순히 티세라 왕비의 정절이 더럽혀지고 왕국 내부에 늑대인간들이 암약했었다의 수준이 아닌 아예 대륙의 인류를 위기에 몰아넣을 정도의 스케일이 큰 음모라는 얘기가 나오자 카르쟌 1세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말해주게. 대체 무슨 일인지 나는 이 나라의 국왕으로서 알아야겠네."
"그러려고 설명해드린겁니다. 우선 말씀드리자면 당대의 드래곤 로드인 에라시안은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

그 이름이 나오자 카르쟌 1세가 경악하며 물었다.

"그, 그것이 정말인가?"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 시공회귀 이전의 미래에서는 인간 중에서 10 서클 마스터인 카이라스의 존재로 인해 인간들의 사이에서 절대로 대적할 수 없는 적은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고, 실제로 전투능력 면에서는 카이라스가 더 강했기에 그저 절대강자들의 숫자의 우위를 내세워서 카이라스가 불리하다며 인간들은 안타까워만 했었다.

그렇지만 현 시대에서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은 중간계에서 유일하게 10 서클의 경지에 든 존재로서 그야말로 대적하기가 어려운, 절대적인 강자였다.

드래곤 로드인 에라시안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3 명의 9 서클 마스터, 3 명의 최상급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 3 명 이상의 정령왕을 다루는 정령사, 그리고 수십명 이상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와 8 서클 이상의 마법사들, 그리고 최상급의 정령들을 보유한 정령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쓰러트리기가 거의 불가능한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이 노리다니..."
"하지만 걱정은 마십시오.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에 대적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카이라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카르쟌 1세를 달래었다.

"방법? 방법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인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여드리는게 낫겠죠."

그렇게 말한 카이라스는 9 개의 서클에 남아있는 마력들 중 95%에 달하는 마력들을 끌어올리고 부족한 것을 마왕의 권능으로서 힘을 보충하였고, 카르쟌 1세에게 그 증거를 보여주었다.

"혼돈과 무(無)의 기운을 하나로 집약시킨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소멸의 칼날, 익스틴션 블레이드!"

10 서클 마스터일때에 비하면 주문도 길었지만 놀랍게도 9 서클인 카이라스의 손에서 10 서클의 마법, 익스틴션 블레이드가 발휘되었고 그 소멸의 칼날은 장식으로 놓여진 화분 하나를 통째로 소멸시켜서 말 그대로 없애버렸다.

"이, 이건!"
"10 서클의 마법, 익스틴션 블레이드입니다."

카르쟌 1세가 놀라서 알현실에 마련되어있는 국왕의 왕좌에서까지 벌떡 아예 일어나자 카이라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러나 미소를 짓는 겉모습과는 달리 그의 내부는 그야말로 말 그대로 진탕이 되어있었고 그에게 어마어마한 고통을 느껴지게 해주고 있었다.

'크윽, 역시 9 서클일 때 10 서클 마법을 깨달음으로서 마왕의 권능의 도움을 받아가며 억지로 썼기 때문인지...죽겠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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