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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화 〉[아르칸 왕국의 국왕, 카르쟌 1세와의 대면] 4 (120/380)



〈 120화 〉[아르칸 왕국의 국왕, 카르쟌 1세와의 대면] 4

"이, 이건!"
"10 서클의 마법, 익스틴션 블레이드입니다."

카이라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러나 미소를 짓는 겉모습과는 달리 그의 내부는 그야말로 말 그대로 진탕이 되어있었고 그에게 어마어마한 고통을 느껴지게 해주고 있었다.

'크윽, 역시 9 서클일 때 10 서클 마법을 깨달음으로서 마왕의 권능의 도움을 받아가며 억지로 썼기 때문인지...죽겠네. 진짜.'

그렇지만 그의 의도대로 카르쟌 1세는 크게 놀란 표정으로 카이라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카르쟌 1세는 오늘 벌어진 여러가지의 충격적인 진실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진실의 베스트 3 안에 지금 이 순간이 들어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10 서클의 마법을 쓰는 인간이라니!

"그, 그것이 정말 10 서클 마법인가?"
"제 모든 마나를 걸고 맹세코, 10 서클 마법입니다."

카이라스는 눈으로 보고도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 표정을 보이는 카르쟌 1세에게 마나를 건 맹세까지 하며 사실임을 입증시키자 카르쟌 1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대화가 멈추자 카이라스는 천천히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서 체내의 마나로 자신의 내부를 치유해갔고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육체의 빠른 치유력 덕분에 그나마 속이 좀 나아질 수 있었다.

"그렇군. 그럼 자네가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을 상대할 수 있다는건가?"
"아직은 아닙니다. 아직 제 10 서클 마법은 완벽한 상태가 아니며 제 아버지도 아직 10 서클에 완벽하게 오르지 못하셨습니다."
"아버지도...?설마 아르테일 공작도?"
"아직은 그냥 실마리를 잡은 정도에 불과합니다."

카이라스가 여행을 떠난 후 최근에 들어서야 갑작스럽게 루스칼리스는 겨우겨우 10 서클의 실마리를 잡았다고 했다. 물론 실마리를 잡은 것 뿐이었기에 10 서클에 당장 도달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한 걸음 진보를 했다는 것 자체가 카이라스에겐 고무적이었다. 아무래도 10 서클의 마법사가 인류에게 한 명만 있는 것보다 두 명이 있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흐음, 그렇단 말이지. 대륙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그대의 옆과 아르테일 공작가겠군..."

인류로서는 참으로 희망적인 얘기겠지만 이웃에 위치한 나라인 아르칸 왕국의 국왕으로서는 참으로 그 위험성이 크게 보였다.

안그래도 절대강자의 수에서 아르테일 공작가가 대륙의 강국 중 하나라는 자신의 아르칸 왕국보다도 우위에 있었는데 두 명의 10 서클의 마법사가 생긴다면 주변국의 입장으로서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런 국왕으로서 당연히 가질 두려움을 알아본 카이라스가 말했다.

"그렇지만 인류가 위기에 처해있는 지금은 물론이고 그 후에도 아르테일 공작가는 절대로 원한 관계라도 잊지 않는한 타국을 공격할 생각은 없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로서 약속드립니다."
"흠, 그렇다면야..."

자신의 속마음을 읽혔지만 카르쟌 1세는 헛기침을 하는 등으로 무마하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불안감이 당연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강력한 힘은 인간에게 두려움이라는 것을 심어준다는 것을 알고 있는 카이라스는 그런 그의 태도를 역시나 당연하게 여겼다.

"그리고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은 이종족들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켜서 자신의 군세로 사용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정말인가?"

카르쟌 1세의 심각해진 얼굴에 카이라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일라의 허리를 살포시 끌어안았다.

노골적인 행동이었지만 카르쟌 1세는 얘기의 주제가 주제이고 상대가 아르테일 공작가의 차기 주인인데다가 10 서클의 마법사인만큼(물론 반은 사기지만) 그의 행동을 문제 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의 팔이 가냘픈 허리에 둘러진 은빛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겨울의 여신과도 같은 차가움으로 무장한 고고한 은발의 절세미녀, 카일라의 미모는 티세라 왕비를 제외하고는 본 적도 없는 충격적인 수준의 미모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 외에도 카이라스의 또 옆에 있는 금발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고귀함이 물씬 풍기는 외모의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디아나라고 하는 미녀 역시 카일라와 티세라의 미모에 못지 않았다.

"제 아내인 카일라 누나가 저와 결혼하기 4 년전, 한 뱀파이어에게 납치를 당했던 적이 있습니다."

카이라스의 말에 카일라의 입술이 살짝 깨물어졌다. 그 때의 기억은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 위험한 순간이면서도 치욕적이었다. 만약 카이라스가 그녀를 구하러 와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도 지금쯤 보링논의 노리개 되어서 세뇌를 당한채로 그에게 온갖 수치를 당했을 것이었다.

"뱀파이어?"
"예, 그리고 저는 카일라 누나를 구하기 위해서 그 뱀파이어가 있는 곳을 추격해 갔고, 그곳에서 카일라 누나를 구출하면서 놀라운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말한 카이라스는 은근슬쩍 자신의 말에 카르쟌 1세가 깊이 빠져든 것을 보고 떡밥을 물었다 생각하고 고개를 살짝 움직이며 말을 이었다.

"그 정보는 바로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이 이종족들을 규합해서 인간들을 멸망시키기 위한 작업 중 하나로 뱀파이어 퀸을 세뇌하기 위해 그 뱀파이어를 시켜서 약을 꾸준히 복용시키고 있단 것이었습니다."
"뱀파이어 퀸을 세뇌해서? 설마 그것으로 모든 뱀파이어들을 자신의 수중에 넣으려고 했던건가?"
"네, 그렇지만 그것은 제가 알아냈고 뱀파이어 퀸 역시 약의 복용을 중단하고 체내의 약들을 모두 치료한 덕에 이제는 괜찮습니다. 그 증거로 여기에 제 두번째 아내로서 있으니까요."
"두 번째 아내? 설마...저 아가씨가...?"

카르쟌 1세는 카이라스의 그 말에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문으로만 떠돌던 금발적안의 여신과도 같은 미녀의 정체가 뱀파이어 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급히 일어나서 살짝 허리를 숙이며 사죄했다.

"뱀파이어 퀸을 몰라보고 예의를 갖추지 못한 점 아르칸 왕국의 국왕으로서 사죄하겠습니다."

뱀파이어 퀸이면 모든 뱀파이어들의 여왕으로, 인간들의 왕국의 왕과 동등한 지위로 대륙에서 취급하고 있었다. 그녀가 비록 자신을 소개하지 않았기에 범한 실례였지만 이럴 때는 그저 자신의 실례를 사과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네, 그 사과를 받아들이겠어요."

그렇지만 뱀파이어 퀸, 디아나 블라디미르라고 하는 미녀가 보인 행동은 그의 예상 밖이었다. 당연하게도 마주 사과를 하며 "아뇨, 저도 미리 알려드리지 못한 실례가 있었는걸요."라고 대답할 줄 알았던 그는 오히려 당당하게 사과를 받아들이는 그녀의 행동에 일순 멍한 기분이었지만 정치판에서 50 대인 지금까지 살아온 국왕 답게 금새 냉정과 침착함을 되찾았다.

'역시나 저럴 줄 알았어.'

카이라스는 디아나가 본래 성격대로 나오자 속으로만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만 이내 디아나도 자기 실수를 안듯 이내 배시시 귀엽게 미소를 지었지만 카이라스의 눈에는 억지로 사태를 무마하려는 것이 훤히 보여졌다.

그렇지만 의외로 카르쟌 1세에게는 쉽게 먹혔는데 아무래도 디아나의 미모가 너무나도 아름답다보니 보정을 상당히 먹고 들어간 것이었다.

"뱀파이어 퀸으로서, 말하건데 제 남편인 카이라스의 말은 전부 진실이에요. 그리고 저는 제 조카인 셀리나와 함께 카이라스와 함께 저택에서 4 년을 지내다가 카이라스가 성인이 될 때 결혼했어요. 물론 성대한 결혼식은 아직 하지 못했지만요."
"그렇습니까? 훌륭하신 남편을 두셨군요."
"네,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과연 고...아니 제 남편 답게 잘났다니까요."

습관대로 자화자찬을 할 뻔한 디아나는 급히 얼버무렸다. 루스칼리스와 엘리나의 앞에서야 그와 그녀가 카이라스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저절로 공손한 태도가 쉽게 나와 내숭도 부릴 수 있었지만 이 중년 국왕 아저씨의 앞에선 도저히 내숭을 제대로 부리기가 힘들었다. 했다간 토할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물론 뱀파이어인 그녀가 정액 같은거라도 단번에 잔뜩 삼키지 않는한 토하는 것이 가능할리도 없지만 그냥 비유가 그렇단 것이었다.

"흠흠, 그런데 카이라스 공자. 자네에게 묻고 싶은게 있는데...늑대인간들은 어떻게 나올 것 같나? 그들의 대칸을 자네가 죽였다면서?"
"네, 죽였죠. 그렇지만 늑대인간들은 저에게 원한을 품지는 않을 겁니다. 그들의 대칸인 카루스는 저보다 약했기에 저에게 죽은 것이니까요."

늑대인간들은 1 : 1의 정당한 싸움에서 패배해 죽을 경우는 절대 1 : 1로 싸워서 승리한 자에게 다른 늑대인간들이 원한이라는 감정을 품지 않을 정도로 강자들을 숭상한다는 것은 이미 대륙에 유명하게 퍼져있는 것이었기에 카르쟌 1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그들은 아르칸 왕국의 왕성 내부...까지 부끄럽지만 침투했었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속아서 내 목숨은 물론이고 내 왕비까지도 맡겼었어. 그리고 왕비가 늑대인간에게 정절을 더럽혀졌지."

생각만 해도 괴로운지 카르쟌 1세가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의 아름다운 왕비의 핑크빛의 항문에 거대한 늑대인간이(물론 인간의 모습이었지만 카르쟌 1세의 상상에선 3m가 넘는 거대한 늑대인간에게 수간을 당하는 이미지가 연상되고 있었다.) 자신의 무지막지한 흉물을 박고 왕비가 고통에 울부짖는 망상(?)이 떠오르자 특히나 더욱 괴로웠다.

"그들이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되네만..."

카르쟌 1세는 그렇지만 국왕으로서 왕국에 해가 될 것이냐에 대해 카이라스에게 물었고 그는 심정적으로 카이라스가 아르칸 왕국을 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해줬으면 했지만 카이라스의 말은 그의 기대를 무산시켰다.

"움직임을 보일 겁니다. 대륙에는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사실인지라 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늑대인간들은 자신이 직접 한 명의 짝을 정하면 반드시 그 짝이 될 이성을 손에 넣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늑대인간들의 대칸인 카루스가 자신의 짝으로 정한 것이 바로 티세라 왕비님이었죠. 그리고 늑대인간들도 대부분 그 사실을 알고 있던 것을 생각하면, 카루스가 죽은 지금 그들은 새로운 대칸을 뽑게 되겠지만 당분간 늑대인간들의 쟁탈전은 심해질 것이고 당연히 표적은...티세라 왕비님이 되겠죠."
"티세라가?! 대체 어째서인가? 설마..."
"그렇습니다. 전대 대칸인 카루스가 짝으로 정한 여성. 그 여성을 손에 넣는 바보 같은 상징성을 위해서 수많은 늑대인간들이 움직일 겁니다. 특히나 아르칸 왕국 제일미녀라 불리는 티세라 왕비님이 대상이라면 단순히 상징성 이상으로도 값어치가 있을테니까요."
"그럼...모든 늑대인간들이 티세라를 노릴 거란 말인가?"

너무도 충격적이었지만 카르쟌 1세가 떨리는 안색으로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더 이상 국왕으로서의 위엄이나 뭐도 없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진실들에 아무리 그라 해도 정말 감당하고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늑대인간들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럴겁니다. 제 말이 거짓이었으면 하시겠지만...제 말은 제 마나를 걸고 맹세코 모두 진실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카이라스의 진실 선언에 카르쟌 1세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허허, 설마 늑대인간들에게 노려지다니...경국지색의 미녀가 꼭 좋은 건만은 아니었군..."
"지킬 힘이 없으면 그렇죠. 카일라 누나도 그 사실을 알았기에 스스로를 지킬 힘을 얻기 위해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었으니까요."
"라스 말이 맞습니다."

카일라도 카이라스의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자 카르쟌 1세가 씁쓸하게 웃는 표정으로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허면 지금은 자네의 옆은 안전한가?"
"네, 제 옆은 안전합니다."

카이라스의 자신 있는 말에 카르쟌 1세는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르칸 왕국의 왕성에 거주한 절대강자의 수는 4 명을 넘기기 힘들었다. 나머지는 다 국경에 배치되어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자네가 티세라를 보호해줄 수 없겠는가?"
"...무리한 부탁인걸 아시지 않습니까? 전 왕궁에서 머물 수 없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그가 무리한 부탁을 해오자 카이라스가 거부의 의사를 밝혔다. 레이나라면 데리고 다니면서 가르치는 것을 조건으로 보호해줄 의사가 충분히 있었지만 티세라 왕비라면 이곳 왕성 안의 왕궁에서 지낼텐데 자신은 왕궁에서 지낼 처지가 아니었다. 당장 근처에 있는 유적도 발굴해야했고 할 일이 많았다.

그렇지만 카르쟌 1세가 한 말은 그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아니, 왕궁에서 머물러달라는 것이 아닐세. 자네가 티세라를...데려가줬으면 하네."
"......"

카이라스는 자신의 귀를 요 몇년 사이 처음으로 의심해보며 손등을 살짝 꼬집어본 후 자신의 옆의 카일라와 디아나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카일라의 표정이 미묘하게 살짝 흔들린 것을 보고 그녀가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파악한 카이라스는 카일라와는 달리 너무나도 읽기 쉽도록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디아나를 본 후 자신의 귀가 멀쩡함을 확신하였지만 카르쟌 1세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물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티세라를 데려가달라고 했네. 아, 기왕이면 레이나도 같이 데려가줄 수 있겠나? 아무리 그래도 애를 엄마에게서 떨어뜨리는 것은 못할 짓이니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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