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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화 〉[티세라와 레이나] 2 (123/380)



〈 123화 〉[티세라와 레이나] 2

물론 저렇게 발표를 해도 수근거리는 사람들은 많이 있겠지만 적어도 대놓고 수근거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특히나 마법사들은 오히려 티세라 왕비를 부러워할 것이었고 오히려 쉽게 납득을 할 것이었다.

지식이라는 것에 목마름을 느끼고 있으며 그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하는 마법사들로서는 티세라가 왕비의 자리를 버리고 이혼까지 해가며 아르테일 공작가에게서 마법을 배우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많이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아무리 뒷말이 많더라도 늑대인간들이 두렵다는 진실에 비할 것은 아니니...'

카이라스는 그 쪽에 더 이상 신경 쓰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것은 카르쟌 1세가 할 일이지 자신이 해야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아는 카르쟌 1세는 어수룩한 국왕이 아니었으니 아르칸 왕국의 일은 그가 알아서 하면 되는 일이었다.

'나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계속 움직이면 되는거지.'

앞으로 몇 년. 몇 년이 지난 후의 그라면 시공회귀 이전의 10 서클 마스터였던 그조차도 상대가 되지 않을만큼 강력해질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사이 카이라스는 카르쟌 국왕 1세와 레이나가 있는 그녀의 수련실까지 오게 되었다.

"스승님은 왕궁 내부의 길을 정말 잘 알고 계시네요?"

티세라는 분명 오늘 아르칸 왕국의 왕성에 처음 오는 것일텐데 왕궁 내부의 지리를 너무나 잘 알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걷는 카이라스를 보고 신기한듯 묻자 카이라스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채로 대답했다.

"카루스에게서 정보를 뽑아내기 위해 기억을 뽑아내 읽어본 덕분이지. 녀석은 왕궁 내부의 지리까지 다 알더군."
"......"

카루스의 이름을 듣자 그 트라우마로 남을 기억이 떠오른 것인지 티세라 왕비의 안색이 약간 창백해졌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않은채로 천천히 문을 손등으로 살짝 두드렸다.

"안에 계십니까? 카이라스입니다."

그러자 문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당연하게도 아르칸 왕국의 국왕, 카르쟌 1세의 목소리였다.

"아, 카이라스 공자. 마침 잘 왔네. 어서 들어오게."
"네."

끼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카이라스는 심장이 두근- 거리며 박동하는 것을 느꼈다.

그의 두 눈에 그녀가 보였다.

레이나 폰 아르칸.

비록 12 살 밖에 되어보이지 않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강인해보이면서도 맑은 눈빛을 지닌 푸른 눈동자에 밝은 에메랄드빛을 지닌 녹빛의 머리카락은 틀림없는 그녀였다.

아직은 나이가 나이인지라 아름답다기 보다는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다라는 느낌이 더 강했지만, 미래의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카이라스는 아직 어린 그녀의 외모에서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침착과 냉정함을 되찾고는 먼저 카르쟌 1세에게 인사를 올렸고 그가 카르쟌 1세에게 인사를 끝내자마자 바로 레이나가 그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레이나 폰 아르칸이라고 합니다. 대마법사로 이름 높으신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 카이라스 공자님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비록 검술에 빠져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왕녀로서 교육을 아주 잘 받은 레이나는 카이라스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태도를 보였고, 카이라스는 그녀의 인사에 살포시 미소를 지으면서 마주 인사를 했다.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이라고 합니다. 과연 티세라 왕비님을 닮아서인지 왕녀님의 미모도 아직 어리신데 대단하십니다."

카이라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육체를 살펴보았다. 세상에 알려진대로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올라있는 그녀의 마나를 볼 때 시공회귀 이전 그녀가 쓰던 검법과 마나연공법은 이미 익히고 있었다.

차남이었기에 장남만이 익힐 수 있는 가문의 진정한 절기를 익히지 못했었던 지그문트와는 달리 그녀는 아르칸 왕국의 왕녀로서 검법과 마나연공법을 배우길 원한다면 당연히 국왕인 카르쟌 1세는 자신이 국왕으로서 구할 수 있는 검법과 마나연공법 중 제일 좋은 것을 골라서 그녀에게 건네줬었기 때문이었다.

'검법과 마나연공법은 이미 좋은 걸 익히고 있으니 계획대로 그냥 본인의 실력을 더욱 쌓게 대련도 많이 해주고 실전도 많이 겪게 해주며 틈틈히 부족한 점들을 지적해주면 되겠군.'

정말인지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르고 나니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것들을 파악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었다.

"검술은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익히신 검술과 마나연공법이 상당히 괜찮군요.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반드시 오르실 수 있겠습니다."
"정말인가요?"

레이나는 카이라스의 말에 눈에 띄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카르쟌 1세는 살짝 의외인듯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검술의 수준들을 알아보다니? 10 서클의 마법사면 검술도 그렇게 해박해지는건가?"
"아, 그건 아닙니다. 제가 검술도 그랜드 소드 마스터입니다. 그래서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

카르쟌 1세는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다고 여겼거늘,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10 서클의 마법사가 15 살의 소년인 것도 놀라운데 거기다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고?

상식적으로 도저히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카르쟌 1세에게 말로 설명하기 보다 눈으로 보여주는게 편하다 생각한 카이라스는 아공간에서 검을 꺼내 먼저 오러 블레이드를 불어넣은 후 이어서 오러 서클까지 생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러 서클..."

비록 여자로 태어났을지 언정 천성이 검사 중의 검사인 레이나는 12 살의 소녀 답지 않게 카이라스의 오러 서클을 보며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검에 사랑이라도 빠진듯한 표정이었다.

"크흠! 정말 놀랍군...그럼 자네가 레이나를 가르치는건가?"
"카일라 누나랑 병행해서 가르칠 생각입니다. 티세라는 제가 스승을 하기로 하고 이미 스승과 제자의 예까지 갖춰고요."
"...둘을 잘 부탁하네."
"네."

티세라가 이미 카이라스와 제자의 예를 갖췄다는 말을 하자 카르쟌 1세는 안도하며 다시 한번 둘을 카이라스에게 부탁하였다.

"그런데 자네의 여인들은 다 어디에 두고 혼자 왔나?"
"구경을 끝낸 셀리나와 유리아나와 함께 잠시 알현실에서 대기를 하고 있을 겁니다. 둘은 아무래도 이런 얘기를 오래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더군요."

카일라의 경우 항상 냉기가 줄줄 풍기는 차가운 표정이고 말 역시 무미건조하며, 디아나의 경우는 눈에 띄기를 은근히 좋아하는 철부지인지라 어떤 사고를 칠지 불안했다. 그리고 셀리나의 경우는 너무 착해서 정치적인 싸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9 살 밖에 안된 유리아나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카르쟌 1세와 정치적인 일로 대화를 할 사람은 오직 카이라스, 본인 뿐이었다.

"레이나는 내 딸아이지만 정말 총명한 아이라서 내 설명을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여줬네. 티세라가 왜 왕국을 떠나야하는지도 이해를 해줬어...그러니 부디 잘 가르쳐주길 바라네."

카르쟌 1세는 딸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인지 다시금 카이라스에게 그녀를 재차 부탁했다.

"네, 하지만 레이나를 제자로 생각하긴 하겠지만 그녀에게 제자의 예를 받지는 않겠습니다. 저만이 그녀를 가르치는게 아니라 카일라 누나도 함께 가르칠테니까요."
"그럼 카이라스 공자님을 전 뭐라고 부르면 되나요?"

레이나가 카이라스에게 살짝 질문을 하자, 카이라스는 이미 생각해둔 호칭이 있었기에 그녀가 자신을 부를 때의 호칭을 알려주었다.

"선생님. 그냥 선생님이라고 불러. 나는 편하게 레이나라고 부를테니까."
"네! 잘 부탁드려요, 선생님."
"그럼...국왕 전하. 가능하면 빨리 출발했으면 합니다. 티세라에게 티세라의 아버지인 제이하 백작을 제가 고쳐주기로 했거든요."
"제이하 백작을?"

카르쟌 1세는 제이하 백작을 카이라스가 치료해주기로 했다는 말에 무엇인가가 머리 속을 전기가 흐르듯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

"혹시 설마...제이하 백작의 일도 늑대인간과 관련되어있나?"
"네, 아까전에 말씀 드릴 기회가 없었지만, 제이하 백작은 티세라를 유인하기 위해 카루스가 꾸민 짓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재생력조차 억제하는 특수한 약을 제이하 백작에게 먹여 그가 스스로 마법으로 치유를 하지도 못하고, 신관들을 통한 신성력에 의한 치료도 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겁니다."
"허허, 그야말로 완전히 당했었구만..."

늑대인간에게 자국의 귀족이 습격을 당해 중상을 입고 왕비까지 빼앗길 뻔 했다는 현실에 카르쟌 1세는 헛웃음 밖에 지을 수 없었다. 정말 국왕으로서 한심하다는 생각에 자기혐오까지 느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얘기를 듣는 레이나의 눈에 살짝 분노가 감돌았다.

"선생님, 그렇다면 늑대인간이 제 외조부님을 공격하고 어머님을...더럽혔단 말씀이신가요?"
"그래, 복수하고 싶냐?"
"네, 너무 화가 나요. 반드시 강해져서 그들에게 벌을 주고 싶어요. 거기다가 그들 때문에 어머니가 왕국을 떠날 수 밖에 없잖아요."

시공회귀 이전의 레이나는 분노를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았고 내부에 항상 쌓아두고는 했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의 눈 앞에의 어린 레이나는 시공회귀 이전의 그녀와는 달리 분노를 바로바로 즉석에서 표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 내가 반드시 강하게 해줄테니 지금의 목적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 알겠지?"
"네, 선생님!"
"레이나..."

티세라는 레이나의 다짐에 어머니로서 살짝 감격해하면서도 동시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한 나라의 왕녀인 그녀가 이렇게 복수심을 마음에 품고 사는 것이 순수한 어린아이와 같이 자라온 그녀에게는 너무나 낯설었던 것이었다.

"흠, 그럼 카이라스 공자. 자네는 잠시 나를 따라와주게. 왕궁의 비고로 안내하여 드래곤 하트를 건네줄테니."
"네."

그렇게 티세라와 레이나를 제자들(?)로 맞이한 카이라스는 우선 드래곤 하트를 받기 위해 카르쟌 1세를 따라서 왕궁의 비고로 향하였다.

*              *             *

아르테일 공작가의 본가.

아르테일 공작가의 당대의 가주이며 카이라스의 아버지인 루스칼리스는 아름다운 아내인 엘리나와 함께 두 명의 남녀를 맞이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40을 넘어보이는 외양을 한 남녀였다.

"여전히 정정하시군요. 아버지, 어머니."
"흥, 네 녀석보다 오래 살테니 걱정하지마라."
"여보! 오랜만에 만나서 꼭 그래야겠어요?"
"크흠! 미, 미안하오. 부인."

루스칼리스에게 삐딱한 태도로 대하는 남자의 말에 옆에 있는 여자가 화를 내자 남자는 바로 식은땀을 흘리면서 사과를 했다.

"아버님, 어머님.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반면 엘리나는 맑게 웃으며 사근사근한 며느리 다운 태도로 그들을 향해 살짝 인사를 했고, 남녀 모두에게 통하는 아름다운 그녀가 하는 인사에 두 남녀의 얼굴이 풀어졌다.

"흠, 며늘아가. 넌 어찌 된게 갈수록 예뻐지는구나. 쯧쯧, 루스 저 녀석은 마누라 하나는 정말 잘 골라왔단 말이야."
"그러게 말이에요."

이번에는 남자의 말에 여자도 동의를 표했다. 그들의 아들인 루스칼리스는 정말 그들이 생각해도 며느리는 훌륭한 며느리로 잘 골랐기 때문이었다. 색마인 그가 어떻게 이런 훌륭한 아내를 얻을 수 있는지는 그의 부모로서도 참으로 미스테리한 일인 것이었다.

"자,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오늘 아주 중요한 정보를 얻어서 본의 아니게 두 분을 바로 부른 겁니다."
"중요한 정보?"
"예, 그렇습니다.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렇게 이렇게 카이라스와는 별개로 아르테일 공작가에서 그의 가족들 역시 알아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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