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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6화 〉[제이하 백작가] 2 (126/380)



〈 126화 〉[제이하 백작가] 2

그녀가 카르쟌 1세와 이혼하면서까지 9 서클의 대마법사인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 카이라스를 끌어들여서 제이하 백작을 치료하려고 한다고 생각(착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혼의 발표가 있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그들의 기대대로 티세라는 카이라스와 그의 아내들과 유리아나, 그리고 티세라 본인의 딸인 레이나와 함께 제이하 백작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오십시오. 카이라스 공자님, 그리고 카이라스 공자님의 부인 분들과 유리아나 공녀님. 그리고 어서오거라, 티세라...그리고 어서오십시오 레이나 왕녀님."

인사를 할 사람들이 많다보니 텔레포트 마법진을 통해서 이곳에 도착해 모습을 드러낸 그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한 제이하 백작가의 소가주이며 금발에 푸른 눈동자의 무척이나 잘생긴 외모를 가진 후계자인 토마스 폰 제이하의 모습은 상당히 힘들어보였다. 그의 외모는 티세라의 오빠인 만큼 상당한 미남이었지만 눈가에 나있는 시커먼 다크 서클들이 약간 음침한 느낌이 들게 하고 있었다.

"오빠, 힘들어보여."

그리고 더 이상 왕비가 아니게 된 티세라는 어릴적에 하듯 편안하게 자신의 오빠를 염려하는 목소리로 불렀고, 어릴적을 생각나게 하는 그녀의 말투를 들은 토마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는 더 이상 왕비가 아니었기에 그 역시 어릴적에 하듯이 편안하게 말했다.

"얘기는 들었다. 할 말은 많겠지만 일단 손님을 안으로 모시자구나."
"응."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레이나가 살짝 앞으로 나서면서 인사를 했다. 아무래도 분위기 때문에 인사가 약간 늦기는 했지만 제이하 백작가의 상황은 그것을 신경쓸만한 상황이 어차피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외숙, 오랜만이에요."
"네, 오랜만입니다. 레이나 왕녀님..."

비록 티세라는 더 이상 왕비가 아니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의 외조카인 레이나는 여전히 왕녀의 신분이었기에 토마스는 레이나에게는 티세라를 대할 때와는 달리 존댓말을 써야했다. 그리고 그 때 카이라스가 살짝 앞으로 나서면서 물었다.

"손님으로 오기는 했지만, 대접 같은 것을 바라는 건 아닙니다. 제이하 백작이 있으신 곳으로 안내해주십시오."

존댓말을 하기는 하지만 완벽하게 존어를 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존댓말이었지만 토마스는 그것 역시 문제 삼지 않았다. 지금 그들에게 있어서 9 서클의 마법사라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 카이라스야말로 유일하게 제이하 백작을 치료할 희망이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바로 자신의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가겠다고 안내를 해달라고 하는 카이라스의 말이 반갑기 그지 없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에 티세라의 스승님이 되시었다죠? 부족한 여동생이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다른 귀족가였다면 여동생이 왕비의 자리에서 내려온 것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이 정상적이겠지만 제이하 백작가는 마법사들의 가문이었기에 권력욕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티세라가 왕비에서 내려온 것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고, 오히려 따지자면 대륙 최고의 마법사 가문인 아르테일 공작가와 연줄이 맺어지는 것이 마법사 가문인 제이하 백작가로서는 더욱 좋았다.

그렇기에 카이라스가 고개를 숙인 토마스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 카이라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제자가 되었으니 책임 지고 돌보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버지가 계신 곳에는 제가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자신의 아내들과 유리아나, 레이나에게 말했다.

"티세라만 따라오고 다들 잠시 기다려줘. 치료를 좀 집중해서 해야하니까."
"알았어, 다녀와."
"그래, 카일라 누나가 다들 좀 잘 부탁해. 그리고 디아나, 셀리나. 둘도 믿을께."
"응, 맡겨둬."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세요."

자신의 아내들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준 카이라스는 유리아나와 레이나에게도 얌전히 있으라고 말을 해준 후 티세라와 함께 토마스를 따라서 제이하 백작가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그녀들이 시녀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쉴 곳으로 향하는 것을 감지하면서 토마스의 뒤를 따라서 티세라와 나란히 걸었고 그는 가볍게 저택의 내부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카이라스의 눈에 가장 들어온 것은 당연히 저택 곳곳에 새겨져있는 마법진들이었다.

'여기는 딱히 보강은 안해줘도 되겠지.'

리에스 남작가와는 달리 이곳은 딱히 보강을 해주지 않아도 문제 될 것은 없어보였다. 그리고 애초 보강을 해줄 정도로 깊은 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시공회귀 이전에 레이나의 경우 제이하 백작가 쪽에 그다지 깊은 감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왕족으로서 외척을 멀리한다라는 기본을 지키는 것인지, 아니면 어머니 티세라에 대한 원망이었는지는 카이라스로서는 잘 알 수가 없었고 심지어 레이나 본인조차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나마 그녀를 잘 파악한 카이라스가 느낄 때는 아마도 후자에 가까웠던 것 같았었다.

'지금은 다 의미없지만.'

지금의 레이나는 티세라를 원망하지 않고 있었고, 그 티세라는 지금 자신의 옆에서 걷고 있었다.

그렇기에 카이라스는 제이하 백작가에서 힘들게 마법진들의 보강해줄 생각은 없었지만 그 대신 제이하 백작을 치료해주고 난 후 그에게 살짝 8 서클로 향하는 실마리를 던져줄 생각이었다.

저벅저벅-

그렇게 걷는 사이 어느새 그들은 제이하 백작이 누워있는 그의 방에 도착을 했고, 문 앞에는 제이하 백작가의 소속인 두 명의 기사들이 경비의 역을 하는 겸 해서 서있었다.

"수고들 하네. 한센 경, 그리고 러셀 경."
""아닙니다, 도련님.""

기사들에게 수고 했다고 한번씩 어깨에 손을 얹어준 토마스가 카이라스에게 말했다.

"이곳이 아버지가 누워 계신 방입니다."

제이하 백작이 누워있는 방으로 드디어 도착하자 토마스의 안색이 어두워짐과 동시에 티세라의 얼굴 역시 어두워졌다. 참으로 아버지를 생각해주는 효자와 효녀였다.

끼이익-

그리고 토마스가 문을 열자마자 큰 중상을 입어서 피로 빨갛게 물들어있는 붕대를 감싸고 있는채로 침대 위에 힘겹게 누워있는 제이하 백작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를 정성스럽게 간호하는 중년에 접어든 시녀가 토마스와 티세라를 보자마자 급히 허리를 숙였다.

"도련님...그리고 아가씨. 주인님의 상태가 많이 안좋아지셨습니다...흑흑..."

제이하 백작가에 상당히 충성심이 깊은 시녀인듯 제이하 백작의 상태를 말하면서 진심으로 슬퍼하는 기색을 보였다.

"아, 아버지..."

티세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심각해보이는 제이하 백작의 모습에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휘청거리는 것을 빠르게 카이라스가 옆에서 부축했다.

"스, 스승님?"
"진정해, 티세라. 내가 고칠 수 있으니까."
"네, 네..."

카이라스의 말에 희망을 품게 되었는지 티세라의 얼굴에는 살짝 편안함이 깃들였고, 이내 카이라스과 접촉을 하고 있다는 것에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이제 이혼녀가 되어 남편이 없는 여인이 된 그녀였고 카이라스의 제자가 된 그녀였지만 아직 카이라스와 신체 접촉을 하는 것은 저절로 얼굴이 붉어지며 심장이 뛰며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카이라스에 의해 희망을 품은 티세라는 다시 다리에 힘을 주고 카이라스가 치료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살포시 조용히 뒤로 물러났고, 토마스 역시 살짝 뒤로 물러났다.

"도로시, 잠시만 비켜. 이 분이 아버지를 치료하실테니까."
"이 분이요?"

도로시라는 시녀는 카이라스를 보며 의아해했지만 이내 누군가를 떠올리고 금새 굳은 표정으로 급히 뒤로 물러났다.

흑발에 흑안, 그리고 15 살 정도의 앳된 잘생긴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는 진짜로 15 살인 소년임과 동시에 9 서클에 이른 천재 대마법사에 대륙 최강의 가문인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이 틀림 없었기 때문이었다.

'흐음...약물이 상당히 깊이 퍼졌지만...복용한지는 이미 사흘이 지나있군.'

카이라스가 볼 때 제이하 백작이 '달의 고통'을 복용한지는 이미 사흘이 지나있는 상태였고, 그가 오늘이 지났으면 정말 죽어버렸을수도 있음도 알아보았다.

'뭐, 시체가 멀쩡하면 9 서클의 마법이면 되살려낼 수도 있지.'

시체만 멀쩡하다면 죽은 자를 부활시켜주는 9 서클의 마법, 러스터 리저렉션.

본래는 성녀나 교황 정도만이 쓸 수 있는 죽은 자를 되살리는 신성계열의 마법이었지만, 아르테일 공작가에서는 꾸준히 그것을 연구하여 9 서클의 마법사도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했고 루스칼리스가 80% 정도를 완성했던 것을 시공회귀 이전, 카이라스는 100%까지 완성시켜서 완벽한 러스터 리저렉션의 9 서클 마법 버젼을 만드는데 성공했었다.

'그렇지만 그것을 쓸 필요는 없겠고...일단 약물부터 억눌러야겠지.'

달의 고통은 본래 늑대인간이 지닌 그 무시무시한 재생력을 완전히 억누르며 고문을 해주기 위해 개발된 약물인만큼 인간이 복용시는 단순히 회복이 안되는 수준이 아닌 마법이나 신성력으로도 치료를 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고 대신관 급이나 대마법사의 신성력과 마법은 아예 약물을 압도하는 회복의 힘으로 대상자를 치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라면 약물들 때문에 회복되는 양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었지만, 카이라스는 이미 해결책이 있었다.

'아니, 해결책이라고 하기도 뭐하지. 우선은 일단 당장 버틸 수 있게 해줘야겠군.'

보아하니 피를 너무 흘렸으니 피보충부터 시켜주는게 급선무일듯 했다.

"일생의 모든 상처를 재생한다. 리버스 헐트!"

카이라스는 9 서클의 치료 마법, 리버스 헐트를 사용하여 제이하 백작을 치료하려했고 9 서클 쯤 되는 마법이면 역시 위력이 틀린지 살짝 제이하 백작의 안색이 편해지며 몸의 상처가 보다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러자 달의 고통이 막대한 치유력을 느낀 것인지 약물 주제에 반발하는 성질을 띄면서 치료를 방해하려고 들었고 아직 의식은 없지만 제이하 백작의 안색이 나아지자마자 카이라스는 또 다른 9 서클의 마법을 사용했다.

"흡수하여 에너지로 만든다. 오브젝트 드레인!"

카이라스가 쓴 9 서클의 마법은 오브젝트 드레인으로 원래는 상대의 마나를 빨아들여서 자신의 마나로 빨아버리는데 주로 쓰이는 사악한 마법이었다. 그렇지만 이 사악한 마법도 쓰는 사람과 응용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치료 마법으로 변할 수 있었고 카이라스는 그것을 증명했다.

사실 마나만이 아니라 어떤 물체든지 흡수하여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오브젝트 드레인의 마법의 특성상 달의 고통들 역시 모조리 에너지로 바꾸어서 흡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제이하 백작의 몸에 있던 달의 고통들이 대부분 에너지로 변해 카이라스의 체내로 빨려들어갔고, 카이라스는 자신의 체내로 들어가서 자신의 회복력을 저하시키는 기운으로 바뀌어있는 달의 고통을 그랜드 소드 마스터와 9 서클의 마법사로서의 마나 통제력을 통해서 아예 흔적도 없이 태워서 초반에 소멸시켜버렸다.

약물인채로 들어온다면 약간 성가시긴 하겠지만 에너지로 변화되어있는 달의 고통은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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