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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7화 〉[제이하 백작가] 3 (127/380)



〈 127화 〉[제이하 백작가] 3

그리고 제이하 백작의 몸에 있던 달의 고통들이 모두 에너지로 변해 카이라스의 체내로 빨려들어갔고, 카이라스는 자신의 체내로 들어가서 자신의 회복력을 저하시키는 기운으로 바뀌어있는 달의 고통을 그랜드 소드 마스터와 9 서클의 마법사로서의 마나 통제력을 통해서 아예 흔적도 없이 태워서 초반에 소멸시켜버렸다.

약물인채로 들어온다면 약간 성가시긴 하겠지만 에너지로 변화되어있는 달의 고통은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다.

"운디네."

그리고 카이라스는 건방진 약물을 처리하자마자 바로 물의 정령인 운디네를 불렀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제이하 백작을 치료하기 위함이었다.

"부르셨어요, 주~인~님~"

아직 상급 정령인 운디네는 이전과 다를 바 없는 푸른 원피스 차림의 푸른 머리카락의 16 살의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으로 카이라스의 부름에 응해 나타났고 나타나자마자 카이라스에게 달콤함마저 느껴지는 애교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안겨붙었다.

"운디네."
"후우~정말 너무하세요. 신혼 이후 부르는 것이 뜸해지시고, 요 이틀 간은 한 번도 안 불러주셨잖아요. 그리고 기껏해서 불러주셔도 알아서 놀아라라니...정말 너무..."
"운디네."

카이라스가 짧게 다시 그녀를 불렀고, 카이라스의 말투를 들은 운디네는 그제서야 뭔가 지금 중요한 상황임을 깨닫고 주변을 둘러본 후 급히 카이라스의 옆에서 떨어졌다.

"어, 어머나...시, 실례 했네...요."
"...덜렁거리는 버릇은 아직도 못 고쳤군."

카이라스의 말에 운디네가 살짝 혀를 내밀며 귀엽게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그래도 그게 제 개성이죠."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그리고 티세라, 앞으로 자주 볼테니 너무 신기하게 쳐다보지 않아도 돼."
"아, 네. 스승님."

제이하 백작이 많이 나아가는 모습을 봤기 때문인지 보다 안정된 마음 덕분에 물의 정령의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던 티세라는 카이라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운디네가 "어멋."하며 티세라에게 시선을 주었다.

"스승님이라고요? 주인님의 제자에요?"
"네, 부족하지만 스승님의 제자가 된 티세라라고 해요."

티세라가 새하얀 드레스 자락을 살짝 붙잡으며 허리를 숙이며 아름답고 인사를 했고, 운디네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카이라스에게 말했다.

"와아, 주인님. 주인님은 제자도 정말 예쁜 여자를 제자로 들였네요? 카일라 님이나 디아나 님과 비교해서도 안 떨어지게 예쁜데요?"
"저 소녀가 물의 상급 정령인겁니까?"

마법사들은 다들 어쩔 수가 없이 호기심이 많은지 어느새 토마스까지도 호기심을 담은 눈으로 운디네를 쳐다보고 있었다.

탐구열, 지독한 탐구열이 그의 두 눈에 가득했다. 운디네의 청초한 아름다운 여인의 미모도 상당히 들어왔지만 상급 정령은 그도 처음 보기 때문이었다.

아까전까지는 아버지인 제이하 백작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지만 제이하 백작의 모습은 누가 봐도 안정이 된 모습이었기에 그 역시도 마음이 놓여버리자 마법사의 본성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시녀인 도로시의 경우야 카이라스에게 감히 말을 섞기를 어려워하니 결국 티세라가 다시 카이라스를 향해서 물어보았다.

"저, 스승님. 이제 아버지의 상태는 어떤가요?"
"흠!"

티세라가 아직 걱정이 섞인 말로 아버지의 상태에 대해서 묻자 카이라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고, 안정을 취하면 좀 나아질테지만...혹시 몰라서 운디네를 소환한거야. 그러니까 운디네, 이리로 와."

그렇게 말한 카이라스는 마나를 움직여 운디네의 가녀린 몸을 강제로 끌어들였다.

"어멋! 주인님, 과격하신데요?"

그러면서 은근슬쩍 유혹하는듯한 미소를 날리는 운디네의 머리에 카이라스는 살짝 꿀밤을 놔주었다. 말 안듣는 아이에게는 매가 약이었으니까.

"아얏!"

카이라스가 주먹에 살짝 마나를 담았기 때문인지 꿀밤에 맞은 운디네는 아파했다.

비록 16 살 정도의 아름다운 인간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지만 그녀의 근본은 정령이었다.

정령인 이상 마나를 담지 않은 일반적인 물리적 공격은 그녀에게 아무런 타격을 줄 수 없었기에 이렇게 그녀에게 꿀밤을 먹이기 위해서도 마나가 필요한 것이었다.

"히잉~너무해요. 주인님. 이틀 동안 불러주지도 않으셨으면서..."
"알았으니까, 우선 이 아저씨부터 필요하는데 좀 도와. 달의 고통을 내가 뽑아내기는 했지만 아직 미량이지만 남아있을 수 있으니까 확인도 해보고."
"달의 고통이요?"

그 약물의 이름이 언급되자 운디네의 아름다운 얼굴이 살짝 찡그러졌다.

달의 고통.

물의 정령들이 가진 치유의 힘에 반발하는 저주받을 약물.

물의 정령이라면 누구나 모를 수 없는 그 약물은 어쨌거나 '물'에 속하는 주제에 물의 정령의 통제를 거부하는 저주받을 물약이었다.

물론 물의 정령의 힘이 강하다면 강제로 힘으로 제압하여 그 액체를 골라 뽑아낼 수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물의 정령들의 힘을 거부하며 반발하는 것이 달의 고통이 가진 특성이었다.

대자연의 근원에서 파생된 정령들 중 물의 정령들은 물에 관한 쪽으로는 권능이라 불러 마땅한 힘을 지니고들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런 물의 정령들에게 반발하는 액체를 만들어낸 늑대인간들이 참으로 대단했다.

대부분은 투쟁의 본능이나 본능적인 욕망들이 투철하지만 가끔 가다가 예외적으로 머리가 좋은 늑대인간들은 대학자들에 비교해서도 떨어지지 않는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달의 고통 역시 그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달의 고통에 깃든 물의 정령의 힘에 반발하는 것도, 마법과 신성력을 견디는 것도 사실은 전부 약 성분의 힘이라기보다는 그 물약 안에 담긴 늑대인간 족의 주술의 힘이었다. 물의 정령을 이용해서 쉽게 약효에서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특히나 7 서클의 마법사들은 7 서클의 마법인 '포스드 투 서몬 스피릿츠'으로 인해서 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하급의 원소정령을 정령계에서 강제로 소환하여 일시적으로 통제를 할 수 있었기에 그런 주술적인 조치가 필요했었다. 늑대인간들 중에서 가끔 나오는 높은 경지에 오른 마법사들을 고문할 때도 있었으니깐.

그렇지만 물의 정령들의 입장으로서는 달의 고통은 자신들의 통제를 거부하는 물약이며, 자신들이 가진 기본적인 힘인 '치유'에 대해서 반발하며 치유를 억제해버리는 힘이었으니 혐오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 약의 이름을 듣게 될 줄 몰랐네요."

운디네 역시 장난스러운 기색을 지우고는 불쾌함을 단단히 드러냈다.

"잠시만요."

그리고 그녀는 바로 진지하게 제이하 백작의 상태를 살피더니 그의 체내에 있는 미량의 달의 고통들을 발견하며 아름다운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남아있군요...아주 조금이지만...이 정도면 제 힘으로 끌어낼 수 있겠어요."
"그리고 달의 고통을 빼내면 피를 충분하게 하고 회복을 시켜야하는 것도 잊지마."
"네, 주인님."

그렇게 뒷치료는 일단 운디네에게 맡긴 카이라스는 살짝 뒤로 물러났다.

"저, 스승님...이제 저분에게 맡기면 치료가 끝나는 건가요?"
"아니, 내가 마지막에 한 번 더 9 서클의 마법을 써주려고. 달의 고통들이 수명이 짧긴 하지만 생물체처럼 생존본능이라도 있는지 상당히 끈질겨서 도망을 잘다니니 일일이 추격전을 벌이기는 힘드니 운디네를 소환해서 시킨거야. 추격전은 쟤가 더 잘할 테니까."
"저는 스승님이 정령사인 줄은 몰랐어요. 그것도 상급의 정령사이기도 하시다니..."

약간은 섭섭함이 느껴지는 티세라의 말에 카이라스가 키득 웃었다. 그보다 14 살이나 나이가 많은 미녀 제자는 시공회귀 이전의 레이나와는 외모는 닮았지만 하는 행동은 완전히 틀려서...무척이나 귀여워보이고 재미있었다.

"아직 제자가 된지 첫날이니 당연하지. 지내다가 보면 참 여러가지를 알게 될거야."
"네."

티세라의 본래의 성격은 순수함과 순진함, 그리고 활발함과 장난기가 가득한 편이었지만 오늘 겪은 충격적인 일로 인해 트라우마로 인해 카이라스에게 의지를 하는 버릇이 생겨있었다. 또 순진한 그녀에게는 인류의 미래의 멸망을 막으려는 카이라스의 모습이 옛날 동화 속에서나 나올 용사와 다름 없게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보니 그의 제자로서 스승에 대해 보다 많이 알고 싶다는 욕심도 살짝 들기도 했지만 그녀는 얌전히 카이라스의 말을 따랐다.

'흐음?'

그리고 티세라의 모습을 본 토마스는 티세라의 표정이 살짝 붉어진 것과 카이라스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무엇인가를 짐작한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제이하 백작을 바라보았다.

"후우~끝났다!"

제이하 백작의 체내에서 곳곳에 숨어있는 나머지 달의 고통들을 모조리 끌어낸 후 부족한 피를 자신의 물의 정령으로서의 힘으로 보충해준 후 상처도 제법 많이 치료한 운디네는 물의 정령이면서 마치 인간 소녀처럼 기지개를 펴며 활발하게 소리친 후 카이라스에게 달려가 그에게 안기면서 말했다.

"주인님, 다 끝냈어요. 헤헤, 잘했죠?"

칭찬을 원하는 강아지의 눈빛이 이러할까? 그렇지만 아름다운 인간 여인의 모습으로 눈을 빛내는 운디네의 칭찬을 바라는 간절한 모습에 결국 카이라스는 그녀가 원하는대로 칭찬을 해줬다.

"수고했어 운디네."

그리고 카이라스는 운디네를 살짝 떼어내고는 제이하 백작에게 다가가 마무리를 위해 9 서클의 마법을 준비했다. 기적이나 다름 없을 강력한 효력을 지녔다는 9 서클의 마법을 방해할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것을 치료할 궁극의 치료, 앱솔루트 힐링!"

힐링 계열의 마법 중 아르테일 공작가가 만들어낸 최강의 힐링 마법이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인 카이라스의 손에서 발휘되었고, 달의 고통이 없는 지금 제이하 백작의 전신은 흉터 하나도 안 남긴채로 완벽하게 치료되었다.

"으으..."

그리고 상처가 모두 치료가 된 것과 더불어서 제이하 백작이 의식을 차리기 시작했다.

"치료는 모두 끝났습니다."

토마스를 향해 카이라스가 말하자, 토마스는 바로 그에게 허리를 숙였다.

"가, 감사합니다. 아버지를 치료해주신 은혜 정말 감사드립니다."
"스승님, 정말...정말 감사드려요...흐윽..."

토마스와 티세라 남매는 동시에 카이라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고 티세라의 경우는 아예 눈물까지 흘렸다.

자신을 구해준 것, 자신을 제자로 받아들여준 것, 자신의 아버지를 치료해준 것.

하루에 받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은혜를 받게 된 티세라는 카이라스에게 품었던 호감이 더욱 깊어졌고 기뻐서, 고마워서 우는 그녀의 모습을 흐뭇하게 보던 카이라스는 살짝 티세라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만 뚝. 티세라, 네 아버지가 깨어나실텐데 아버지에게 우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야?"
"아, 아니에요. 스승님...훌쩍..."

카이라스는 티세라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며 그녀를 달래주고 티세라 역시 카이라스의 품에서 점차 안정이 되었다.

'향기도 레이나랑 다르군.'

티세라의 아름다운 육체에서 풍겨지는 체취는 그의 여인들이 그러하듯이 무척이나 자극적이었다. 살짝 붉어진 새하얀 얼굴도, 긴 황금빛 머리카락도, 촉촉하게 젖은 푸른 눈동자도, 체리와 같은 입술들도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이었지만 카이라스는 그저 부드럽게 그녀를 달래준 후 그녀를 품에서 놔주면서 말했다.

"나는 이제 카일라 누나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있을께. 가족 간의 해후가 끝나면 찾아와."
"네, 스승님."

그리고 카이라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운디네가 바로 뒤를 따라갔고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티세라를 향해서 도로시가 다가와 말했다.

"아가씨의 스승님은...정말 다재다능하신 분이시군요."
"응, 정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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