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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화 〉[크세스 사막의 유적에 위치한 던전] 2 (131/380)



〈 131화 〉[크세스 사막의 유적에 위치한 던전] 2

어우우우우~

그리고 사방에서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때마침 들려왔고, 늑대인간에게 안좋은 기억이 있던 티세라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였다.

"진정해, 티세라. 저건 늑대인간의 울음소리가 아니야."

티세라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며 그녀가 두려움에 빠진 것을 알아차린 카이라스는 바로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통해 자신의 마나를 불어넣어주었다.

"아..."

카이라스의 마나가 들어오자 따스한 느낌을 받은 티세라의 안색에서 두려움이 사라지고 평안함이 깃들여졌다. 그리고 그녀는 카이라스와 손을 잡고 있자 살포시 얼굴이 붉어졌지만 카이라스의 시선은 그녀가 아닌 유리아나와 그녀의 딸 레이나를 향하고 있었다.

"유리아나, 레이나. 너희들은 괜찮니?"
"응, 오빠가 옆에 있잖아."
"저도 괜찮아요. 제 목숨이 위험한 장소였다면 선생님이 데려왔을리가 애초에 없었을테니까요."

유리아나는 밝게 대답한 반면 레이나는 어린애 답지 않게 또박또박 자신이 두렵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그녀들의 말을 들은 티세라는 창피하여 얼굴이 붉어졌다. 이 자리에서 두려움을 느낀 것은 그녀 하나 뿐이었기 때문이었고, 12 살 밖에 되지 않은 그녀의 딸까지도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무리 순진한 그녀라해도 창피할 수 밖에 없었다.

"라스, 이제 어떻게 할꺼야? 숲을 통해서 갈 생각이야, 아니면 길을 따라 전진할거야?"
"빠르게 가자면 숲을 통과하는게 빠르겠지만...안전을 중시해서 길을 통해서 가자."

시공회귀 이전의 20대 시절의 카이라스는 은근히 모험을 즐기는 마법사 답지 않은 면이 있는 청년이었다. 그러나 끔찍했던 이종족들과의 전쟁은 그의 그런 사고마저 바꾸어놓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잃었던 그는 시공회귀 이후에도 주변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응, 알았어."

선두에 선 카일라의 차가운 푸른 눈동자가 도로를 향하였다.

그리고 카일라를 시작으로 하여 모두 천천히 도로를 걷기 시작했고 카이라스의 오른쪽 옆에 있던 레이나가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선생님, 이곳에서 트랩은 어떤 종류가 있나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검사를 꿈꾸고 있는 레이나는 당연히 왕녀로서 왕궁에 틀어박히는 삶을 원하지 않았었다. 일정 나이가 된다면 왕궁을 떠나서, 자유로운 모험을 하고 싶었었고 그 중에서도 하고 싶었던 것은 당연히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겉으로 표현은 안해도 지금 그녀는 사실 책 속에서만 봤던 것들을 현실로 겪는다니 속으로는 무척이나 흥분해있었고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책 속에서 봤던 지식 중 하나인 던전에 있는 트랩들에 대해서 궁금한 레이나가 카이라스에게 묻자 카이라스가 살짝 난처한듯 머리를 긁적였다.

"...미성년자에게 말해주긴 좀 그런...트랩인데..."

콰아아아앙!

카이라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로의 오른쪽 옆의 땅이 갈라짐과 동시에 수많은 무엇인가 초록색의 길다란 것들이 뻗어나왔다. 바로 첫번째의 트랩이 근처에 오는 사람들을 느끼고 알아서 작동한 것이었다.

"...여기 트랩들이 촉수거든."

카이라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습을 드러내있던 수많은 촉수들이 일제히 카일라와 디아나를 향해 쏘아졌다.

은발의 미녀와 금발의 미녀를 휘감으려는 촉수들은 바로 마계의 식물 중 하나인 '티폰스 헤드'라는 식물이었다.

마치 뱀과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100 개의 촉수들을 바라보는 카일라의 얼굴에는 냉기를 술술 풍기는 차가움이 더욱 강렬해져있었고, 디아나의 표정에도 불쾌함이 서려있었다.

"짜증나. 나 같은 고귀한 여왕님에게 이런 저급한 수를 쓰려고 하다니."

그리고 카일라가 움직이기도 전 디아나의 손이 가볍게 움직인 순간, 100 개의 촉수들이 단 한 번의 손짓에 의해 절반으로 쪼개졌고 촉수들의 안에서는 붉은 피가 쏟아졌다. 그렇게 쏟아진 붉은 피들은 일제히 허공에서 움직임을 멈추더니 이내 날카로운 무기들로 변해 촉수들을 갈가리 찢어버렸고 촉수들이 찢어지면서 나오는 피들이 더더욱 많은 무기들로 변해 이윽고 100개에 달하는 촉수들은 한 번에 없애버렸다.

"확실히...주인님 말씀대로 말하기는 좀...그렇네요."

셀리나가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전히 착하고 순수한 그녀도 새신부가 되면서 카이라스와 부부 간의 성생활에서 카이라스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여러가지 성적 공부를 해보고 있었고, 그녀 역시도 자연히 촉수에 대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100 개의 촉수들이 미녀들을 노리며 달려드는 광경은 썩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아무리 그 목적이 능욕이 아닌 '식인'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능욕을 당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지. 저 식물들은 엄연히 식인 식물이니까."

단순한 마수들과 멍청한 하위 마족들을 주로 잡아먹는 티폰스 헤드는 생명체를 통째로 잡아먹으며 생명체가 가진 기운을 양분으로 삼는다. 저 초록색의 촉수들의 경우는 그냥 본래의 식물에 잡아서 끌어당기기 위한 용도일 뿐이었고 인간으로 치자면 팔과 같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 촉수에 휘감기면 마취가 되어버리는 분비물을 흘려 사냥감을 무기력하게 마취시킨 후에 잡아먹지.'

시공회귀 이전에 카이라스는 저 식물이 유리아나와 카일라를 노리는 모습에 분노하여 그대로 헬 파이어 마법을 쏴서 흔적도 없이 태워버렸었다.

"카일라 누나, 디아나. 아직 주의해. 촉수들은 모두 잘라버렸지만 본체는 아직 지하에 있으니까."
"이러면 충분해."

그리고 카일라는 그렇게 차갑게 말하면서 손에 쥔 검을 살짝 도로의 오른쪽 옆의 땅에 박은 후 쇼크 웨이브의 성질을 담은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를 땅 속으로 흘려보냈고 이윽고 "캬아아아악!" 하는 소름끼치는 비명소리과 들려오더니 이내 잠잠해버렸다.

"처리했어."

차가운 목소리로 짧게 말한 카일라는 다시 검을 손에 든채로 앞장 서서 걷기 시작했고, 디아나 역시 그 뒤를 바로 따라서 걸었다.

'많이 불쾌했구나. 하긴, 시공회귀 이전에도 카일라 누나는 엄청 불쾌해했었지.'

솔직히 말해서 외관상 남자가 보기에도 안 좋은 촉수들이었으니 여자들의 입장에선 아주 불쾌함이 깊이 들 것이 당연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에게는 보다 안 좋은 기억이 있었다.

'기억하고 싶지도 않지만.'

다른 던전에서, 근육질의 마족이 카이라스를 공격한답시고 달려오다가 던전에 있는 티폰스 헤드의 촉수들에 휘감긴채 티폰스 헤드의 먹이가 되던 장면은 앞으로 정신건강에 보기 안 좋은 광경이었다. 눈이 썩어들어가고, 뇌가 썩어들어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크와아아앙!"

그 때 갑자기 숲에서 붉은 빛의 털을 가진 거대한 늑대 네 마리가 튀어나와 일제히 유리아나와 레이나를 노리고 공격해왔고, 그 순간 유리아나에게 신경을 쓰던 한 개의 사고가 빠르게 비어있는 3 개의 사고와 연계해 마법을 날렸다.

"소울 브레이크 & 3 리터레이트!"

영체의 적을 공격하는 전문적인 그가 창안한 7 서클의 마법을 사용한 카이라스는 그 마법들을 일제히 4 마리의 늑대, 팬텀울프들에게 날려주었고 그것은 카일라와 디아나가 공격을 날리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심지어 노려진 유리아나와 레이나는 물론이고 티세라조차도 팬텀울프의 기습 자체를 아예 눈치채지 못했었다. 오직 셀리나만이 습격의 순간 알아차렸을 뿐이었다.

"깨갱!"
"깨개갱!"

4 마리의 팬텀울프들은 일제히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허공에서 몸을 비틀더니 이내 축 늘어지며 연기가 되어서 흩어져버렸다.

"저게 바로 팬텀울프야. 보다시피 녀석들은 진짜 생명체라기 보다는 레이스와 같은 영체형 언데드에 가까운 놈들이지. 마나를 담지 않은 공격은 녀석들에게 아무런 타격도 둘 수 없으니 일단 공부라고 생각하고 모두 알아둬."
"""네."""
"응!"

카일라와 디아나의 경우에는 선두에 서서 전투를 하는만큼 지식들을 가지고 있으니 설명해줄 필요는 없었지만 지식을 받지 못한 셀리나를 비롯한 다른 여인들은 팬텀울프에 대해 알지 못하기에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 것이었다.

"그리고 녀석들에게 물리면 골치아파. 녀석들은 육체에 직접 타격을 주기보다...정신에 타격을 주는 놈들이니까. 뭐, 내가 절대로 물리게 하지는 않을테지만 이것도 알아둬."

카이라스는 이 와중에도 스승으로서, 선생으로서 티세라와 레이나를 가르치고 있었고 두 학생인 모녀는 카이라스의 말을 깊이 집중해서 경청했다.

"라스, 저 앞에 늑대들이 많이 모여있어."

도로를 계속 걷던 카일라가 걸음을 멈추고는 밝은 기감을 통해서 수많은 팬텀울프들의 존재감을 파악하고는 카이라스에게 말했다. 영체의 언데드에 가까운 팬텀울프들은 기척이라는 것이 없기에 그녀도 기척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기감은 그들의 존재를 파악하고 읽어낼 수 있었다.

"어우우우!"

카일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수많은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카이라스는 저 울음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카일라 누나, 디아나. 둘 모두 바쁘게 움직여야할 것 같은데?"
"왜?"
"흐음, 이건 따로 알게 된 것이라 기억에 들어있지 않았지. 지금 저 녀석들이 저렇게 우는 것은 자기들 무리를 부르는 거고 숫자는 아마 1500 마리 쯤은 될거야. 그리고 일제히 우리를 사냥하기 위해 몰려올거고. 아까전 4 마리가 욕심이 많아서 독차지하려는 생각으로 공격을 해오기는 했었지만 대체적으로 저 녀석들은 철저하게 무리 생활을 하거든."

1500 마리의 팬텀울프들이 일제히 몰려온다는 말에 카일라가 카이라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라스, 라스가 여기서 마법을 쓸 생각이야?"
"내가? 하긴 카일라 누나의 쇼크 웨이브는 영체인 녀석들에게는 안 통하지."

카일라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쇼크 웨이브 속성의 기술들은 어디까지나 육체에 물리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었다. 반면 저들은 육체가 없는 영체의 마물들이었고, 카일라의 쇼크 웨이브는 써봤자 그대로 통과할 뿐이었고 오직 그녀의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만이 저들에게 타격을 입힐 것이었다.

"카이라스, 나도 여기서는 네가 마법을 썼으면 해. 남편의 활약을 내가 보고 싶어."

디아나까지 이렇게 말하자 카이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없네, 사랑하는 아내들이 그렇게까지 남편의 활약이 보고 싶다면...역시 큰 것으로 한 방 준비해야겠지."

소리는 나지 않지만 수 없이 몰려오는 것이 느껴지는 팬텀울프들의 기운을 느낀 카이라스는 카일라와 디아나를 뒤로 보낸 후 그가 제일 먼저 선두에 섰고 팬텀울프들이 다가오는 방향을 향해 손을 뻗었다.

'1500 마리의 적을 처리하는데는 헬 파이어면 충분하겠지만 기왕이면 더욱 화려하게 이 던전에서 신고식을 치뤄주는게 좋겠지.'

그렇게 생각한 카이라스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서서히 육안으로도 수평선 너머의 팬텀울프들이 보이기 시작할 때 9 서클의 마법을 사용했다.

"적을 향해 날라가 폭발하는 지옥의 불길, 헬 파이어 블래스터!"

콰아아아앙!

카이라스의 손에서 수평선의 너머까지 빠른 속도로 날라간 거대한 지옥의 불길들. 그것은 그야말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수평선 너머에서 어마어마한 재앙을 일으켰고 1500 마리에 달하는 팬텀울프들이 일제히, 소리도 지르지 못한채 소멸해갔고 어마어마한 뜨거움이 주변에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렬했다.

"아..."

레이나는 카이라스가 보인 이 힘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 여태까지 그녀가 그녀의 선생이 가진 힘을 본 적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동안 카이라스는 8 서클 이상의 마법들을 쓰는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9 서클의 마법을 사용하여 1500 마리에 달한다는 아까전 자신과 유리아나를 노리던 팬텀울프들과 같은 종족인 다른 팬텀울프들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켜버린 카이라스의 모습에 레이나의 두 눈에는 짙은 경외감이 깃들였다.

'이제 초입의 시작이군.'

그리고 팬텀울프들을 처리한 카이라스는 이것이 초입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야 던전은 제대로 시작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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