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베헤모스의 무리]
베헤모스.
마계에 사는 거대한 마수들의 종족 중 하나로 마계의 마수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서열에 속해있는 종족이었다.
머리에 나있는 거대한 뿔, 머리부터 꼬리 길이까지가 30m나 되는 거대한 거구에 상상을 초월하는 근육들을 보유한 네발 짐승의 형태인 베헤모스들은 날카로운 발톱을 비롯하여 온갖 맹수들의 모습을 섞은듯한 모습이기도 했다.
본래 마신은 이 종족을 초식동물로서 창조했었지만, 마계의 거친 생활에 의해 점차 육식으로 진화해가며 오랜세월 끝에 점차 모습도 변해가면서 지금과도 같은 육식의 마수로서 변해있었다.
그리고 그런 베헤모스들은 무려 31 마리나 이곳 던전에 존재했다.
무한한 수명을 가지게 된 베헤모스들은 수만년 동안이나 나이를 먹어가 성장을 하는 것 외에는 힘의 변화가 없이 살아온 다른 마물들의 특징도 그대로였지만 그들은 아주 극소수의 확률이지만 번식이라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수만년 동안 그 숫자가 10 마리를 가까스로 넘을 정도로 극악스러운 확률이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번식이 가능했고 동시에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육체는 언제나 든든했기에 허기라는 느낌을 잊은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심지어 갓 태어난 새끼조차도 언제나 배가 부른 상태였었고, 어미의 젖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먹이를 사냥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살아왔고, 그들이 정한 영역에는 어떤 마수도 침입해오지 않았으며 그들 역시 함부로 다른 영역을 넘지 않았다. 다른 영역에는 희생을 각오하고 싸워야할만큼 위험한 마수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로 독수리의 모습을 한 거대한 마수인 지즈라던가, 물가에 사는 히드라나 레비아탄 등이 그러했다.
마족들이야 패밀리어를 통해서 진짜로 가장 무서운 존재인 발록이 던전의 끝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마수인 베헤모스들에게 그 정도까지의 지식을 바라기는 무리였기에 그들은 발록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크르르...?"
그 때 베헤모스 중 하나가 낯선 침입자들을 발견했다.
그것은 베헤모스는 생전 처음 보는 생물들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마계에서부터 이곳 던전에 갇히게 된 다른 베헤모스들이라면 모를까, 이 베헤모스는 이곳 던전에서 태어난 얼마 되지 않는 베헤모스 였기 때문이었다.
"킁~킁~"
베헤모스는 신기한 생물이라고 생각하며 냄새를 맡아보았다. 후각에 좋은 베헤모스는 거리가 제법 있었지만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그 중 몇몇 생물에게는 굉장히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크르르..."
비록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마수로서의 흉폭함이 깨어난 베헤모스는 일단 칩입자라 생각하고 저 작은 생물들을 사냥하자고 생각했다.
마계에서 태어난 베헤모스들이었다면 우선은 경계를 했을 것이었다. 그들은 인간들과 같은 모습을 한 마족들이 얼마나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 중 특히 대마왕 급에 반열에 올라있는 존재들의 경우는 베헤모스들도 모습을 보기만 한다면 공포에 질려서 사방으로 달아나는 것이 기본이었고, 혹은 강력한 암흑투기의 힘으로 베헤모스들을 제압한채 애완동물로 부리는 대마왕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존재들을 당연히 알지도 못하는 이곳에서 태어난 무지한 베헤모스는 그저 작아보이는 크기로만 보고 상대를 우습게 여겼고 크게 포효했다.
"크아아아앙!"
그리고 그것이 그의 사망 이유였다.
"적의네, 라스. 내가 처리할께."
"알았어, 디아나. 우리는 물러나서 구경이나 하자."
"응, 그러자."
흑발의 소년과 금발의 미녀가 뒤로 물러나고 앞으로 나선 은색의 상의에 짧은 검은 바지를 입은 편리성을 위주로 한 아름다운 미녀, 카일라가 은발을 살짝 찰랑거리며 허리에 찬 검집에서 검을 빼들었다.
만약 저 베헤모스가 적의를 보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쳐줄 수도 있었지만 적의를 보인 이상, 저 베헤모스는 처리해야할 적이었다.
그리고 카일라가 가볍게 베헤모스를 향해 소용돌이 모양의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를 날리었다. 마계에서 자란 베헤모스들이라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피했겠지만 이곳 던전에서 태어난 베헤모스는 당연하게도 눈 앞의 공격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그저 자신의 튼튼한 몸을 믿고 그대로 돌격해왔다.
"크아아아! 크아아아아아!"
같은 포효였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가 담고 있는 의미는 틀렸다. 첫 번째는 위협을 위한 짐승의 포효였다면 두 번째는 당연하게도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에 몸 곳곳이 썰려지고, 강력한 쇼크 웨이브가 내부를 진탕시키기 때문이었다.
카일라의 쇼크 웨이브는 이른바 두 손을 무기로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상대방의 내부에 충격을 주는 발경 계열의 기술이 주는 쇼크 웨이브들과 마찬가지로 생물에게 사용시 생물의 단단한 외피 같은 것은 무시하고 내부에 진탕을 주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오러 블레이드는 드래곤의 단단한 외피도 베어버릴 수 있는 파괴의 상징인만큼 베헤모스의 피부가 아무리 단단하다고 해도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의 앞에서는 무사할 수가 없었다.
"......"
카일라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 없이 검을 휘둘렀고 이윽고 참격의 형태와 같이 날라간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가 베헤모스의 목을 깨끗하게 절단했다.
쿠웅-
베헤모스의 거대한 머리가 지상으로 떨어졌고 거대한 마수를 가볍게 쓰러뜨리고 은발을 흩날리는 고고한 자태의 여신과도 같은 아름다운 미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카이라스의 눈에는 살짝 황홀감이 감돌았다.
'아름다운데? 역시 카일라 누나의 저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
그가 사랑하는 여인은 역시 검을 들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물론 그녀가 가장 아름답고 가장 사랑스러울때는 역시 침대 위에서지만.
"와아~"
"......"
자신이 꿈꾸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위용에 유리아나가 동경이 가득한 푸른 눈동자로 초롱초롱하게 카일라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레이나 역시도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역시나 동경심이 가득한 눈으로 카일라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경국지색의 절세의 미모에 차가워보이는 얼굴과 성격, 그리고 그녀가 전신에서 풍기는 겨울의 여신과도 같은 차갑고 고고한 느낌은 여자들로서 도저히 동경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크어어어어!"
그리고 그 때 근처에 있던 다른 검붉은 색의 베헤모스가 자신의 동족이 죽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크게 울부짖었다.
"저건 동료들을 부르는 행위야."
카이라스는 그렇게 말하며 유리아나와 레이나, 티세라를 자신의 등 뒤로 보내며 셀리나를 자신의 오른쪽 옆에 두었다. 그리고 보호받을 대상이 아닌 디아나가 살짝 샐쭉이며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카이라스의 왼쪽에 섰고 카일라가 말했다.
"라스, 끼어들지마."
"위험해지지 않는한 방해하지 않을께."
생리 중인 카일라는 자존심 때문에 울지는 않지만 짜증이 쉽게 나고, 또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가 나고 예민해지는 상태였고 그녀가 위험하지 않는 이상 카이라스는 생리중인 그녀의 말에 가만히 동의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 베헤모스가 지상에서 카일라 누나에게 위협이 될리는 없지.'
카일라의 새하얀 손에 들어쥐어있는 검에 서려있는 푸른 색의 오러 블레이드와 그 주변을 도는 오러 서클을 바라보며 카이라스가 싱긋 웃었다. 하나하나가 소드 마스터에게도 위협적이라는 강력한 마수인 베헤모스였지만 베헤모스의 무리라고 해도 지금의 카일라를 상대하기는 무리였다.
특히나 카일라의 쇼크 웨이브 계열의 기술들은 특히나 베헤모스에게는 상성이 더욱 안좋았고, 실제로 대마법사들 역시 베헤모스를 처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쇼크 웨이브 계열의 마법들을 사용해서 베헤모스들의 내부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무력화를 시켜놓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30 마리에 달하는 베헤모스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은 처참하게 상처 투성이에 머리와 목이 분리되어있는 하나의 베헤모스를 보고 일제히 분노를 표출했다.
그 중에서는 마계에서 사는 베헤모스들도 있었지만 하나라면 모를까 30 마리나 되는 그들은 지금 자신들의 숫적인 우위를 말미삼아 승리를 확신하고 카일라를 향해 강대한 적의를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더니 이윽고 그녀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30 m가 넘는 거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어마어마한 속도였고 당연히 그 무게와 힘 역시 상상을 초월할 것이었다.
그렇지만 카일라는 조금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은듯 얼음 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살짝 검을 팔연격베기 식으로 휘둘렀고 8 개의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가 팔방을 베는듯한 참격 형태의 모습으로 베헤모스들을 향해 날라갔다.
물론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에 간단히 죽을만큼 베헤모스들이 약한 마수들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이윽고 내부를 진탕하는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에 깃들여져있는 강대한 충격파에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느끼고 다들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졌다.
그리고 그들이 일제히 쓰러지며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지진이 일어났고, 카이라스는 이곳이 마기를 머금은 대지에 던전의 안인지라 자동적인 방어 기능이 있으면서 무척이나 튼튼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아마도 밖이었으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참사를 일으킬 대지진을 일으켰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30 m의 몸길이를 지닌 30 마리의 마수들이 일제히 바닥에 쓰러지면서 일으킨 충격파의 위력은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카일라의 쇼크 웨이브가 주는 충격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
카일라는 차가운 눈으로 쓰러진 마수들을 바라보더니 검을 휘둘렀고 그녀의 검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음속을 가볍게 초월한 속도로 움직일때마다 어마어마한 기운을 담은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가 절단의 형태로서 참격으로 구형되었고 30 마리나 되는 베헤모스들의 목이 모두 떨어지기까지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와아..."
압도적인 위용으로 육안으로 다 보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마수들의 사체를 쌓아놓고 서있는 카일라의 모습을 본 유리아나와 레이나의 눈은 더더욱 동경심이 가득해졌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천천히 카일라에게 다가가 뒤에서부터 그녀를 끌어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카일라 누나, 수고했어."
"응."
카일라는 짧게 대답하고는 손에 쥔 검을 검집으로 집어넣고 정확히 31 마리의 베헤모스들을 모조리 베어버린 그녀는 아무런 감정을 읽을 수도 없는 얼음 같이 차가운 눈동자로 베헤모스들을 바라보았지만, 카이라스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로 파악하였다.
'베헤모스들이 대충 이 정도 실력들이면 발로그는 얼마나 강할지 궁금한가보고 싸워보고 싶은가보네.'
강한 자와 싸우고 싶어하는 것은 검사들이 가진 열망이었고, 시공회귀 이전의 카일라, 유리아나, 레이나도 그것은 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랜드 소드 마스터이긴 해도 본질이 마법사인 카이라스에게는 그닥 가슴에 와닿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에게 있어서 싸움은 수련을 하기 위함이거나 시켜주기 위함, 혹은 대련을 해서 서로 실력을 기르기 위함이거나 적을 말살하기 위한 계산적인 것일 뿐이었지 가슴이 두근거리며 강자와의 싸움을 즐기는 것은 이해를 아주 못할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깊이 공감할만한 것도 아니었다.
'자, 난 이제 베헤모스들에 있는 마정석이나 뽑아야겠다.'
카이라스는 베헤모스들의 채네에 있는 마정석들을 뽑기 위해 카일라를 끌어안던 팔을 풀고 베헤모스들의 사체에 천천히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