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화 〉[하늘의 마수, 지즈의 무리]
지즈.
마계의 대지에 베헤모스가 있고, 마계의 바다에 레비아탄이 있으면 마계의 하늘에는 지즈가 있다고까지 할 정도로 마계의 대표적인 마수로 그 외양은 거대한 독수리의 모습이었다.
"끼륵...끼륵..."
지즈들의 둥지는 이곳 던전에서도 거대한 산 형태의 던전의 위에 위치해있었고, 당연하게도 길은 산길로 이어져있었다.
그리고 지즈들의 숫자는 40 마리 정도로 그 중 10 마리는 주변의 하늘을 날라다니는 반면, 30 마리 정도는 둥지에서 몸을 웅크리고 깊이 잠들어있었다.
던전의 내부가 상당히 넓기는 했지만 그 드넓은 마계도 좁다하며 날라다니던 마계의 하늘의 제왕인 지즈들에게 던전의 내부는 무척이나 좁았고 당연하게도 지즈들은 마계를 그리워하며 극도의 스트레스들을 받았었지만 수만년이 지난 지금은 이 좁은 던전 내에서도 적응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즈의 무리의 둥지에서 떨어진 베헤모스들의 '영역'이었던 곳에서 카이라스는 베헤모스들의 사체에서 마정석들을 뽑아내고는 그들의 사체를 모조리 아공간으로 집어넣었다.
베헤모스들의 사체 정도라면 상당히 값비싼 마법 재료로 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뒷정리를 끝낸 카이라스는 다시금 카일라에게 다가갔다. 유리아나와 레이나가 깨어있었기에 은밀한 부위를 만져대는 애정표현은 할 수 없었고, 또 아버지인 루스칼리스와는 달리 은근슬쩍 은밀한 부위들을 다른 사람들 몰램 만져대지도 않는 그였지만 그저 가벼운 포옹은 언제나처럼 부담 없이 보여주었다.
"라스...?"
그리고 카이라스가 정면에서 자신을 끌어안고 가만히 있자 카일라가 그를 불렀다. 그러나 카이라스는 계속 그녀를 끌어안은채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카일라 누나."
"응, 왜?"
카일라의 이름을 부른 카이라스는 그녀를 계속 끌어안은채로 잠시 무엇인가를 말하려다가 말았다.
"...아니야. 그냥 감정을 잠시 통제 못한 것 뿐이야."
그러면서 포옹을 푼 카이라스는 살짝 카일라의 입술에 키스를 해주면서 뒤로 물러났고 그러자 디아나가 와서 카이라스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표정을 볼때 카일라에게만 키스를 해준 것이 약간 삐진듯 보이기는 했지만 그것보다는 다른 이유에서 다가온 듯 했고, 디아나가 카이라스를 향해 입술을 움직이며 질문했다.
"저기, 카이라스. 던전의 다음에 있는 마수들은 지즈들이었지?"
"응, 맞아. 하늘을 날아다니는 일반적인 검사들에게는 성가신 놈들이지."
물론 카일라 정도가 되면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를 날려대는 것으로 처리할 수 있을테고, 그녀의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는 스치기만 해도 쇼크 웨이브가 체내에 침투하여 내부를 진탕시켜버리기에 하늘을 날라다니는 지즈들을 추락시키기에는 충분할 것이었다.
물론 날개를 펼친 길이가 30 m를 넘어서는 거대한 새인 지즈들은 무게 자체는 베헤모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가볍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가벼운 것이었고 그 거대한 덩치들이 지상으로 추락하면 거의 운석 마법으로 인한 수준에 가까운 위력이 나올 것이었다.
하지만 9 서클에 이른 카이라스의 마법이라면 추락하는 그것들에게 7 서클의 무중력 마법인 제로 그래비티를 이용하여 공중에 계속 떠있게 한 후 숨통을 끊어버리고 아공간에 넣어버리는 것으로 지상에 충돌하지 않게 할 수도 있었다.
"그거 내가 처리하면 안될까?"
디아나가 살짝 기대를 담아서 카이라스에게 물어보았다. 철없는 성격이야 어떠든 겉으로 보이는 외모만큼은 기품이 넘치고 고귀함과 고결함이 가득한 아름다운 여왕 다운 외모인 디아나의 얼굴에 살짝 어린아이와 같은 기대감이 서려있는 모습은 카이라스의 눈에는 여전히 신선하고 사랑스러웠다.
'그거...상당히 강력한 공격인데?'
붉은 색의 눈동자가 살짝 초롱초롱해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사실 원래 지즈들은 카이라스 본인이 처리하려고 했었다. 30m 나 되는 날개 길이를 가진 지즈들이 높은 곳에서 추락하면 그것만으로도 거의 대재앙인 이상 마법사인 그가 이런 쪽에 가장 효율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디아나, 들어봐. 지즈들 같은 거대한 새들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일제히 떨어지는 것만 해도 대마법사의 9 서클 마법과도 같은 위력을 발산시킬 거야."
"하지만 라스라면 가능하지 않아?"
디아나가 카이라스에게 의아함을 담아 물었다.
그녀가 본 던전에서 겪었던 카이라스의 기억들에서는 그가 9 서클의 광선계 마법인 샤이닝 퍼니쉬먼트를 이용해 수많은 빛의 광선들이 일제히 지즈들의 머리를 관통하고 단숨에 숨통을 끊어버린 후 추락하는 그들을 제로 그래비티를 통해 공중에서 계속 띄운후 그것들의 사체를 모조리 아공간에 담아버리는 것으로 간단히 지즈들을 처리하였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처리하더라도 공중에서 떨어지는 지즈들은 그 제로 그래비티라는 마법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디아나가 의문을 품자 카이라스가 말했다.
"그렇게 치면 디아나, 너는 지즈의 아래에 위치한 곳으로는 가능하면 이동해서는 안돼."
"응, 왜?"
"제로 그래비티 마법은 말이야. 내가 개량을 하기는 했지만 일정 지역을 무중력의 공간으로 만들어버리는거야. 지즈들이 떨어지는 때 제로 그래비티를 사용하면 너도 공중에 떠버린다고. 그리고 익숙하지 못하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할거야."
"내 머리 위에 쓰는건 안돼?"
"...그건 불가능해. 완벽한 10 서클이라면 공간을 아예 차단하는 것으로 가능하겠지만 말이야. 지금 그러기엔 내 체내에 마력이 너무 적거든."
카이라스의 말에 디아나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다지 위험한 것도 아니잖아?"
"디아나, 넌 40 마리 정도의 지즈들을 일격에 처리할 수 있어?"
카이라스의 물음에 디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피만 있으면 가능해."
"없으면?"
"그, 글쎄..."
자존심 때문에 솔직하게 못한다고 하기 힘들어하는 디아나가 살짝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을 회피하려 들었다. 그러자 카이라스가 손가락으로 디아나의 가슴 중앙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넌 무중력 상태에 익숙하지 못해서 만약 무중력의 공간 내에서 살아있는 지즈들과 마주치면 90% 이상의 확률로 죽어. 나와는 달라. 40 마리의 지즈들을 모조리 일격에 처리하지 않는한 말이야."
디아나는 카이라스의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 뭔가 분한 느낌이 급격히 솟아올랐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까전 30 마리의 베헤모스들을 처리하는 카일라의 모습은 그녀가 봐도 멋져보였었다. 자신도, 자신도 그런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생각을 모를리는 없는 카이라스였지만, 그녀의 안전이 더욱 중요했다. 그녀의 바램을 들어줘서 그녀가 기뻐해도 그녀가 크게 다친다면 무슨 소용인가?
"디아나, 마족의 사냥을 맡겨줄테니까 지즈들은 나에게 양보해줘."
그러면서 카이라스는 디아나를 끌어안고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그녀를 달래주었다.
"카이라스...나 그냥 원거리에서 공격해서 하나하나 죽여가는 식으로 하면 안될까?"
아직 포기를 못한듯한 디아나의 모습에 카이라스가 말 없이 잠시 그녀의 등을 토닥이다가 말했다.
"원거리에서만 공격해. 여차하면 내가 나서서 도와줄거야."
"응!"
카이라스의 수락이 떨어지자마자 디아나는 카이라스의 품에 안긴 상태에서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녀를 끌어안고 있는 카이라스는 그녀의 미소를 눈으로 볼 수 없었지만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서 주변 공간의 장악력을 통해 그녀가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미소를 정면으로 본 레이나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티세라에게 말했다.
"엄마, 둘째 사모님과 선생님도 사이가 무척이나 좋으시네요."
"응, 그러네...부부니까."
"엄마?"
레이나는 티세라의 표정이 뭔가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뭔가 약간 부러워하는듯한 느낌이랄까? 자신이 왕궁 내에서 소드 마스터에 이른 검사들을 볼 때 보이던 모습과 웬지 모르게 비슷해보인달까? 어쨌든 그런 느낌이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레이나."
티세라는 언제나처럼 순수한 미소를 아름답게 지었다. 레이나는 그녀의 미소에 살짝 뭔가 숨기려는 느낌을 받았고 유리아나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가 새삼 궁금해져 그녀에게 고개를 돌려보았다.
'엄마랑 비슷해?'
의외로 유리아나의 눈빛은 자신의 엄마인 티세라가 짓는 눈빛과 비슷해보였다. 그리고 레이나는 확신했다.
그녀의 엄마인 티세라도, 또 자신보다 3살이나 어린 9 살의 소녀인 유리아나도 지금 카이라스의 품에 안겨진채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디아나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러자 레이나는 카이라스의 세번째 부인이며 그녀의 셋째 사모님인 셀리나가 떠올라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을때 그녀는 살짝 따스한 시선으로 카이라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랑이, 애정이 넘치는 눈빛, 그리고 자신의 고모인 디아나도 따뜻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레이나는 그녀가 티세라나 유리아나만큼 부러워하고 있진 않지만 살짝 부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일단 이 일을 속으로 덮어두기로 하고 그녀들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자, 이제 출발하자."
그 사이 어느덧 카이라스는 다시 출발을 시작하자하였다. 지즈의 무리가 있는 영역까지의 길에 숨겨져있는 트랩들을 주의하기 위해 카일라가 선두에 섰고 디아나가 그 뒤에 섰으며 카이라스가 그 뒤에 남은 여인들과 함께 섰다.
그렇지마 카일라의 움직임은 앞을 막고 있는 하나의 함정에 의해서 막혀버렸다.
"......"
그녀는 잠시 차가운 시선으로 앞을 가로막고 있는 함정을 바라보았다. 일반적인 함정이라면 그냥 베어버리고 가야겠지만 문제는 앞을 가로막고 있는 퍼즐이 7 서클의 함정 마법을 통해서 만들어진 '블래스트 큐브 퍼즐'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만년 전에 만들어진 제 1의 마도시대 때의 던전 답게 자동번역 마법이 첨가되어있는지 고대어로 글이 써져있음에도 카일라는 거기에 글이 무엇이라 써져있는지 알법했다.
[이 큐브 퍼즐을 풀 자신이 없는 멍청이는 이 큐브 퍼즐을 폭발시키고 지나가도록 하시오. 그런 멍청이라면 어차피 이 함정이 없더라도 죽을테니까.]
허공에 살짝 떠있는 1m² 짜리의 큐브 퍼즐. 그것을 제거하는 것은 정말로 간단한 일이었지만 이 던전의 창시자는 상당히 사람을 약올리는 면이 있는듯했다.
그리고 이 큐브 퍼즐은 3 분 내로 색깔을 완성하지 못하면 폭발하도록 되어있었다.
"카일라 누나, 이건 내가 풀도록 할께."
"응, 맡길께."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여유로운 태도로 앞으로 나왔고 카일라는 이런 쪽에 솔직히 말해서 자신이 없었고 또 그렇다고 큐브 퍼즐을 없애자니 농락을 당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었기에 연분홍빛 입술을 살짝 깨물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큐브 퍼즐을 바라본 카이라스의 시선이 빠르게 큐브 퍼즐을 흩어본 후 그의 7 개의 사고가 일제히 빠른 속도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