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화 〉[마수들의 왕, 레비아탄.]
레비아탄.
길고 거대한 뱀과도 같은 몸통을 가진 모습이면서도 지느러미를 보유하고 있고 머리 부분은 오히려 드래곤과 흡사한 거대한 마수인 그들은 베헤모스와 지즈와 더불어 지상, 하늘, 바다를 대표하는 마수들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정작 레비아탄들이 가진 힘은 그들과는 차원을 달리했다.
베헤모스가 31 마리, 지즈가 40 마리인 것에 비해 레비아탄들의 영역에서 레비아탄들의 숫자는 고작 2 마리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베헤모스들도, 지즈들도 레비아탄은 깊이 두려워하여 아무도 그들의 영역으로 갈 수 없었다.
100 m나 되는 거대한 마수인 남성체인 레비아탄은 오늘도 히드라가 살던 곳과는 별개로 위치한 산 너머의 마계의 호수에서 머리만을 밖으로 대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던전의 보스는 발록으로 마계의 마왕들도 두려워하는 강자였고, 그가 최강임은 틀림없었다.
그렇지만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두 마리의 레비아탄 역시 하나하나의 힘은 발록에 비해 부족했으면 둘이 힘을 합칠 경우 발록 역시 승패를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둘은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레비아탄은 단순한 마수가 아니었다.
더블 스펠이나 그런 것은 무리지만 그저 시동어를 하는 것만으로도 9 서클까지의 흑마법들을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을 지닌 그들은 마수들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소수의 종족이기 때문이었다.
비록 물 속에서 주로 생활하며 발록과는 달리 투쟁의 본능이 강하지 않아 먼저 건드리지 않는 자에게는 공격을 하지 않았기에 조용했을 뿐 레비아탄은 한 마리만으로도 5~6000 살의 에이션트 급의 드래곤과 비교해서도 떨어지지 않는 강력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 역시 마수였다. 당연하게도 그들에게도 흉폭한 본성이 잠재되어있었다. 그들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은 프라이드를 중시하기 때문이었다.
"고민이 많나보네?"
거대한 머리를 내놓고 있는 레비아탄에게 다가온 것은 검푸른 머리카락의 아름다운 미녀였다. 푸른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는 그녀는 거대한 레비아탄의 머리에 조금도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야 당연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의 정체는 바로 여성체의 레비아탄이었기 때문이었다.
남성체의 레비아탄은 청백색, 여성체의 레비아탄은 검푸른색. 이것이 일반적인 레비아탄들의 남녀 구별법이었다. 그리고 폴리모프를 할 시는 남성체는 청백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인간 남성의 모습으로 변하고, 여성체의 경우는 검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의 모습으로 변하기 마련이었다.
잠시 불타오르는듯한 붉은 눈동자를 움직여 폴리모프 마법을 통해 인간 여성으로 변신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남성체의 레비아탄 역시 폴리모프 마법을 통해 서서히 180 cm의 큰 키의 청백색의 머리카락의 아름다운 외모의 청년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아무리 '마수'라고 해도 역시 마수들의 왕 정도의 급이 되면 차원이 틀린 것이었다. 특히나 그들은 비록 마족은 아니지만, '마왕'과 동등한 위치에 선 자들로 분류되고 있었다.
마계에서 서열 상 그들보다 상위에 있는 존재는 오직 대마왕들 뿐이었다.
발록이 그들보다 강하긴 했지만 발록은 일단 마왕들과 동급의 서열로 취급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왕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있는 레비아탄 역시 당연하게도 발록과 동급의 서열로 취급되는 것이었다. 특히나 그들에겐 발록은 상상도 못할 협력이라는 것이 있으니깐.
"레우코테아. 너도 파악하고 있지?"
"응? 아, 침입자들 말이야? 케르테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남성체의 레비아탄 케르테스는 잠시 레우코테아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글쎄...그들이 과연 우리를 이 끔찍한 지하감옥(던전)에서 해방 시켜줄 사람들이지. 아니면 그저 단순히 욕심이 많은 탐욕자들일지는 만나봐야알겠지."
이곳 던전에서 두 레비아탄은 오직 서로만을 신뢰했다. 본래 레비아탄은 일족이 모여서 사는 것을 생각하면 오직 둘 만이 던전에 갇히게 된 것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함이었다.
본래 동료애가 강한 레비아탄은 수십마리의 마왕급이 함께 뭉쳐 다녔기에 마계에서도 아무도 그들을 무시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심지어 대마왕조차도.
물론 레비아탄들이 대마왕들에게는 굽혀주는 모습을 보였고, 대마왕들에게는 상전으로 여기며 공손한 태도를 보였기에 대마왕들이 쉽게 건들지 않은 것도 이유였지만 그것도 그들이 강하기 때문이었고 협력을 철저하게 하기 때문이었다.
"인큐버스와 서큐버스. 이 던전에 있는 그 두 마리의 마족들이 쓸데없는 짓을 꾸미는 거 같더군."
케르테스가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말하자 레우코테아의 붉은 눈동자가 같이 번뜩이며 케르테스의 눈을 응시했다.
정보의 교류. 무리 생활을 하는 레비아탄들은 서로의 눈을 응시하는 것으로 서로에게 자신들이 가진 기억과 지식을 공유하는 힘이 있었고, 이것이 바로 레비아탄들의 동료애의 근본적인 이유였다.
자신의 동료를 자신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것. 동료들의 기억과 인생을 공유하는 그들은 자신들의 동료를 자신처럼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것이 레비아탄들이 번성하는 이유였으니 그들은 이것을 부작용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흐으응...그렇구나. 인큐버스 그 놈이 침입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하나 같이 서큐버스 퀸에 비할만한 미녀거나 비할만한 미녀들로 자랄 것 같은 어린애들이라서 생포를 꾸미고 있나보네?"
"그 녀석들은 우리를 마수라 여기고 말이 통하는 상대로 여기지도 않으니 말이야."
인큐버스와 서큐버스. 그들은 엄연히 마족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마수란 그저 마계에서 서식하는 짐승일 뿐, 자신들과 동등한 존재가 될 수 없었다.
물론 레비아탄 일족이 그들보다 훨씬 강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위험하고 강력한 짐승으로 여길 뿐 애초 레비아탄들과는 대화는 시도하려 들지도 않았고 사실 그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레비아탄들은 동료로 생각하는 동족을 제외하고는 무척이나 사교성이 최악인 종족이었기 때문이었다. 인큐버스와 서큐버스가 레비아탄과 대화를 하려고 시도했다간 재수없으면 그들은 둘 다 옛날에 레비아탄들의 위장에서 소화되고 있었을 것이었다.
"이곳 던전에서 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레우코테아. 침입자들은 강한 거 같고 우리를 충분히 위협할 힘들을 지니고 있으니 그들을 숨어서 지켜본다."
"지켜본다고?"
"그래, 탐욕에 물든 두 어리석은 마족들을 통해서 지켜볼 것이다."
"케르테스, 네가 그 두 마족에게 1000 년에 걸쳐서 시야 공유, 음성 공유 마법을 걸어놓는데 성공한 것은 참 잘한 일이었던것 같아."
레우코테아의 말에 케르테스가 미소를 지었다.
"후후,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군. 당시에는 꽤나 힘들었었는데 말이다."
최상급의 마족인 인큐버스와 서큐버스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자신을 절대 발견하지 못하게 틈틈히 시야 공유, 음성 공유의 마법을 거는 것은 꽤나 힘든 작업이었다. 매일매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틈틈히 숨어서 둘에게 걸어야했었으니 무려 1000 년이라는 세월이 걸려버렸던 것이다.
"이제, 그 어리석은 마족들을 통해서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 알아보겠다."
케르테스의 말에 레우코테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케르테스. 난 너만 믿을께."
"후후, 그래..."
케르테스와 레우코테아는 이 순간, 자신들이 반드시 이 끔찍한 지하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하게 원하면서 동시에 눈을 감고 물 속으로 잠수했다.
그러나 그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들의 존재를 아는 자가 이미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 * *
카이라스는 산 아래를 말 없이 바라보았다. 저 밑에 그들이 있을 것이었다.
'별로 깊은 인연은 아니었지만.'
시공회귀 이전, 카이라스에게 두 마리의 레비아탄은 별로 인상이 깊은 존재들이 아니었다.
마수인 주제에 인간 못지 않은 지능을 가진 어찌보면 드래곤과 비슷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동료애를 지니고 있는 존재들.
그렇지만 그들은 당시의 카이라스와 카일라, 유리아나를 보고도 공격을 해오지 않았었고 자신들을 이 끔찍한 지하감옥에서 해방시켜달라고 무릎을 꿇으며 부탁을 해왔었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 9 서클의 마스터였던 카이라스는 확답은 못해주겠다고 솔직히 말하고 그들을 지나친 후, 발록을 쓰러뜨리고나서 던전의 보상인 제 1의 마도시대 때의 유물들을 획득하는 것으로 10 서클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하자 그들에게 10 서클의 마법을 익히면 마계로 돌려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리고 그 후, 그가 10 서클의 경지에 올랐을때 카이라스는 약속대로 그들을 마계로 돌려보내주었고, 그들은 감사를 하며 마계로 사라졌다.
그 이후의 그들의 소식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애초 마계의 일까지 카이라스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시공회귀 이전을 생각할 때 그들은 분명 적은 아니었다.
'카일라 누나도, 디아나도 공격하진 않겠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내부에는 세르티네스가 있었다.
[카이라스. 여기에 레비아탄들이 있는 것이 진짜인가?]
'그래, 레비아탄들이 있어. 두 마리나.'
카이라스의 말에 세르티네스가 의아한 감정을 품었고, 그녀의 의아함이 카이라스에게 전달되었다.
[레비아탄들이 두 마리만 따로 여기 있다고? 그 녀석들은 무리 생활을 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데 대체 어떻게 여기에 오게되었는지 모르겠군.]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레비아탄은 참으로 부러운 존재일 것이었다. 가능성이 없이 지정된 한계에 막혀있지만 레비아탄들은 마법의 수식이나 그런 것을 고민할 것 없이 마법의 시동어만 외치면 알아서 마법이 발현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밤새도록 공부하며 노력해온 마법사들이 볼때는 혈압이 돋는 일이 아닐 수 없었지만 그 대신 끝없는 가능성을 내포한 마법사들이 더블 스펠, 즉 이중영창이며 마법끼리의 연계 등 다양한 것을 활용할 수 있을때 레비아탄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마법을 한 번씩 퍼부어대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파이어 브레스를 뿜어내는 힘까지 보유한 레비아탄들은 그 단순한 마법만으로도 마계에서 마왕 급의 존재로 불리고 있었다.
물론 대마왕들은 대부분 레비아탄들을 겉으로는 대우해주면서 속으로는 다른 마족들처럼 그저 짐승일 뿐이라고 경멸하는 성향이 없지 않았지만 세르티네스의 경우는 레비아탄들을 경멸하지 않았었다.
다크 드래곤 로드인 그녀도 어찌보면 마수라 분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크 드래곤들은 자존심 상 자신들을 마수라 인정하지 않겠지만 일단 그렇기에 다크 드래곤들은 레비아탄들을 마수가 아닌 마족으로 여기고 대우했었다.
그렇기에 마계에서 레비아탄 족은 다크 드래곤 족에게 상당히 호의적인 편이었다.
당연히 세르티네스 역시도 많은 레비아탄들을 보아왔었다.
[마왕의 권능을 이용하면 그들을 마계로 되돌려보내줄 수 있을거다. 카이라스. 미안하지만 그들을 마계로 되돌려보내줬으면 하는군.]
'후후,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긴 했어. 적의가 없는 적을 건드는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을 거거든.'
단 적의를 품은 자는 가차 없이 죽인다. 이것이 카이라스의 지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