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1화 〉[레비아탄들과의 만남] (141/380)



〈 141화 〉[레비아탄들과의 만남]

"카일라 누나, 디아나. 둘은 잠시 여기에서 셀리나를...그리고 유리아나와 레이나, 티세라를 잠시 보호하면서 있어줘."

레비아탄들을 만나러 가는 것은 혼자서, 아니 그의 안에 있는 세르티네스와 둘이서만 가기로 한 카이라스가 카일라와 디아나에게 나머지 넷의 보호를 부탁했다.

"라스, 레비아탄들을 만나러 가는거야?"

카일라가 카이라스에게 물었고, 디아나 역시 궁금함을 담은 붉은 눈으로 카이라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응, 그럴려고. 그리고 인큐버스와 서큐버스. 이 두 마족들이 습격해올지 모르니 카일라 누나와 디아나가 함께 좀 지키고 있어줬으면 해. 일단 여러 마법진들을 쳐놨으니 둘이서라면 최상급 마족이 둘이 덤벼도 어렵지 않을거야."
"응, 알았어."
"호호, 이 여왕님에게 맡겨둬."

둘의 모습에 카이라스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공회귀 이전 서큐버스 한 놈은 카이라스를 유혹해본답시고 접근했다가 카이라스의 헬 파이어 블래스터에 맞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었다. 그리고 인큐버스 놈은 카일라와 유리아나를 자기 노예로 삼겠다며 매혹 계열의 권능을 사용했다가 카일라가 공간을 일그러뜨려 매혹이 전달되지 않게 만들어버린 다음 인큐버스를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를 소용돌이 형태로 사용하여 그야말로 갈가리 찢어 죽음을 맞이하게 해줬었다.

카일라의 실력에 그가 쳐둔 보호마법들이라면 이곳이 마계와 같은 환경이라 마계에서의 힘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는 최상급의 계급에 속한 마족들이라고 해도 압도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디아나의 경우는 아예 최상급 마족 둘이 한꺼번에 덤벼도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 지금의 그녀가 아무리 시공회귀 전의 최강의 암살자, 뱀파이어 퀸 디아나 블라디미르에 비하면 약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었지 지금의 그녀도 충분히 강했다.

"셀리나, 잠시 다녀올께."

이어서 카이라스는 셀리나에게 다가가 살짝 그녀를 끌어안으며 부드럽게 말해주며 그녀의 긴 흑발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쓸었다.

"주인님...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셀리나가 살짝 걱정스럽게 말하자 카이라스가 미소를 지었다.

"금방 다녀올거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러면서 카이라스는 셀리나의 입술에 살짝 키스를 부드럽게 해주었고 그는 이어서 유리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리아나. 언니들 말 잘 듣고 있어야한다."
"응!"

그리고 카이라스는 이어서 티세라와 레이나에게도 말했다.

"정말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이 마법진에서 벗어나지마. 최상급 마족들이 내가 사라진 것을 알면 공격해올 수도 있으니까."
"네, 스승님."
"네, 선생님."

최상급 마족이라는 말에 살짝 긴장한 그녀들의 모습을 보자 카이라스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카일라 누나와 디아나를 믿어."
"네...저, 스승님."
"응, 왜? 티세라."
"저기...조,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티세라는 그렇게 말하며 살포시 새하얀 뺨을 연분홍빛으로 붉혔고 카이라스는 미소를 다시금 지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녀올께."

카이라스는 그러면서 이곳 지즈들의 둥지였던 산 위에서 밑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지즈들의 둥지인 이곳은 거대한 새인 지즈들이 사는 곳인만큼 무척이나 넓었고 또 그만큼 휴식을 취하기에도 적합한 장소였다.

디아나의 피의 심판에 의해 몸을 꿰뚫린 지즈들은 모두 마정석이 뽑힌채로 사체들이 카이라스의 아공간에 넣어졌으며 지즈들의 피는 디아나가 모두 자신의 아공간에 넣어버렸기에 거슬리는 지즈들의 둥지들만 모두 없애고 나자 정말인지 드넓은 평지가 완성되었고, 카이라스는 아예 이곳에 휴대용 하우스까지 꺼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 장소는 앞으로도 중요하게 쓰일 것이었다. 그만한 쓰임의 용도가 있으니까.

슈우욱-

카이라스의 신형이 빠르게 산 정상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산의 밑으로 내려온 카이라스는 단숨에 레비아탄들이 서식하는 호수로 이동하였다.

슈우우우-

마계의 호수의 풍경은 주변이 어둡기 때문에 물 역시 맑고 푸르지 못하고 음침하고 어두워보인다는 것을 제외하면 중간계의 호수와 그닥 다를 바가 없었다.

'오랜만에 보는군. 이 호수.'

카이라스는 오랜만에 보는 호수였지만 별다른 감상은 없었다. 그의 기억에서 이곳은 정말 중요한 장소도 아니었으니까.

[마계의 호수라...그리운 모습이군.]

반면 세르티네스는 마계의 호수의 모습을 보며 살짝 마계에 대한 그리움에 잠겼다. 그녀의 나이를 생각해볼때 수만년 전에 중간계의 던전이 되어버린 이곳의 호수를 그녀가 봤을리는 없었고, 또 이 호수에서 지내는 레비아탄 역시 당연히 그녀가 아는 레비아탄일리는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카이라스에게 레비아탄들을 마계로 돌려보내달라 한 것은 어디까지나 마계에 의한 그리움에 의해서였다.

예전의 무심함으로 무장한 세르티네스였다면 그리움이라는 감정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린에게 발견될 때까지 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과 고독을 곱씹으며 예전을 그리워하며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자각한 그녀는 이어서 아이린과 얘기를 하고 그녀와 친구가 되면서 타인과의 교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카이라스의 육체에 깃들여지며 카이라스가 느끼는 수많은 기쁨들과 슬픔들, 분노 등의 다양한 감정들을 간접적으로 느끼며 그녀는 보다 풍부한 감정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곳이 레비아탄들이 있는 호수..."

잠시 호수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던 카이라스가 큰 소리로 말했다.

"레비아탄들이여! 나는 적이 아니라, 그대들에게 제안을 할 것이 있어서 왔다!"

카이라스가 큰 소리로 말했음에도 레비아탄들은 호수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야 당연한 것이었다.

처음 보는 인간이 와서 갑자기 제안을 할 것이 있다고 하면 한 번은 튕겨주는 셈 치고 경계를 보이는 것이 기본이니까.

그렇기에 카이라스 역시 처음부터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레비아탄들로서는 도저히 물지 않을 수 없는 미끼를 던졌다.

"레비아탄들이여, 그대들은 마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가? 나는 그대들을 해방시켜줄 힘이 있다!"

그리고 카이라스가 던진 미끼에 사상 최대의 크기의 물고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글부글-

서서히 거대한 머리가 호수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붉은 색의 눈동자를 번뜩이는 드래곤의 머리와도 같은 청백색의 머리와 검푸른색의 머리가 함께 모습을 드러냈고 서서히 그 거대한 머리가 위로 솟아오르자 끝을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까마득한 높이가 되었다.

[인간이여, 그대가 우리를 마계로 돌려보내줄 수 있다고 했는가?]

약간은 거칠어보이는 남성의 목소리가 머리 속으로 카이라스에게 전달되어 들려왔고, 카이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레비아탄. 나는 그대들을 마계로 되돌려보내줄 힘이 있다."
[...정말 가능한 건가요?]

이번에는 맑은 미성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가 카이라스의 머리 속에 들려오자 카이라스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마계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습니까?"

두 레비아탄이 잠시 서로를 쳐다보았다. 사실 카이라스의 말을 그들은 호수 밖으로 나올때까지 완벽하게 신뢰하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그가 던진 마계로 되돌려보내주겠다는 미끼는 그들의 입장으로서는 너무나 간절히 바라는 것이었기에 속는 셈 치고 밖으로 나와본 것이었다.

그나마 둘이 함께였기에 망정이었지, 만약 혼자였다면 아마도 그들은 고독을 견디지 못하고 미쳐버렸을 것이었고 그만큼 이곳은 그들에게 있어서 너무나 끔찍하고 수만년 동안 떠나기를 간절히 바라던 장소였다.

슈우우-

이윽고 물 속에서 레비아탄들의 거대한 몸체가 빛과 함께 서서히 작아지더니 청백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청년과 검푸른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정말로 마계로 우리를 돌려보내줄 힘이 있다면 그대가 원하는건 무엇이오?"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나중에 부탁을 한다면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라면 마계에서 한 가지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 뿐이다."
"그것 뿐이오?"

남성체의 레비아탄, 케르테스의 질문에 카이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뿐이다. 어차피 너희는 여기에서 아무것도 없는 빈털털이의 신세니까."
"...부정할 수 없군."

케르테스가 쓰게 웃었다. 확실히 이곳에서 그와 그녀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이 가진 것은 그저 튼튼하고 강력한 몸뚱이와 강력한 마법 뿐이었으니깐.

"내 이름은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 그대들에게 묻겠다. 그대들은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나?"
"정말...그냥 들어줄 수 있는 부탁만 한 번 들어드리면 되는 것인가요?"

여성체의 레비아탄 레우코테아가 카이라스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고, 카이라스는 고개를 다시 끄덕였다.

"그거면 충분하다. 문제 있나?"
"아, 아니에요. 저 레비아탄 일족의 레우코테아는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마신 오스쿠로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레비아탄 일족의 케르테스.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마신 오스쿠로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레우코테아가 제안을 받아들이자 케르테스 역시 카이라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약속을 이행하겠다."

카이라스는 세르티네스의 존재를 저들에게 밝히지 않았다. 마계의 대마왕 중 하나인 다크 드래곤 로드인 세르티네스라고 하지만 그녀는 다른 대마왕들의 습격으로 봉인당해버렸었다.

만약 그녀가 봉인이 풀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저들을 통해서 마계의 대마왕들에게 알려진다면 그것은 대마왕들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슈우우-

카이라스는 천천히 마왕의 권능을 통해 마계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마계에서 이곳으로 오는 출구는 될 수 없었지만 마계로 가는 통로를 만드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슈웅!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마계로 가는 통로가 카이라스의 옆에 열려졌고, 두 마리의 레비아탄들은 그것이 틀림없는 마계로 가는 것을 문인 것을 알고 감격에 빠졌다.

"이...은혜 잊지 않겠다."

케르테스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하였고, 이어서 레우코테아 역시 감격에 찬 눈으로 문을 바라보며 카이라스에게 말했다.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레비아탄인 그와 그녀가 카이라스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일이 벌어졌고, 카이라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들어가도록 해요. 마계의 문이 사라지기 전에."
"네!"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두 레비아탄은 빠르게 마계로 가는 문으로 뛰어들었고 두 마리의 레비아탄을 마계로 보낸 카이라스는 히죽 웃었다.

"자, 그럼 미래를 위한 '준비'의 일부를 하나 더 끝냈으니...돌아가볼까?"
[수고했다. 카이라스. 그리고 고맙다.]

세르티네스가 카이라스의 내부에서 감사 인사를 해왔고 카이라스는 그저 미소를 지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카이라스가 갓 호수 밑으로 내려갔을때, 기회를 노린 인큐버스와 서큐버스는 당초의 계획인 발록과의 상잔을 노리는 것이 아닌 카이라스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여인들을 습격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