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4화 〉[카이라스의 고뇌] (144/380)



〈 144화 〉[카이라스의 고뇌]

레비아탄들을 마계로 되돌려보낸 카이라스는 다시 산의 위로 올라왔고, 그 때 그가 본 광경은 그가 쳐둔 마법진의 주변에 환술로 인해 만들어져있는 수많은 환영진들이었다.

[환영진들? 이것은 디아나의 작품인가?]
"그래, 디아나가 아무리 바보이긴 해도 그래도 뱀파이어 퀸이니까."

카이라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자신의 감을 모두 최고치로 끌어올렸고 천천히 환영진들의 내부를 가볍게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디아나의 환영진들과 환술은 카이라스를 '적'이 아닌 '아군'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이었다.

그렇게 환영진을 넘어선 카이라스는 그가 쳐둔 마법진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고 들어간 그를 향해 바로 셀리나가 달려와 반겨주었다.

"주인님!"

와락 안겨오는 셀리나의 힘은 가녀려보이는 몸에 비해서는 무척이나 강력했지만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해있는 카이라스의 육체에 비해서는 한참 부족했기에 카이라스는 빠르게 달려와 자신의 품에 안긴 셀리나를 제대로 받아 안아줄 수 있었다.

"떨어진지 30 분도 안됬는데 어릿광이 많네."
"주인님이 안 계시니...30분이...1 년 같이 느껴져서..."

셀리나의 말에 카이라스가 피식 웃으며 셀리나를 끌어안은 상태에서 그녀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라스, 일은 잘 끝났어?"

그리고 카이라스의 옆으로 다가온 카일라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카이라스가 애정표현을 해주는 것은 좋아하는 그녀였지만 셀리나와는 달리 그녀가 먼저 카이라스에게 적극적으로 애정표현을 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녀가 카이라스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었다.

언제나 차가운 표정을 짓고 얼음 같은 냉기로 무장하고 있는 그녀는 카이라스에게 적극적인 애정표현을 하기를 부끄러워했고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것을 안 카이라스는 언제나 자신이 먼저 적극적인 애정표현을 해주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응, 잘 끝났어."

셀리나와 포옹을 풀고 카이라스는 바로 카일라를 끌어안고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고, 카일라는 아무런 말 없이 카이라스의 품에 안겨져있었지만 카이라스는 그녀가 지금 기뻐하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역시 카일라 누나는 너무 귀엽다니까. 향기도 좋고.'

아직 저녁 식사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강렬한 성욕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낀 카이라스는 그 성욕을 내려 앉히면서 카일라에 이어서 디아나도 포옹을 해주었고 그렇게 아내들의 포옹을 끝낸 카이라스는 바로 유리아나와 레이나에게 다가갔다.

"자, 이제 슬슬 검술 수업 시간이야. 오늘은 카일라 누나가 가르쳐줄테니 카일라 누나 말 잘들어야한다. 알겠지?"
"응!"
"네, 선생님."

활발하게 대답하는 유리아나와 당차게 대답하는 레이나의 모습에 살포시 미소를 지은 카이라스는 티세라에게 다가갔다.

"우리도 마법 수업을 시작하자. 일단 오늘은 수식 같은 것을 가르쳐줄테니 책방으로 와."
"네, 네! 스승님."

카이라스랑 단 둘이 시간을 보낸다는 말에 티세라의 얼굴이 살짝 붉어져있었다.

그리고 카이라스가 티세라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하자 카일라가 물었다.

"라스. 오늘은 여기에서 멈출거야?"
"그럴려고. 조금만 더 가면 발록이 있는 곳인데...이제 어차피 위협적인 마수도 거의 없고 또 여기의 던전은 보물이 전부 발록을 쓰러뜨려야 얻을 수 있게 되어있거든."

카이라스의 말에 카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발록과는 먼저 내가 싸워볼께."
"솔직히 말하자면 발록은 지금 누나보다 강해."
"알아. 하지만 위험해지면...라스, 네가 지켜줄거지?"

카일라의 차가운 눈빛이 카이라스를 향했다. 그리고 그 차가운 눈빛 안에 있는 자신을 향한 굳은 신뢰감에 카이라스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하면...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잖아."
"그럼, 내일 부탁해. 난 이제 유리아나와 레이나를 가르칠께."
"그래. 수고해. 그리고 디아나."

카이라스가 디아나를 부르자 디아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응, 왜?"
"오늘 많이 수고했어."

카이라스의 칭찬에 주인의 칭찬을 받은 강아지처럼 헤벌레 해지는 미소를 지으려던 디아나가 급히 미소를 멈추면서 가슴에 힘을 주었다.

"후, 훗. 당연한 일이야. 이 여왕님의 오늘의 활약, 똑똑히 기억해두라고."
"기억은 해둘께. 그런데 디아나 입가에 핏자국이나 닦지 그래?"
"앗!"

디아나는 자신의 입술 사이로 살짝 서큐버스의 피가 묻어있는 것을 깨닫고 급히 혀로 입술 주변을 더욱 넓게 핥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입가에 묻은 핏자국에 혀가 전부 닿는 것은 아니었기에 결국 멀리서 카이라스가 손을 써줘야했다.

"클린."

그리고 디아나의 입가에 있는 서큐버스의 핏자국이 사라졌다.

"아, 고마워."
"그럼 디아나. 너는 셀리나에게 권능의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어봐."
"응."
"셀리나, 너도 열심히 수련해라."
"네!"

카이라스와 카일라가 스승의 노릇을 하듯 디아나 역시도 조카인 셀리나에게 뱀파이어로서의 권능과 환술 등을 가르치며 스승의 노릇을 하고 있었다.

단지 차이점은 이미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카이라스와 카일라와는 달리 경험이나 지식 등이 심각하게 부족한 디아나는 말이 스승이지 거의 셀리나와 이런저런 토론을 하며 권능의 사용법들을 본인도 함께 익혀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가르치면서 배운다고, 그것은 디아나에게도 셀리나에게도 상당히 효과가 좋았기에 카이라스는 일부로 둘에게 그런 상황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자, 그럼 들어가자. 티세라."
"네!"

티세라가 맑게 웃으면서 대답하자 카이라스 역시 살짝 웃으면서 그녀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간 후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들어간 방은 아주 넓지는 않았지만 책꽂이에 마법서를 비롯한 다양한 책들이 존재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이 책방에 있는 책들로 그녀를 가르치지 않았고 그의 아공간에서 책을 꺼내었다. 그가 아공간에서 꺼낸 것은 그가 직접 집필한 4 서클의 마법서였다.

사실 그의 가르침을 속성으로 한다면 티세라는 4 서클에 머물러있지 않고 이미 5 서클에 충분히 올랐을테지만 카이라스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에게 1 서클부터 마법을 처음부터 다시 가르쳤었다.

그가 티세라에게 가르친 마법들은 전부 그가 10 서클 마스터의 깨달음을 통해 보다 강하고 빠르고 효과적이게 변형시킨 마법들이었고 그리하여 티세라는 3 서클까지의 마법을 현재 모두 다시 배운채로 이제 4 서클의 마법들을 다시 배워가고 있었다.

그리고 티세라와 카이라스는 각각 의자에 앉은 후 카이라스는 티세라의 앞에 책을 펼쳤다. 그리고...

"러쿠브레이션(Lucubration : 열심히 공부하기)!"

카이라스는 암기력과 이해력, 집중력을 높여주는 6 서클의 마법, 러쿠브레이션을 사용했다.

티세라가 아무리 마법사이기에 머리가 일반인들보다 좋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그녀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마법사들 중 상위권에 속한 천재는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인 루스칼리스를 제외하더라도 그의 숙부 뻘인 루시우스, 우르바누스, 세르지우스나 친척형 뻘인 마커스, 펠릭스, 니콜라오, 혹은 고모인 유노처럼 대마법사에 올라있거나 후에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를 정도로 천재들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가르치는 사람이 카이라스라면 얘기는 달라졌다. 비록 육체는 9 서클의 마법사일지언정 그의 깨달음은 10 서클의 대마법사였으니깐.

그리고 그가 쓰는 러쿠브레이션은 24 시간의 지속 시간이 있었고, 이것은 티세라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마법서를 그냥 한 번 보면 완벽하게 외울 수 있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었다.

마치 소설책을 읽는듯 간편하게 마법서를 읽으면서, 또 높아진 집중력으로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공부를 하고 있는 티세라의 모습을 바라본 카이라스는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제자를 키우는 것도 꽤 괜찮네.'

시공회귀 이전에도 제자들을 가르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때는 이렇게 편안하게 정을 줄 시간이 없었었다. 그리고 차근차근 마법사로서 가르치기보다는 전쟁에 필요한 마법들만을 속성으로 급히 가르치는 것이 대부분이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전쟁이 일어나기까지는 아직 여유로운 시간이 있었기에 티세라는 차근차근 밑에서부터 기초를 탄탄히 가르치고 있었고 열심히 그의 수업을 따르는 티세라는 상당히 가르치는 맛이 있는 제자였다.

거기다가 카일라와 디아나에 비할만한 미모와 몸매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아무리 봐도 눈이 질릴 일은 없었다.

'흐음...'

카이라스의 시선이 문득 티세라의 치마 밑으로 향하였다. 그가 사준 푸른색 미니스커트들을 즐겨입는 티세라의 치마 아래로 새하얀 허벅지와 늘씬한 두 다리가 뻗어보여졌다.

그녀의 늘씬한 두 다리를 보자 카일라 때문에 성욕을 자극받았지만 그 성욕을 억누르고 있었던 카이라스는 티세라의 아름다운 두 다리를 보자 급격한 성욕의 끌림을 느끼었다.

아직까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절세미녀의 육체. 거기에 그가 티세라를 아내로 삼는다해도 아무도 그에게 뭐라하지 못할 것이었다. 이미 카르쟌 1세가 그에게 그녀를 넘겨주었으니깐.

그리고 그녀 역시 자신을 좋아하고 있었고, 그가 명령만 내린다면 티세라는 당장 공부를 멈추고 수줍게 다리를 벌리며 얌전히 자신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줄 것이었다.

'아 서버렸네.'

자신의 분신이 힘껏 선 것을 느낀 카이라스는 자신이 티세라의 육체를 진짜로 원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느꼈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스럽게 생각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자신은 티세라를 확실히 여자로서 좋아하고 있었고 또 그녀를 아내로 삼고 싶었다. 하지만...

'레이나.'

시공회귀 이전 그에게 안겨오던 레이나의 모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눈 앞의 여인, 티세라는 레이나의 엄마였다.

옛날 카르시스 제국의 황제는 모녀를 동시에 황후와 황비로 삼은 전적이 있었고 아르테일 공작가의 역사에서도 그런 경우는 몇 번 있었었다.

당장 그가 티세라와 레이나를 동시에 아내로 삼는다고 해도 새로울 것도 없었다.

티세라라면 카이라스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었다. 그녀는 순종적인 성격이었고, 레이나가 함께 자신의 아내가 된다면 오히려 떨어지지 않는다고 기뻐할 성격이었다.

그렇지만 레이나는 틀렸다. 시공회귀 이전의 그녀라면 모를까, 이 시대의 그녀는 아직 자신을 사랑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존경스러운 선생님으로서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때 그가 티세라를 아내로 맞이하면 그녀는 축하를 하며 자신을 '아버지'처럼 여기고 따르게 될 것이었다.

'그건 정말 싫은데...'

솔직히 말해서 그건 정말 싫었다. 2살 연하의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을 향해 '아빠' 혹은 '아버지'라고 부르는 광경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공포이자 절망이었다.

"후우, 티세라."
"네?"

한창 책을 들여다보던 티세라는 카이라스가 갑자기 자신을 부르자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쳐다보았고 카이라스의 시선이 잠시 티세라의 아름다운 얼굴로 향하였다.

"잠시 이리와봐."

그리고 카이라스는 티세라에게 숨기지 않고 고백하기로 했다. 이제 그는 그녀를 신뢰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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