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 〉[투마 발록 vs 그랜드 소드 마스터 카일라]
목욕이 끝난 후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한 유리아나와 레이나에게 가볍게 클린 마법으로 목욕한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게 해준 후 저녁식사를 끝낸 후에 밤에 티세라에게 가볍게 마법들을 복습시켜준 후 이제는 4 명이 된 아내들과 행복한 밤일의 시간을 보내고 새벽 4시부터 아침 6시까지의 2 시간의 짧은 수면이 끝난 카이라스는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은 투명하기까지 해보이는 새하얀 피부 곳곳에 새하얀 액체들이 뿌려져있고 긴 은발이 거칠게 흐트러져있는 카일라의 모습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디아나와 셀리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어제 드디어 그의 여자가 된 그의 4 번째 아내인 티세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양쪽 구멍에서 새하얀 액체를 주르륵 흘린 상태로 쓰러져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새겨졌다.
"침대가 넓어서 다행이지만...앞으론 더 넓은 침대가 필요하겠는걸."
그렇게 중얼거린 카이라스는 클린 마법으로 스스로의 육체를 깨끗하게 한다음 가볍게 아공간에서 옷을 꺼내 입었다. 이제 다시 그가 아침을 차려야했기 때문이었다.
"발록하고 싸울 건데 카일라 누나가 든든하게 먹어둬야겠지."
그러면서 사랑이 가득 깃든 눈으로 카일라를 한번 쳐다본 카이라스는 4 명의 아내들의 허벅지 사이의 비소와 항문에 가득 차있는 자신의 정액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임신은...역시 안되겠지."
이종족들과의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사랑하는 여인들과의 사이에서 자식도 봐서는 안되는 현실이 떠오르자 카이라스는 아침부터 입맛이 썼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그것에 오래 불만을 품지 않았다. 이 시공회귀를 해서 사랑하는 여인들을 다시 만나며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으니까.
그리고 아침을 차리러 카이라스는 부엌으로 내려갔고, 후라이팬을 아공간에서 꺼낸 그는 계란과 핫케이크 가루, 우유 등을 적절하게 섞고 반죽을 한 후 7 인분의 핫케이크들을 굽기 시작했다.
* * *
발록은 오늘도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는 날을 보내고 있었다.
"크르르..."
싸울 자...싸울 자가 너무나도 필요한 매일매일. 그렇지만 자신이 갇혀있는 이 드넓은 방에는 수만년 동안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 방에서 탈출하기 위해 수천년의 세월 동안 벽을 부수려고도 해보고 했지만 돌로 둘러쌓인 이 방은 발록의 탈출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오늘도 절망적이게 보낼 것이라고 생각하던 발록은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는 자신의 감각을 처음에는 의심했다.
이 던전에서 누가 자신을 찾아온단 말인가?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크르르...? 정말로 찾아온 것인가?"
온 몸이 헬파이어로 뒤덮혀있는 발록의 목소리는 듣는 것만 해도 심층 깊이 잠재된 공포를 끌어올리는듯 공포스러웠다.
그렇지만 지금 정말로 격렬한 환희를 내고 있었다. 싸울 상대. 아무리 약한 상대라도 좋으니 싸울 상대가 이곳으로 온다는 사실 자체가 그는 너무나 기뻤다.
마계에서는 흔히 찾을 수 있던 싸우거나 죽일 대상이 하나도 없었기에 수만년 동안 혼자 갇혀지내면서 애꿏은 벽을 채찍으로 후려치는 것 외엔(그것도 벽에는 흠집도 나지 않았다.) 하루 일과도 없었던 발록에게 적이라는 개념 자체는 '축복' 및 '구원'이나 다름 없었다.
투쟁의 본능이 급격히 솟아올랐다.
그렇지만 이 스테이지의 방의 입구의 밖은 내부에서는 볼 수가 없게 되어있었기에 누가 다가오는지는 알 수가 없었고 오직 기척만을 파악하여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크르르?"
그 때 날카로운 예기를 담은 푸른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가 발록을 향해 날라왔고, 발록은 그걸 미리 파악하고 그대로 헬 파이어가 서려있는 불의 채찍을 휘둘러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를 쳐서 튕겨버렸다.
콰아아아앙!
발록의 채찍을 수만년 동안 견뎌온 보스 스테이지의 방 답게 참격 형태의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가 벽에 충돌했음에도 벽에는 조금의 충격도 없었다.
"역시 쉽게 되지 않네."
그리고 스테이지의 안으로 들어와 공격을 날렸다가 바닥에 가볍게 착지를 하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투마인 발록도 놀랄만큼 마치 여신과도 같은 고고함과 아름다운 미모를 보유했으며 차가운 인상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은발의 생머리를 가진 여인이었다.
"인간이냐?"
발록이 공포스러운 목소리로 은발의 미녀에게 물었다. 마계에서 꽤나 오래 살아온 발록이었지만, 자신의 눈 앞에 서있는 미녀에 비견될만한 미녀는 정말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수만년전이기는 하지만 그 당시의 마계를 기준으로 하자면 그의 눈 앞에 있는 미녀에 비견될 미모를 지닌 미녀는 마계에서도 다섯 명을 넘지 못할 것이었다.
그리고 얼음 같이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던 은발의 미녀, 카일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얼굴만큼이나 차갑고 무미건조하지만 아름다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 이름은 카일라 폰 카르세드 아르테일. 인간이다."
"인간 계집...인간 계집이 내 상대라니. 크흐흐흐."
발록은 잠시 웃었다. 인간 계집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방금전 그녀가 날린 공격은 그녀가 제법 상당한 실력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그에게 막대한 투쟁의 본능을 일으켰다.
피가 끓어올랐다. 저 아름다운 얼굴을, 도도한 얼굴을, 고고한 모습을 고통으로 무너뜨리고 싶었다.
차악!
발록의 거대한 채찍이 바닥을 때렸고, 그것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헬파이어의 열기에 카일라는 전신을 오러로 틈틈히 보호했다. 저 헬 파이어의 열기에 잘못 당할 경우 치명적으로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만 않으면 괜찮겠고, 또 카이라스가 그녀에게 걸어준 여러 보호마법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저 헬파이어의 여파에서 완벽한 방어를 하기 위해선 오러를 둘러두는 것이 괜찮았다.
'사실 라스가 걸어준 마법들이라면 직접 공격을 당하더라도 버텨 주겠지만.'
그렇지만 가능하면 카이라스가 걸어준 마법들에 의존하고 싶지 않은 것이 그녀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먼저 홀로 이 보스방의 스테이지로 뛰어든 것이었다. 발록과 먼저 1 : 1로 겨뤄보기 위해서!
오리하르콘과 미스릴이 섞인 검에 푸른 색의 오러 블레이드와 오러 서클을 생성한 채 온 몸에 불길에 휩싸여있는 거대한 발록 앞에 서있는 카일라의 모습은 마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성녀가 성검(聖劍)을 들고 마왕에 맞서는듯한 모습이었다.
특히나 성녀들이 주로 가지는 가장 많은 머리색이 시공회귀 이전의 성녀 실비아가 가지고 있던 은발이었고, 그 다음이 금발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카일라의 머리색은 성녀들이 가장 많이 가진다는 은발이었기에 더욱 그녀를 성녀와 같은 모습으로 보이게 했다.
"크하하하!"
발록이 웃음을 지으며 카일라를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이 움직임에 깊은 묘리 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눈에 보이지도 않을만큼 빠르고 강력할 뿐이었다.
소드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조차도 압도하는 지옥의 불길을 휘감은 채찍이 카일라를 향해 휘둘러졌지만 카일라는 그녀 특유의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그 공격을 흘려버렸다.
공격을 흘려버리는 것에 전문가인 엘리나에게서 배운 검술과 응용법들은 오러 블레이드를 생성한 검을 나뭇가지만으로도 흘려버릴 수 있을 정도의 깊이가 있었고 카일라는 그것을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후에도 꾸준히 연습해왔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발록의 채찍을 흘려버릴 수 있는 것이었다.
'역시 힘이 엄청나.'
그렇지만 공격을 흘려버릴 때 느낀 발록의 힘은 카일라로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정말 무시무시한 완력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흘려버린 채찍들은 다시금 그녀를 노리고 끝없이 움직이며 공격을 해왔고 도저히 짐작이 되지 않는 다양한 방향에서 공격이 날라오고 있었다.
"크하하하!"
긴장한 채로 열심히 공격을 흘려버리는 카일라에 비해서 발록은 신이 난듯 계속해서 채찍을 움직이며 카일라를 공격하였다. 그는 지금 너무나 유쾌해 도저히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싸움!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가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끔찍하기만 하던 곳에서 싸움을 하고 있고, 그 상대는 자신의 적수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상당한 경지에 올라있는 인간 계집이었다! 충분히 싸움을 즐길 수 있는 상대인 것이었다.
가냘픈 몸매의 아름다운 여인을 향해서 쉴세 없이 무지막지한 채찍을 휘둘러대는 거구의 발록의 모습은 결코 좋아보이는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이 순간을, 싸움을 하고 있는 이 순간을 즐길 뿐이었으니깐.
'검을 잡혀선 안돼.'
카일라는 어느덧 발록의 채찍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검을 붙잡기 위해 움직이는 것을 파악했다. 만약 검을 붙잡힌다면 아무리 그녀의 검이 좋은 재료들로 만들어져있다고 한들 헬 파이어를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릴 것이었다.
오러 서클과 오러 블레이드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 공급을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사라질 것들이었고 발록에게 검을 잡혔을때 카일라가 택해야하는 것은 검을 손에서 놓는 것 뿐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발록에게 끌려가 죽을테니까.
"크하하하, 정말 즐겁구나. 네 년과도 같은 이쁘게 생긴 계집이 이런 실력을 지니고 있다니. 그 실력에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군!"
발록은 카일라를 죽이기가 진심으로 아까워졌다. 어차피 자신은 이곳에 갇혀서 나가지도 못할지도 모르는 몸. 마음 같아서는 카일라를 가두어놓고 매일매일 자신과 싸움을 하게 시키고 싶었다.
'죽이지 않고 생포한다. 그리고 영원히 나와 싸우게 해주겠다.'
그렇게 결심한 발록은 채찍을 계속해 휘둘렀고 공격을 흘려버리면서 카일라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이대로라면 접근도 하지 못하고 내가 지쳐 쓰러지겠어.'
발록이 휘두르는 채찍에 무인들의 깊은 깨달음 같은 건 없었지만 그 빠르고 강인함은 도저히 쉽게 파고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고모인 엘리나라면 어떻게든 파고 들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아직 그녀의 경지로는 무리였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써야겠어.'
그렇게 생각한 카일라는 천천히 자신의 오러 블레이드와 오러 서클에 강력한 쇼크 웨이브의 기운이 서리게 만들었다. 원래는 발록에게 접근을 했을때 크게 한 방을 먹여주기 위해 숨겨두려고 했던 것이었지만 아쉽게도 틈을 만들기 위해선 지금 사용해야할 것 같았다.
슈우우-
'지금이다.'
카일라는 차가운 푸른 눈동자로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일반적으로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의 발록의 채찍을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이른 빠른 시력으로 확인하고는 그 채찍을 향해 바로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를 날렸다. 당연하게도 참격 형태였다.
"크흐흐."
아까전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를 튕겨본 발록은 카일라를 비웃으며 채찍으로 물결 치는듯한 참격 형태의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를 쳐내기 위해 채찍을 더욱 거세게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를 향해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