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화 〉[투마 발록 vs 그랜드 소드 마스터 카일라] 2
카일라는 차가운 푸른 눈동자로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일반적으로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의 발록의 채찍을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이른 빠른 시력으로 확인하고는 그 채찍을 향해 바로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를 날렸다. 당연하게도 참격 형태였다.
"크흐흐."
아까전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를 튕겨본 발록은 카일라를 비웃으며 채찍으로 물결 치는듯한 참격 형태의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를 쳐내기 위해 채찍을 더욱 거세게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를 향해 휘둘렀다.
그리고 카일라의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를 채찍으로 친 순간이었다.
"크으으윽!"
발록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채찍을 타고 카일라의 쇼크 웨이브의 기운이 그의 체내로 침투하여 그의 내부를 뒤흔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발록의 전신에서 더욱 뜨겁게 거센 지옥의 불길이 일어나더니 이윽고 전신이 헬 파이어로 뒤덮혀있는 사이에서 눈동자도 보이지 않고 눈 모양만이 보이는 그의 두 눈이 카일라를 향한듯 보여졌다.
"크흐흐, 짜릿하군. 숨겨둔 한 수였나? 인간 계집."
발록의 말에 카일라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차가운 표정을 지은 상태에서 인상을 찡그리는 그녀의 얼굴은 오히려 귀여워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지만 발록에게는 오히려 더더욱 고통으로 일그러뜨려 주고 싶다는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마족들과는 달리 투쟁의 본능이 대부분인 발록은 아름다움을 짓밟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효과가 그닥 없다니.'
카일라는 자신의 쇼크 웨이브가 전혀 통하지 않자 인상을 찡그렸을때 발록의 채찍이 그녀의 가는 발목을 휘감아 붙잡기 위해 날라왔고 그녀는 급히 뒤로 물러났지만 발목을 휘감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녀의 몸이 공중에 띄워졌을때를 노려 채찍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그녀를 붙잡기 위해 솟아올랐다.
"읏!"
카일라는 급히 검을 뻗어 채찍의 방향을 옆으로 바꾸기 위해 툭- 쳐서 옆으로 흘려넘긴 후 공중에서 빠르게 회전을 하여 낙법으로 착지를 했다.
"놀라운 움직임이군. 검으로 채찍을 툭- 치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향하는 방향을 옆으로 바꾸다니. 크흐흐!"
발록이 순수하게 카일라의 검술에 감탄을 표했다. 그렇지만 칭찬 속에서도 카일라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지금 그녀는 농락당하고 있는 기분, 아니 진짜로 농락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상상 이상으로 강해.'
카일라는 이 때 자신의 고모인 엘리나였다면 어떻게 했을지를 생각했다. 아마도 그녀라면 이미 진작에 발록에게 가까이 접근하여 그와 접근전을 벌이고 있었을 것이었다.
이 쯤에서 빠지고 카이라스에게 처리를 맡기는 것이 그녀의 판단력으로 생각할 때는 옳은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리석고 바보 같다고 생각했지만 적어도 저 기분 나쁘게 웃는 발록에게 한대 정도는 비명이 나오게 먹여주고 싶었다.
'그렇다면 이 방법을 써야겠어.'
그리고 카일라는 발록의 채찍을 다시금 피하며 그녀의 오러 블레이드에 쇼크 웨이브의 기운이 서리게 한 다음 그 충격파를 공간에 직접 타격했다.
쿠우우웅-
다른 것도 아닌 공간에 충격 자체가 타격되자 주변의 공간들이 일제히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공간을 뒤흔드는 힘. 이것이 바로 그녀가 가진 힘이었고 처음으로 발록이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이건...공간을 뒤흔드는 것인가?"
발록이 경악스러운듯 카일라를 쳐다보았다. 인간이 그저 검만으로 공간을 뒤흔들다니? 그의 상식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권능이 없는 인간이 단순히 공간을 뒤흔들다니?
물론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인간은 기본적으로 시간이나 공간에 관련된 것 중 몇 가지의 힘을 다룰 수 있었지만 발록은 인간들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도 없었다.
수만년전이라고는 해도, 그 때는 지금보다 오히려 더욱 발전된 제 1의 마도시대였으니 조사를 해보았다면 충분히 알 정보는 알 수 있었겠지만 당시에도 마계에서 싸움을 하기에 바빴던 발록은 인간들에 대해 흥미를 가지지 않았었다.
그런 무지는 카일라에게 행운이었다.
쿵! 쿵! 쿵!
이어서 카일라는 주변의 공간을 닥치는대로 뒤흔들어댔고 발록은 이로서 채찍을 마음껏 휘두를 수 없게 되어버렸다.
공간이 뒤흔들리기에 제대로 균형을 잡고 서있기도 힘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일라는 이 환경을 역으로 이용하여 공간이 뒤흔들리는 힘을 역이용하여 현란하게 움직이며 발록에게 접근해갔고, 발록은 자신에게 접근해오는 그녀를 제압하기 위해 채찍을 휘둘러댔지만 그의 채찍은 카일라의 몸에 조금도 접근하지 못했다.
뒤흔들린 공간에 의해서 채찍이 그의 의도대로 전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카일라의 경우는 뒤흔들리는 공간 속에서 자유로이 움직이기 위해 뒤흔들리는 공간이 어떤식으로 흔들리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법과 그 것을 역이용하는 법을 익히고 있었지만 발록은 그것이 아니었다.
카이라스였다면 뒤흔들리는 공간을 '안정'시켜버리는 것으로 간단하게 카일라의 공간 뒤흔들기를 봉쇄했겠지만 발록에게 그런 방법은 안정을 시키는 것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 할 줄 아는 것은 그냥 다 때려부수는 것 뿐이었으니깐.
푸화아아악!
"크으윽!"
그리고 카일라의 검이 드디어 발록을 베어냈다. 물론 발록의 크기가 너무나 컸기에 한번에 전부 베어버리지는 못하고 그저 팔만을 베었을 뿐이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공격은 성공했다. 발록의 팔이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크크, 걸렸구나. 계집."
"?!"
발록의 팔이 잘라진 부위에서 급격하게 팔이 재생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카일라 역시 예상했던 범위였기에 놀라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와 발록의 주변에 거대한 막이 생겨남과 동시에 발록의 전신에서 거대한 지옥의 불길이 솟아올랐고, 거의 스테이지 전체에 퍼질듯한 기세로 그의 육신에서부터 시작된 지옥의 불길이 사방으로 번졌다.
'헬 파이어!'
9 서클 급의 공격력을 지닌 8 서클의 공격 마법, 헬 파이어를 자신을 중심 축으로 사용하여 사용하는 것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고, 발록의 근처에 있는 카일라는 공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이 불길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전력을 다해서 방어를 하는 것 뿐이었다.
카일라는 급히 허공에 검을 휘둘렀고, 그녀의 오러 블레이드는 이윽고 강력한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이미 전신을 오러 가드와 오러 베리어로 보호하고 있던 그녀였지만 헬 파이어를 그것만으로 막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견뎌낸다.'
사실 8 서클의 마법사에 비견되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8 서클 마법사의 8 서클의 마법은 시전할 틈을 주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이 상식이었다.
8 서클의 마법사가 8 서클의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거의 필살기를 쓰는 것과 다름이 없었고 기본적으로 8 서클의 마법사도 6 서클의 마법을 난사하는 것으로 그랜드 소드 마스터와 싸우는 것이었다. 8 서클의 마법을 피할 수 없을때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도 자신의 가장 강렬한 일격으로 맞대응을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카일라에게는 그런 일격기를 준비할만한 시간이 없었기에 방어에 전력을 집중한 것이었다.
차라리 거대한 불덩어리가 날라오는 것이라면 그 불덩어리에 오러를 날려 방향을 휘어지게 할 수 있지만 발록의 헬 파이어는 자신을 중심으로 하여 주변에 지옥의 불길이 퍼지게 하는 것이었기에 그녀의 특기인 흘려버리기도 효과를 볼 수 없었다.
화르르륵!
그리고 거대한 불길이 주변을 뒤덮었고 카일라가 연분홍빛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당연하게도 발록의 옆에 있던 그녀가 받는 피해가 가장 막강할 것이었다.
발을 움직여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고 싶었지만 발록이 그녀의 주변에 쳐둔 막으로 인해 그녀는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이까짓 막이야 그냥 검으로 한번 치면 깨질테지만 이 막을 부수는 순간 지옥의 불길이 그녀를 덮칠 것이었다.
그리고 지옥의 불길이 이윽고 그녀가 있는 곳을 순식간에 뒤덮었다. 여태까지의 모든 것이 전부 찰나의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
그리고 헬 파이어가 걷어진 후...카일라는 아무런 상처도 없이 멀쩡하게 두 다리로 서있었다.
"궁극의 방어막, 앱솔루트 베리어."
한 소년의 목소리가 스테이지 안에서 울려퍼졌고, 발록의 시선과 카일라의 시선이 일제히 그 쪽으로 향했다.
"라스..."
"위험했잖아. 카일라 누나."
무척이나 잘생기고 시원시원한 용모를 지닌 흑발의 소년 카이라스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카일라는 빠르게 발록에게서 멀어져 그의 옆으로 오며 위험에 뛰어든 자신의 행동을 사과했다.
"미안. 한방 먹여주고 싶었어."
"생리 때라서인지 역시 너무 예민해져있어. 평상시의 누나라면 침착했을텐데."
카이라스의 말에 카일라는 살짝 싸늘하게 카이라스를 쳐다보기는 했어도 그의 말에 반박은 하지 않았다. 방금전 그 행동은 그녀가 생각해도 바보짓 같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발록이 저 정도의 무지막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었고 그녀는 빠르게 공격만 하고 뒤로 빠질 생각이었지만 그것은 그녀의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다.
"크흐흐흐, 이번에는 네놈이 내 상대냐?"
발록의 시선이 카이라스에게로 향했다. 정체가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눈 앞의 소년이 저 은발의 미녀보다 더욱 강하다는 사실은 느낄 수 있었다.
"디아나와 비슷한 수준의 힘이라...그럼 이건 어떠려나? 한번 전력으로 공격을 해봐야겠어. 카일라 누나, 누나는 잠시 스테이지 밖으로 물러나 있어줘."
"응. 알았어."
이미 발록과의 승부는 그녀의 패배인것은 검사로서 인정한 그녀였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것만큼 꼴 사나운 것도 드물었기에 그녀는 순순히 카이라스의 말대로 뒤로 물러나 이 스테이지의 밖으로 나갔다. 발록은 이 스테이지에서 나갈 수는 없었지만, 도전자의 입장인 그녀는 예외였다. 얼마든지 나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카일라의 모습이 이 스테이지에서 사라지자 발록은 잠시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보더니 이윽고 카이라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크흐흐...아까 그 계집은 나를 많이 즐겁게 해주었다. 네 놈은 과연 나를 얼마나 즐겁게 해줄까?"
"즐겁게 해줘?"
발록의 목소리는 공포스럽기 그지없었고 듣는 것만해도 소드 마스터에 이른 검사라 해도 공포를 느끼겠지만 카이라스는 그저 발록을 향해 비웃음을 흘렸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거 같은데 나는 너를 즐겁게 해주지 않을거야. 왜냐하면 나는 너를 죽일 거거든."
그렇게 말한 카이라스는 서서히 자신이 현재 가진 모든 힘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네 녀석에게 이것을 시험해주겠어. 원래 카일라 누나와 디아나를 번갈아가며 수련시켜주려 했는데...아무래도 내가 수련이 필요한 것 같아서 이번은 양보받았거든."
슈우우우!
9 서클의 마법.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검술.
상급 정령들의 힘.
암흑투기.
마왕의 권능.
이 순간 카이라스는 자신이 보유한 모든 힘들을 하나로 조합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