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1화 〉[던전의 보상들, 10 서클로 가는 실마리] (151/380)



〈 151화 〉[던전의 보상들, 10 서클로 가는 실마리]

카이라스가 발록을 쓰러뜨리자 6 명의 여자들이 일제히 던전의 안으로 들어왔다.

"라스, 괜찮아?"

제일 먼저 그의 앞으로 다가온 것은 차가운 냉기를 줄줄 풍기고 있는 카일라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당연하게도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그 속에는 카이라스를 향한 걱정이 담겨져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모를 카이라스가 아니었기에 그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뭐, 괜찮아. 그냥 속이 좀 울렁거릴 뿐이야."
"힘든 일은 자처해서 하지마."

카일라가 차갑게 살짝 그를 타박했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을 걱정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는 카이라스는 그런 카일라의 모습이 귀엽게 보여 키득 웃으면서 그녀의 연분홍빛 입술을 살짝 손가락으로 쓸어주며 말했다.

"카이라스, 정말 많이 다친거 아니지?"
"주인님, 안색이 안 좋으세요."

디아나는 평상시와는 달리 숨김없이 걱정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셀리나는 살짝 울먹거리는듯한 눈으로 카이라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카이라스의 아픔이야말로 셀리나, 그녀에게 있어서 최고의 고통이자 아픔이었기 때문이었다.

"스승님..."

그리고 그것은 티세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 카이라스의 여자가 된 그녀에게 있어서 카이라스의 아픔은 곧 그녀의 아픔이며, 최고의 고통이었다.

"라스 오빠, 정말 괜찮아?"
"선생님, 정말 괜찮으신거죠?"

유리아나와 레이나까지도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니 카이라스는 다들 자신을 생각해주고 걱정해주는 것이 고맙고 기쁘기는한데...자신이 그렇게 허약해보였나 한숨이 나왔다.

"정말 괜찮다니까. 애초 내가 그렇게 허약해보여? 이 중에서 제일 강한데 나라고. 여자들 사이에서 강한 척을 하는 것 같아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렇게 말한 카이라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자, 이제 던전의 보물들을 얻으러 가자."

발록이 죽은 순간 이미 보물들이 저장되어있는 창고로 가는 문이 스테이지의 끝에 생성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간 카이라스의 등 뒤를 바라보던 카일라가 먼저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따라가자, 디아나가 살짝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그 뒤를 이었고, 이어서 살짝 미소를 지은 셀리나와 티세라에 이어서 마지막으로 유리아나와 레이나가 조그맣게 미소를 지으면서 따라갔다.

그렇지만 이어서 보인 광경은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수많은 서적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있었고, 수많은 금은보화로 만들어진 예술품들이 산을 쌓고 있었고 그 옆에는 미스릴 괴와 오리하르콘 괴가 차곡차곡 쌓여져 마찬가지로 산을 쌓고 있었다. 그리고 온갖 아티팩트들이 쌓인 모습으로 존재했는데 하나 같이 가공할 위력을 지닌 아티팩트들이 분명해보였다.

물론 이곳에서 이 아티팩트들의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9 서클의 대마법사인 카이라스 뿐이었다.

"정리를 하자면 꽤나 힘들겠네."

그렇게 중얼거린 카이라스는 천천히 움직이며 책꽂이들 쪽으로 간다음 그 중에서 가장 두께가 짧은 책을 한권 꺼내들고 펼쳐보았다. 그리고 그 책에서 50 페이지 정도 쯤에 이동한 카이라스는 조용히 책에 적힌 내용을 감상했다.

책의 내용은 당연하게도 전부 제 1의 마도시대 때 당시의 고대어로 되어있었지만 마법의 도움이 없더라도 고대어는 물론이고 각종 외국어들과 이종족 고유의 언어들까지 모두 마스터한 카이라스에게는 현재 인간들의 대륙공용어를 읽는 것만큼이나 쉽게 술술 읽어졌다.

[심장에 9 개의 고리를 완성할 경우, 그 사람은 반신에 가까운 힘을 얻게 되고 수많은 이적들을 일으킬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진짜 신의 권능에 비한다면 그것은 하찮은 것. 진짜 신과도 같은 힘을 원하는 마법사들은 여럿이었지만 그 경지에 도달한 마법사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그 행운을 얻은 자 중 하나로서 9 개의 고리를 넘어 10 개의 고리를 완성하고 그로인해 마법의 힘으로 신의 권능에 비견될 힘을 손에 넣었다.

내가 이 책을 쓰며 이 내용을 불어넣는 것은 혹시나 10 개의 고리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그들을 위함이다.

10 번째의 고리를 심장에 만들고 싶은 마법사에게 충고를 하자면, 이제까지의 단순히 하나의 서클을 만드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을 감싸는 것을 하라고 나는 충고한다. 그것이 바로 10 번째의 고리로 도달하는 길이니까.]

이 부분을 잠시 읽은 카이라스는 책을 덮었다. 이것, 바로 이것이 10 서클로 가는 실마리였다.

'10 번쨰의 고리는 확실히 특이했지.'

이미 지금의 그는 10 서클에 대한 모든 깨달음들을 지니고 있었지만 시공회귀 이전의 9 서클의 마스터에서 막혀있던 그는 이 책을 통해 10 서클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되었고 이 책이 의미하는 바를 연구하면서도 주변의 수많은 던전들을 뒤지며 10 서클의 실마리를 더욱 찾다가 마침내 10 서클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었다.

그리고 그는 이 책에서 말하는 모든 것을 감싸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것은 바로 10 번째 고리의 제조법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의 심장에서 끊임없이 회전하고 있는 9 개의 고리, 서클. 그리고 그 서클들을 모두 감싸주는 거대한 서클을 만들고 그 서클의 안에서 9 개의 서클이 끊임없이 회전하고 공명한다. 이것이 바로 10 서클의 경지의 입문이었다.

당연히 지금의 그는 하는 방법도 알고 깨달음도 충분하지만 문제는 그가 보유한 마력이 형편없이 적었기에 지금의 그는 10 번째의 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드래곤 하트들을 동원하면 많은 마나를 손에 넣겠지만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검술 쪽도, 정령술도 신경을 써야했기에 당장 마법에만 신경을 쓸 수도 없었다.

'어쨌거나 이건 아공간에 넣어둬야겠지.'

10 서클에 대한 지식을 이종족들이 괜히 알게 할 생각은 카이라스는 추호도 없었다. 만약 이 책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아 이종족들이 이 책자를 손에 넣는다면 10 서클의 경지에 오르고자 하는 마법사가 이종족 중에서 있을지도 몰랐다.

10 서클에 대해 아는 것은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인 루스칼리스. 이 둘이면 당장은 충분했다. 보안을 확실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같은 인간들에게도 퍼트리는 것은 위험했다.

'이종족들에게서 10 서클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에라시안이 알아서 잘 해주곘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두려워하는 10 서클에 오르는 방법이 퍼지는 것을 가장 열렬히 막아줄 자는 그의 운명의 숙적, 최대의 숙적이며 모든 일의 흑막이자 원흉인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이었다.

10 서클의 마스터로서 드래곤 로드인 그녀는 압도적인 힘으로 드래곤들과 이종족들의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 10 서클의 경지에 오른 이종족이 있다면 그녀의 위치에 도전을 해올 것이었고 그런 것을 에라시안이 바랄리가 없었다.

시공회귀 이전 카이라스가 본 그녀는 이종족들에 대한 지배 욕구 역시 상당했었으니까.

'자, 그럼 유물들을 봐볼까.'

카이라스는 시공회귀 이전 이 유적에 있는 던전을 모두 클리어했었기에 당연히 보상 역시 10 서클의 실마리가 적힌 책자를 제외하고도 모두 챙겼었고 당연하게도 이 던전에 있는 유물들의 종류와 기능을 모두 꿰뚫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 시공회귀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는 유리아나와 레이나에게는 이 아티팩트들을 조사해서 구분하는 모습을 보여야했다.

슈우우우!

거대한 아공간을 연 카이라스는 이어서 이 던전에 있는 보물들을 닥치는대로 쓸어담았고 카일라의 머리색과도 같은 아름다운 은색을 지닌 미스릴 괴와 디아나와 티세라의 머리색과도 같은 아름다운 황금빛의 색을 지닌 오리하르콘 괴들을 아공간에 넣으며 카이라스는 히죽 웃었다.

'재료들이 상당히 모였군. 나중에 10 서클에 오르고 나서 '그 것'을 만들 때 참 도움이 많이 되겠어.'

카이라스는 이어서 아티팩트를 쓸어담은 후 말했다.

"일단 아티팩트들은 돌아가서 정리를 하고 맞는 것이 있으면 나눠줄께. 척 보아도 8, 9 서클의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들이 여러개가 보이니까."

카이라스의 말에 유리아나가 반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티팩트들을 나누어준다 같은 것 때문이 아니었다. 드디어 이 던전에서 나간다는 것이 기쁜 것이었다.

"일단 근처 아르칸 왕국 내에 있는 유적들은 다 뒤질 생각이지만...일단 당장은 근처 도시에 가서 좀 쉬자. 사람들이 있는 곳도 좀 다니고 그래야지."

카이라스의 말에 디아나가 살짝 오른손으로 귀밑에 온 자신의 금발의 몇가닥을 뒤로 넘기면서 말했다.

"가끔 카이라스. 난 이해가 안가. 대체 왜 나 같은 완벽하게 아름답고 고귀한 여왕님을 아내로 뒀으면서 그런 배경 장식품들 같은 놈들 사이에 끼는 걸 좋아하는거야?"

디아나의 말에 카이라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겠어? 디아나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우니까 그것을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함이지. 그럼 다들 네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서 날 보고 부러워하며 좌절을 하거든."
"저, 정말? 후, 훗! 역시 내 미모는 굉장하구나."
"...는 농담...은 아니야."

그저 장난으로 해본 말이고 마지막에 농담이라고 하려던 카이라스였지만 진심으로 기뻐하며 눈을 빛내는 철 없는 디아나의 귀여운 모습을 보니 차마 농담이었다고, 장난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가 없어 식은땀을 살짝 흘리면서 얼버무렸다.

"라스, 이제 나가자."

마기가 풍부한 던전의 안은 오래 있고 싶지 않았는지 카일라가 말했다. 디아나나 셀리나라면 모를까 이곳에서 그녀의 체내에 보유한 마나들을 회복하는 속도는 절반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알았어, 근데 잠시만...일단 여기 체크를 해두고."

카이라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곳 던전형 유적의 끝에 있는 유물 보관 창고의 좌표를 천천히 기억하며 이 장소에 마법진을 그림으로서 체크를 해두었다.

훗날 그의 세력들,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이 마기를 모으기에는 이곳은 더 없이 좋은 장소가 되어줄 것이었다.

'일단 그들을 찾아야겠지만...그것은 좀 내가 더 강해진 후로 미루고 일단 10 서클로 가는 실마리가 될 유물들을 모두 손에 넣어야할테니 잠시 휴식 좀 취하고 바쁘게 움직여야겠다.'

일단 10 번째의 고리를 생성하는 법이 적혀있는 책은 그의 손에 들어왔고, 그의 아공간에 들어가있으니 그 누구도 손에 넣지 못할 것이었다.

그렇지만 10 서클의 마법 수식들이 적혀있는 책자가 유물로서 남겨져있는 유적의 존재도 알고 있는 그는 아직 안심할 수 없었다. 물론 그 유적들의 위치를 아는 것은 자신이 지금으로선 유일했고 심지어 제법 많은 기억을 받은 카일라와 디아나조차도 확실하게 알지 못했다.

하지만 우연히 그 유적들이 발견될 수도 있었기에 올해 안에 그는 그가 알고 있는 10 서클에 관련된 것들을 모두 손에 넣어 직접 봉인해줄 생각이었다.

'이제 체크는 해두었으니 필요할때 얼마든지 단숨에 공간이동을 할 수 있겠지.'

체크, 이것은 던전을 클리어한 사람이 다시 던전 내부로 빠르게 가고 싶을때 갈 수 있게 해주는 마법진이었다. 본래라면 밖에서 던전의 안으로 텔레포트는 할 수 없었지만 이 체크가 있다면 그것이 가능해지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도 이 체크인 마법진의 위에만 가능했다.

그리고 카이라스 일행은 드디어 크세스 사막의 던전을 클리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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