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화 〉[황태녀 아이린의 성인식 전날]
대륙력 3월 12일 새벽 1시.
무도회장에서 예정했던 2 시간만을 있다가 '마누라들이 별장에서 기다린다.'라는 이유로 빠르게 밖으로 나온 카이라스는 셀리나를 데리고 아이린과 '함께'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카이라스 공자는 정말 사교계나 무도회를 별로 안 좋아하는거 같으시네요?"
"그렇지. 내가 마법사이기 때문인지 솔직히 말해서 귀찮거든."
아이린이 부채로 살포시 얼굴을 가리면서 눈웃음을 지으면서 묻는 말에 카이라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무도회장에서 여러모로 능숙하게 사람들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그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마법사였다. 자고로 사교계나 무도회장 같은 것을 좋아하는 마법사는 극히 드물었다.
자고로 마법사라면 그럴 시간에 책이나 한권 더 보는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었으니깐.
물론 이제 순수한 마법사라고 할 수도 없고 마법사로서는 최고에 달하는 경지에까지 올랐던 카이라스는 마법사 다운 성향만을 지녔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의 본질적인 성향은 결국은 마법사였다.
"이번 무도회도 솔직히 안면 좀 쌓아두고 셀리나가 내 아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잠깐 들른거 뿐이거든."
그러면서 카이라스는 조용하게 조신한 몸가짐으로 자신의 옆에서 자신과 팔짱을 끼고 있는 셀리나를 사랑스럽다는듯 쳐다보았고, 그의 애정이 가득 담긴 시선에 셀리나 역시도 배시시 예쁘게 미소를 지었다.
"그 동안 카이라스 공자에 대한 행보에 대해서는 많이 들었어요."
아이린이 조용히 카이라스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던전의 내부라던가 그런것까지 알아낼 수는 없고, 그저 기초적인 정보들만 알고 있죠. 예를 들어서 카르쟌 1세에게 어째서인지 왕비이자 아르칸 왕국 제일미녀인 티세라를 아내로 삼아도 좋다며 제자로 보내준 것이나 왕녀인 레이나의 검술 선생을 맡게 된 것 등을 말이죠. 물론 카일라 양이 선생으로 주로 알려져있지만요."
카이라스가 9 서클의 마법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도 여전히 없었다.
사실 최연소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카일라가 아니라 그가 되어야했지만 9 서클의 마법사인 그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이기도 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극히 극소수였고 소문이 퍼질려고 해도 그냥 워낙에 천재인 카이라스에게 따라붙은 과장 정도로만 취급받고 있었다.
원래 소문이라는 것은 적당히 퍼지다가보면 그것에 여러가지 사실이 아닌 것들이 덧붙여서 과장이 되기도 했으니까.
물론 그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는 것은 진실이었지만 15 살의 나이에 9 서클의 마법사인것은 대륙 최강의 마법사 가문인 아르테일 공작가 내에서 정말 고금최강의 천재가 태어났구나! 하는 것으로 이해가 가능한 범주였다.
당대의 아르테일 공작인 루스칼리스 역시도 신기록들을 세우면서 괴물이라고 불렸었으니, 그 아들이 그 보다 더 하다는 것은 그 괴물 같은 천재성에 질리기는 해도 이해가 가능한 범위였으니깐.
하지만 그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는 것은 이해가 가능한 범주 내의 일이 아니었다. 24 살의 나이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카일라가 최연소라며 대륙을 놀라게 하며 수많은 여인들의 동경의 대상이 된 것이 괜히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가 순수한 천재검사였다면 15 살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올랐다는 것에 대륙이 경악하겠지만 9 서클의 마법사인 그가 검술까지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면 눈으로 보지 않는한 대체 누가 믿겠는가?
"뭐, 카일라 누나도 레이나의 선생이긴 하니 틀린 말은 아니지. 그나저나 정보는 잘 얻고 있네?"
"네, 황실은 이미 제 손에 들어왔으니까요."
대륙 최강의 제국의 황실을 손아귀에 넣었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은듯 말하는 아직 성인식까지 하루를 남겨둔 소녀의 모습에 카이라스가 피식 웃었다. 확실히, 그녀가 있으니 여러모로 든든하고 도움이 되었다.
대륙 최강의 제국의 정계에서 미리 대비를 하는데 적극적인 협조를 해주고 있으니 이종족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희망이 보이고 있었다.
"그래? 근데 괜찮겠어? 나는 이제 아내들하고 밤일을 할 생각인데?"
카이라스가 살짝 장난조로 물었다. 황태녀에게 마누라들이랑 섹스를 하는데 괜찮냐고 묻는 카이라스의 질문도 가관이었지만, 더 가관은 아이린의 대답이었다.
살짝 부채로 코 아래까지를 가린 아이린은 평상시보다 더욱 요염하고 색기가 넘치는듯한 치명적인 매력을 담은 눈동자로 카이라스를 쳐다보며 웃음소리를 내었다.
"후후훗, 카이라스 공자...제부는 설마 절 덮치기라도 하실 생각이신가요? 뭐 제부라면 플로리아를 덮치기 전에 얌전히 덮쳐줄 수도 있는데?"
"어이, 린. 너 아직 미성년자거든."
"그래봤자 카이라스 공자와 생일이 한 달도 차이가 나지 않고 내일이면 성인식이죠. 해를 따져서 나이를 센다면 이미 저도 15 살이라고 쳐줄 수 있는 단계입니다. 안 그런가요? 셀리나 양."
아이린이 요염한 웃음을 지으며 셀리나를 향해 묻자 셀리나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질문에 당황해했다.
"저, 그...그게..."
"아, 괜찮아요. 곤란하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나저나 유노 백작은 정말 축제를 잘 즐기는 거 같네요."
아이린을 호위하던 유노는 카이라스가 아이린과 함께 있는다고 하자 호위를 겸하는 것도 그에게 맡기고 지금 축제를 즐기러 갔다. 오후까지는 내일 벌어질 성인식을 위해서 황궁으로 돌아가야겠고 그럴때 유노의 텔레포트 마법이 필요하겠지만 당장은 여유가 있었다.
"유노 고모는 원래 노는 걸 좋아해. 그러면서 아직도 처녀지만."
"가끔 시집을 못 간것이 서러운 거 같으시긴 했죠."
카이라스의 말에 아이린이 정확한 사실을 덧붙였다.
35 살의 노처녀! 카일라가 25 살 때까지 노처녀로 유명하긴 했었지만 그녀에게는 그래도 카이라스라는 약혼자가 있었다. 물론 그 약혼도 얼마 된 기간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24 살에 오름으로서 그녀가 결혼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보다 검술에 매진하기 위해서였다고 다들 수긍하고 있었다.
'물론 누나랑 결혼하려들 놈이 있었으면 내가 죽여버렸겠지만.'
카일라의 모든 것을 존중해주며 그녀를 사랑하는 카이라스였지만, 동시에 그는 누구에게보다도 카일라를 향한 강한 집착을 보유하고 있었다.
절대로 자신의 것은 양보를 하지 않는다. 아마 다른 누군가와 카일라가 결혼하려고 했다면 그 누군가를 죽여버리고 카일라를 강제로라도 자신의 아내로 삼으려 했을 것이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미친 또라이 같은 짓이었지만, 마법사들이 또라이 성향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카일라와 순수하게 사랑을 키워가면서 결혼까지 골인했기에 망정이었지 카일라도 알고 있듯이 그의 집착은 상상을 초월하고, 또 시공회귀를 겪으면서 그의 집착은 더더욱 강하고 질겨졌으니까.
'아, 상상만 해도 열받네. 그래도 후후, 제대로 결혼에 성공했고 지금 카일라 누나는 내가 밤에 귀여워해주길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지.'
사랑받는 남편의 지름길은 역시 밤일을 잘하는 것이었다. 물론 밥도 다 자신이 직접 차리기에 식단이 좋아지거나 하는 것은 없지만 아내들이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밤에는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들을 동시에 품에 안고 즐기면서 낮에는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들의 귀여운 모습들을 감상하며 그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이종족들의 위협만 없었다면 '지금'의 카이라스는 아마도 아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과 마법을 발전시키는 것 외엔 다른 것은 그다지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물론 방랑벽 끼라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전형적인 특성을 지닌 그는 아내들을 데리고 여행도 다니고 했겠지만 그것 뿐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제일 행복한 시간은 아내들과,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었으니까.
"그런데 린, 정말 내가 덮친다면 얌전히 당할 생각이야?"
"글쎄요? 카이라스 공자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이린이 살짝 장난스러운 미소를 요염한 미소에 겻들이며 물었다. 요사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진한 요염함을 풍기는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카이라스는 중얼거렸다.
"이러다가...나 모녀덮밥에 이어서 자매덮법까지 하게 되어버리는건가?"
상상도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어느 사이 티세라에게 끌린 그는 티세라를 아내로 삼아버렸고, 그 후 시공회귀 이전의 사랑하는 여인 중 하나인 티세라의 딸인 레이나의 마음을 얻어 그녀 역시 3 년후 성인이 되는 즉시 자신의 아내로 삼아버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10년 후 쯤 지나서 플로리아 역시 성인식을 치룬다면 그녀 역시도 자신의 아내로 맞이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복언니라지만 플로리아의 언니인 아이린에게 끌리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예전부터 아이린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가 아는 여인들 중 유일하게 그가 할 수 없는 분야의 일을 척척 잘도 해내주는 그녀는 정말 든든하고 의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황제가 된다면 자신과 아르테일 공작가, 그리고 리히테나워 공작가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줄테니 그녀는 제국 역사상 그 누구보다도 막강한 황권을 지닌,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여제가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제국의 모든 힘이 이종족들과의 전쟁을 대비하게 될 것이었고, 거기에 아르칸 왕국까지 함께 해준다면 정말 인류의 절반 이상이 미리 이종족들의 움직임에 대비하게 되는 것이니 더더욱 큰 희망이 보여졌다.
물론 아르테일 공작가가 권력에 집착이 강한 가문도 아니고 그냥 조용히 마법이나 연구하며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한 가족이라 봐도 무방하니 인류의 평화가 온다면 그 때 아르테일 공작가는 모든 것을 놓고 그저 조용히 다시 정치와 거리를 둔채로 지내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자신이...아르테일 공작가의 차기 주인인 자신이 아이린을 품었고 그녀가 임신이라도 해서 자신의 자식을 낳는다면?
그렇다면 그의 자식이 황제가 되는 것이었고, 그는 좋든 싫든 결국 카르시스 제국 황실을 적극적으로 봐줄 수 밖에 없었다.
"어머, 카이라스 공자. 정말 흥미가 있는 건가요?"
카이라스의 말을 수락이라고 느낀 아이린이 살짝 감탄성을 내며 물었다. 살짝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고 요염하게 입술을 핥는 것이 고귀해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겹쳐지니 무서울 정도의 색기를 풍기면서 유혹적이게 보였다.
그리고 아이린은 카이라스의 여자들과는 달리 본인이 적극적으로 갑자기 카이라스의 팔을 붙잡으며 그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고 반대쪽에서 카이라스와 팔짱을 끼고 있던 셀리나 역시 자연히 멈추게 되었다.
지금 이 반경에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축제를 즐기러 중심지로 가버렸고 새벽인 지금까지도 다들 즐겁게 놀아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이 다들 진정한 축제 중이라 할 수 있었다.
또 이 근방에 카이라스의 별장이 있기도 했고, 오직 그곳에 있는 카이라스의 아내들과 아내 후보들만이 유일한 예외였다.
그리고 아이린은 카이라스의 뒷통수에 새하얀 손을 대더니 자신이 먼저 적극적인 키스를 했다.
당연하게도, 카이라스의 내면에 있는 세르티네스까지도 아이린과의 키스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