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화 〉[황태녀 아이린의 성인식 전날] 2
그리고 아이린은 카이라스의 뒷통수에 새하얀 손을 대더니 자신이 먼저 적극적인 키스를 했다.
당연하게도, 카이라스의 내면에 있는 세르티네스까지도 아이린과의 키스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어버렸다!
"어멋!"
셀리나는 왼손으로 살짝 입술을 가리며 갑작스러운 아이린의 기습키스를 놀란듯 바라보았지만, 이내 아이린은 여전히 요염한 미소를 지은채로 그녀의 입술을 떼며 말했다.
"첫 키스에요. 그나저나 역시나 피하지 않으시네요."
"상당히 적극적인데?"
"후훗, 역시 전혀 안 놀라네요. 셀리나 양이 오히려 깜짝 놀란듯 보여요. 그리고 세르티네스는 의외로 조용하네요?"
[이미 이 소년의 몸 속에 있으면서 볼 것 못 볼 것은 다 보았으니 그 정도 쯤은 아무렇지도 않아, 린.]
세르티네스의 말에 아이린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하! 설마 세르티네스에게 그런 말을 듣게 될 줄 몰랐네요. 그런데 카이라스 공자도 세르티네스만큼이나 침착하신거 같네요?"
그녀의 말에 카이라스가 살짝 옆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린. 너는 언제나 나에게 위험한 눈빛을 항상 보내고 있었잖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침착한게 아니라 그냥 짐작을 이미 하고 있던 것 뿐이지."
카이라스의 말에 아이린이 살포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파악하고 있었군요? 하긴 우리는 닮은 점이 많으니까요."
"그럴지도...모르겠네."
카이라스는 아이린의 말에 부정을 표하지 않았다.
그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듣는다면 높은 사회적인 지위와 흑발의 머리색을 제외하면 닮은 것이 없다고 생각이 될지도 몰랐다.
항상 요염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풍기는 아이린과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시원한 외모의 카이라스는 얼핏 보면 전혀 닮은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인님하고 아이린 님이 닮은 점이요?"
셀리나 역시 닮은 점이 잘 생각이 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이린이 웃으며 말했다.
"후훗, 셀리나 양. 셀리나 양의 남편인 제부, 카이라스 공자와 저는 의외로 닮은 점이 많답니까? 우선 본래의 성격도 그렇죠."
아이린은 그렇게 말하며 요염하게 살짝 입술을 핥아 입술 주변을 살포시 적시었다.
"우선 저와 카이라스 공자는 타고난 제왕형의 인간이죠. 물론 그 쪽은 제가 훨씬 위에 있지만요."
흑마법사들과 원소 마법사, 백마법사들이 가림없이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게 만들었던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유했던 카이라스가 괜히 마법왕이라 불렸던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인간 마법사들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두 카이라스에게 충성을 했고, 마법사들 사이에선 왕가나 다름 없는 영향력을 지닌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라는 신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마법사들에게 유일무이한 신이었으며 절대적인 왕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아이린은 당연하게도 앞으로 여황제의 자리에 오를 것이었으니 우선 제왕이라는 점이 같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이린이 닮았다고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하지만 진짜 닮은 이유는 카이라스 공자와 저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한번 찍은 것은 절대로 놓치지 않고 포기하지도 않는 면이 있죠. 진짜 가지고 싶은 것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손에 넣으려고 하니까요."
그렇게 말한 아이린의 붉은 눈동자에는 섬뜩할 정도로 요사스러운 위험한 빛이 감돌았고, 셀리나는 아이린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아이린이 보이는 눈빛은 카이라스가 가끔 카일라와 디아나, 그리고 자신과 티세라를...그리고 유리아나와 레이나를 볼 때 가끔씩 보이는 눈빛이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 그녀는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제 그가 보내는 눈빛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강렬한 집착과 소유욕.
오직 자신을 포함한 자신의 여자들과 자신의 여자가 될 여인들은 오직 자신만이 소유할 수 있다는 집착이었다.
물론 셀리나는 그런 것이 싫지 않았다. 그것은 즉, 절대로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는 뜻이었으니까.
"확실히...나는 한번 내가 가지기로 결심한 것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지."
시공회귀 이전이나 이후나 카이라스가 가장 가지고 싶어했던 것은 카일라였다.
차갑고 고고하기 그지없는 여신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를 성에 대해 무지하던 어린 시절부터 무척이나 좋아했던 카이라스는 점점 자신이 강렬하게 카일라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었다.
그리고 시공회귀 이전, 카이라스와 카일라는 약혼관계가 아니었었기에 카일라에게 접근할 낌새를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카이라스의 살기 어린 경고에 카일라에게 접근을 하는 것을 포기해야했고 카이라스는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마침내 그녀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 때의 강렬한 희열은 아직도 생생했다.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여인이 자신의 품에 안겨진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상을 초월하는 달콤한 희열감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단순한 소유욕과 집착만을 가진 것이 아닌 사랑 역시 당연하게 가지고 있었기에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그는 정말 남자로서 최선을 다하였었다. 그녀가 엘프 퀸 세레시아의 손에 살해당하기 전까지.
그리고 시공회귀 이후, 그는 카일라를 먼저 자신의 여자로 삼는 것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삼았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녀를 향한 강렬한 집착과 소유욕은 카일라 역시 파악하고 있었지만 그것만이 아닌 사랑과 배려 역시 함께였기에 카일라는 그의 소유욕과 집착을 받아들였다.
그 소유욕과 집착이라는 것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받는 것은 끔찍하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것은 오히려 그만큼 자신에게 푹 빠져있다는 것을 의미하니 여자로서, 아내로서 기쁜 일이었으니까.
"후훗, 한번 찍은 것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어찌보면 유치하게 보일 정도로 가지고 싶은 것은 철저하게 손에 넣어야하는 점. 정말 똑같다고 생각이 들지 않나요? 셀리나 양도 그렇게 생각하죠?"
아이린이 미소를 지으면서 셀리나에게 묻자 셀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같네요."
얘기를 듣고보니 부정할 수가 없었다. 외모가 닮은 것도 아니었지만 아이린과 카이라스의 눈빛은 정말 동류...였으니까.
어쩌면 아이린이 카이라스에게 끌린 것도 그런 이유였는지도 몰랐다. 자신과 같은 존재, 비슷한 동류이기에.
"그래서 내일, 아니 이제 새벽이니 오늘이네요. 오늘 오후에 카이라스 공자도 제 성인식에 참석해주셨으면 해요. 카이라스 공자도 아시겠지만 황태녀로서의 업무 때문에 오래 옆에 있을 수가 없으니까요."
비록 황태녀로서 소유하고 싶은 것은 소유하려 들 아이린이었지만 그녀는 알렉스처럼 무분별하게 나대지 않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는 반드시 끝내는 강한 책임감을 지니 그녀에게 황태녀로서의 업무를 충실히 하는 것은 그녀로서는 당연한 일이었고 그것은 자연히 이렇게 카이라스를 찾아올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차피 카이라스 공자는 텔레포트 마법 한 번이면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 수 있으시니 오늘 오후에 잠깐 들르시는 건 문제 없으실테니 황태녀가 아닌 성인식을 치루는 소녀 아이린으로서 부탁드릴께요. 제 성인식에 참석해주세요."
아이린은 황태녀로서의 지위가 아닌 그저 한 명의 소녀로서 카이라스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카이라스는 그저 가만히 그녀를 쳐다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 때 셀리나가 살포시 카이라스의 옆에서 수락해달라는 눈빛을 그에게 보내왔고 카이라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럼 오후에 함께 가도록 하자."
"고마워요."
그리고 아이린은 요염하고 색기가 가득한 치명적인 매혹을 담은 미소가 아닌 또래의 소녀 다운 밝은 미소를 처음으로 지어보았다. 아니 처음은 아닐 것이었다. 세르티네스가 그나마 편안해졌을때, 그녀는 저런 미소를 지었었으니까.
"자, 그럼 별장에 돌아가자."
"네, 그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세요. 후후훗, 오늘은 침대에 끼어들지 않을테니까."
"...내일은 끼어들거고?"
"당연하죠. 성인인데 처녀로 계속 있긴 억울하거든요. 그렇지 않아, 세르티네스?"
[...너도 많이 변했구나. 카이라스를 만나고 나서 말이야.]
세르티네스의 말에 아이린은 다시금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혀를 입술로 핥았다.
"듣고보니 그렇네. 카이라스 공자는 집착은 강하지만 한 번 자신의 우리 안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굉장히 다정한 편이니까. 나도 마찬가지지만 말이야."
아이린은 자신의 경계선 안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들에게 막말로라도 상냥한 성격이 전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경계선 안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상냥하고 신경을 많이 써주는 성격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서 세르티네스가 그러했다. 오직 친구인 그녀를 위해서 아이린은 카이라스를 찾아가 세르티네스를 구해달라고 부탁까지 했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 그녀의 이복동생들인 유린과 플로리아 역시 그녀의 경계선 안에 들어와있었는데 시공회귀 이전과는 달라진 점이었다.
카이라스에게 미래에 대한 기억을 받은 아이린은 카이라스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미래에서 자신을 은근히 그리워하던 플로리아의 모습은 상당히 신선하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플로리아에게 신경을 보다 써주는 것은 당연했고 자신과는 달리 얌전하고 순한 성격을 가진 2 황녀, 유린에게도 신경을 써주고는 했었다. 그러다가 보니 그녀들은 자신을 큰언니로서 무척이나 잘 따랐고 지금에 이르어서는 그녀들 역시 그녀에게 귀여운 동생들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본인을 앞에 두고 그대로 말하는거냐?"
"별로 상관없지 않아요? 욕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칭찬을 하는건데."
아이린이 웃으면서 말하자 카이라스 역시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능글 맞구나. 상당히."
"아하하하! 그러는 그 쪽도 만만치 않은걸요?"
아이린은 카이라스의 말이 재밌었는지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그녀가 이렇게 속이 시원할 정도로 크게 웃어본 것은 오늘로서 2 번째였는데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진심으로 기뻐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서서히 카이라스의 별장의 바로 앞까지 오게 살짝 카이라스의 팔에 팔짱을 끼며 달콤하고 요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카이라스 공자는 정말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거에요. 내일이면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신분에 있는, 대륙 최강의 제국의 차기 주인이 될 여인의 처녀를 차지하는거니까요."
"그 반대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애초 내가 거부한다면 내가 아는 아이린이라면 강제로라도 침대에 들이닥칠텐데?"
"어머, 역시 파악하고 있었네요. 그래도 레이디의 앞에서 그런 말을 대놓고 하는 건 별로 아름다운 말이 아니에요."
아이린의 말이 끝나자 카이라스는 "알았어."라고 대답을 한 후 별장의 문 앞으로 다가가고 바로 문을 열었다.
"셀리나, 들어가자. 그리고 아이린 일단 안으로 들어와."
카이라스는 당연하지만 이미 그의 아내이기도 한데다가 착하고 순종적인 셀리나를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위험한 꽃인 아이린보다 더 예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린은 카이라스의 뒷통수에 새하얀 손을 대더니 자신이 먼저 적극적인 키스를 했다.
당연하게도, 카이라스의 내면에 있는 세르티네스까지도 아이린과의 키스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어버렸다!
"어멋!"
셀리나는 왼손으로 살짝 입술을 가리며 갑작스러운 아이린의 기습키스를 놀란듯 바라보았지만, 이내 아이린은 여전히 요염한 미소를 지은채로 그녀의 입술을 떼며 말했다.
"첫 키스에요. 그나저나 역시나 피하지 않으시네요."
"상당히 적극적인데?"
"후훗, 역시 전혀 안 놀라네요. 셀리나 양이 오히려 깜짝 놀란듯 보여요. 그리고 세르티네스는 의외로 조용하네요?"
[이미 이 소년의 몸 속에 있으면서 볼 것 못 볼 것은 다 보았으니 그 정도 쯤은 아무렇지도 않아, 린.]
세르티네스의 말에 아이린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하! 설마 세르티네스에게 그런 말을 듣게 될 줄 몰랐네요. 그런데 카이라스 공자도 세르티네스만큼이나 침착하신거 같네요?"
그녀의 말에 카이라스가 살짝 옆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린. 너는 언제나 나에게 위험한 눈빛을 항상 보내고 있었잖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침착한게 아니라 그냥 짐작을 이미 하고 있던 것 뿐이지."
카이라스의 말에 아이린이 살포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파악하고 있었군요? 하긴 우리는 닮은 점이 많으니까요."
"그럴지도...모르겠네."
카이라스는 아이린의 말에 부정을 표하지 않았다.
그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듣는다면 높은 사회적인 지위와 흑발의 머리색을 제외하면 닮은 것이 없다고 생각이 될지도 몰랐다.
항상 요염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풍기는 아이린과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시원한 외모의 카이라스는 얼핏 보면 전혀 닮은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인님하고 아이린 님이 닮은 점이요?"
셀리나 역시 닮은 점이 잘 생각이 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이린이 웃으며 말했다.
"후훗, 셀리나 양. 셀리나 양의 남편인 제부, 카이라스 공자와 저는 의외로 닮은 점이 많답니까? 우선 본래의 성격도 그렇죠."
아이린은 그렇게 말하며 요염하게 살짝 입술을 핥아 입술 주변을 살포시 적시었다.
"우선 저와 카이라스 공자는 타고난 제왕형의 인간이죠. 물론 그 쪽은 제가 훨씬 위에 있지만요."
흑마법사들과 원소 마법사, 백마법사들이 가림없이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게 만들었던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유했던 카이라스가 괜히 마법왕이라 불렸던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인간 마법사들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두 카이라스에게 충성을 했고, 마법사들 사이에선 왕가나 다름 없는 영향력을 지닌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라는 신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마법사들에게 유일무이한 신이었으며 절대적인 왕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아이린은 당연하게도 앞으로 여황제의 자리에 오를 것이었으니 우선 제왕이라는 점이 같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이린이 닮았다고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하지만 진짜 닮은 이유는 카이라스 공자와 저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한번 찍은 것은 절대로 놓치지 않고 포기하지도 않는 면이 있죠. 진짜 가지고 싶은 것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손에 넣으려고 하니까요."
그렇게 말한 아이린의 붉은 눈동자에는 섬뜩할 정도로 요사스러운 위험한 빛이 감돌았고, 셀리나는 아이린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아이린이 보이는 눈빛은 카이라스가 가끔 카일라와 디아나, 그리고 자신과 티세라를...그리고 유리아나와 레이나를 볼 때 가끔씩 보이는 눈빛이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 그녀는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제 그가 보내는 눈빛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강렬한 집착과 소유욕.
오직 자신을 포함한 자신의 여자들과 자신의 여자가 될 여인들은 오직 자신만이 소유할 수 있다는 집착이었다.
물론 셀리나는 그런 것이 싫지 않았다. 그것은 즉, 절대로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는 뜻이었으니까.
"확실히...나는 한번 내가 가지기로 결심한 것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지."
시공회귀 이전이나 이후나 카이라스가 가장 가지고 싶어했던 것은 카일라였다.
차갑고 고고하기 그지없는 여신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를 성에 대해 무지하던 어린 시절부터 무척이나 좋아했던 카이라스는 점점 자신이 강렬하게 카일라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었다.
그리고 시공회귀 이전, 카이라스와 카일라는 약혼관계가 아니었었기에 카일라에게 접근할 낌새를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카이라스의 살기 어린 경고에 카일라에게 접근을 하는 것을 포기해야했고 카이라스는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마침내 그녀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 때의 강렬한 희열은 아직도 생생했다.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여인이 자신의 품에 안겨진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상을 초월하는 달콤한 희열감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단순한 소유욕과 집착만을 가진 것이 아닌 사랑 역시 당연하게 가지고 있었기에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그는 정말 남자로서 최선을 다하였었다. 그녀가 엘프 퀸 세레시아의 손에 살해당하기 전까지.
그리고 시공회귀 이후, 그는 카일라를 먼저 자신의 여자로 삼는 것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삼았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녀를 향한 강렬한 집착과 소유욕은 카일라 역시 파악하고 있었지만 그것만이 아닌 사랑과 배려 역시 함께였기에 카일라는 그의 소유욕과 집착을 받아들였다.
그 소유욕과 집착이라는 것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받는 것은 끔찍하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것은 오히려 그만큼 자신에게 푹 빠져있다는 것을 의미하니 여자로서, 아내로서 기쁜 일이었으니까.
"후훗, 한번 찍은 것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어찌보면 유치하게 보일 정도로 가지고 싶은 것은 철저하게 손에 넣어야하는 점. 정말 똑같다고 생각이 들지 않나요? 셀리나 양도 그렇게 생각하죠?"
아이린이 미소를 지으면서 셀리나에게 묻자 셀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같네요."
얘기를 듣고보니 부정할 수가 없었다. 외모가 닮은 것도 아니었지만 아이린과 카이라스의 눈빛은 정말 동류...였으니까.
어쩌면 아이린이 카이라스에게 끌린 것도 그런 이유였는지도 몰랐다. 자신과 같은 존재, 비슷한 동류이기에.
"그래서 내일, 아니 이제 새벽이니 오늘이네요. 오늘 오후에 카이라스 공자도 제 성인식에 참석해주셨으면 해요. 카이라스 공자도 아시겠지만 황태녀로서의 업무 때문에 오래 옆에 있을 수가 없으니까요."
비록 황태녀로서 소유하고 싶은 것은 소유하려 들 아이린이었지만 그녀는 알렉스처럼 무분별하게 나대지 않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는 반드시 끝내는 강한 책임감을 지니 그녀에게 황태녀로서의 업무를 충실히 하는 것은 그녀로서는 당연한 일이었고 그것은 자연히 이렇게 카이라스를 찾아올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차피 카이라스 공자는 텔레포트 마법 한 번이면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 수 있으시니 오늘 오후에 잠깐 들르시는 건 문제 없으실테니 황태녀가 아닌 성인식을 치루는 소녀 아이린으로서 부탁드릴께요. 제 성인식에 참석해주세요."
아이린은 황태녀로서의 지위가 아닌 그저 한 명의 소녀로서 카이라스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카이라스는 그저 가만히 그녀를 쳐다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 때 셀리나가 살포시 카이라스의 옆에서 수락해달라는 눈빛을 그에게 보내왔고 카이라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럼 오후에 함께 가도록 하자."
"고마워요."
그리고 아이린은 요염하고 색기가 가득한 치명적인 매혹을 담은 미소가 아닌 또래의 소녀 다운 밝은 미소를 처음으로 지어보았다. 아니 처음은 아닐 것이었다. 세르티네스가 그나마 편안해졌을때, 그녀는 저런 미소를 지었었으니까.
"자, 그럼 별장에 돌아가자."
"네, 그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세요. 후후훗, 오늘은 침대에 끼어들지 않을테니까."
"...내일은 끼어들거고?"
"당연하죠. 성인인데 처녀로 계속 있긴 억울하거든요. 그렇지 않아, 세르티네스?"
[...너도 많이 변했구나. 카이라스를 만나고 나서 말이야.]
세르티네스의 말에 아이린은 다시금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혀를 입술로 핥았다.
"듣고보니 그렇네. 카이라스 공자는 집착은 강하지만 한 번 자신의 우리 안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굉장히 다정한 편이니까. 나도 마찬가지지만 말이야."
아이린은 자신의 경계선 안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들에게 막말로라도 상냥한 성격이 전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경계선 안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상냥하고 신경을 많이 써주는 성격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서 세르티네스가 그러했다. 오직 친구인 그녀를 위해서 아이린은 카이라스를 찾아가 세르티네스를 구해달라고 부탁까지 했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 그녀의 이복동생들인 유린과 플로리아 역시 그녀의 경계선 안에 들어와있었는데 시공회귀 이전과는 달라진 점이었다.
카이라스에게 미래에 대한 기억을 받은 아이린은 카이라스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미래에서 자신을 은근히 그리워하던 플로리아의 모습은 상당히 신선하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플로리아에게 신경을 보다 써주는 것은 당연했고 자신과는 달리 얌전하고 순한 성격을 가진 2 황녀, 유린에게도 신경을 써주고는 했었다. 그러다가 보니 그녀들은 자신을 큰언니로서 무척이나 잘 따랐고 지금에 이르어서는 그녀들 역시 그녀에게 귀여운 동생들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본인을 앞에 두고 그대로 말하는거냐?"
"별로 상관없지 않아요? 욕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칭찬을 하는건데."
아이린이 웃으면서 말하자 카이라스 역시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능글 맞구나. 상당히."
"아하하하! 그러는 그 쪽도 만만치 않은걸요?"
아이린은 카이라스의 말이 재밌었는지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그녀가 이렇게 속이 시원할 정도로 크게 웃어본 것은 오늘로서 2 번째였는데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진심으로 기뻐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서서히 카이라스의 별장의 바로 앞까지 오게 살짝 카이라스의 팔에 팔짱을 끼며 달콤하고 요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카이라스 공자는 정말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거에요. 내일이면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신분에 있는, 대륙 최강의 제국의 차기 주인이 될 여인의 처녀를 차지하는거니까요."
"그 반대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애초 내가 거부한다면 내가 아는 아이린이라면 강제로라도 침대에 들이닥칠텐데?"
"어머, 역시 파악하고 있었네요. 그래도 레이디의 앞에서 그런 말을 대놓고 하는 건 별로 아름다운 말이 아니에요."
아이린의 말이 끝나자 카이라스는 "알았어."라고 대답을 한 후 별장의 문 앞으로 다가가고 바로 문을 열었다.
"셀리나, 들어가자. 그리고 아이린 일단 안으로 들어와."
카이라스는 당연하지만 이미 그의 아내이기도 한데다가 착하고 순종적인 셀리나를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위험한 꽃인 아이린보다 더 예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