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3화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의 힘, 그리고...]
"우선 인사를 해야겠죠. 반가워요, 전대 뱀파이어 퀸 루나 양. 당신을 만나기 위해 찾아왔어요. 제 이름은 에라시안, 위대한 드래곤 로드입니다."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은 황금색의 눈동자로 루나를 노려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녀의 눈이 결코 호의적인 목적으로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루나는 정말 거대한 공포를 맛보았다.
"드, 드래곤 로드라고요?"
루나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대체 드래곤 로드가 그녀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서 찾아온단 말인가? 그리고 저렇게 무시무시한 눈을 한채로.
"후후훗, 제가 왜 여기에 찾아왔는지 궁금하겠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루나, 당신을 내 부하로 삼기 위해서죠. 정확히 말하자면 종이랄까요?"
에라시안의 말에 루나의 남편, 아베디스는 당연히 분노했다.
"드래곤 로드라지만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소! 루나는 내 아내요! 내 아내를 종으로 삼겠다니!"
아베디스의 분노한 말에 에라시안의 황금색 눈동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인간이라? 후후훗, 보아하니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되는 것 같지만...주제를 파악해야죠!"
쿠우우웅-
중간계에 유일한 10 서클 마스터, 에라시안의 10 개의 고리가 빠르게 회전하며 거대한 프레셔를 일으켰고 그 프레셔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아베디스까지도 압박할 정도로 강력했다.
"크으윽!"
"여보!"
남편이 프레셔에 압박을 받는 모습에 루나는 급히 전대 뱀파이어 퀸으로서의 강력한 기세를 해방하여 에라시안의 프레셔에 살짝 저항하는 태도를 보인 후 빠르게 남편을 옆으로 빼돌렸다.
"여보, 당신은 빨리 가서 검을 가져오세요. 제가 잠시 맡고 있을테니."
"아, 알겠소. 미안하오!"
아베디스는 지금 자신이 있어봤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말에 급히 검을 가질러 안으로 들어가자 에라시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검을 가져오는 것을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남편이 검을 가지고 올때까지 기꺼이 기다려드리죠."
에라시안은 강자의 여유를 보이며 말했지만 그녀를 쳐다보는 루나는 긴장감에 살포시 떨었고, 무엇보다도 현재 그녀는 미처 앞치마도 벗지 못한채 앞치마의 차림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딸의 야식을 만들어주고 얼마 있지도 못하고 바로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베디스는 검을 꺼내든채로 밖으로 나왔고, 검을 쥐었기 때문인지 그의 기세가 보다 예리하고 날카로워져있었다.
루나와 아베디스는 동시에 살기까지 담은 시선으로 에라시안을 노려보았다. 그들에게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집 안에는 스튜를 먹고 있을 그들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이 있었으니까.
딸을 데리고 도망을 제대로 칠 수 있을리도 없었고, 설사 딸이 없다고 해도 드래곤 로드의 눈에 띈 이상 그들이 도망칠 가능성은 없었다.
'어떻게든...인간 모습일때 승부를 봐야해.'
루나는 살짝 붉은 입술을 깨물면서 기세를 끌어올렸다.
"호오~덤빌 생각들이신가요? 뭐, 좋아요. 전대 뱀파이어 퀸 루나, 당신은 앞으로 인간들을 멸망시키기 위한 우리의 전쟁의 선봉이 되어주어야겠어요. 후후훗, 그리고 당신은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나를 섬기며 나의 충실한 종이 되는 겁니다."
"인간들을...멸망시킨다고?"
에라시안의 말에 루나는 아연한 표정으로 에라시안을 쳐다보았다. 그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기 떄문이었다.
"후후, 뭐 이해를 쉽게 하실 거라고 기대는 안했습니다. 자, 그럼...이 벌레 같은 인간들이 모여있는 곳을 처리하기 이전에 이빨을 들이대는 위험한 맹수 같은 인간부터 처리를 해야겠군요."
에라시안의 눈이 드디어 완전히 살기를 띄며 아베디스를 쳐다보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은 오직 루나 뿐이었다. 루나의 남편인 아베디슨는 필요없었다. 아니, 오히려 제거를 해야하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 중 하나였다.
"후우! 그렇게 쉽게 될 것 같으냐!"
아베디스가 투기와 살기를 크게 일으키며 소리쳤다.
"루나, 당신은 가능한 빨리 안나를 데리고 피해! 내가 여긴 어떻게 막을테니까."
"다, 당신?"
"빨리!"
"...알았어요, 꼭 살아돌아오세요."
딸을 피하게 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한 남편의 모습에 루나는 슬픔을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인채 빨리 집 안으로 들어가 딸인 안나를 데리고 도망치려고 했다.
"부부 간의 사이가 참으로 좋고, 딸을 참으로 사랑하는군요. 후후훗, 하지만...못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에라시안의 거대한 마력이 움직여 루나를 휘감으려 했고, 아베디스는 빠르게 자신의 오러 블레이드와 오러 서클을 휘감은 검을 크게 에라시안에게 휘둘렀다.
그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면서 얻은 힘은 기본적인 힘인 공간장악을 제외하고는 바로 공간굴절의 힘이었다.
어떤 공격이든 공간굴절의 힘으로 진행방향을 바꿔버릴 수 있는 그의 힘은 검사를 상대로도, 마법사를 상대로도 위력적인 마법이었고 그것으로 에라시안을 공격함과 동시에 에라시안의 마력이 루나에게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아베디스의 의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에라시안이 외운 단 하나의 주문에 의해서 였다.
"모든 것을 밀어버리는 무적의 척력, 리플루션."
10 서클 마법, 리플루션을 사용한 에라시안은 가볍게 아베디스를 밀어버렸고 자연스럽게 그가 하려는 공간굴절 역시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공간굴절은 엉뚱한 곳에서 발현된 것조차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당연하게도 에라시안의 마법에 의해서였다.
"절대적인 무효, 인밸리디티."
에라시안은 10 서클의 무효 마법, 인밸리디티를 사용해 간단히 그의 공간굴절을 없애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마력이 루나를 마치 덩쿨로 휘감는듯 휘감자 루나의 은발이 거세게 펄럭이며 그녀의 두 붉은 눈동자에 날카로움이 깃들여지더니 이윽고 그녀의 새하얀 손에 붉은 클로우가 생성되더니 에라시안의 마력을 떨쳐버렸다.
바로 디아나의 주무기 중 하나인 블러드 마나를 이용한 블러드 클로우를 생성한 것이었다.
"호오~"
그녀의 블러드 클로우에 서린 기세를 살짝 재밌다는듯 바라보던 에라시안의 붉은 입술에 살짝 미소가 새겨졌다.
"후후훗, 좋아요. 아주 쓸만하군요. 당신을 억제하던 필요 없는 것들을 모두 제거해드리기 위해 직접 나선 보람이 있어요."
루나의 실력이 강하면 강할 수록 그녀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종이 되어서 영원히, 세상이 끝날 때까지 자신을 충심으로 섬기게 될 테니까!
"웃기지마, 내 남편이...내 사랑스러운 딸이 필요 없는 것들이라고? 그러는 당신이 하려는 인간들을 말살하려는 그 미친 계획이야 이 세상에서 제일 필요 없는 짓이야. 그런 거나 꾸미는 당신 자체가 중간계에 불필요해!"
중간계를 조율해야하는 드래곤 로드로서 인간들을 멸망시키려는 드래곤 로드의 행태를 꼬집어서 크게 비판한 루나는 에라시안을 분노에 찬 눈으로 쳐다보았다.
"화가 난 표정도 상당히 아름답군요. 호호호, 여성체인 제가 봐도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렇지만...주둥아리를 함부로 나대는 것은 교육이 필요할 것 같군요."
에라시안의 표정이 차갑고 싸늘하게 변해갔다.
이미 셋의 싸움에 의해서 집 안에 있던 안나는 스튜를 먹던 것을 그만두고 바들바들 떠는 중이었고 새벽이기에 잠들었던 사람들 역시 소란스러운 소리에 천천히 일어나고들 있었다.
"파이어볼."
에라시안이 그 때 갑자기 옆에 떨어져있는 집 한채에 파이어볼 마법을 날렸고 비록 3 서클의 마법이라지만 10 서클 마스터인 에라시안이 쓴 만큼 위력이 남달랐다.
그리고 루나와 아베디스는 그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에라시안의 10 서클 리플루션은 여전히 발동되어있는 상태로서 그녀는 자유롭게 둘이 파이어볼에 다가가지 못하게 마음껏 밀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밀어버리는 10 서클의 마법의 힘 앞에서 둘은 너무나도 무력했다. 전대 뱀파이어 퀸과 그랜드 소드 마스터임에도!
콰아아앙!
"꺄아아아악!"
"으아아악!"
집 한채가 폭발하자 짧은 비명을 남긴 안의 희생자들의 생명 기운이 사라지는 것을 루나는 느낄 수 있었다.
"죽었어..."
저 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루나는 확실히 기억했다. 제스퍼와 보니. 여동생인 보니와 함께 매일매일 밝게 웃으며 살아가던 청년인 제스퍼는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얼굴을 마주하던 이웃이었다.
그런 이웃이 죽는 것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거기에...
"아, 아빠. 엄마..."
어느 사이 집 밖으로 나온 안나가 루나와 아베디스를 부른 순간 루나는 재빨리 안나를 품에 안으며 빠르게 도주하려고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죽더라도 딸만은 살리겠다는 엄마로서의 각오! 그렇지만 에라시안의 강대한 힘은 그녀의 각오를 간단히 짓밟았다.
'이동할 수가 없어!'
루나의 앞에 공간이 왜곡되어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느 사이 에라시안이 또 다른 10 서클 마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왜곡되어버린 공간, 인피니티 트위스트. 이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인피니티 트위스트를 사용한 이상 에라시안은 이제 공간왜곡을 자유롭게 행할 수 있었고 공간을 왜곡하는 것으로 에르나가 그랬듯이 순식간에 이동할 수도 있었고, 또 간단히 적들의 탈주를 공간을 왜곡시켜서 같은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여 막아버릴 수도 있었다.
"루나, 당신에게 보여주죠. 이 쓸모 없는 마을이 사라지는 것을."
"뭐, 뭐?"
안나를 안은채로 루나의 눈이 크게 떨려왔고, 에라시안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새겨졌다.
"공간이 왜곡된 그곳에서는 안전할테니 안심하고 구경을 하십시오. 후후훗."
"그렇게 둘 것 같으냐!"
아베디스가 200 명이 넘는 이웃들의 죽음은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는지 전력으로 에라시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루나 역시 급히 공간왜곡을 어떻게든 해제하려고 들었고, 전대 뱀파이어 퀸으로서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왜곡된 공간을 복구시키려고 했다.
아베디스가 혼자서 에라시안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얼른 자신들이라고 피해서 아베디스가 편안하게 도망칠 수 있게 해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에라시안의 마법이 더욱 빨랐다.
"의식 조정, 컨시어스니스."
에라시안은 10 서클의 마법들 중 가장 빠르고 간편하게 쓸 수 있는 10 서클 마법
컨시어스니스를 통해서 아베디스의 의식을 살짝 조작했고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자신의 몸을 뒤덮던 오러와 오러 블레이드, 오러 서클을 모조리 '스스로' 해제해버렸고 크게 당혹스러워하는 그를 향해 에라시안의 마법이 날라갔다.
"지옥불의 폭발, 헬 파이어 익스플로전."
카이라스와 루스칼리스가 헬 파이어를 응용해 만든 마법인 헬 파이어 블래스터를 사용하듯이 에라시안 역시도 스스로 창안한 9 서클 마법인 헬 파이어 익스플로젼을 익히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헬 파이어와는 달리 범위가 넓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한 명의 앞에서 지옥불이 폭발하여 한 명에게만 어마어마한 타격을 주는 것이었다.
콰아아앙!
"아..."
루나의 시선이, 안나의 시선이...두 모녀의 시선이 동시에 멍해졌다.
아베디스. 그의 육체가 폭발하여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