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5화 〉[아이린의 성인식] (165/380)



〈 165화 〉[아이린의 성인식]

대륙력 1795년 3월 12일 오후 4시.

카르시스 제국의 황도는 현재 아침부터 지금까지 쭉 축제의 분위기였다.

이유는 황태녀 아이린의 성인식이 오늘부터 준비되어 밤 12시가 되어 내일이 되는 순간,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황실의 휘어잡은 놀라운 능력을 선보인 아이린은 이미 차기 황제로 모두에게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니, 모두는 아니었다. 탐욕스러운 황자들은 그녀의 앞에서는 기도 펴지 못하면서 뒤로는 치졸한 음모들이나 꾸미면서 황태자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아이린은 그들을 이미 모두 제거해버릴 계획을 꾸미는 중이었고, 그들은 조만간 모두 깨끗히 정리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계획을 꾸미는 장본인이자, 8 시간 후에 시작될 성인식의 주인공인 아이린은 황궁으로 돌아와 자신의 방에서 전신 거울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

아이린은 천천히 거울을 향해 손을 뻗었고 그녀의 손바닥이 거울에 살포시 닿았다.

"이제 드디어 미성년자로서의 아이린 폰 카르시스와는 작별을 하는 날이군요."

그렇게 말한 아이린은 살포시 거울을 마주보며 중얼거렸다. 원래라면 이럴 때 그녀의 말을 세르티네스가 대답을 해주었겠지만 그녀는 지금 이곳에 있지 않았다.

더 이상 수정구 안에 갇혀있는 신세가 아닌, 그녀의 마음에 든 소년인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의 육체 안에 임시로 자리를 트고 하숙(?)을 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황태녀 전하, 은근히 기뻐 보이시네요?"

카이라스가 이제 이곳에 없었기에 다시금 그녀의 호위를 서게 된 유노 백작의 말에 아이린이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그녀의 앞에 놓여진 거울을 통해서 유노 백작의 눈에 모두 보여졌고 아이린이 잠시 후 고운 음성으로 말했다.

"후훗, 꼭 성인식만은 아니에요. 성인식은 어차피 1 시간 정도만 모습을 비춰주고 나서 자리를 떠주면 모인 귀족들이 알아서들 놀아주겠죠."

아이린은 사교계의 파티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사교계의 파티에서 자신의 존재성을 부각시키고, 거기에서 위압감을 내뿜으며 경외어린 시선을 받는 것을 그녀는 상당히 즐기기 때문이었다.

마치 높이 선 자가 아래에 위치해있는 자들을 내려다보며 우월감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머지않아 인간들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었다. 즉, 모든 인간들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서게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것은 그냥 사소한 즐거움에 불과했다. 그녀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카이라스에게 협력하여 인간의 멸망을 막는 것이었으니까.

"유노 백작, 카이라스 공자와 나는 닮으면서도 닮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그는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올곧게 자라왔죠. 하지만 나는 비틀리게 자라왔어요."

아이린은 거울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유노는 조용히 그녀의 말을 가만히 듣기만 하고 있었고, 아이린은 천천히 말을 다시 이었다.

"제 아버지인 현 황제 카를로스는 저를 깊이 사랑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그렇겠죠. 오히려 제가 자신의 아들들을 죽일까봐 걱정하고 있으면서도 또 제가 가진 권력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아르테일 공작가와 리히테나워 공작가의 협력은 제국의 반 이상을 손에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요."

카를로스 1세는 아이린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녀에게 황태녀의 자리를 내렸다. 그렇지만 그는 자식들 중 그녀를 가장 사랑하지 않았다.

그가 가장 사랑했던 것은 지금은 죽어버린 장남 알렉스였으니까.

"제 어머니는 저를 낳고 바로 돌아가셨기에 전 어머니의 얼굴도 모르죠. 1 황녀라는 허울 좋은 지위는 있었지만 저는 그다지 황궁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카이라스 공자의 도움이 없었다면 단숨에 휘어잡기도 쉽지 않았겠죠."
"황태녀 전하..."

유노 백작의 말에 아이린이 쓴웃음을 여전히 지은채로 다시 말했다.

"그리고 저에게 카이라스 공자의 모습은 충격이었어요. 저처럼 가지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가져야 직성이 풀리면서도, 높은 지위의 신분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친척들과도 친 가족처럼 지내는 그의 모습은요. 그리고 아르테일 공작님과 공작 부인이신 엘리나 님...두 분 모두 카이라스 공자를 정말 깊이 아끼고 사랑하시더군요."

루스칼리스와 카이라스는 살짝 티격태격하는 끼가 있지만 루스칼리스는 아들인 카이라스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했다. 외동아들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언제나 아들의 편을 들어주는 그는 아들이 자신보다 천재인 것을 한 번도 질투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대견해하고 기특해할 뿐이었다.

그리고 엘리나는 당연하게도 말할 것도 없이 카이라스를 깊이 사랑하고 아끼고 있었다. 정말 너무나도 아들을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기만 해도 아이린은 자신도 모르게 따스한 느낌을 받으며 미소를 지었을 정도였다.

"엘리나 님은 저에게 너무나 상냥하고 친절하셨어요. 그리고 유리아나...그 아이는 절 언니라고 부르면서 정말 잘 따르더라고요. 솔직히 말해서 그 때를 생각하면 우습게도...감동해서 눈물을 흘릴 뻔 하기도 했죠."

아이린은 유노 백작에게 천천히 속마음들을 털어놓았다.

"전 카이라스 공자가 이성으로서 좋아요. 5 번째라니 상당히 애매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만족해요. 그렇지만 저는 그것 뿐만이 아니라...서로 간의 가족애가 깊은 아르테일 공작가와 진짜 가족이 되고 싶어요. 제가 태어난 이후로 어떤 것보다도 가장 깊이 가지고 싶은 거거든요."

유노 백작은 아이린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루스 오빠도, 라스도, 엘리나 언니도 모두 황태녀 전하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거에요. 그리고 내일부터는 저는 황태녀 전하께 말을 놓아도 되는 거겠죠?"
"어멋, 유노 백작...당연한 말을 뭘 물어요?"
"후후훗, 그럼 오늘까지는 황태녀 전하를 충실히 상전으로 모시겠습니다."
"영광으로 받아들일께요."

흑발의 미녀와 흑발의 미소녀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던 아이린이 검은 부채로 눈 아래를 전부 가리더니 다시금  그녀의 마스코트와 같은 치명적인 매력을 풍기는 눈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 때 공간에 통로가 열리더니 그 통로를 통해서 검은 색의 예복을 입고 있는 흑발의 소년, 카이라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 린. 안녕하세요, 유노 고모."

인사를 하는 그의 손에는 붉은 색의 줄이 리본 모양으로 묶여져있는 분홍색의 선물 상자가 들어올려져있었고, 아이린이 그것을 쳐다보았다.

"어머, 카이라스 공자 그건 혹시 선물이에요?"
"맞아, 생일까지 아직 8 시간이나 남았지만 바쁠테니 미리 줄려고."

카이라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린에게 선물상자를 건네주었고, 아이린은 그가 건네주는 선물상자를 받으며 치명적인 매력을 풍기는 미소가 아닌 또래의 소녀 다운 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물을 이렇게 받기는 처음이네요. 세르티네스가 고르는데 도와줬나요?"
"응, 세르티네스가 확실히 선물을 고르는 것을 잘 도와주더라고."
[나의 선물이라고도 생각해주면 고맙겠어, 린.]
"어이, 세르티네스. 돈은 다 내 돈이거든?"

카이라스가 장난스럽게 살짝 세르티네스를 타박하자 세르티네스는 바로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흠흠...그보다도 카이라스. 성인식의 파티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인가?]

세르티네스가 카이라스의 내부에 있다는 것은 이미 유노 백작 역시 알고 있는 일이었기에 세르티네스의 목소리는 그녀 역시도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상당히 놀라기는 했다. 자신들의 성지(聖地)이자 집인 아르테일 공작가의 주인이 될 조카의 몸 안에 대마왕의 혼이 있다니? 그렇지만 조카의 영혼의 힘이 대마왕의 혼의 힘조차도 능가한다는 말을 들었을때는 조카가 자랑스러워서 미칠 것만 같았다.

만약 카이라스가 성인이 아니라 미성년자였다면 고모의 뽀뽀 세례를 받았을 것이었고 카이라스의 입장으로서는 그가 성인이 된 것이 천만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당연하지. 린의 생일 파티이기도 한데 참석을 안하면...나쁜 놈이 되는 거잖아. 그리고 보복도 두렵다고."
"어머, 잘 파악하셨네요? 만약 참석을 안했다면...보복을 하려고 했는데 말이죠."

웃으면서 말하는 아이린의 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카이라스도, 유노 백작도, 세르티네스도 아무도 그것을 농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한다면 하는 여자였으니까!

"뒤끝이 안 좋은 것은 나나 린이나 마찬가지지. 나도 은근히 치졸한 면이 있어서 뒤끝이 강하거든."

카이라스는 솔직하게 자신의 뒤끝이 강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렇기에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을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소한 것도 아니고, 무려 세상의 인류를 대부분 죽여버렸고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갔으니까.

그녀의 인간 말살계획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었다. 당장 5 년만 있으면 그는 시공회귀 이전의 그는 가볍게 쓰러뜨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을 얻게 될테니까.

그리고 분위기를 느낀 유노 백작은 알아서 살짝 빠져주었다. 어린애들 연애에 자신이 끼어들자 좋을 것은 없었으니까...

'아, 나도 연애하고 싶다...'

유노 폰 아르테일, 35 세. 그녀는 지금 처음으로 애인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9 서클 마법사인데다가 아르테일 공작가의 혈족인 그녀는 남자도 함부로 사귈 수 없었다. 그저 그녀의 미모와 몸매, 능력과 신분만을 보고 접근하려는 자들이 대다수였으니까.

그리고 단 둘이 마주보게 된(세르티네스는 카이라스와 시야를 공유한다.) 아이린이 물었다.

"카이라스 공자, 근데 오늘은 침소는 역시 여전히 리마 시의 별장으로 정하셨나요?"
"...벌써부터 밤일을 생각하는거야?"
"후후훗, 저도 이래뵈도 8 시간 후면 성인이 된답니다. 특히나 오늘 새벽 카이라스 공자가 보여줬던 모습들을 생각하니 상당히 자극이 되거든요."

그렇게 말한 아이린이 요염하게 붉은 입술을 혀로 핥았다.

"그 고고하던 카일라 양과 도도하던 디아나 양이 쾌락에 울부짖으며 짓밟히던 모습은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묘하게 눈빛이 도전적이야, 너."

카이라스의 말에 아이린은 고혹적인 미소를 얼굴에 드리우며 살포시 카이라스에게 다가가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바로 보셨네요. 맞아요. 자존심이 강하고 차갑고 고고한 카일라 양과 자존심이 강하면서도 도도한 여왕인 디아나 양이 손길이 닿을때마다 교성을 흘리면서 거칠게 짓밟히며 정복당하는 모습을 보니 제가 카이라스 공자에게 우위를 점한다면 그 둘보다 제가 더 위에 있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 아니겠어요?"
"...지배욕이 정말 강하구나, 너."

카이라스는 피식 웃으면서 아이린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린과는 다르게 나는 마법사가 본질인만큼 지배욕이 강하지 않지.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같잖아?"
"맞아요.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을 막아내는 것.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은 제가 곧 성인이 된다는 것이 더 중요하죠."

그렇게 말한 아이린이 다시금 먼저 카이라스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대며 키스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서로의 설육이 얽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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