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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4화 〉[빼앗긴 자의 원한] 4 (174/380)



〈 174화 〉[빼앗긴 자의 원한] 4

카이라스의 물음에 남자의 영혼이 그를 쳐다보았다. 정말 거대한 분노와 증오, 슬픔이 담겨져있는 영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나는...나는 그 저주받을 년을 강렬히 증오하는 사람이오!]

잠시 그의 영혼을 바라보던 아이린이 뭔가 알아냈다는듯 잠시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살짝 굳은 눈으로 말했다.

"당신은...전대 뱀파이어 퀸 루나 씨의 남편 되는 사람이군요?"

아이린의 말에 남자의 영혼이 크게 놀랐다가 이내 경계심 어린 눈을 띄었다.

[당신들은 대체 누구요?]
"수상한 사람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 이름은 아이린 폰 카르시스로 1 달 후면 양위를 받아 카르시스 제국의 황제가 될 황태녀의 신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카이라스는 자신의 아공간에서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의 상징인 신분패를 보이며 말했다.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인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루나 씨의 양녀인 당대의 뱀파이어 퀸인 디아나 블라디미르로 제 양녀입니다."
[황태녀? 아르테일 공작가에...뱀파이어 퀸인 디아나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신분들을 들은 남자의 영혼은 크게 놀라하자 카이라스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일단 이곳은 위험한거 같으니 이동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남자의 영혼은 물론이고 아이린과 디아나를 데리고 단번에 단체로 텔레포트를 하여 이 공간에서 모습을 사라졌고 결계를 통해 좌표를 통한 역추적을 할 수 없게 흔적들을 철저히 혼란스럽게 만든 다음 그들이 모습을 다시 드러낸 곳은 아르칸 왕국의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가지 못하는 깊은 숲 속의 한 동굴 안이었다.

"휴우, 이제 좀 안심할 만 하겠네."

카이라스가 긴장감이 좀 풀린 것이니 안도를 했다.

"저기 카이라스, 근데 왜 거기서 여기로 빨리 이동한거야?"

디아나의 물음에 카이라스는 약간 지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야 당연히 감시 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지. 만약 그 마을을 몰살한게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이라면 아마도 찾아오는 사람이 누가 있을지 감시하는 마법 정도는 해두었더라고. 내가 뿜어난 마력장에 의해서 그 마법들이 망가지게 하긴 했는데...마법이 망가졌으니 오히려 흥미를 느끼고 직접 찾아올지도 모르니 일단 이곳으로 피한거지. 그 저주받을 년의 마법 실력이 상당하긴 하지만 일단 그 년의 수준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게 흔적들을 지워놨으니까."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이라는 이름을 듣자 이곳 동굴 안으로 함께 이동이 된 남자의 영혼이 분노했다.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 그 저주받을 년과 적대 관계이시오?]
"그렇습니다.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이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하고 있고, 저와 아이린은 각각 아르테일 공작가와 카르시스 제국 황실의 사람으로서 그것을 막기 위해 앞장 서고 있죠. 그리고 여기 디아나는 제 둘째 아내이며, 뱀파이어 퀸으로서 협력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카이라스의 말에 신뢰할만하다 여긴 듯했는데 남자의 영혼은 잠시금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선 내 이름은 아베디스요. 그대들이 어떻게 내가 루나의 남편인지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대들이 드래곤 로드의 적인듯 하니 설명해주겠소. 바로 어제 새벽이었소. 어제...]

남자는 차근차근 어제 있던 일들을 설명하였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드래곤 로드, 그리고 살해당한 자신, 몰살당한 마을 사람들, 인간을 멸망시키겠으며 그 선봉으로 루나를 세우겠다고 말한 드래곤 로드, 영혼의 상태로서 아내가 딸의 목숨을 위협받아 끌려가는 것을 본 것까지...

비참한듯한 목소리로 어제 있던 일들을 전부 말한 그의 얘기를 들은 카이라스와 아이린, 디아나는 모두 약속이라고 한듯 조용히 침묵했다.

"...용서못해."

디아나가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면서 분노를 드러냈다. 루나의 딸인 안나의 목숨을 위협하여 그녀를 강제로 끌고 갔다는 소식에서 그녀는 크게 분노를 터트린 반면 카이라스는 고개를 저었다.

"휴우...정말 다 뜻대로 되는건 아니네. 아베디스 씨라고 했죠?"
[그렇소이다.]
"...혹시 데스 나이트가 되실 생각은 있으신가요?"
[데스 나이트...]

데스 나이트(Death Knight). 네크로맨서나 흑마법사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죽음의 기사인 그들은 기사의 시체나 영혼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지는 언데드였다. 또한 그들은 생전의 무위를 그대로 가짐과 동시에 거대한 사기(死氣)를 통한 데스 블레이드를 사용하며 또 네크로맨서나 흑마법사가 마력을 보충해주기만 하면 알아서 자신의 몸을 복구하게 되며 또한 고통도 없기에 오히려 전투적인 면에서는 살아생전보다 더더욱 위협적이었다.

그리고 데스 나이트는 종속된 데스 나이트와 자유로운 데스 나이트로 구분되는데 자유로운 데스 나이트들의 경우 아무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었고 시공회귀 이전, 카이라스 휘하의 흑마법사들은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절대강자의 시체나 영혼들을 통하여 자유로운 데스 나이트들을 제작했고 그 데스 나이트들은 상당한 활약을 전쟁터에서 보여주었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급 데스 나이트가 된다면 복수를 위해서 계속 싸울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10 서클의 경지를 제가 완벽히 회복한다면 그 때 살아있는 육체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엘리나가 준 아티팩트를 통해서 일단 10 서클 마법을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쓸 수 있게 된 카이라스였지만 창조의 영역은 완벽한 10 서클에 들어서야 가능한 권능이었다.

그렇기에 비록 세르티네스의 육체를 만들어주는 것보다야 난이도가 쉽겠지만 아베디스의 살아있는 육체를 만들어줄 수는 없었고 지금은 그를 데스 나이트로 만들어주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이 모든 것은 마나의 맹세를 해서 사실임을 밝히겠습니다."
[...혹시 그대가 운명의 대적자요?]

아베디스가 드디어 카이라스에게 신경쓰이던 것을 물었다.

"운명의 대적자...에라시안이 말하는 운명의 대적자는 어쩌면 저일지도 모르죠."

카이라스는 부정을 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확실하게 대답해주지도 않았지만 말이었다.

"단지 나에게 있어서 에라시안은 대적자만이 아닌 반드시 죽여야할 용서할 수 없는 저주받을 년이라는 것만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후후, 그렇구려...데스 나이트로 만든다면 그대에게 종속이 되는 것이오?]
"아뇨, 자유의지를 가지게 되게 해드릴 겁니다. 그리고 데스 나이트인것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살아있을때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게 해드리며 신관들도 알아보지 못하게 해드리겠습니다. 단..."
[단?]
"고자인 것은...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군요."
[......]

고자. 남자에게 그만큼 잔인한 단어가 또 있을까?

그렇지만 죽은 시체나 다름없는 데스 나이트가 생식기능이 있을리가 없었고 그것은 카이라스가 10 서클에 오르지 않는한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였다.

"그리고...루나 씨를 되찾고 싶으십니까? 복수 이외에도?"
[그렇소. 반드시 그녀를, 그리고 내 딸 안나를 되찾을 것이오!]

아베디스의 말에 카이라스는 물론이고 아이린도 씁쓸한 표정을 동시에 지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살짝 디아나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디아나."
"왜?"
"너는 참을 수 있겠어? 루나 씨가 만약에 변한 모습을 보여도?"
"...드래곤 로드를 용서 안할거야."
"그리고 루나 씨가 험한 꼴을 당했다 해도 너는 변함없이 그녀를 너의 양엄마로서 대해줄거야?"
"응, 그럴거야."
"......"

카이라스는 디아나의 말을 듣고 쓰게 웃으면서 살포시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부드럽게 해주며 말했다.

"디아나, 아베디스 씨. 둘 다 잘 들어주세요. 내가 아는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은...결코 루나 씨를 단순히 협박을 통해 통제하려고 들지 않을 거에요. 영혼까지 완벽하게 자신의 노예가 되도록...그녀를 철저하게 망가뜨릴 겁니다."
[철저하게 망가뜨리다니...서, 설마?]

아베디스가 생각하기도 싫은 가정이 떠올랐는지 크게 놀라했을때 카이라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역시도 정말 생각하기 싫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에라시안이 엘프들을 시켜서 잘하는 짓이죠. 철저한 능욕과 윤간. 여성을 망가뜨리는 가장 좋은 수법이죠. 그리고 소중한 것들을 모두 짓밟고는 그것을 피해자인 루나 씨의 탓으로 몰아붙이며 그녀의 정신을 망가뜨리려고 할 겁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정신적인 안정을 주는 안나 양을 눈 앞에서 수도 없이 망가뜨리겠죠."
[그, 그럴수가...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녀석들을 우리와 같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그들은 악마보다도 더 한 자들이니까요."

카이라스의 말에 디아나는 입술까지 깨물면서 의외로 너무나도 냉철하고 침착하게 물었다.

"지금은 구할 수 없는거지?"

디아나의 물음에 카이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위치도 모르고 단서도 모르고 무엇보다 지금 찾아가봤자 개죽음이야."
"그래도 카이라스, 너라면...언젠가는 구해주겠지?"
"약속할께. 내가 힘을 회복하고 나면 반드시 구해줄께."
"...아무리 망가졌어도 좋아. 그저 무사하게만 해줘."
"약속해."

카이라스는 디아나에게 루나를 반드시 구해줄 것을 약속했다.

'드래곤 하트...아깝지만 하나를 소비해야겠어.'

그리고 동시에 카이라스는 5 년에 걸친 계획을 3 년 내로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드래곤 하트가 하나 아깝기는 하겠지만...강력한 그것을 만드는 재료가 소모되는 것이었지만 지금 그에게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이 지금 자신의 운명의 대적자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서는 안되었다.

"아베디스 씨. 당신에게 선택 여지를 주겠어요. 데스 나이트가 되실 건가요?"

카이라스의 물음에 아베디스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물론이오. 나를 빨리 데스 나이트로 만들어주시오! 그리고 당신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내 아내와 딸을 구출하게 해주시오!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간 그 드래곤 로드에게 복수할게 있게 해주시오!]

그가 가진 원한은 모든 것을 빼앗긴 자로서 너무나 거대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동질감을 느낄지 언정 그의 증오가 제일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적어도 당신은 희망은 있네.'

그는 희망이 있었다. 다시금 가족들 간에 재회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

그렇지만 시공회귀 이전의 자신에겐 그런 희망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끝없는 절망 속에서 그는 점점 눈물이, 감정이 마모되어갔었으니까.

'내가 흑마법사는 아니지만 데스 나이트를 제작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 이 암흑투기가 있는 한은 말이야. 그리고 아이린의 마신의 성녀로서의 권능도 있고.'

카이라스는 살짝 아이린을 쳐다보았지만 아이린은 카이라스더러 만들라는 것인지 살짝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 날 아베디스는 데스 나이트로 재탄생되었다.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에 대한 복수심을 품은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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