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5화 〉[3 년 후, 그리고 마법왕의 부활] (175/380)



〈 175화 〉[3 년 후, 그리고 마법왕의 부활]

1798년 6월 21일.

흐라니체 협곡.

사람들이 전혀 살지 않는 오지에 있는 이 협곡은 과거 대륙 곳곳을 탐험하던 탐험가들이 발견한 곳으로 대륙의 북쪽의 위에 있는 아르칸 왕국의 영토만한 거대한 섬에 위치해있었다.

연 평균 영하 40도에 달하는 이곳은 거센 추위를 자랑하고 있었고 언제나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는 이곳은 추울때는 영하 80 도까지 내려가 생명체가 대부분 도저히 살 수가 없는 곳이었다.

오직 소수의 몬스터만이 이 추위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고, 당연히 이곳에서는 어떤 인간도 살아가지 않았고 이곳까지 오려는 미친 인간들도 없었다.

인간이 살아갈 수 없다는 3대 불모지 중 하나인 이곳 섬의 이름은 프리즈 랜드였고 이곳 흐라니체 협곡은 그런 프리즈 랜드에서도 중앙에 위치한 장소였다.

휘이이잉~

"......"

지금이 비록 따뜻한 편인 때라고는 하지만 영하 40 도는 되는 이 춥디 추운 곳에서 한 명의 청년이, 아니 얼굴을 보아 아직 소년이라 불릴법한 남자가 서서 협곡의 아래에서 협곡의 거대한 바위들이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는 그나마 따뜻한 곳에 앉아있었다.

흑발의 머리카락에 흑요석과 같은 검은 눈동자에 180cm를 넘는듯한 큰 키. 그리고 단련이 되어있는듯 상당히 강렬한 남성미를 풍기는 육체를 보유한 그는 전체적으로 보아도 여성들을 외모만으로 홀릴법한 강렬한 남성미를 풍기는 잘생긴 소년이었다.

"크르르..."

그런 이 지역에서 사는 얼마 되지 않은 흉악한 몬스터, 10m에 달하는 거대한 키를 가진 외눈의 거인인 사이클롭스 계열에 속하는 아이스 사이클롭스가 소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그렇지만 소년은 무심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며 짐승의 소리를 내는 거대한 거인형 몬스터를 쳐다보았다. 한치의 공포도 없는 그의 눈동자는 자신의 앞에 있는 무시무시한 괴물의 모습을 보고도 흔들림이 없었다.

"후후, 세상이 참으로 달라보이는구나."

이윽고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의 앞에 있는 얼음의 거인을 향해 다가갔고, 그가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이스 사이클롭스가, 흉폭하기로는 오우거를 능가한다는 괴물이 겁에 질린듯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몬스터로 태어나 본성에만 휩쓸려 산다. 어쩌면 네 녀석이 나보다 편하게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그렇지만 나는 그런 삶은 살 수가 없지. 후후후."

살짝 실소를 흘린 소년의 몸이 서서히 허공에 떠올랐다.

"세상이 달라보인다라. 세상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 그저 보는 나의 눈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을 뿐이니까."

마치 흥겨운 노래를 하는듯이 중얼거린 소년은 살짝 앞머리를 손으로 쓸어서 옆으로 넘기면서 미소를 지었다.

"아이스 사이클롭스. 너에게 원한은 없지만...나에게 이빨을 잠시라도 들이댔던 놈은 나는 살려두지 않으니 날 원망마라."

그렇게 말한 소년은 더욱 높은 하늘로 떠올라 너무나 큰 공포에 질려 도망가지도 못하는 가여운(?) 아이스 사이클롭스가 있는 방향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공포의 절규, 이젝큘레이션 오브 피어."

중간계에서 가장 강력한 피어를 꼽자면 드래곤들이 내는 드래곤 피어를 꼽을 수 있었다. 먹이사슬 계의 정점에 선 드래곤들이 내뿜는 피어는 그야말로 생명체들의 본능에 막대한 공포를 안겨주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 마법은 그런 드래곤 피어를 가뿐히 능가하는 위력을 지녔고 예외로 쳐두고 싶은 대상들을 제외하고는 일정반경 내의 생명체를 전부 공포라는 감정에 완벽하게 사로잡히게 해 발작증상을 일으키게 만들며, 지속적으로 들을 시에는 정신이 붕괴되어 아예 절명하게 해버릴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마법은 단순한 마법이 아니었다.

바로 10 서클의 마법이었으니까.

"후후후."

소년은 작게 웃음을 흘렸다. 상당히 유쾌했다.

그 동안 얼마나 답답했던가? 이전에 그가 보아왔던 세상과는 달리 그의 시야와 감각은 너무나 약해져있었고 세상의 흐름을 보는 눈조차도 너무나 미약해져 얼마나 답답했던가?

그렇지만 정해진 것에 일단 만족하고 익숙해지자며 스스로를 달래고 아까운 드래곤 하트를 희생하기는 했지만 그는 18 살의 나이인 지금, 드디어 다시금 10 서클의 경지로 되돌아와있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다시 예전과 같아졌다. 아니, 어떤 의미로는 예전보다 더욱 좋아진 것 같았다.

압도적인 시각과 청각, 그러면서도 그 시각과 청각이 약점이 되지 않게 알아서 보호해주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수많은 감각들의 조화와 마나의 흐름.

그러면서도 예전에도 확연하게 보이던 시공간의 흐름이 지금은 더더욱 명확하게 보여졌다.

시공회귀를 시도해보았기 때문일까? 그가 가진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해력은 더더욱 드높아져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이해력을 바탕으로 하여 얻은 깨달음으로, 그의 검술 역시 그랜드 소드 마스터 상급의 경지에 이르어있었고 이제 5 개의 드래곤 하트에 보관된 정령력들 역시 서서히 목표치에 도달해가고 있었다.

'정말 카일라 누나를 안을때만큼이나 강한 쾌감이군.'

그렇게 생각한 소년은 살짝 희열감에 잡혔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이 가진 힘들을 점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물론 당연하게도 이미 바닥에 쓰러져서 공포에 질려 떨다가 절명해버린 가여운 아이스 사이클롭스를 죽인 것은 깨끗하게 무시하고 있었다.

아니 무시는 아니었다. 그저 그는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후후, 다음 생에는 인간으로 태어나도록 축복을 해주었으니 원망하지 말고 오히려 기뻐하거라.'

그리고 그는 서서히 자신의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거세게 요동치는 완벽한 9 개의 고리(서클) 전체를 감싼 한 개의 고리. 10 번째의 고리가 거세게 회전을 하면서 그의 전신에 가공할 권능이 퍼지게 해준다!

공간왜곡, 공간동결, 공간이동, 공간절단, 공간굴절, 공간붕괴 및 공간을 뒤흔들어버리기나 공간을 반전시키는 등 다양한 공간 계열의 힘들이 모두 한 번씩 시험을 해본 그는 이어서 시간 계열의 힘을 시험해보았다.

시간가속, 시간감속, 시간정지 및 시간을 되돌리는 등의 권능을 사용해본 소년은 드디어 신체적 장애인에서 벗어나 정상인이 된 것에 맞먹는 기쁨을 맛보며 미소를 지었다.

"완벽하군. 아니, 시공 계열 쪽으로는 오히려 이전보다 나은데?"

좀 오랫동안 쓰지 않아서 약간 전투쪽 실력이 녹슨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은 차차 수련을 하면서 다시 실력을 키우면 되는 문제였다.

그리고 소년은 이어서 자신의 두뇌 쪽을 확인해보았다. 10 서클의 경지에 다시 도달한 그의 두뇌는 이제 시공회귀 이전의 두뇌에 맞먹는 연산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9 서클의 익스퍼트일 때 그는 7 개의 동시영창이 한계였다. 9 서클의 마스터일때는 8 개의 동시영창이 한계였다. 그렇지만 10 서클에 되돌아온 지금의 그는 9 개의 주문을 동시에 영창할 수 있었다!

'리터레이트를 사용하면 같은 주문은 80 번 이상은 사용할 수 있는거지.'

거기에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상급의 경지에 오르면서 강력한 검사로서의 힘까지 지니게 된 그의 힘은 지금만으로도 이미 시공회귀 이전의 그를 초월하고 있었다!

물론 10 서클에 갓 오른만큼 보유한 마력의 양은 시공회귀 이전의 그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었지만 이미 10 서클의 경지에 오른 그는 9 서클일때와는 비교 자체를 불허하는 어마어마한 마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실 에이션트급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에 보유한 마나를 모조리 흡수한다고 해도 그가 10 서클에 오를 수준의 양의 마나에는 턱 없이 모잘랐다. 그렇지만 그는 거대한 마나가 일제히 집중될때 주변의 마나를 끌어들이는 현상을 이용했고 그로인해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를 흡수하여 단숨에 10 서클의 경지까지 도달했던 것이었다.

또한 그가 사용하여 소모한 마나의 양은 그저 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주변의 마나들을 빨아들여서 빠르게 보충을 했으니 당장 지금만 해도 마력이 부족할 일은 결코 없었다.

당장 지금만 해도 소모되었던 마나들이 순식간에 다시 차오르고 있었다.

"자, 그럼..."

카이라스는 이어서 아공간에서 대검을 꺼내고는 가볍게 휘둘러보았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그저 단순한 한 손으로 한 내려치기. 그렇지만 이 단순한 동작이 벌인 일은 가공했다.

바로 그의 검이 휘둘러진 곳에 공간이 갈라져버렸으니까.

"공간을 베어버리는 힘도 완벽해졌군."

카이라스는 흡족하게 자신의 눈 앞의 공간이 절단되는 현상을 바라보았다. 비록 시공회귀 이전의 레이나의 공간절단에 비하면 아직 약하지만 순수하게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서 일으킨 공간절단이 이 정도임을 감안하면 10 서클의 마법사로서 추가로 공간절단을 일으켜 이중으로 공간절단의 힘을 사용한다면 그 위력은 충분히 시공회귀 이전의 검의 여왕, 레이나가 일으킨 공간절단에 비할만한 위력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공간절단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카일라와 같이 주변의 공간을 뒤흔들어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시공회귀 이전의 유리아나처럼 검의 속도를 몇 배로 가속시키고, 주변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게 감속시키며 또한 공간을 자유로이 이동하며 검날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사람이 보통 한 우물만 판다는 정상적인 사고에 따라서 한 가지만을 집중적으로 파고 드는 것에 반해서 10 서클의 마법사이기도 한 카이라스는 이미 시간과 공간에 관련된 힘들을 자유로이 다루다가 못해 아예 40 년이 넘는 세월을 시공회귀까지 했었기에 시간과 공간의 힘을 그가 원하는대로 그야말로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문제 없겠군."

소년이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 이제 네 년을 두려워하며 피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 이전까지 그는 그의 숙적에게 자신의 존재가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움직였고, 그는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설사 들통난다고 해도 그는 이제 맞서 싸울 자신이 있었다!

'나를 습격하는 날이 네 년의 최후의 날이 될 것이다.'

10 서클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 역시 10 서클의 경지에 올라있었기에 그녀가 어디에 숨어서 음모를 꾸미는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그 쪽이 자신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 쪽 역시 자신에게서 자기자신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인류를 멸망시키고자 하는만큼 그녀는 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편안하게 이종족의 군세를 닥치는대로 학살을 할터였으니까.

'이제, 구상만 해두었던 것들을 만들어봐야겠어. 그리고 상급 정령들 역시 정령왕들로 진화시켜야겠지.'

그렇게 구상한 소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가 서서히 텔레포트 마법을 일으켜 이 얼음의 대지에서 완벽히 사라졌다.

인류를 멸망시키고자 하며 이종족들을 이끄는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에 맞서서 운명의 대적자, 인류를 멸망에서부터 구원하고자 하는 마법왕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의 진정한 부활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