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6화 〉[여황제, 아이린 폰 카르시스] (176/380)



〈 176화 〉[여황제, 아이린 폰 카르시스]

지금으로부터 3 년전, 대륙 최강의 제국 카르시스 제국에는 새로운 황제가 즉위를 했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그 황제는 여자였고 불과 15 살의 소녀였다.

그렇지만 놀라운 수완력을 발휘한 그녀는 관료들은 물론이고 백성들에게까지 폭 넓게 지지를 받아가며 각 영지들의 귀족들에게도 막강한 황권을 행사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이런 절대적인 황권에 아무도 불만을 표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르테일 공작가와 리히테나워 공작가에서 여전히 적극적으로 그녀의 오른팔과 왼팔의 노릇을 자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황제의 자리에 오른 아이린 폰 카르시스는 역대 황제 중 그야말로 최고의 황권을 가지고 있었고 철혈의 황제였던 그녀의 할아버지를 능가하는 권력을 보유한 그녀는 어긋남이 없는 통치를 선보여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좋은 소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3 년전, 여황제에 오른지 2달도 채 되지 않아서 임신 3개월 중임이 밝혀졌던 그녀는 이윽고 대륙력 1796년 1월에 그녀를 빼닮은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귀여운 딸을 출산하였다.

당연하게도 결혼도 하지 않았던 여황제가 혼자서 딸을 낳았으니 무성한 소문이 퍼지는 것은 당연했고, 그녀가 강간을 당했었다는 둥 그녀가 사실은 밤마다 온갖 미소년들을 끌어들인다는등 말도 안되는 헛소문들이 여러 종류로 퍼졌었다.

그러다가 정착하게 된 것은 바로 그녀가 여황제가 오르기 이전인 황녀의 시절일때부터 무성하던 소문이 진화(?)한 것이었다.

바로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인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과의 염문설.

특히나 리마 시에서 카이라스와 아이린이 아이린의 성인식의 전날의 새벽에 서로 손을 잡고 춤을 췄던 것을 아르칸 왕국의 리마 시의 많은 사람들이 봤었고 특히나 날짜 역시 딱 맞았다.

1795년 3월 12일날 둘이 만나서 13일이 된 날 성인식이 끝나고 바로 서로 성관계를 맺었다면?

1796년 1월 쯤에 태어난 딸의 10 달 간의 임신기간을 생각해보면 딸이 태어난 기간 역시 딱 맞았고 결정적으로 그녀의 딸의 검은색 눈동자는 카이라스의 검은색 눈동자를 연상시킬만큼 닮아있었다.

그렇기에 이미 세간에서는 카이라스와 아이린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확정되어있었고,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던 아르테일 공작가의 적극적인 지원은 이것이 이유라고 알려져있었다.

"......"

18 살의 소녀로 아름답게 성장한 아이린은 여황제에 걸맞는 어깨와 늘씬한 양팔을 노출하지만 화려함과 우아함이 깃든 모양의 검은색이 드문드문 섞인 붉은 드레스를 착용한채로 가만히 황제만이 앉을 수 있는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진 황좌 위에 앉아있었다.

붉은 색의 장신구가 끝에 달려있는 화려한 검은 부채를 들고 있는 그녀는 3 년전의 모습에 비해서는 무척이나 성숙해져있었고, 아름다움과 색기 역시 더욱 진해져있었다.

더군다나 출산을 경험했기 때문일까? 그녀에게서는 유부녀에게나 볼 수 있는 진한 농염한 매력까지 풍기고 있었고, 덕분에 그녀는 현재 카르시스 제국의 오대미녀 중의 한 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아르테일 공작가의 가주, 루스칼리스 폰 아르테일의 아내 엘리나 폰 카르세드 아르테일.
카르시스 제국의 여황제, 아이린 폰 카르시스.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의 첫째 아내인 카일라 폰 카르세드 아르테일.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의 둘째 아내인 디아나 블라디미르.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의 셋째 아내인 셀리나 블라디미르.

카르시스 제국의 오대미녀들은 이러했고, 전부 아르테일 공작가와 관련이 있었다.

특히나 엘리나의 경우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당대 가주의 아내였고, 아이린과 카이라스에 관한 소문은 그녀가 공식적으로 진실이라고 언급한 적은 없지만 사실이었고 또한 다들 사실로 여기고 있으니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인 카이라스는 오대미녀 중 자신의 어머니인 엘리나를 제외하고는 무려 4 명을 자신의 여자로서 독차지하고 있는 셈이었다.

더군다나 아르칸 왕국의 제일미녀라는 과거 아르칸 왕국의 왕비였던 티세라까지도 아내로 삼고 있는 카이라스는 16 살의 나이로 9 서클을 마스터한 고금을 통틀어 비교할 대상이 없는 천재 마법사로도 알려져있었기에 남성들에게 있어서 무력, 재력, 권력, 외모 등을 모두 갖춘 그는 감히 질시조차 나지 않는 하늘 위의 대상이었다.

거기다가 아이린의 딸의 아버지가 그라고 이미 사람들은 확실시하고 있었으니 그의 딸이 차기의 황제가 될 가장 높은 가능성을 가진 후보였으니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들은 질투를 하기보단 어떻게든 그의 눈에 들어 친분을 쌓고자 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와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자는 극소수였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지금 카르시스 제국의 북부 지역에서 천재 검사로 이름을 날리며 차세대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 중 하나라 불리는 지그문트였다.

3 년이라는 세월 동안 17 살이 되는 그는 소드 마스터 상급을 넘보는 경지에 도달해있었고 어쩌면 24 살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카일라의 신기록을 갈아치울지도 모른다고 주목 받고 있었다.

물론 이미 카이라스라는 14 살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신기록의 달성자가 있었지만 여전히 그가 9 서클 마스터인 것은 믿어도 그랜드 소드 마스터이기도 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기도 한 카이라스는 현재 10 서클의 경지를 회복하기 위해 대륙의 북쪽의 끝으로 올라간 후 바다를 건너야하는 곳에 위치한 얼음의 대지, 프리즈랜드에 가있는 상태였다.

"언니 폐하, 계세요?"

그 때 밖에서 아이린을 부르는 맑은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아이린의 색기가 가득 풍기던 얼굴에 맑은 미소가 새겨졌다.

"응, 들어와."

끼이익-

여황제인 그녀의 방 안으로 들어온 것은 바로 뒤로 가지런히 묶은 은발의 머리카락에 보라색의 눈동자를 가진 13 살의 눈처럼 새하얀 백옥의 피부를 가진 귀여운 소녀이며, 아이린의 이복여동생 중 하나인 유린 폰 카르시스였다. 그리고 그녀의 오른손을 작은 왼손으로 잡고 서있는 8 살 정도의 깜찍해보이는 긴 푸른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의 소유자는 바로 플로리아 폰 카르시스, 시공회귀 이전 카이라스의 여인 중 하나였으며 제국 최후의 황족으로 마지막 황제의 자리에 올랐던 여인이었다.

물론 그것은 시공회귀 이전의 일이었고, 플로리아는 지금 황실에서 아이린의 귀여움을 받는 막내 여동생일 뿐이었다.

카이라스는 여전히 플로리아를 자신의 여자로서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녀가 성인이 되는 15 살이 되는 해에 그녀를 어떻게든 자신의 아내로 만들려고 들겠지만 아이린은 플로리아가 원하는대로 하게 해줄 생각이었다.

"어서와. 유린아, 리아야."

아이린은 유린은 그대로 유린이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플로리아는 줄여서 편하게 리아라고 부르고 있었다.

"둘 다 점심 먹었니? 이 언니는 마침 점심을 먹으려던 참이었는데."
"저희도 안 먹었어요."
"배고파요..."

유린은 맑게 웃으면서 대답한 반면, 플로리아는 배가 고프다는 것을 티를 냈다. 그리고 진짜로 배고파하는 플로리아의 모습에 아이린은 부채로 살짝 입가를 가리며 웃음을 살포시 흘렸고, 그녀의 웃는 모습에 유린 역시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

비록 어머니가 틀리지만 이 세 자매의 사이는 무척이나 좋았다.

절대적인 황권을 틀어쥐고 황자들을 모조리 숙청하고 아버지의 간청으로 인해 그들의 목숨만 살려둔 채 추방한 아이린이었지만 그녀는 그녀의 이복여동생들에게는 참으로 다정하게 대해주었고, 여동생들 역시도 자신들에게 상냥한 언니를 어릴적부터 잘 따랐었다.

"밥 먹으러 가려는거야?"

그리고 그 때 아이린에게 묻는 익숙한 음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분명 셋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던 이곳이었다.

황제인 그녀가 여자인만큼 근접 호위기사들 역시 대부분 물리었고 오직 9 서클의 마법사인 유노 백작만을 계속 호위로 뒀었지만 오늘 아이린은 그녀를 잠시 휴가를 보낸 상태였다.

3 년이란 세월 동안 그녀 역시 힘을 단련하였기에 지금의 그녀는 스스로의 실력에도 충분한 자신이 있었다. 더군다나 그녀가 찬 아티팩트들은 하나하나가 막강한 위력들을 지니고 있었고 호위가 하루 쯤 없다고 해도 '아직'은 안전하였다.

특히나 현재 황궁 내부는 침입자를 알아서 구분해내서 처리해주는 마법진까지 보유한 최강의 거처였고 비록 9 서클이었지만 마법진에 대한 지식만큼은 10 서클의 수준이던 카이라스가 직접 해준 것이었으니 황궁만큼 안전한 장소도 드물 것이었다.

특히나 그녀가 있는 이 궁은 더욱 철저하게 보호를 받고 있었고 설사 전대 뱀파이어 퀸인 루나라고 해도 이곳을 침투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이곳을 침투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저 목소리의 주인공인 소년이었다.

"카이라스 공자."

부드러운 미소를 잘생긴 얼굴에 살짝 드리운 흑발에 흑안의 소년, 카이라스였다.

"안녕, 린. 하루만이지? 그리고 유린아 안녕, 그리고 우리 리아도 많이 예뻐졌네?"

아이린만이 아닌 유린과 플로리아에게도 인사를 한 카이라스는 그녀들에게 다가가 친근하게 그녀를 살짝 끌어안았다.

여황제의 이름을 애칭으로 부르고 여황제의 여동생들인 황녀들을 이렇게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유일할 것이었다.

"어쩐 일로 오신 거에요? 벌써 10 서클을 달성하셨나요?"
"응, 10 서클을 마스터했고 부수적으로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 역시 상급으로 도달했어. 후후후."

카이라스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아이린이 활짝 웃으며 그의 성취를 축하해주었다.

"축하드려요, 드디어 이제 프로젝트를 완성시킬 수 있겠네요."
"응, 그런거지. 그런데 일 얘기는 나중에 하고...지금 유린이랑 플로리아랑 같이 점심 먹으려는거야?"
"네, 카이라스 공자도 같이 가실래요? 괜찮지? 유린아, 리아야."

아이린은 우선 카이라스에게 같이 갈 것이냐고 물은 후에 유린과 플로리아에게도 괜찮냐는 의견을 물어왔다. 애초 그녀들이 거부할리가 없었기에 뒤에 물은 것이었고, 유린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괜찮아요."
"저도요."

유린과 플로리아 역시 카이라스를 자주 보다보니 이제는 편하게 오빠처럼 여기고 있었고 카이라스 역시 둘에게 무척이나 상냥했다.

당연히 셋의 사이는 무척이나 가까워져있었고, 그렇기에 카이라스의 키워서 잡아먹기 계획(?)은 큰 효과를 봐가고 있었다.

"근데 카일라 언니랑 만나고 온거에요?"

아이린은 카이라스가 카일라를 두고 바로 자신을 찾아올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 부분을 묻자 카이라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실은 그래. 카일라 누나가 검술로만 대련을 하자고 하는 바람에 나중에 해주기로 하고 일단 밥 먹으러 왔어."
"후훗, 그렇단 말이죠."

아이린은 살포시 부채로 가리면서 위험한 눈빛으로 카이라스를 쏘아보았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에 담겨진 치명적인 색기는 이미 3 년이란 세월 동안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강렬해져있었기에 10 서클의 마법사로 되돌아온 카이라스도 영향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물론 아이린이 카이라스의 아내 중 하나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 그리고 린, 세르티네스의 해방도 조만간이야.

카이라스는 메세지 마법으로 아이린에게 살짝 속삭여주자, 아이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드디어, 그녀의 친구가 완전한 자유를 얻을 날이 머지 않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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