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7화 〉[마법왕으로서] (177/380)



〈 177화 〉[마법왕으로서]

시공회귀 이전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의 이름 하에는 대륙의 모든 마법사들이 복종했다.

수천년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10 서클 마스터!

그 위대한 경지에 오른 마법사에 대륙 최강의 마법사 가문이며 마법사들에게 성지나 다름 없던 아르테일 공작가의 가주라는 신분은 모든 마법사들이 충성을 맹세하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흑마법사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안 그래도 흑마법사들 중 상당수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보호 아래에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는 경우도 많았었고 음지에서 숨어지내던 흑마법사들 역시 자유로운 여행을 불가능할지 언정 안전한 삶을 지낼 수 있는 곳이 아르테일 공작가 뿐인 것을 알았기에 대륙에서 차별받던 흑마법사들에게도, 네크로맨서들에게도 아르테일 공작가는 성지나 다름 없는 곳이었다.

물론 당대에는 네크로맨서들도 흑마법사들 중 한 종류로 불리게 되고 있었고 네크로맨서들 역시 흑마법사들과 하나로 뭉쳐지는 바람에 많이 뒤섞여져버렸지만 시체들을 이용하는 네크로맨서들 역시도 사형당한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들의 시체나 몬스터들의 사체를 아르테일 공작가에서 공급을 해주어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주기에 아르테일 공작가의 영역의 흑마법사 보호구역에는 네크로맨서들도 드물지 않게 존재했다.

흑마법사들은 수장과 부수장, 그리고 12 장로들로 나누어져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흑마법사들의 수장인 아릴리아와 부수장인 슈라인은 부부이기도 했다.

또한 둘은 모두 9 서클의 마스터로서 수장과 부수장의 신분 답게 흑마법사들 중 최강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기도 했다.

또한 시공회귀 전 그들은 카이라스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며 카이라스를 주군이라고 부르던 자들로, 이제 10 서클 마스터의 경지를 회복한 카이라스에게는 반드시 찾아가야할 대상이기도 했다.

*              *             *

카르시스 제국의 황궁, 트리에스타의 지하.

카르시스 제국의 황궁에는 어마어마한 넓이의 빈 공간이 존재했다.

지저 1000 미터 아래에 존재하는 이곳은 그야말로 지하 도시가 건설되어도 될법한 수만명은 수용가능할 어마어마한 넓이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곳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었다.

그렇지만 공간확장 마법진을 비롯하여 수많은 거대한 마법진들이 새겨진 이곳에는 무려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길이가 550 m 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의 검은 색의 드래곤의 육체가 누워있었다.

"......"

카이라스는 말 없이 천천히 그 드래곤의 단단한 피부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세르티네스, 강도는 이 정도면 되겠지?"
[그렇다. 카이라스. 이 정도면 완벽한거 같다. 드래곤 하트의 내부가 텅 비어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시간을 들여가며 회복한다면 될 것 같군.]
"그냥 육체에 영혼만을 넣어주는 거면 몰라도 여전히 우리의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서 꽤나 힘들었다고."
[후후훗, 그건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카이라스, 네가 암흑투기와 마왕의 권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이 방법을 써야한다.]

카이라스가 쓸 수 있는 암흑투기와 마왕의 권능은 그의 육체 안에 세르티네스의 영혼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르티네스의 영혼이 그의 육체의 밖으로 나온다면 당연하게도 카이라스는 더 이상 암흑투기와 마왕의 권능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세르티네스는 카이라스에게 자신의 영혼과 그의 육체 간의 연결고리를 계속해서 남겨달라는 부탁을 했고, 그 때문에 그녀의 육체를 만드는 작업이 더욱 오래 걸리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다. 이제 세르티네스의 영혼이 그가 만들어준 육체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일단 베헤모스들과 지즈들의 마정석들에서 추출한 마기들을 드래곤 하트에 넣어두었으니 당장 쓸 마기는 있을테니 폴리모프 마법부터 사용해."
[그럴 생각이다.]

묘하게 즐거워보이는 세르티네스의 목소리에 카이라스의 옆에 서있던 아이린이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세르티네스, 꽤나 즐거운듯 하네요?"
[후후후, 그렇게 들려? 린.]
"네, 무척이나 목소리가 즐겁게 들려요."
[드디어 육체를 얻는 날이니 기쁘기는 하지.]

그 때 카이라스가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자, 일단 대화는 세르티네스가 육체에 들어간 후 이어서 하고 일단은 육체에 영혼을 넣을테니 집중해. 세르티네스."
[알았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천천히 세르티네스의 육체에 손을 대고는 자신의 체내에 있는 세르티네스의 영혼을 그가 만든 그녀의 육체에 넣기 시작했다. 거대한 크기의 대마왕, 다크 드래곤 로드의 영혼이 서서히 그가 만든 육체의 안으로 빨려들어갔고 자연스럽게 세르티네스의 영혼을 빨아들이려던 수정구는 그 힘을 완벽하게 잃어버렸고 세르티네스는 이로서 완전히 그녀의 영혼을 봉인했던 수정구로부터 해방되었다.

"......"

거대한 검은 색의 드래곤의 육체의 눈이 서서히 떠졌다.

쿠우우우-

어떻게 살아서 움직이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체구의 드래곤이 고개를 들었고 그 거대한 황금색의 눈동자에 카이라스와 아이린의 모습이 비춰졌고, 이내 드래곤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묘하게 장난스럽게 웃는듯해보이는 모습이기도 했다.

[훌륭한 육체인데? 고마워, 카이라스.]
"후후, 마음에 들어?"
"세르티네스가 육체가 마음에 드나보네요."

누가 만든 육체인데 당연하다는듯 말하는 카이라스와 세르티네스가 육체를 얻은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아이린의 모습에 미소를 짓던 세르티네스가 이윽고 폴리모프 마법으로 마치 산과도 같은 거대한 드래곤에서 서서히 170cm 정도의 흑발에 황금색 눈동자의 아름다운 미녀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출렁-

당연하게도 아무것도 입지 않은 나신의 여인으로 변한 세르티네스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우면서도 자극적이었다.

눈처럼 새하얀 백옥의 피부에 흑비단 같은 긴 흑발의 생머리에 황금색 눈동자, 그리고 늘씬한 몸매와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그리고 풍만한 가슴에 달린 탐스러운 분홍색 유두에 은밀한 붉은 균열의 주변에 나있는 무성한 검은 색의 털들을 너무나 자극적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노출한 세르티네스는 정작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세르티네스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동시에 카이라스와 아이린에게 달려가 그들을 끌어안았다.

"둘 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둘을 끌어안은 상태에서 세르티네스는 둘에게 두 번이나 감사를 표했고 카이라스도 아이린도 미소를 지으면서 세르티네스를 마주 안아주었다.

"뭘요, 세르티네스. 친구인데."

아이린의 친구라는 말에 세르티네스는 "친구..."라는 말을 살짝 중얼거리더니 이내 아름답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친구지...이렇게 친구를 안아보는 것은 처음이네. 그리고 남자를 안아보기도 처음이고 말이야."
"왜? 세르티네스, 섹스에 관심있어? 경험하게 해줄까?"

카이라스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렇지만 그의 말에는 반쯤은 진담도 들어가있었다. 세르티네스가 원한다면 진짜로 카이라스는 그녀를 자신의 아내로서 여겨줄 생각이 있는 것이었다.

4 년 간 사생활까지 모두 공유하며 살아온 만큼 그만큼 정이 깊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정이 든 것은 세르티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싫지 않다. 카이라스, 3 년 동안 정말 너에게 당해서 쾌락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보아왔으니까."
"어이...누가 들으면 오해한다고. 나는 그냥 아내들만 사랑해줬을 뿐이야. 아내가 아닌 여자는 건들지도 않았어."
"확실히, 네 아버지에 비하면 정상이지."
"그렇죠?"
"...그렇지."

세르티네스의 말에 아이린과 카이라스가 동시에 공감을 표했다.

루스칼리스의 색마 기질은 정말 정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으니까.

"린, 내가 카이라스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넌 어떤 기분일 것 같아?"

세르티네스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면서 아이린에게 물었고, 아이린이 살짝 놀란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세르티네스, 설마 진짜로 할 생각이에요?"
"그래볼 생각은 있어."
"...세르티네스의 선택이라면 저는 상관없지만, 가끔 괴로울 거에요. 아주 육체만이 아니라 영혼에까지 각인이 되거든요."

아이린의 말에 세르티네스는 이해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녀가 여자의 시점으로서 체감해본 적은 없었지만 카이라스의 육체에 있는 동안 그의 시점으로서 여자들과의 섹스를 체험하고 눈으로 직접 보아왔을때 그의 분신에 꿰뚫린 여자들은 모두 하나 같이 하루라도 그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처럼 돌변했고 아이린 역시도 육체가 무척이나 뜨거운 여자로 변해버린 상태였다.

물론 카이라스에게 먼저 덤벼드는 것은 그녀인 경우가 많았지만, 아이린이 여황제에 오르는 날을 기념으로 하여 그녀의 항문을 개통한 카이라스는 대륙에서 가장 고귀한 신분에 있는 여황제의 항문을 매일매일 공략하였었고 아이린의 육체는 상당히 카이라스의 입맛에 맞도록 개발된 상태였다.

그리고 카이라스의 손에 닿는다면 세르티네스 역시 이 인간 여자로서의 모습일때는 그의 입맛대로인 육체가 될 것이었다.

"인간에게 처녀를 바치는 대마왕은 내가 처음일테고 다크 드래곤 로드 중에서도 처음일테지. 그렇지만 카이라스라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카이라스, 너는 어떻게 할거냐?"

카이라스에게 세르티네스가 의견을 물어왔다. 그녀는 카이라스가 원한다면 자신의 처녀도 줄 수 있다는 말을 이미 한 상태였기에 이제는 카이라스의 대답을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그건...후후, 이따가 밤에 해줄테니 지금은 우선 옷을 입어. 마침 육체를 얻었는지 산책도 해야겠지? 그리고 산책을 하기에 좋은 곳을 알고 있거든."
"좋은 곳?"

세르티네스가 카이라스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체내에 있을때는 카이라스가 의도적으로 차단하지 않는한 그의 생각을 모두 읽을 수 있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비록 영혼의 연결이 남아있어서 카이라스가 그녀의 암흑투기와 마왕의 권능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생각까지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 거길 가려고요?"

아이린은 바로 알아차렸는지 고개를 끄덕였고 카이라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린의 짐작이 맞을 거야. 내가 가려는 곳은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이 있는 곳이니까. 그곳에서 난 마법왕으로서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을 휘하에 둘 생각이거든."

이미 그들의 위치는 어디있는지 알고 있었다. 이제 10 서클의 경지에 오른 그에게 남은 것은 그저 직접 찾아가면 되는 것 뿐이었다.

슈우우웅!

카이라스는 바로 자신의 아공간을 열어서 검은색의 원피스 하나를 꺼내 세르티네스에게 건네주었다.

"세르티네스 속옷은 없지만 일단 이것이라도 입고 있어."
"알았다."

세르티네스는 아름다운 나신의 미녀의 모습임에도 딱딱한 말투로 대답한 후 옷을 받아들었고, 카이라스는 그 모습에 키득 웃었다. 저 예쁜 모습에 저런 말투를 구사하니 은근히 재미있어보였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나도 이 옷을 다시 입어볼까."

그렇게 말한 카이라스는 아공간에서 꺼낸 검은 색의 롱코트를 착용했고 코트 자락이 가볍게 펄럭였다.

"어머, 그 옷은?"

아이린은 그 옷이 무슨 옷인지 알아보았다. 실제로 본 기억은 없지만 카이라스가 준 기억을 통해서 본 기억이 있었으니까.

바로 마법왕,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이 착용하던 마법왕의 상징이나 다름 없던 옷이었으니까.

"이제 마법왕 카이라스로서 일을 시작할 차례야."

카이라스가 아이린과 세르티네스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