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8화 〉[흑마법사 협회] (178/380)



〈 178화 〉[흑마법사 협회]

일반적인 마법사들은 자연의 대기 중에 존재하는 마나들을 받아들여 서클을 형성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물론 자신에게 알맞는 속성을 가진 마나를 모으기도 하는 속성 특화형 마법사도 있기는 했다.

그런 마법사들의 경우 예로 얼음의 속성의 마나를 모았을 경우 다른 자연 속성 계열의 공격 마법들은 다른 마법사들에 비해서 80% 정도의 위력 밖에 되지 않지만 대신 얼음 계열의 마법만큼은 120%에 달하는 위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

한 가지의 속성에만 집중하여 위력을 높이는 이 방법을 선호하는 마탑들도 여러곳이 있었지만 애초부터 마법의 분야는 참으로 다양하였기에 이런 방법으로 마법을 익힌 마법사들이 많은 것은 그다지 놀라울 것도 없었다.

또 인챈트를 전문으로 한 마법 학파나 치료 마법들을 중점으로 둔 마법 학파, 공격 마법, 방어 마법, 실생활 마법 등 다양한 마법을 연구하는 수많은 학파들이 서로 끊임없이 경쟁을 하며 발전을 해갔기에 지금의 인류는 이렇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든 마법의 분야에 대해 절대적인 위치를 보유한 것이 바로 카르시스 제국의 아르테일 공작가였다.

그렇지만 그런 아르테일 공작가는 신전 쪽과는 그다지 사이가 좋지 못하였다.

제 3의 마도시대라고까지 불리게 된 이때 과거 마법사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신전들은 마법사들을 더 이상 적대적으로 대할 수 없었고, 오히려 신성력을 이용한 다양한 마법들이 개발되자 그것을 신성마법이라고까지 부르는 판이었다.

하지만 아르테일 공작가는 신전에서 여전히 적대하는 흑마법사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마법사들이 자연에 존재하는 마나를 모으는 것으로 힘을 기르는 것에 반해서 흑마법사들은 마계에 주요로 존재하는 기운인 마기를 모으는 것으로 힘을 기르고 있었다.

중간계 역시 마계만큼은 아니더라도 마기가 존재했는데 특히나 마기가 풍부한 던전 같은 곳에서는 흑마법사들은 정말 단숨에 어마어마한 양의 마기를 모을 수 있었고 그 탓에 이미 아무런 유물도 남아있지 않은 비어있는 던전이라 할지라도 던전은 풍부한 마기를 보유한 것만으로도 흑마법사들에게는 최고의 수련장소였다.

그렇지만 마기는 신성력에 반대되는 기운이었고 그런 기운을 보유하는 것부터가 신관들의 입장으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신전 세력들로서는 어마어마한 세력을 가진 아르테일 공작가를 대놓고 적대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흑마법사들을 보호하는 그들을 우호적으로 대하지도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시공회귀 이전, 인류의 멸망이라는 위기 앞에서 주신 일루바타르의 성녀, 실비아는 신전들의 세력을 하나로 묶은 후 흑마법사들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새롭게 정비했다.

인류 자체가 멸망한 위기에 신성력이니 마기니 따질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흑마법사들은 그 때 모두 마법왕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의 휘하에 들어가있었고 전원이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기까지 했다.

인류의 가장 큰 전력이랑 적대관계를 맺는 것은 신전 세력으로서도 좋지 못했기에 성녀 실비아의 흑마법사들과도 우호적으로 지내야한다는 의견은 큰 반대가 없이 이루저일 수 있던 것이었다.

특히나 카이라스는 인류가 멸망할 위기에 처했는데도 신들의 행태를 보아 인간들을 버렸거나, 인간들을 무시하고 있거나 아니면 무능한 것이라고 비꼰 말들이 사람들의 사이에서 번져가고 있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신관들까지도 그 말에 동요를 보일 정도였으니 신전 세력들로서는 위급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시공회귀를 한 지금, 신전 세력들은 흑마법사들과 적대적인 관계인 시대였다.

*              *             *

흑마법사 협회.

대륙의 흑마법사들이 모여서 만든 협회인 이곳은 흑마법사들의 수장인 아릴리아와 그녀의 남편인 슈리안 부수장이라는 두 명의 9 서클 마스터를 중심으로 하여 정보 길드와 같은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12 명의 장로들은 모두 8 서클 마스터나 9 서클 익스퍼트의 경지에 도달해있는 강력한 흑마법사들로 각 지부에 흩어져서 정기적인 보고들을 올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흑마법사들의 수장, 아릴리아는 긴 흑발에 푸른 색 눈동자를 가진 상당한 미모의 미녀였다.

물론 카르시스 제국의 오대미녀나 아르칸 왕국 제일의 미녀인 티세라와 같은 반열의 미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당한 미녀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오늘이 그러고보니까 방문 예정일이었지? 슈리안."
"그랬지. 그 분이 오시는 날이니까."

아릴리아의 말에 대답한 것은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채 모습을 보이지 않는 남자였다. 그가 바로 슈리안으로, 흑마법사 협회의 부수장이자 아릴리아의 남편이기도 한 남자였다.

그리고 시공회귀 이전, 카이라스에게 "주군! 일단 피하셔야합니다. 지금 상태로는 자살행위입니다." 라고 말하던 전쟁의 거의 극후반부까지 살아남았던 충복이기도 했었다.

"슈리안, 그보다 답답하지 않아? 대체 왜 당신은 오늘 같은 날에도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거야?"
"신경쓰지마, 아릴리아. 나는 흑마법사 다운 차림새를 하고 있을 뿐이니까."

슈리안이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는 사람이 답답해 보이는 검은 로브를 이런 실내에서까지 입고 있는 그의 말에 아릴리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휴우, 하여간 당신은 정말 그 옷을 미친듯이 좋아한다니까."
"취향이야, 존중해줘."
"알.았.거.든."

아릴리아는 그녀의 남편인 슈리안은 사람의 속을 긁는데 묘한 재주가 있다고 언제나처럼 생각했다. 대체 자신이 저 인간의 뭐에 홀려서 저 인간이랑 결혼을 했는지 생각해보면 후회막심이었다.

"후회할 것 없어. 나는 잘난 남자니까."
"입이나 좀 다물지?"

아릴리아는 인내심의 한계를 긁는듯한 슈리안의 말에 부드럽게, 그러나 묘하게 무시무시한 느낌이 드는 미소를 지었다.

흑마법사들의 마법은 대체적으로 파괴적인 마법들이었고, 흑마법의 위력은 방어적인 측면에선 형편없이 약한 대신 공격력의 부문에서 일반 마법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압도적으로 훨씬 강력했다.

그렇다보니 흑마법사들 중에서는 성격이 난폭한 자들 역시 적지 않았고 혹은 다혈질적인 자들 역시 무척이나 많았다.

그 중에서도 아릴리아는 9 서클의 경지에 오른 흑마법사 다운 침착함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상당히 다혈질적인 성격을 지닌 여자이기도 했다.

시공회귀 전에 실비아랑 그녀가 어떻게 친해질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적어도 이 시간 대의 그녀는 친구라고는 소꿉친구였다가 남편이 된 슈리안 한 명 뿐이었다.

다른 흑마법사들의 앞에서야 위엄 있는 수장의 모습을 '연출'해야하는 그녀였지만 적어도 남편인 슈리안과 단 둘이 있는 지금은 그 다혈질적인 성격을 숨길 이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슈리안은 아예 하품까지 하였다.

"하암, 졸리네. 어제 책을 너무 읽었나? 그래도 중요하신 분이 오늘 오시니까 수면 쯤은 참아봐야지."
"...내가 못 살아. 정말."

괜히 아릴리아가 슈리안을 누르고 흑마법사들의 수장이 된 것이 아니었다. 둘 다 같은 9 서클의 마스터였고 실력 역시 비슷비슷했지만 아릴리아는 수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있는 반면 슈리안의 경우는 부수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명령이 내려지면 그 명령에 따르기만 하는 그는 수하로서는 부지런하고 유능하였지만 수장으로서는 그야말로 게으르기까지 없는 최악이었다.

부수장이라는 자리도 그냥 일종의 명예직이었지 딱히 무슨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었고 딱히 일을 시키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슈리안을 아는 흑마법사들은 그가 윗사람으로서 일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기에 그가 허수아비나 다름이 없어져 아릴리아가 흑마법사들의 수장이 되는 것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은 것이었다. 적어도 그녀는 성실하니까.

"근데 아릴."
"왜?"
"하암, 이번에 오시는 분이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이시잖아. 3 시간 후 쯤에 도착하신다고 했는데 이미 2시간이 넘게 지났으니 곧 오실텐데...나 그 분이 오실때까지만 낮잠 좀..."
"...하아. 정말 내가 못살아."

아릴리아는 한숨을 내쉬면서 슈리안을 노려보았다. 아무리 그녀가 다혈질이라고 하지만 저런 마이페이스를 상대로 다혈질이 오래 갈수도 없었다.

"어서 빨리 그 분이 오셔서 이 인간에게도 일을 시켜야할텐데. 그래야 좀 이 인간들이 성실해지겠지."

이렇게 게을러보이는 놈이기는 해도 슈리안은 명령이 한 번 떨어지면 그 명령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완수하고자 노력하는 노력파이기도 했다. 문제는 윗사람이 그에게 명령을 내렸을 경우에만이 해당되고 그 윗사람이 아내인 자신이다보니 자신의 명령은 잘 따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남편이니 그녀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듯 보였다.

'하지만 아르테일 공작가가 상대라면 이 양반도 제대로 일을 하겠지?'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 16 살에 9 서클을 마스터한 고금 제일의 천재마법사이며, 올해 18 살인 소년.

또 여자의 몸으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아이린이 그의 정인이라는 말도 있었으니 그를 등에 업는다는 것은 바로 제국의 황제를 배후로 두게 된다는 것 역시 의미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릴리아는 그와 만나서 대화를 해보고 난 후 그의 휘하에 들어가는 것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흑마법사들이라고 해도 인간이었고 그들 역시 양지에서의 생활을 무척이나 그리워하고 있었으니까.

"일찍 좀 왔는데 상관없으려나?"

그리고 그 때 예상하지 못한 소리가 들려왔고, 아릴리아의 눈이 크게 떠졌고 동시에 느긋하게 있던 슈리안까지도 크게 놀란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

그리고 검은색의 롱코트의 차림에 시원시원한 외모의 무척이나 준수하게 생긴 용모에 훤칠한 키의 흑발의 소년이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그의 옆에는 두 흑발의 미녀가 나란히 서있었는데 그 중 붉은 눈동자를 보유하고 검은색이 드문드문 섞인 붉은 드레스를 입은 화려한 외모의 미녀는 아직 소녀티가 물씬 풍기는 18 살 정도 되어보이는 앳된 얼굴이었다.

아릴리아는 이 갑작스러운 손님들의 방문에 놀라하면서도 흑마법사들의 수장으로 물었다.

"호, 혹시 아르테일 공작가의 카이라스 공자님과 카르시스 제국의 주인이신 황제 폐하가 되십니까?"
"맞아."
"맞아요."

카이라스와 아이린이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그리고 아릴리아는 이윽고 흑발에 황금색 눈동자를 가진 여인에게 시선을 돌렸다가 크게 놀라야만 했다. 무척이나 가냘프면서도 풍만한 몸매를 가진 검은 색의 원피스 차림의 흑발금안의 미녀에게서는 정말 어마어마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는데...그 기운이 다름 아닌 암흑투기였기 때문이었다.

대마왕만이 가질 수 있는 기운이라는 암흑투기의 기세가 뿜어지는 것을 느낀 것은 슈리안 역시 마찬가지인지 그 역시도 보기 드물게 놀란듯 했고 검은 로브를 입은채로 그는 살짝 무릎 한쪽을 꿇으면서 허리와 고개를 숙였다.

"슈리안이라고 합니다. 카이라스 공자님과 황제 폐하, 그리고 대마왕님을 뵙습니다."

질세라 아릴리아 역시 양쪽 무릎을 꿇고 허리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릴리아라고 합니다. 카이라스 공자님과 황제 폐하, 그리고 대마왕님을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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