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화 〉[흑마법사 협회] 3
"그렇기에 나는 흑마법사 협회를 휘하에 두려고 왔지. 10 서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마법왕으로서 흑마법사 협회도 내 휘하에 둘 생각이거든. 나는 너희들에게 여러가지를 약속해줄 수 있지만 그보다 너희들에게 묻겠어. 너희들,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나의 밑에서 나와 함께 싸워줄래?"
카이라스가 아릴리아와 슈리안에게 물었고 슈리안이 아릴리아에게 살짝 눈짓을 보내자 아릴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흑마법사 협회의 수장으로서 말했다.
"저는 흑마법사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카이라스 공자. 당신의 말에 따르고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순히 개인이 아닌 흑마법사 협회를 이끄는 수장이기도 합니다. 제 한 마디에 수천 명의 회원들의 인생이 결정되는 것이니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가 없는 점을 양해해주십시오."
아릴리아의 말에 카이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마법왕으로서, 시공회귀 이전 아르테일 공작가의 가주였으며 지금은 소가주인 신분으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밑에 둔 책임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해해, 후후. 그렇기에 나는 이런 제안들을 미리 준비해왔지."
카이라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아공간을 열어서 아공간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아릴리아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 종이에 적힌 내용들을 보던 아릴리아가 살짝 놀라면서 물었다.
"이 제안들이 전부 사실이라면 협회의 장로들도 쉽게 찬성들을 할테고, 협회의 회원들도 모두 만족해할 것 같네요."
카이라스가 아릴리아에게 준 종이에는 그가 흑마법사 협회에 약속해주는 5 가지가 있었다.
1. 흑마법사 협회의 회원들을 아르테일 공작가 내에서 우선은 정해진 구역들에서만 지내게 하지만 그곳에서만큼은 자유롭게 양지에서 지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서서히 대륙의 인식이 변해가면 보다 큰 자유를 준다.
2. 흑마법사 협회의 회원들이 마기가 풍부한 던전에서 수련을 할 수 있게 아르테일 공작가에서는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준다.
3. 흑마법사 협회의 회원들에게 아르테일 공작가는 보다 폭 넓은 마법 지식들을 공부 할 수 있거나 검술을 원하는 자들은 검술을 배울 수 있게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준다.
4. 흑마법사 협회의 회원들에게 아르테일 공작가는 생활에 부족함이 없도록 지원을 해준다.
5. 흑마법사 협회의 회원들이 지정된 구역들에 있는 한 아르테일 공작가는 흑마법사 협회의 회원들의 안전을 절대적으로 책임져준다. 또한 아르테일 공작가의 명령을 받고 움직일때 역시 마찬가지로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속원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안전을 책임져준다.
"그런데 저희들을 휘하로서 부리려면 신전 세력과 대립이 심해질텐데 그건 괜찮으신가요?"
아릴리아의 물음에 카이라스가 미소를 살포시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훗, 그런 것 쯤이야 문제 안돼. 어차피 너희들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때면 인류는 모두 너희를 반길거라고 생각되는데? 생각해봐. 수많은 이종족들의 연합군을 상대로 흑마법사들과 다크 나이트들의 강력한 힘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어?"
"그렇지만 인류가 그렇게 쉽게 반길까요?"
대륙에서 흑마법사의 차별이 얼마나 뿌리가 깊은지 잘 알고 있는 아릴리아였기에 아무리 이종족들과 전쟁이 나서 흑마법사들이 인간들을 위해서 전쟁에 참여한다고 해도 쉽게 받아들이기 의문을 품었지만 카이라스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게 될거야. 단번에 되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그렇게 될테지."
카이라스의 확신이 서린 말에 슈리안이 아릴리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릴, 아무래도 12 장로를 전부 소집해서 회의를 해야할 것 같은데? 그리고 나는 부수장으로서 표를 던지자면 찬성에 던질 것이라고 말해주겠어."
슈리안의 말에 아릴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 카이라스 공자, 죄송하지만...12 장로를 모두 소집해서 회의를 하여 이 안건을 투표에 붙여야 될테고 회의다보니 좀 기다리셔야할 것 같은데..."
아릴리아가 약간 미안한듯 말하자 카이라스가 피식 웃으면서 앞머리를 살짝 쓸면서 말했다.
"애초에 그런 것은 예상했다고. 너무 미안해할 것은 없어."
카이라스의 표정은 다시금 부드럽게 변해있었다.
그리고 롱코트의 주머니에 살짝 손을 넣은 그가 잘생긴 얼굴 위로 부드럽게 미소를 드리운 모습은 도저히 아까전에 살짝 보였던 잔혹해보이는 모습이 떠오르게 되지 않았다.
"카이라스 공자, 몇 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그 때 슈라인이 카이라스에게 물어왔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시공회귀 전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자신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받쳤던 충복의 눈을 제대로 응시하였다. 로브 사이에 있는 갈색의 눈동자가 그의 검은 눈동자를 정확히 향하고 있었다.
"응, 말해봐."
"드래곤 로드가 꾸미는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음모를 막기 위한 이 결성...카이라스 공자께서 중심이십니까?"
슈라인의 말은 자신들이 섬길 사람이 아이린이냐 카이라스냐를 묻는 것이었고, 카이라스가 대답을 하기 전 아이린이 그녀 특유의 색기 가득한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부채로 살짝 얼굴을 가린채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왼팔이 살짝 카이라스의 오른팔에 팔짱이 끼워지자 아이린이 입을 열었다.
"이 모임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카이라스 공자에요. 저는 카이라스 공자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입장이죠. 그건 세르티네스 역시도 마찬가지에요. 즉 당신이 섬겨야할 주군은 황제인 제가 아니라 여기 마법왕인 카이라스 공자에요."
"마법왕...마법왕이라. 당신에게 딱 어울리는 칭호로군요."
슈라인의 말에 카이라스는 키득 웃었다.
"아직은 마법왕자에 가깝지 않아? 마법사들에게 왕가나 다름 없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가주는 아직은 아버지니까 말이야."
"저도 당신에게는 마법왕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이 듭니다."
아릴리아까지 슈라인의 의견에 동조를 했다. 그녀는 어느 사이 회의의 결과가 아르테일 공작가, 아니 카이라스의 휘하로 들어가는 것을 확정짓고 있었다.
지금의 카이라스는 단순히 길고 튼튼한 황금으로 된 밧줄 정도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그는 하늘에서 내려온 오리하르콘 밧줄(!)이라 불러도 문제가 없었다.
흑마법사 협회에는 단순히 흑마법사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체들을 움직여서 싸우는 네크로맨서들도 있었고, 마기를 이용해 검의 길을 걷는 다크 나이트를 역시 존재했다.
그렇지만 다크 나이트들 중에서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단 한 명 뿐이었고, 그는 12 장로 중 한 명의 자리에 있었다. 또한 네크로맨서인 장로들은 4명이었으니 7 명의 장로들이 흑마법사인 셈이었다.
그렇지만 수장이라면 다수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소수의 사람들 역시도 신경 쓰고 생각을 해줘야만 했다. 비록 흑마법사는 아니지만, 다크 나이트들과 네크로맨서들 역시 대륙의 탄압 속에서 협회로 들어온 그녀의 동지들이자 수하들이었다.
아르테일 공작가라면 네크로맨서들도, 다크 나이트들도 만족할 것이었고 회의를 빙자하여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몫이었고, 그녀는 성공의 가능성을 확실시했다.
"아첨은 이 정도면 됬어. 그보다 회의는 얼마 정도 걸릴 것 같아? 내일? 내일 모래?"
"아마 3일 후에 찾아오시면 되실 것 같습니다. 협회의 장로들은 협회 회원들에게도 의견을 구하면서 그들의 의견도 반영을 할테니까요."
그야말로 협회의 일반 회원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체제였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살짝 고개만을 끄덕이며 더 이상은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어쨌거나 잘 생각하고 답을 줘. 앞으로 벌어질 거대한 전쟁에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보다 많은 힘이 집중되어야하니까."
"당신이 있는데도 말입니까?"
"당신이 있는데도라..."
자신을 바라보며 의아해하는 아릴리아의 말에 카이라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시공회귀 이전, 그는 철저하게 실패했다. 이종족들에게서 인류를 구해내지 못했었고 심지어 그의 사랑하는 여인들도 지켜내지 못했었다. 거기다가 그의 어머니인 엘리나가 절망과 고통 속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 역시도 막지 못했었다.
그에게 남은 것은 단 한 명의 동료 뿐. 그렇지만 그녀는 3 년 동안 틈틈히 찾아보았지만 도저히 행방을 알 수도, 소식을 알 수도 없었다.
그녀의 실력이라면 죽었을리는 없겠지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는 것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어디에 있는지 중간계를 뒤져도 찾아낼 수가 없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쯤 되면 10 서클 마법사랑 싸우면 순식간에 죽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대륙에 숨어있으면 눈에 띄지 않을 수는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만의 생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카이라스는 그녀를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세르티네스와 내가 있는 것만으로도 전쟁에서 승산은 확실하겠지. 하지만 나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줄이고 싶어. 이종족의 군세가 하나로 모인다면 그 연계가 무시무시할테니까."
엘프들이 소환한 수십만의 정령들이 일제히 하늘을 뒤덮으며 공격을 해오며 강인한 오크 전사들이 드워프제 무기들을 들고 드워프들이 만든 골렘들과 함께 돌격을 해오며 고블린들이 틈틈히 기습 등 게릴라 작전을 펼치며 트롤 특수부대들이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상대하며 늑대인간들과 뱀파이어들이 암습을 가하던 시공회귀 이전의 전쟁을 생각하며 카이라스가 말했다.
뱀파이어들은 이제 대부분 적이 되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이종족들의 연계는 카이라스에게 재수없는 악몽이나 마찬가지였다.
세르티네스는 인간들의 존재 여부에 크나큰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다. 인간이 계속 생존해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인간들을 위할 마음은 없달까?
대마왕인 그녀가 인간들의 편을 들어줄 이유는 그저 카이라스와 아이린을 위해서일 뿐이었다. 그녀에게 저 둘이야말로 가장 의미있고 도와주며 보호해야할 존재였으니까.
'린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지.'
10 서클에 오른 그는 그 이종족들의 연계에 대항할 방법들을 구상해둔 상태였고, 아이린의 도움 하에 그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하면 전쟁이 벌어지기 전 완성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흑마법사들이 그의 휘하로 들어오는 것 역시도 무척이나 중요했다. 그들의 총 전력은 국가급 전력을 초월하고 있었으니까.
"일단 우리는 가볼께. 3 일 후에 결과를 들으러 올테니, 그때 보자."
""네, 안녕히 가십시오.""
카이라스는 검은 코트를 펄럭이며 아이린과 세르티네스의 허리에 팔을 둘렀고 이윽고 그의 모습은 물론 그녀들의 모습도 순식간에 흑마법사 협회 내에서 사라져버렸다.
마나의 유동도 감지하고 못한 공간이동. 과연 10 서클을 다르다며 감탄하던 아릴리아가 근처의 소파에 털썩 안았다.
"휴우~상당히 긴장됬네. 황제에 10 서클 마법사에 대마왕에...정말 기묘한 조합이였어."
"후후, 그래도 아릴. 좋지 않아? 우리가 잡을 밧줄이 황금 밧줄이 아니라 오리하르콘 밧줄이라는 것이 확인되었잖아."
"당연한 얘기는 그만하고 당신은 생각이나 해둬. 일단 장로들부터 설득을 해야지. 우리도 이제 양지로 나갈 때가 됬어. 거기에 세계 평화를 위해서 싸우는 거라면 후대에도 명예롭게 남을테고 우리들에 대한 차별도 사라질테지."
"후후, 당연한 얘기야."
두 9 서클의 흑마법사들은 동심에 물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