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화 〉[최강의 검사가 될 소녀들]
시공회귀 이전.
"......"
"......"
"......"
카이라스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면서 검을 들고 자신과 대치해 서있는 3 명의 미녀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들의 푸른 눈동자와 미스릴과도 같은 은발, 장미꽃과 같은 적발, 에메랄드빛의 녹발을 번갈아가며 천천히 눈에 담은 그는 롱코트의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말했다.
"이곳은 내가 마법으로 유지하는 가상현실의 세계야. 카일라 누나, 유리아나, 레이나. 이곳에서는 죽어도 그냥 현실로 되돌아가게 하거나 내가 되살리거나 모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공격해도 좋아. 이곳에서는 내가 죽더라도 난 여기 다시 되살아나거든."
"응. 알았어. 전력으로 갈께."
카일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차가운 눈으로 카이라스를 쳐다보며 천천히 검을 겨누었고 그녀의 검에 서려진 푸른 오러 블레이드와 오러 서클에는 거대한 쇼크 웨이브의 기운이 깃들여졌다.
쿠우우웅-
그저 검에 서린 기운만으로도 주변의 공간이 뒤흔들렸고, 그리고 이어서 유리아나가 푸른 색의 오러 블레이드와 오러 서클을 검에 생성하고 빠르게 검을 팔연방베기를 허공에 하였다. 시간가속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속도로 움직이게 된 그녀의 검속은 그랜드 소드 마스터 최상급에 오른 검사들 중 그 누구도 따라잡지 못할 속도를 보유하고 있었다.
슈우욱-
반면 레이나는 단 한번 검을 휘둘렀다. 그렇지만 그녀의 푸른 색 오러 서클이 휘감아져있는 푸른 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휘둘러진 곳의 공간은 완벽하게 절단되어있었다.
"후후, 모두 의욕이 좋은거 같네."
그랜드 소드 마스터 최상급에 오른 그녀들을 상대로 두고 카이라스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애초 그가 패배할 확률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녀들을 수련시켜주기 위해 10 서클 마법을 응용해서 만든 가상현실의 세계였고 그녀들 셋이 힘을 합치더라도 그가 전력을 다할 시에는 그에게는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할 것이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카이라스에게 달려온 것은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화려한 아름다움을 가진 미녀, 유리아나였다. 그녀는 재빠르게 시간가속을 통해서 자신의 발의 속도를 극대화시킨 후 순식간에 카이라스의 앞으로 다가오며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그녀가 휘두른 검은 허공을 갈랐을 뿐이었다.
"앗..."
"시간 감속을 이용하면 주변의 시간은 한 없이 느리게 보여지고 시간 가속을 하면 자신의 움직임이 무척이나 가속되지. 그렇지만 시간 정지를 시켜버리면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잖아?"
그리고 카이라스는 장난스럽게 유리아나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가상현실이었지만 마치 현실과도 같은 유리아나의 부드러운 육체의 감촉이 느껴졌지만 유리아나의 푸른 눈동자에 살짝 분함이 생겨났다.
만약 카이라스가 이 때 마법을 썼더라면 그녀는 100% 죽어서 탈락되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유리아나의 허리를 끌어안던 카이라스는 서서히 유리아나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리기 시작했고, 유리아나의 얼굴이 확 붉어진 반면 그런 노골적인 여유로운 모습의 그를 향해 공간절단을 담은 레이나의 검이 날라갔지만 그녀의 검은 카이라스에게 닿지 못했다.
카이라스가 피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저 제자리에 서있었다. 단지 그녀가 갑자기 검을 엉뚱한데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의식, 컨시어스니스."
무의식을 조작하는 10 서클의 마법을 어느 사이 그가 사용한 것이었고, 레이나의 검이 무의식적으로 엉뚱한 곳을 향해 휘둘러지도록 만든 것이었다.
탁-
그리고 카이라스의 손이 레이나의 등에 닿았고, 레이나의 눈에도 분함이 깃들여졌다.
"한 방 정도는 먹여주고 싶었는데..."
레이나의 분한 말에 카이라스가 키득 웃었다.
"네 실력으로는 무리야. 레이나. 이 남편에게 한 방 먹이려면 100 명은 와야할걸?"
"......"
레이나는 카이라스의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그의 말은 전부 사실이었으니까.
정말 그녀가 100 명이라도 모이지 않는한 카이라스에게 한 방 먹여주는 것은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일라의 검이 주변의 공간을 후려쳤고 그 거대한 충격파에 의해 공간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공간이 뒤흔들린다는 것은 마나 역시 뒤흔들리며 주변의 마나를 제대로 쓰기 힘들다는 말이었지만 카이라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복구, 레스토레이션"
9 서클의 복구 마법을 통해 간단하게 카일라가 뒤흔든 공간을 복구시킨 그는 키득 웃으면서 가볍게 허공을 저었다.
"읏!"
그 순간 거대한 마나의 압박을 받게 된 카일라는 전신이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을 느꼈다.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그녀의 전신을 둘러싸 그녀를 꼼짝달쌍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정말 셋 다 너무 약해..."
"으득, 라스...너..."
카일라가 분노한 표정으로 카이라스를 노려보았지만 카이라스는 키득 웃으면서 말했다.
"그 표정 너무 귀여운데? 유리아나, 레이나. 가상현실이지만 둘 다 똑똑히 저 모습을 기억해둬."
그러나 유리아나와 레이나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언제나 차가운 표정을 짓던 카일라가 화가 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는 그녀들이었다.
화가 난 그녀의 모습은 화가 난 엘리나와 비교해서도 떨어지지 않을만큼 공포였고, 과연 그 고모에 그 조카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한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카일라의 화를 간단히 풀어지게 할 자신이 있었다. 짓궃은 장난을 꾸미는 그는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었다.
"후후후, 참고로 말하자면 이 가상현실 속에서는 셋 모두 내가 내보내주지 않으면 못 나오거든? 그리고 카일라 누나, 유리아나, 레이나. 너희 셋의 육체들은 모두 무방비라는거지."
"라스, 너!"
"라스 오빠, 잠깐만!"
"카이라스, 잠시만...!"
세 미녀들은 일제히 카이라스를 만류하고자 했다. 일어났을때 자신들의 육체가 무슨 상황일지는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가 수많은 마법진을 쳐둬서 셋의 육체를 모두 안전하게 해놨으니 걱정하지 말고 다시 덤벼."
그녀들은 모두 카이라스가 자신들을 살짝 놀린 것임을 알고 동시에 분노했지만 카이라스는 가상현실 속에서 진짜 살기까지 담고 검을 마구 휘둘러대는 그녀들을 여유롭게 피하면서 키득 웃었다.
'역시 도발이 통했네. 이 정도로 전력을 다해줘야지 수련이 되지.'
그리고 화가 나거나 꽁한 듯한 카일라와 유리아나의 모습은 무척이나 귀여웠고 삐진듯한 레이나의 표정 역시 귀여웠기에 카이라스는 전력으로 다하는 그녀들을 상대로 여유로운 장난도 치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었다.
휘이익-
카이라스의 머리카락이 몇 올이 잘라져 흩날렸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체크 메이트."
거대한 마력장을 뿜어내며 유리아나의 시간 가속을 통한 공격들을 모조리 막아낸 카이라스는 가볍게 유리아나의 옆을 스쳐지나가며 그녀의 허리에 손을 댔고, 유리아나는 그대로 카이라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죽은 횟수는 37 번!"
37 번이나 이미 카이라스에게 죽음이나 다름 없는 상황을 겪은 유리아나는 더욱 저돌적으로 카이라스를 밀어붙였지만 그녀는 끝내 200 번이 넘도록 카이라스에게 작은 상처 하나 주지 못했다.
그렇지만 가상현실에서나마 자신들의 힘을 이렇게 사용해보고 체험해본 그녀들은 정말로 수련에 큰 도움이 되었고, 그녀들은 보다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거대한 전쟁 속에서 그녀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 * *
티세라의 새하얀 육체가 천천히 바닥에 내려졌다. 겉으로 볼 때 티세라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바디체인지를 겪으면 본래 흉터들이 전부 사라지고 피부가 더 고와지며 외모 역시 아름다워진다고 하며 몸매 역시 보다 풍만해진다고 하지만 이미 그녀는 피부도, 외모도, 몸매도 한계치나 다름 없었기에 달라진 것이 없어보이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의식을 잃고 마치 잠든듯 누워있는 그녀의 체내에 가득한 마나를.
'6 서클에서도...아니, 이 정도면 당장 7 서클에 가까운 수준이군.'
바디체인지를 겪는 순간에는 주변의 마나를 끌어들여서 흡수하기 마련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순간 끌어들여지는 마나를 보다 많아지게 하는 것으로 보다 많은 양의 마나를 체내에 흡수하게 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티세라의 체내에는 갓 6 서클에 올랐다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막대한 마나, 아니 거의 7 서클의 마법사와 비교해서도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양의 어마어마한 마나가 체내에 가득 채워져있었다.
'바디 체인지를 해도 일단은 이 정도가 포화인가?'
그리고 카이라스는 티세라가 현재 마나가 거의 포화상태임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었다. 이미 6 서클까지의 마법 수식들은 모두 알고 있는 그녀였고 마나가 포화 상태로 채워져있다는 것은 7 서클에 오르기 전까지는 마나를 모으기 위한 명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마법사는 마나를 모으고, 수식을 공부하고, 마법을 연습하고, 연습한 마법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지만 마나를 모으는 것과 수식의 공부가 이미 끝났다면 오직 2 가지만 하면 되니 어마어마한 시간 절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현재의 티세라라면 어렵지 않게 금방 7 서클로 다시 도달하게 될 것이었다. 이미 그녀의 기초는 너무나도 튼튼하게 잡혀있었으니까.
스으윽-
무릎을 꿇고 살짝 허리를 숙인 카이라스의 손이 바닥에 내려진 티세라의 이마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티세라는 5 시간 정도는 기절해있을테니 밤이나 되어서야 일어나겠지."
그 때였다. 문이 열린 것은.
그리고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녹빛의 에메랄드 머리카락와 푸른 눈동자를 가진, 티세라를 빼닮아 마치 그녀의 여동생과 같아보이는 수준의 용모를 지닌 미소녀 티세라의 여동생...이 아니라 딸인 레이나였다.
15 살로 자란 그녀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소녀로 성장해있었고, 성인식은 이미 치뤘기에 신분상으로서도 성인 여성인 아르칸 왕국의 왕녀인 그녀는 대련을 하다가 왔는지 여전히 손에 검을 쥐고 있었다.
"서, 선생님?"
그리고 레이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 카이라스의 모습을 보고 크게 놀라했고 뒤를 이어서 붉은 머리카락을 살짝 흩날리는 소녀가 뒤를 이어서 달려왔다.
"앗, 라스 오빠? 언제 왔어. 왔으면 얘기 좀 해주지~우우."
12 살의 소녀가 되어있는 유리아나는 여전히 무척이나 귀엽고 깜찍한 용모를 하고 있었다. 마치 인형과도 같은 그녀의 모습에서는 아직 시공회귀 이전의 경국지색의 절세미녀의 모습을 완벽하게 떠올리게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경국지색의 절세미녀의 축소판인 지금의 모습에서도 시공회귀 이전의 아름다웠던 그녀의 모습을 상당부분 찾을 수 있었다.
"둘 다 어쩐 일로 급하게 올라왔어?"
카이라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둘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