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화 〉[마법왕과 여황제의 딸, 아이리스 폰 카르시스] 2
그리고 공간이동이 성공하여 2 명의 흑발의 미녀들과 흑발의 아주 어린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고 이윽고 어린 소녀가 방긋 미소를 지으며 카이라스를 불렀다.
"아빠~"
카이라스를 반갑게 부르는 그 소녀의 모습에 카이라스 역시 부드러운 미소로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리스."
어린 소녀이자 자신이 처음으로 가지게 된 딸, 아이리스를 바라보는 카이라스의 시선은 무척이나 따스했다.
사랑하는 아내들인 카일라나 디아나, 셀리나, 티세라 등을 보는 눈과는 전혀 다른 따스함이 깃든 눈으로 3 살 밖에 안된 어린 딸을 바라보던 카이라스는 아이린의 품에 안겨있던 3 살의 어린 딸을 받아 안아들었다.
"후훗, 리스가 아빠를 보니 반가워하네요. 그렇죠?"
아이린이 살짝 한걸음 앞으로 걸어나오며 웃으며 말했다.
"리스를 데려와준 것은 고마운데...린, 올때는 미리 온다고 말해주고 오면 안되겠어? 내가 준 수정구를 쓰면 간단하잖아."
아이리스를 끌어안으며 카이라스가 말하자 아이린이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는 그럴께요."
그리고 세르티네스가 흑발을 살짝 찰랑거리면서 앞으로 나오며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근데 티세라는 발가벗고 있군? 모습을 보니 지금 바디 체인지를 했나?"
카이라스는 그 말에 바로 아이리스에게 수면 마법을 걸어서 그녀가 자신의 품에서 잠들게 만들었다.
"세르티네스, 여긴 리스도 있다고."
"미안하다, 실수를 했군."
세르티네스가 순순히 카이라스에게 사과를 했다. 이전이라면 모를까, 이제 제법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있는 그녀는 카이라스가 미성년자인 아이들에게 결코 자신의 밤일과 관련된 일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티세라는 지금 섹스 때문이 아니라 그냥 바디 체인지를 했기에 알몸이 되어 누워있는 것이었지만.
"근데 카이라스, 티세라에게 옷은 안 입히는건가?"
세르티네스가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로 딱딱한 말투를 내며 묻자 카이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티세라가 스스로 입게 하려고. 그리고 또 바디 체인지를 했을때는 알몸으로 있는 것이 전신에 마나가 보다 쉽게 안정이 된다고."
바디 체인지의 현상은 분명 끝났고, 주변에 있던 수많은 마나들도 채워질 수 있는만큼 티세라의 몸 안에 채워졌고 원래라면 금새 바디 체인지의 효능에 따라서 마나가 안정이 될 것이었다.
"부작용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내가 마나를 가득 채워지게 해준 덕에 지금 당장 티세라의 체내에 있는 마나들은 완전히 티세라의 몸 안에 녹아든 것이 아니야. 주변의 마나를 가능한 많이 맨몸으로 맞으면서 체내에 있는 마나가 안정이 되게 해야해."
마나이론의 100 가지 법칙 중 37 번에 속하는 공식을 말한 카이라스의 말을 이해 못하는 사람은 이곳에서 아무도 없었다. 그런 이론은 마법사만이 아닌 검사인 카일라도 당연히 알고 있었고, 아이린 역시 책에서 읽어봤었으며 다크 드래곤 로드인 세르티네스 역시 모를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게도 지금은 의식을 잃은 마법사이기도 한 티세라는 말할 것도 없었다.
유일하게 모르는 대상을 꼽자면 카이라스의 품에서 잠들어있는 3 살 짜리 소녀인 아이리스 뿐이랄까?
"으응...아빠아~"
자면서도 잠꼬대를 하는 것일까? 분명 카이라스의 수면 마법에 잠들어있는 아이리스였지만 그녀는 카이라스의 이름을 부르면서 머리를 부비대었다.
"......"
카일라는 카이라스의 품에 안겨진 아이리스를 조용하게 쳐다보았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그녀의 눈은 감정을 읽기가 어려울 정도로 냉기가 가득하고 고요했지만 카이라스는 그녀의 눈동자에 깃든 부러움을 알 수 있었다.
카일라의 나이는 올해 28 살. 물론 성숙한 분위기는 풍길지 언정 그랜드 소드 마스터 상급에 오른 그녀는 나이로 치면 20대 초중반 밖에 되어보이지 않는 미모를 가지고 있었고 저 미모는 수십년이 지나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었다.
"카일라 누나, 리스 한 번 안아볼래?"
그리고 카이라스는 그런 카일라에게 아이리스를 안아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고, 카일라의 눈이 살짝 떨렸다가 동요가 순식간에 멈춰지며 다시 차분해졌다.
"그럴께."
그리고 그녀는 카이라스의 제안을 수락하며 조심스럽게 카이라스에게서 아이리스를 넘겨받아 품에 안았다.
"흐응~"
그리고 카일라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아이리스는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을 지었고, 카일라의 표정이 살짝 따스해졌다.
'모성애인가...'
카이라스는 카일라가 얼마나 임신을 해서 자식을 낳고 싶어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태어날 자식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 당장 앞으로의 일들을 위해서 그녀의 임신을 미루는 자신의 현 상황에 혐오감까지 느껴졌다.
10 서클 마스터가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에서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카이라스 공자, 카일라 언니는 애를 참 좋아하는 거 같네요?"
"...그래."
그 때 아이린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며 카이라스에게 살짝 팔짱을 끼며 말했다.
"카이라스 공자. 여행 잠깐 1 년 정도 쉬는게 어때요?"
"1 년 정도...?"
"네, 내일 크라이센 국왕을 만나고나서는 유적 같은거 찾아다니지 마시고 좀 쉬면서 필요한 아티팩트들이나 제작해줘요. 이제 10 서클에 올랐으니 아티팩트 만드는 것에만 당분간은 집중해도 되잖아요."
"......"
아이린의 말에 세르티네스도 카일라도 일제히 카이라스를 쳐다보았고, 카이라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라스, 나도 린의 생각에 동의해."
그 때 아이리스를 품에 안고 있던 카일라가 아이린의 말에 동의를 하고 나섰다.
"카일라 누나..."
카이라스가 카일라를 쳐다보자, 카일라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라스, 넌 10 서클에 오르고 나서 보다 여유가 생긴듯 보이지만 동시에 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부담진듯한 모습이기도 해."
그리고 아이린이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의 말을 받으면서 손가락으로 카이라스의 심장이 있는 부분을 가리켰다.
"그리고 당신은 정말 많은 것을 혼자 짊어지려고 하고 있죠. 1 년 정도는 아티팩트를 지원하는 것 외에는 좀 쉬는게 어때요? 카이라스 공자 혼자서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저 역시도 대비를 충분히 하고 있어요. 외교 같은 것도 황제인 저한테 맡겨봐요. 혼자서 너무 짊어지려고 하지 말고."
카일라와 아이린의 말에 카이라스가 쓰게 웃었다.
"내가 무리하는 것처럼 보였어?"
"네, 그리고 아내들까지 같이 고생시키고 있죠."
아이린의 말에 카이라스가 키득 웃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마누라들 고생시키는 남편이라..."
그리고 카이라스를 향해 아이린이 검은 부채를 살짝 접으며 말했다.
"그리고 카이라스 공자, 카르시스 제국의 황제로서, 또 당신의 아내인 여자로서 충고해드려요. 당신의 생각이 합리적이고 옳은 편에 속하는 것은 알고 있어요. 확실히 적의 자식들을 노리는 것은 기본수죠."
아이린은 잠시 말을 멈추고 카일라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잠들어있는 아이리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 공자가 자식들을 반드시 지켜내지 못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자식들이 인질로 잡힐 것을 두려워해서 낳기를 거부하는 것은 너무 마법사 같은 합리에만 치우친 생각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철저하게 지켜내면 되지 않아요? 또, 카이라스 공자가 혼자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 때 세르티네스가 말했다.
"리스랑 같이 지내는 거라면 내가 보호해줄 수도 있다. 카이라스."
"어린 아이들을 보호해주는 대마왕이라...참으로 안 어울려."
"후후,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뭐 어떠냐? 지켜내면 되는거지."
세르티네스의 말에 카이라스는 살짝 아이리스에게 시선을 주고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애엄마가 되서인가? 린, 참으로 뼈아프게 말을 해주게 됬는데?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애들을 엄마 품에서 떨어뜨려놓고 자라게 한다는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카이라스 공자가 애들 재롱을 보고 싶어서 그런건 아니고요?"
"...반은 맞아. 그렇지만 앞의 말도 사실이야."
카일라 역시 그런 카이라스의 마음을 알았기에 임신을 시켜달라고 강요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지금 카이라스가 하고자하는 것은 단순히 나라 하나가 멸망하고 그런 허섭스레기스러운 스케일이 아니었다.
인류 전체의 멸망을 막느냐 못막느냐에 따른 거대한 스케일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카이라스는 두 눈으로 인류의 멸망 자체를 본 것이나 다름 없었다.
"원래 린, 너도 내 생각에 동의를 했었는데 리스가 생각을 많이 변화시켰나봐."
카이라스의 말에 아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과 감성은 다르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카이라스 공자가 이제 10 서클 마스터로서의 힘을 회복했고 확실히 드래곤 로드를 상대할 전력이 둘이나 생겼으니 이제 흐름은 우리 쪽으로 유리해진거잖아요? 좀 여유를 가져도 좋다고 생각해요."
"차라리 선수를 쳐버릴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말이야..."
카이라스는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차라리 지금 카이라스와 세르티네스가 힘을 합치고 지금 황실과 아르테일 공작가에 협력을 해주는 절대강자들이 일제히 모여서 대군을 일으켜 이종족들을 공격한다면 보다 빠르고 손쉽게 승리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가장 무서운 적은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적이라고 했던가?
만약 인간들이 이종족들을 먼저 공격했다간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인권협회 등 각국의 인권단체들이 이종족들을 인간들이 힘으로 제압하려 하는 행위라며 극렬히 규탄하며 반대시위들을 벌일 것이었다.
그리고 이종족들에 대한 적대감이 높지 않은 지금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며 이종족들을 공격하는 카이라스의 행보에 의심을 품으며 그를 규탄하며 방해하려 들 것이었고, 오히려 내부분열이 일어나 인간끼리의 전쟁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마음 같아서는 완전한 독재정치라고 해서 인간들의 힘을 규합했으면 하지만 그걸 위해서 흘리게 될 피는 다섯 자리 수를 넘게 될지도 몰랐다.
"그런고로, 카이라스 공자. 내일부터 1년 간은 좀 쉬면서 아티팩트나 많이 만들어줘요. 우리 계획을 위해서 그 특수부대들에게는 각자 알맞는 아티팩트들을 제작해야하는데 그 정도 수준의 아티팩트를 제작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카이라스 공자가 유일하니까요."
"...일단 생각해볼께."
그렇게 아이린의 말에 확정을 내려주지 않은 카이라스는 카일라의 옆에 앉아서 아이리스를 쓰다듬으며 살짝 생각에 잠긴듯 했고, 아이린이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조금은 더...기대고 의지해도 좋을텐데 말이죠. 카이라스 공자.'
아내로서 남편이 무리해서 힘들어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그다지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정말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흐으응..."
아이리스는 자신의 뺨을 쓰다듬는 카이라스의 손을 그 작은 손으로 맞잡았고 그녀의 그런 모습에 아이린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자식이 있는 것은 참 좋은거군요. 그리고 성격을 나나 카이라스 공자를 닮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