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8화 〉[분신체] (188/380)



〈 188화 〉[분신체]

1798년 6월 24일 밤 9시.

얼마전까지만 해도 카이라스는 새벽 4 시부터 아침 6 시까지를 수면시간으로 정해놓고 있었고 밤 10 시부터 새벽 4 시까지를 아내들과 뜨거운 시간을 하며 보내는 시간으로 정해두고 있었다.

9 서클의 마법사였던 카이라스의 하루에 필요한 수면시간은 2 시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현재 10 서클 마스터인 카이라스는 하루에 30 분의 수면만 있으면 충분했고, 심지어 명상을 30 분 정도 하는 것만으로도 수면을 본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볼 수도 있었다.

따라서 오늘 아내들과는 그는 새벽 6시까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었다.

"문제 없이 되는군."

아내들과 밤을 보내기 1 시간 전인 지금 빈 방 안에 혼자 앉은 카이라스는 자신의 앞에 있는 또 다른 자신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10 서클 마스터인 그는 현재 9 개까지의 주문을 동시에 영창할 수 있었다. 즉, 그것은 한 번에 9 개의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시공회귀 이전의 카이라스는 절대강자의 부족함으로 인해 강력한 수하들을 언제나 곁에 두고 수하들의 지원을 받는 에라시안과의 싸움에서 압도적인 불리함을 느끼고 그가 할 수 있던 것은 게릴라가 고작이었었다.

그렇기에 카이라스는 분신체를 만드는 방법을 생각하기도 했다.

단순히 허상만을 만드는 것이 아닌 자신을 도와줄 전투능력을 보유한 분신체의 창조.

시공회귀 이전에도 9 개의 사고를 할 수 있던 카이라스는 그 방면의 연구를 할 시간이 부족했지만 틈틈히 연구에 들어갔었다. 그리고 시공회귀를 한 후에도 연구를 한 결과 결론을 내렸다.

자신과 완벽하게 동등한 힘을 가진 분신은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

분신체를 만들지 않고 혼자서 싸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

전투용이 아닌 분신체를 만들시 숫자에는 제한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제대로 된 전투능력을 보유하지 못했었고, 카이라스는 그들에 대한 연구를 그만두며 전투능력을 가진 하나의 분신을 만드는데 집중했었다.

그렇지만 분신을 만들고 나서 그 분신체를 완벽하게 통제를 위해서라면 사고 중 하나를 분신에게 집중해야한다는 결론이 연구결과 내려졌다.

즉 9 개의 사고능력을 보유한 상태에서 분신체를 완벽하게 통제하기 위해서는 1 개의 사고를 소모해 8 개의 사고가 본체의 한계이며 나머지 1 개의 사고는 완전히 분신체를 움직이고 통제하는데 써야하니 9 개까지 가능하던 동시영창이 8 개까지밖에 못하게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지 역시 10 서클의 마법사가 아닌 9 서클의 마법사가 분신의 한계였고, 그나마 검술의 경지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 상급인 그대로였다.

아무래도 10 서클의 마법사인 분신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직 연구가 한참 부족했고 단시일 내에 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렇다해도 한 번에 여러개의 사고를 하는 것이 유리했고, 결국 카이라스에게서 분신체는 전투에 쓰기는 사장된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금 카이라스는 자신의 앞에 분신을 생성했다.

그렇지만 분신을 생성했다고 해도 분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9 개의 사고를 할 수 있는 카이라스의 사고 중 하나가 따로 육체를 가지고 모습을 드러낸 것 뿐이었으니 질문과 대답을 해봤자 자문자답 밖에 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이것을 응용할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 있었다.

꼭 분신의 육체를 창조해낼 필요만은 없었다. 적당히 백치가 된 존재가 있다면 카이라스의 사고가 그 육체를 빼앗는 것으로 어떤 존재던 간에 분신체처럼 다루며 움직일 수 있었다.

드래곤, 엘프, 드워프, 오크를 가릴 것 없이.

쉽게 설명해서 엘프 한 명의 정신을 파괴하고 그 육체를 빼앗아서 그 엘프의 육체를 자신의 분신체로서 취급하며 다루며 그 엘프가 보는 모든 것들을, 느끼는 모든 것들을 카이라스의 본래의 육체에 정보들을 전달할 수 있었다.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지만 말이야."

아내들이 여럿이 될 때 감당이 힘들어지면 분신체를 밤일에 동원할 생각도 있었다.

분신체와 본체의 싱크로율을 100%로 맞출시 분신의 모든 육체의 정보들과 기능들이 본체에서 복제되어 본체와 다를 것이 거의 없어진다. 본체에서부터 전달되는 정보들에 따라 수시로 변화되는 분신체는 유지시간은 마력을 공급해주는 만큼이며 마력을 공급해주지 못하면 그대로 사라지지만 마력을 공급해주는 동안은 카이라스의 본인의 육체와 도달해있는 경지만을 제외한다면 머리카락 한올조차 틀리지 않은 똑같은 육체나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카이라스 본인이 느끼는 감각이나 쾌감 역시 모두 똑같으며 심지어 고통까지도 똑같았다.

예로 분신을 여럿을 만든다면 카이라스는 자신의 아내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 없이 모두 한 번에 만족시킬 수 있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었고, 할 생각도 그다지 들지 않았다.

"......"

카이라스는 천천히 마나의 공급을 끊고 자신의 앞에 놓여진 분신을 해제하고는 천천히 검은색 롱코트를 벗어서 아공간으로 넣었다.

"3일후인 6월 27일. 그 날이 있으니 그 때까지 휴가는 무리겠지. 후후..."

6월 27일의 그 날에 있던 일을 떠올리며 카이라스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으니 어쩌면 시공회귀 이전의 그 날의 그 일이 벌어지지 않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일어날 가능성도 높았기에 카이라스는 그 일을 가능한 막아볼 생각이었고, 또 역으로 이용할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그 날이면 이 분신체의 기술의 응용이 쓸모가 있게 될지도 몰랐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카이라스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까르르~"

그리고 방문을 열자마자 때마침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너무도 크게 들려왔고 카이라스는 천천히 자신이 있는 방인 2층에서 그녀들의 존재감을 느끼고 마치 눈으로 보는 것 같은 광경을 느끼었다.

"후후훗~어때? 간지럽지?"
"가, 간지러워요."

까르르 웃는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아이리스의 웃음소리였고, 목소리륻 들어보니 그녀를 간지럽히며 놀아주는 것은 다름아닌 디아나였다.

어린 인간아이, 특히나 어린 인간여자아이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디아나는 고아원까지 세워놓고 아이들을 돌보는 시설을 만들었을 정도였고 그 고아들은 현재 아르테일 공작가에서 모두 맡아서 돌봐주며 교육을 시켜주고 있었다.

그리고 카이라스와 함께 살게 되면서 디아나는 유리아나를 귀여워해주면서 놀아주는 것으로 시간을 많이 보냈었지만 그것도 레이나가 나타나고 나서는 쉽지 않았었다.

레이나에게 경쟁심리가 발동한 유리아나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검을 수련하는데만 쏟아부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은근히 외로움을 타고 있던 디아나는 카이라스와 아이린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아이리스를 자신의 딸처럼 귀여워하고 있었다.

"하아~정말 엄청 이렇게 자기 아빠랑 안닮게 예쁘고 사랑스러울까?"

디아나는 그러면서 살짝 아이리스의 뺨에 키스를 하며 중얼거렸다.

"나도 이런애 하나 낳았으면 좋겠는데."
"......"

디아나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카이라스의 귀에는 확실히 들려왔다.

'디아나도 애를 낳고 싶어하는군.'

카이라스는 아이리스를 끌어안고 있던 카일라를 떠올렸다. 그녀도 자신의 아이를 낳고 싶어하고 있었다.

아무리 차갑거나 도도하거나 하더라도 자식을 낳고 싶은 것은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알 때 어떤 감정보다도 모성애는 강했으니까.

당장 그의 어머니인 엘리나만 봐도 얼마나 그녀가 자신을 깊이 사랑하고 아끼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나 때문에 다들 고생하는군."

카이라스는 살짝 쓰게 웃었다. 시공회귀 이전에도 카일라와 유리아나는 카이라스와 사이에서 애를 낳고 싶어했었지만 카이라스는 나중에 자신이 30 살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가면 그 때 낳자며 그녀들을 달래었었다.

그렇지만 이종족들과의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당연히 애를 낳는 계획도 한 없이 미루어졌고, 결국 카일라와 유리아나는 물론이고 그 이후 만난 그가 사랑하는 여인들은 모두 하나도 남김없이 살해되어버렸었다.

"......"

카이라스는 조용히 천천히 1 층으로 내려갔고 기척과 존재감을 숨긴채로 자신의 아내들로부터, 아내 후보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자신의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도 이런 기분을...느낄리가 없겠군.'

루스칼리스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며 저런 감정을 느꼈을까 하고 고민했지만 그는 금새 그 생각을 부정했다.

그가 아는 아버지인 루스칼리스라면...

[후후후, 아들아. 빨리 자라라. 그리고 아버지가 여자들을 쉽게 후리는 방법을 가르쳐주마!]

라고 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자라면 아마도 자신을 공범으로 만들어서 같이 여자들을 후리고 놀려고 생각했을 것 같았다.

'문제라면 오히려 내가 그 때문에 반감을 좀 품게 되었다는 것이지만.'

카이라스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다른 나머지 8 개의 사고들을 전부 아이리스에게 집중시켰다.

디아나의 새하얀 손가락이 간지러움을 태우자 맑은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리스를 유리아나는 정말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셀리나와 티세라 역시도 아이리스를 정말 사랑스럽다는듯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나 레이나를 키웠었던 티세라는 상당히 능숙하게 아이리스를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레이나의 어릴적 같다는 말을 자주하여 레이나의 얼굴이 자주 붉어지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딸인 아이리스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칭찬을 골고루 받자 당연히 친엄마인 아이린은 흐뭇한 미소를 지은 표정으로 검은 부채를 살짝 펴 천천히 미소를 반쯤은 감추고 있었다.

'화기애애해.'

정말 딸 하나가 추가 된 것 뿐인데 너무나도 화기애애한 가족들의 모습이 따로 없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괜히 그녀들이 자신들도 자식들을 낳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카이라스와 같은 높은 신분의 자식들의 경우는 후계자의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되겠지만, 카이라스는 결코 그런 일이 없게 할 것이었다.

아르테일 공작가의 따스한 가족과도 같은 분위기, 그리고 아내들 모두가 자신의 자식들을 자기 자신의 자식들처럼 아끼고 사랑해준다면 충분히 가능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천천히 걸어가 얼핏 차가워보이지만 그 속에 따스함을 담은 눈빛을 아이리스에게 보내고 있는 카일라의 옆으로 가 앉았다.

"라스?"

그리고 카일라는 카이라스에 옆에 앉고 나서야 그가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연하게도 그녀의 경지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 상급이라고 하지만 10 서클 마스터인 카이라스가 노골적으로 존재를 숨기고 왔으니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리스가 있으니 참으로 보기가 좋네. 후후, 아빠로서 참으로 흐뭇한 기분이야."

카이라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카일라의 새하얀 손을 쓰다듬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시공회귀 이전에 전혀 느끼지 못했던 따스함이 가득 느껴졌다.

"아, 아빠다~"

그리고 아이리스는 힘겹게 일어나 카이라스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카이라스는 살짝 마나로 그녀의 몸을 허공에 띄운후 자신에게 천천히 날라오게 해서 자신의 품에 안기게 했다.

"아빠, 그거 마법이에요?"

그리고 카이라스의 품에 안긴 아이리스는 호기심이 가득한 어린아이 다운 순진한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며 물었고, 그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를 잠시 쳐다보던 카이라스는 미소를 지었다.

"응, 아빠가 내일 가르쳐줄까?"
"네! 헤헤~"

카이라스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안겨붙어오는 아이리스를 천천히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