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1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드래곤에는 드래곤, 학살에는 학살] (191/380)



〈 191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드래곤에는 드래곤, 학살에는 학살]

1798년 6월 27일.

흑마법사 협회가 약속한 날짜가 되었을때, 카이라스는 흑마법사 협회로 바로 이동을 했고 아릴리아와 슈리안이 바로 마중을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표정이 무척이나 밝아보이는 것으로 카이라스는 그들이 이제 할 말과 회의의 결론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두 짐작이 갔다.

"전원 만장일치로 카이라스 공자를 따르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특히나 카이라스 공자가 10 서클의 마법사라는 것이 결정적이었고, 그 동안 아르테일 공작가에서 수많은 흑마법사들을 보호해주었던 것 역시도 결정적이었습니다."

슈리안과 아릴리아의 말을 들은 카이라스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아릴리아와 슈리안이 경쟁이라도 하듯 동시에 카이라스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주군을 뵙습니다.""

그의 입장으로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그들의 인사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우선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에 대한 대륙의 인식부터 바꿔나갈 필요가 있겠지."

카이라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롱코트의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아릴리아와 슈리안에게 마법왕으로서 명령했다.

"아릴리아, 슈리안. 당장 7 서클 마스터 이상의 고위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을 모두 집합시켜라. 내가 직접 지휘하는 첫 임무를 시작하겠다."

아릴리아와 슈리안은 카이라스의 명령에 의문을 품었지만 너무 많은 비밀을 알려고들 하지 않았다. 주군에 대해 너무 많이 알려하는 것은 불경한 짓임과 동시에 그가 흑마법사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겠다고 중얼거린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무슨 일일까?'

그리고 이윽고 마침 새로운 주군인 카이라스를 보기 위해 대부분 협회의 안에 모여있던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을 소집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순식간에 모두 모였고, 기선제압을 위해서 카이라스는 그들에게 강력한 존재감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이곳에 모인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은 하나 같이 최소한 7 서클의 마스터인 강자들이었다.

네크로맨서들의 경우는 7 서클의 마스터라고 해도 전투능력에서는 무척이나 취약했지만 대신 수많은 언데드들의 군대를 일으킬 수 있어 전쟁터 같은 곳에서는 네크로맨서들이 오히려 유리한 면이 있었다. 그들은 시체들을 일으켜서 계속해서 병사로 쓸 수 있었으니까.

"숫자는 아릴리아와 슈리안을 포함해서 102명이로군."

단숨에 그들의 숫자를 파악한 카이라스는 102 명의 흑마법사들에게 말했다.

"내 이름은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 너희들의 주군이며 10 서클 마스터이다.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보여줄 것을 똑똑히 기억해두길 바란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주문도 외우지 않고 단숨에 102 명의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을 데리고 단체로 텔레포트를 사용했고, 이윽고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불타는 마을이 보이는 산위였다.

"모두 날 따라와라."

흑마법사들이라고 해도 마법사들 답게 주문도 외우지 않고 이렇게 102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간단히 이동시킨 카이라스의 마법에 감탄하던 흑마법사들은 이곳의 좌표가 크라이센 왕국이라는 것을 깨닫고 더욱 놀라워했다.

카르시스 제국에서 크라이센 왕국까지 단번에 이동시킨 카이라스의 능력에 경이로워하던 그들은 카이라스의 따라오라는 말과 불타는 마을을 보고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을 깨닫고 그곳으로 향하였고 거기에서 그들이 본 것은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인 그들이 봐도 경악스러운 장면들이었다.

화살에 맞아 집에 꿰뚫려 죽어있는 어린아이, 윤간을 당한듯 새하얀 액체를 아랫구멍들에서 토해내며 목에 혈선이 그어진채 죽어있는 처녀, 어린 손녀와 손을 잡고 도망치다가 손녀와 함께 화살을 맞고 죽은듯한 노인 부부, 어린 자식을 끌어안고 죽어있는 어머니, 머리에 화살이 꽂혀있는 갓난아기 등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혹한 현장이었다.

"......"

카이라스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미안합니다...미안합니다...모두들 되살려드릴테니 지금은 죄송하다고 사죄를 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카이라스는 그들을 죽게 내버려두었던 자신의 죄를 깨끗히 인정하며 그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종족들에 대한 적의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이 방법 밖에 없었다.

"이것들은 모두 엘프들이 한 짓이다..."

카이라스의 말에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은 모두 경악했다.

"마,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런 짓을..."
"이런 짓은 우리 네크로맨서들도 하지 않는 짓이야."

과거의 흑마법사들이었다면 비슷한 짓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제 3의 마도시대에 들어서고 나서 순수한 마기들을 사용하게 된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은 탁한 마기로 인해 미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기에 대부분이 좀 다혈질적으로 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이성적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참혹한 광경을 엘프들이 벌였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천천히 그들의 앞으로 소리까지 있는 영상을 하나 마법으로 틀어서 보여주었다.

대지가 기억하는 모습들을 영상으로서 보여준 것이었다.

수많은 정령들과 화살을 동원해서 이 마을을 학살하면서 엘프들이 하는 말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흥, 짐승 같은 인간들 같으니라고.]
[호호, 벌써 9 명의 등에 명중시켰어요. 솜씨가 줄어든거 같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하하, 가끔은 역시 이렇게 사냥을 해줘야한다니까.]

민간인들을 마구 죽이고 학살하면서 깔깔 대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 역시 '인간'으로서 크게 분노하고 있었고 몇몇은 아예 입술 사이로 피가 흐를 정도로 이를 강하게 깨무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가끔 민간인들 중에서도 저서클이나마 마법으로 저항을 하는 자들이 있으면 그들에게는 고문을 하듯 천천히 검으로 살을 하나하나 벗겨가며 죽어가게 만들었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학살들을 선보이며 심지어 엘프 남성들의 경우 반반해보이는 마을 여자들이 있으면 처녀건 유부녀건 가리지 않고 겁탈한 후 살해했다.

"상황은 이렇다. 그렇기에 나는 이 엘프들에게 인간들의 분노를 보여줄 생각이다."

카이라스의 눈 역시 분노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은 이 순간 카이라스의 감정에 동화되어 그와 똑같이 분노하고 있었다.

"우선 이곳에서 희생된 1497 명의 사람들을 되살려내겠다. 그대들이 이곳에 남아서 되살아난 사람들을 돌봐줬으면 한다."
""알겠습니다!""

애초 시공회귀 이전의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들처럼 영혼이 파괴만 되지 않으면, 혹은 영혼에 너무나 깊은 상처를 입어 그의 어머니인 엘리나처럼 강렬하게 소생을 거부하지만 않는다면 10 서클 마스터인 카이라스는 죽은 자라 해도 얼마든지 되살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카이라스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수인을 맺으며 주문을 외웠다.

"환상의 부활, 아스트랄 리저렉션."

슈우우우-

그리고 그에게서 일어난 거대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졌다.

"......"

화살이 몸에 박혔던 사람들의 몸에서 화살이 빠져나가 옆으로 툭- 떨어졌다. 그리고 머리가 터졌던 사람들이 빛과 함께 육체가 완벽히 회복이 되었다. 겁탈당해 죽었던 여인들의 몸이 청결해지고 처녀들의 경우는 처녀막들이 재생이 되며 완벽한 처녀의 육신으로 재탄생이 되었다.

그야말로 거의 육체가 재탄생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 그들에게 카이라스는 사죄의 의미로서 겁탈당했던 여인들의 경우는 그 기억들을 모두 지워주었으며 동시에 그들의 머리를 보다 좋게 만들어주며 체내의 불순물들을 상당수 제거해주며 체력적으로도 튼튼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치료와 소생 작업이 끝났을때, 천천히 사람들을 의식을 되찾고 일어섰고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은 곧이어 마을 사람들을 일일이 직접 부축해주며 그들을 달래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탄압을 피해 음지에서 지내냐고 양지에 대해서 울분도 많았을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이었지만 엘프들의 잔악한 학살을 보고 크게 분노를 함과 동시에 마을 사람들에게 깊은 동정심을 품게 된 그들은 카이라스의 거대한 기적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의욕적으로 마을 사람들을 돌보아주었고, 카이라스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홀로 엘프들이 있는 마을로 향하였다.

"정말 기적이군. 한, 두명도 아닌 이 많은 사람들을 되살려내다니 말이야."
"그러게 말이야."

슈라인의 말에 아릴리아 역시도 동의했고, 그들은 카이라스에게 대해 확고한 믿음과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 카이라스가 이동한 곳은 엘프들의 마을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어린 엘프 소년, 소녀들이 모여서 어른인 엘프들의 자랑을 듣고 있는 광경이 카이라스의 눈에 비춰졌다.

"그래서 내가 감히 우리 엘프님들에게 덤비는 그 짐승 같은 인간들을 이 검으로 목을 쓱삭- 해버렸지."
"우와아아~"

말을 하는 엘프 어른이나 감탄하는 엘프 어린애나 가관이었다. 사람을 죽여놓고 그것을 잘난 듯이 떠드는 그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엘프들이 자신들이 우월한 종족이며, 인간들은 가축과 다를 바가 없는 인식을 가진 종족들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설사 어린애라고 해도 자비를 줄 생각은 없었다.

"뭐냐? 네놈은?"
"인간? 버러지 같은 인간이 이곳에 웬 일이냐! 감히 엘프님들이 사는 곳을 인간 따위가 오다니!"

그리고 이곳 엘프들의 마을에서 경비병인듯한 엘프들이 검을 카이라스에게 겨누며 물었다.

"인간 따위라고? 네 놈들이 쓰는 그 검술도 인간에게 배운 것이다."

카이라스는 동요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차가운 눈동자를 응시한 엘프들은 움찔했지만 그들은 하찮은 인간 따위에게 겁을 먹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듯 더욱 크게 소리쳤다.

"흥! 우리 위대한 엘프 족에게 검술을 상납한 것을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잘난 척이냐?"
"야, 죽이지는 마.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는지 고문을 해서 알아내야하니까 말이야."

그리고 카이라스는 천천히 검을 찬 '두 마리'의 엘프들에게 손을 뻗었고 그의 양 손이 단숨에 두 엘프의 목을 붙잡았다.

"할로우."

쿵!

그리고 8 서클의 마법, 할로우가 발동되자 두 엘프들은 동시에 내부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으며 스르륵 쓰러졌다.

8 서클의 마법인 할로우는 물체의 겉 외부는 멀쩡하지만 내부는 완전히 텅 비게 만들어버리는 마법으로 심장을 비롯하여 내부의 기관들이 전부 사라져버린 엘프들은 도저히 살아있을 수 없게 변한 것이었다.

"인간이다!"
"인간이 엘프를 죽였다!"

그리고 두 엘프들이 인간을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재밌는 구경거리라 생각하던 엘프들은 카이라스의 손에 오히려 엘프들이 죽임을 당하자 크게 소리쳤다.

"죽여라!"

감히 인간 따위가 고귀한 엘프를 죽였다! 이것은 엘프들의 기준으로서는 죽음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대죄였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에 카이라스가 차가운 비소를 얼굴에 새기며 말했다.

"아무도 이 마을에서 도망가지 못한다. 그리고 죽거나 죽음보다도 더욱 치욕스럽거나. 둘 중 하나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차가운 그의 얼굴에 가득 서려있는 거대한 증오. 현재의 그는 시공회귀 이전의 증오로 가득차있던 마법왕 카이라스의 모습과 너무나도 똑같았다. 심지어 바람에 펄럭이는 검은 롱코트를 차려입고있는 복장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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