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7화 〉[마법왕의 휴가의 시작] (197/380)



〈 197화 〉[마법왕의 휴가의 시작]

"......"

그녀는 천천히 거울을 바라보았다. 요염한 색기를 풍기는 아름답기 그지 없는 흑발의 미녀의 모습이 거울에 비춰졌다.

"아직 부족해."

그녀는 매혹적인 붉은 입술을 움직이며 살짝 중얼거렸다.

보다 강한 힘을 얻기 위해 그녀는 인간이기를 포기하였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인간이면서도 인간이 아니게 되어버렸다가 맞는 표현일 것이었다.

"......"

천천히 거울에 손을 뻗은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 힘을 완벽히 소화시켜 내 힘으로 만들려면 몇 년은 걸리겠네. 그래서 말인데...또 재회가 미뤄지겠어. 라스."

*              *             *

대륙력 1798년 6월 28일 오후 4시.

"크으으, 어째서냐. 라스!"

대륙 최강의 가문으로 이름을 날리며 최근 10 서클의 마스터가 가문의 차기 주인임이 알려져 그 명성이 더욱 높아진 아르테일 공작가의 가주이며 흑발의 미청년의 외양을 한 남자, 루스칼리스는 현재 그 10 서클 마스터인 흑발의 조각 같이 잘생긴 소년인 아들의 양 어깨를 붙잡고 미친듯이 흔들어대고 있었다.

"이놈아! 아버지에게도 그 엘프 계집들을 몇 마리를 챙겨줘야할 거 아니냐! 수하들에게만 다 나눠주면 어쩌자는거냐! 이 애비가 널 이렇게 키웠더냐!"

루스칼리스의 불만은 이거였다. 엘프들이 비록 인성이 사악하다고는 하지만 그 미모만큼은 확실했고 비록 엘리나에 비한다면 태양 앞의 반딧불에 불과하다지만 즐기는 여자들이 엘리나를 제외하고는 항상 달라지는 루스칼리스에게 엘프란 미지의 영역(?)으로의 도전과도 같았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포획한 엘프 여성들을 죄다 부하들에게 줘버린 것이었다.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서!

"아버지가 키운대로 자랐으면 전 아마 카일라 누나에게 썰려서 죽었을 겁니다."

아버지의 절규에도 카이라스는 표정 하나 안 바뀐채로 대답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착하고 순종적인 어머니인 엘리나와는 달리 카일라의 경우 카이라스가 루스칼리스처럼 수많은 여자들을 꼬시고 다니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테고 검을 들고 밤일을 할 때 쳐들어오고도 남을 성격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 카이라스는 루스칼리스와는 달리 한 번 품은 여자는 평생 책임진다는 사고를 지니고 있었지만.

"어차피 한 번 하고 버리실거, 흑마법사 협회에 찾아가서 하루만 빌려달라고 제안을 하시지 그러십니까?"
"크으, 하지만 나는 처녀를 맛보고 싶었단 말이다. 이 녀석아."
"...하아."

카이라스는 이마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머리가 지끈 아파오는 것이 아마도 착각은 아닐 것이었다.

"다음에 몇 마리 잡으면 처녀를 맛보시게 해드릴테니 놔주시죠."
"흐음, 약속한거다. 아들아."

그러나 루스칼리스는 카이라스에게 확답을 받겠다는듯 그를 붙잡고 놔주려 하지를 않았다.

"...아버지, 이 자리에서 그냥 가주의 자리를 계승하고 아버지를 유폐시켜버리고 싶다는 것이 그냥 기분으로만 끝나게 해주십시오."
"크흠! 알았다."

카이라스가 진짜로 화가 날듯한 분위기가 되자 루스칼리스는 한발짝 물러섰다. 외모 자체는 아버지인 자신을 빼닮은 카이라스였지만 화가 나면 무서운 것은 어머니인 엘리나를 꼭 뺴닮았다. 그리고 아들과 싸움을 해봤자 그랬다간 착하고 순종적이던 아내가 방문을 열고 뛰어들어와서 분노하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몰랐다.

'엘리나는 은근히 화끈한 면이 있으니까.'

당장 카일라에게 심한 말을 했다고 그 자리에서 자기 오빠를 두들겨 팬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남편인 자신에게 화를 낸 적은 없었지만 살짝 째려본 적은 몇 번 있었었고, 아내에게 혼나는 남편이 되기 싫은 그는 적당히 넘어갔다.

"크흠! 근데 라스, 이번에 집으로 돌아왔으니 당연히 둘째 손주도 만들 생각이겠지?"
"둘째 만이 아니죠. 적어도 4 명에서 5 명은 볼 생각입니다."

루스칼리스의 물음에 카이라스는 너무도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호오? 드디어 결정을 내렸구나."
"네, 근데 아버지는 10 서클에 가는 실마리에 대한 상황은 어떠시죠?"
"후후, 2 년! 2 년 안에 이 아비도 10 서클에 도달할 수 있을거다."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 루스칼리스의 웃음은 카이라스가 짓는 웃음과 너무나 흡사하다못해 거의 똑같아 보일 지경이었고, 확실히 그가 카이라스의 아버지임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1 년 정도는 집에서 머물 예정이고, 그 동안 아티팩트나 만들어야하니 아버지도 좀 간단한거는 도와주세요. 예를 들어서 마력을 불어넣거나."
"크흠, 너는 이 아비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아느냐? 서류 업무만 해도 힘든데..."
"나중에 엘프들을 사냥하면 암컷 100 마리를 아버지께 드리겠습니다."
"당장 맡겨만 다오."

루스칼리스의 돌변한 태도에 키득 웃으면서 카이라스가 말했다.

"정말 아버지는 계속 변함이 없으시군요."
"네 녀석은 갈수록 아비에게 부담감을 많이 주는구나."

두 부자는 동시에 키득 웃었다.

"대충 다음 엘프들을 사냥할 기회는 앞으로 10 년 이상은 기다려야할 것 같군요. 이제 에라시안과 세레시아도 조심하려고 들테니까요."
"후, 역시 네 놈이 그냥 제안을 한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구나."
"아버지, 알면서 능청스럽게 그러지 마시죠?"
"네 녀석에 비할만 하겠냐?"

카이라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그만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휴가를 왔으니 아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하니까요."
"아버지 앞에서 지금 잘난 척을 하는거냐?"
"설마요. 저는 그럼 가볼께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카이라스는 조용히 밖으로 나갔고 루스칼리스는 나간 아들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그래도 하나 뿐인 자식 놈이 잘 커주니 아버지로서 뿌듯하군."

*              *             *

카이라스는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그를 본 아르테일 공작가의 시녀들이 일제히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고 카이라스 역시 손을 들며 그녀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해주었다.

'휴가라는게 이런 느낌이군.'

1 년 정도 쉬기로 하자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느낌이 전신을 휘감는 것이 느껴졌다. 뭔가 아늑하다는 기분이랄까?

그러면서도 몸이 또 나른해지는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가장 먼저 머리에서 떠오르는 것은 카일라의 아름다운 모습이었고, 그 뒤를 이어서 디아나와 셀리나, 티세라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연이어 떠올랐다.

'린과 세르티네스는 황궁에 있으니 밤에나 볼 수 있겠지.'

솔직히 말해서 완벽한 휴가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의 아내들에게는 휴가겠지만 정작 본인은 만들어야할 아티팩트가 산더미였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드래곤 하트에 저장된 마나들을 이용해서 자신과 계약한 정령들을 정령왕까지 강화시켜야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그가 사랑하는 아내들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부부이기에 확장 공사를 통해 보다 넓어진 자신과 그녀들의 방 안에 있는 그의 4 명의 아내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카이라스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끼이익!

"후우웅."

그리고 문을 연 카이라스에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무엇인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는듯 붉은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쓰다듬고 있는 디아나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디아나의 앞에는 한 개의 아티팩트가 놓여져있었는데 그 아티팩트는 바로 제 1의 마도시대 때 당시에 존재하던 퍼즐 게임기였다.

네모난 황금의 상자와 같아보이지만 빨간 버튼을 누르면 그 위에 실체가 있는 영상이 뜨며 그 영상으로 비춰지는 퍼즐들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옮기면서 퍼즐을 완성시키는 게임이었는데 디아나는 지금 이것에 신기록에 도전하는 중이었다.

그녀가 게임에 집중하는 것을 알았기에 셀리나와 티세라 역시 살짝 웃으면서 조용히 카이라스의 옆으로 다가와 살짝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가 위로 다시 올렸을 뿐 입으로 소리를 내지는 않았고 카이라스 역시 그냥 가볍게 웃어주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스슥-

그리고 디아나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윽고 네모난 상자...게임기에서 축하를 뜻하는 음성이 터졌다.

[축하합니다. 클리어 하셨습니다. 신기록을 세우셨습니다. 걸린 시간은 1분 4초.]

원래라면 고대어로 나와야하지만 카이라스는 게임기를 살짝 개조하여 현재의 언어가 나오도록 만들어준 후 디아나에게 선물했기에 디아나가 게임기를 플레이 하기에도 어려움은 없었다.

"카이라스, 성공했어! 신기록을 세웠어."

어린아이처럼 살짝 발을 뛰며 카이라스에게 달려온 디아나가 와락 안기면서 기뻐했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내가 기뻐하는 모습에 카이라스 역시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후후, 그래. 축하해."

디아나의 몸에서 풍겨지는 체향을 맡게 되자 카이라스는 오늘의 30 분은 명상이 아닌 수면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스, 아버님이랑은 얘기가 다 끝났어?"
"어, 거의 쓸모 없는 얘기가 태반이었지만."

침대 위에 앉아있는 카일라가 카이라스에게 묻자 카이라스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정말 쓸데없는 말들이 태반이었다.

"그래도 필요한 얘기들도 했으니, 카일라 누나, 디아나, 셀리나, 티세라. 오늘부터 애를 만들 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분위기 없어."

카일라가 차가운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지만 임신을 상당히 반가워하는 것을 카이라스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카이라스의 시선이 디아나에게 향하자 디아나는 얼굴을 살짝 연분홍빛으로 붉히며 말했다.

"흐, 흥. 이 여왕님을 임신시킬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
"얼마든지."

카이라스는 그렇게 웃으면서 이어서 셀리나를 바라보자 셀리나는 사랑스러운 얼굴에 살포시 홍조를 띄우면서 부끄러워하는듯 보였지만 그녀 역시 기뻐하는 것이 훤히 보였다.

"티세라, 너는 이미 경험이 있었지."

카이라스의 물음에 티세라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그렇지만 레이나를 낳고 나서 벌써 15 년이 흘렀으니 정말 오랜만이네요."

티세라의 말에 카이라스는 천천히 티세라의 엉덩이의 굴곡을 옷 위에서부터 쓰다듬었고 집 안이기에 간편한 옷차림이던 티세라에게 카이라스가 명령했다.

"티세라, 지금부터 왕비로서 옷을 차려입어봐."
"네?"
"후후, 그냥 컨셉이야. 카일라 누나가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이 자극적인것처럼 티세라는 왕비의 옷들을 입은 모습이 자극적이거든."
"저기 카이라스, 나는?"

디아나가 붉은 눈동자를 살짝 기대감에 빛내면서 묻자 카이라스는 살짝 짓궃게 말했다.

"디아나는 역시 엉덩이를 벌리고 여왕님의 항문을 드러낼때가 가장 자극적이지."
"......"

디아나는 카이라스의 말에 살짝 고개를 숙인후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입술을 깨물었으며 주먹에는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던 그녀가 이내 고개를 들며 화가 난듯 째려보자 카이라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솔직히 디아나. 너는 간편한 복장 아니면 대부분 붉은 드레스만 입으니까 다른 복장을 입은 것은 웨딩 드레스 이외에는 기억도 안난다고."
"그럼, 이리와. 당장. 드레스룸으로 가자."

그리고 디아나는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아보기 위해 드레스룸으로 가자며 카이라스의 손을 붙잡고는 강제로 방 밖으로 나가자 셀리나가 붉은 눈동자를 살짝 깜빡거리다가 그들이 나간 자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고모...박력이 대단하시네요."
"라스는 요새 디아나를 놀리는데 재미가 붙은거 같아."

그렇게 말한 카일라는 살짝 눈을 감았다.

"임신이라..."

내 년이면 자신이 애엄마가 된다는 것이 아직 실감이 안났지만, 카일라의 연분홍빛 입술은 살짝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근데 저건 둘이서 데이트를 하는 거 아니에요?"

티세라의 말에 카일라가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살짝 끄덕이며 얼음 같이 차가우며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데이트 맞는거 같아."

그리고 그녀는 그대로 침대에 조용히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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