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6화 〉[특수부대, 200 명의 소드 마스터 군단]
제 3의 마도시대가 열리기 이전, 대륙에서 소드 마스터에 대한 인식은 지금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대한 인식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 당시에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는 전설과도 같은 경지로 취급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점점 유적들이 발굴이 되면서 유적들에 적혀있던 마나연공법들을 비롯한 각종 지식들이 인간들의 사이에 풀어졌고, 그로인해 인간들의 힘이 점점 강대해져감에 따라 소드 마스터들의 숫자는 늘어났고, 한계로 취급되던 7 서클의 마법사의 경지에 도달하는 인간들의 숫자들 역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탄생했다. 8 서클의 대마법사가 탄생했다.
더 이상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전설이 아니게 되었다. 8 서클의 인간 마법사가 실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에도 인간들은 계속해서 발전했고 마침내 강대국이라면 누구나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국가마다 보유할 수 있었고, 9 서클의 대마법사들 역시 여럿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리고 1000 년전, 본래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나라인 크레젠 왕국의 1 왕자였던 초대의 카르시스 제국의 황제는 권력다툼으로 인해 1 왕자의 신분임에도 추방을 당하였었다.
그렇지만 그는 어떤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 남자가 바로 훗날 아르테일 공작가의 초대 가주가 되는 남자로 당시에도 대륙 최강의 마법사라 불리던 남자였다.
9 서클의 마스터였던 그는 마법사 답지 않게 크나큰 일가를 이루고 살고 있었고 그가 초대 황제가 될 남자를 지원하자 수많은 마법사들이 자연히 몰려오고는 했다. 그 후 훗날 리히테나워 공작가 등으로 불리게 될 귀족 가문들의 초대 가주가 되는 남자들이 서서히 휘하로 몰려오게 되자 초대 황제는 크레젠 왕국을 우선 공격하여 멸망시키고 흡수하기에 이르었다.
그리고 크레젠 왕국을 점령한 초대 황제는 자신에게 와야했던 왕 자리를 얻었지만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방으로 세력을 뻗쳐갔고 그 결과 대륙의 중앙에서 대륙의 절반에 가까운 영토를 정복하기에 이르었다.
예로부터 정복보다는 점령지의 안정이 더 힘든 법이었기에 크레젠 왕국이란 이름을 버리고 카르시스 제국이라는 새로운 제국의 이름을 들고 온 초대 황제는 스스로를 카르시스 대제라고 칭하며 크레젠이라는 성을 버리고 카르시스를 자신의 성으로 새롭게 지정했다.
그리고 개국공신으로서의 공을 크게 세운 아르테일 공작가의 초대 가주는 아르테일 공작이라는 작위와 함께 자유로운 가문을 열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되었다.
아르테일 공작가와 카르시스 제국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카르시스 제국은 현재 500 명이 넘는 소드 마스터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숫자는 비공식적으로 은거한 강자들까지 속속 모여듬에 따라 20 명을 가뿐히 넘어서고 있었다.
그렇지만 3 년전부터 비밀부대가 창설되었다는 사실은 오직 극소수만이 알고 있었다.
* * *
대륙력 1798년 6월 29일 오후 2 시.
"흐응~"
검은색이 뒤섞인 붉은 드레스를 언제나처럼 입은채로 펜을 든 아이린은 긴 흑단 같은 흑발을 살포시 뒤로 넘기면서 천천히 서류들을 검토하면서 사인을 하고, 또 도장을 찍어가며 넘기고 있었다.
그녀의 신분은 황제. 황제인만큼 그녀가 처리해야하는 업무의 양은 상당했고 이미 그녀가 처리를 끝낸 서류는 옆에 산더미처럼 쌓여져있었다.
"하아~이제 절반 정도 끝냈네요."
아이린은 아직까지 남은 서류들의 산을 보며 중얼거렸고, 세르티네스가 다가와서 물었다.
"린, 너무 과로하는 거 같다고 생각이 드는데?"
"후훗, 과로까지는 아니에요. 매일매일 하는 일인데요 뭐. 그리고 도와줄 사람도 있고요."
"그건 그렇네."
세르티네스가 고개를 끄덕였을때, 마나의 유동도 없이 카이라스의 모습이 그녀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린, 도와주러 왔어."
"아, 카이라스 공자. 공작가 내에서 일은 끝나셨나요?"
"아티팩트들이라면 몇 개 챙겨왔지."
슈우우웅-
카이라스는 아공간을 열고 무엇인가를 꺼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한 자루의 검이었다.
"200 명에 달하는 검들에게 일일이 마법을 새겨주는 것은 꽤나 힘들었어. 첫번째에만 집중을 하고 아무리 복사와 붙여넣기를 반복하는 작업이라 해도 하나하나 인챈트를 해줬어야하니까."
199 자루의 검들이 추가로 그의 아공간에 있었고, 모두 하나 같이 강력한 마법들이 인챈트가 되어있었다.
슈우우우-
카이라스의 손에 쥐어진 검에서 푸른 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피어올랐다.
다른 사람도 아닌 무려 황제의 집무실에서, 그것도 황제의 앞에서 검을 꺼내들고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대는 당장 처형당해도 할 말이 없는 죄목을 저지르는 카이라스였지만, 그에게는 그 죄목이 성립이 되지 않았다.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그는 여황제인 아이린의 남편이었으니까.
"인챈트 헬 파이어."
그리고 카이라스가 주문을 외우자 오러 블레이드에 뜨거운 지옥의 불길이 휘감겨졌고 그랜드 소드 마스터일때 오러 블레이드와 오러 서클을 생성한 후 하던 인챈트 방식보다는 위력도 효율이 떨어졌지만, 틀림없는 헬 파이어 블레이드였다.
10 서클 마스터인 그라면 오러 블레이드에 헬 파이어를 인챈트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중요한 점은 이 검을 들면서 그는 자신의 마나는 마법에 단 한톨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순수하게 검에 인챈트 되어있는 마법을 사용했을 뿐이었고, 즉 이 검은 마법사가 아닌 일반 소드 마스터가 쓰더라도 헬 파이어 마법을 오러 블레이드에 인챈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단 8 서클의 마법들도 시동어만으로 몇 개 사용할 수 있게 했고 7 서클 이하의 마법들도 다양하게 있으면서도 검에 저장된 마나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보충이 되도록 설정까지 해두었어. 즉, 박살나지만 않으면 계속 쓸 수 있는 아티팩트인 셈이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녹이 슬지 않고, 칼날이 무뎌지지도 않는 검이라. 이거면 카이라스 공자와 제가 계획한 그 특수부대들에게 지급되기 딱 좋은 검이군요."
"그렇지. 또 인간이 아닌 종족은 쓸 수도 없게 설정까지 해두는게 특히 힘들었어. 에라시안도 파해치지 못하게 해야하니까."
카이라스는 이 검들이 적에게 넘어갔을때도 대비하여 안전장치를 해두기까지 했다.
인간이 아닌 종족이 건들시 어마어마한 지옥의 불길이 솟아올라 전신을 뒤덮을 것이었다.
문제라면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인 디아나와 셀리나의 경우도 우연히 호기심에 검을 건들거나 하는 등 사소한 사고로도 그 안전장치에 해를 입을 수 있었고, 그런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카이라스는 확실한 것을 선호하였다.
그렇기에 디아나와 셀리나는 특별히 예외의 대상으로 지정을 해두었고, 이제 전부 미스릴로 만들어져있는 이 200 자루의 검들을 특수부대에 지급해주는 것만이 남아있었다.
'아니, 그 후에도 갑옷도 그렇고 아티팩트들을 제작할게 많지.'
그렇게 생각한 카이라스는 휴가가 휴가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검을 아공간에 집어넣으며 아이린이 하고 있는 서류의 4분의 3에 달하는 양을 들었고, 아이린의 책상의 옆에 있는 빈 책상으로 이동해 거기에 앉았다.
원래라면 황제가 업무를 볼때 믿을만한 비서를 하나 뽑아서 옆에 두며 같이 서류 업무를 정리해야하는 것이었지만, 그 일을 지금 카이라스가 대신해주는 것이었다.
"후우, 분신체 생성."
카이라스는 천천히 마법이 아닌 마왕의 권능을 통한 분신체를 만들었다.
이전에 그가 계획했던 전투용의 분신과는 전혀 틀린 전투능력이라고는 조금도 없으면서도 그의 사고에 따라 움직이며 보유한 힘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자신과 똑같은 신체의 일부와도 같은 분신!
평상시에는 오히려 약점에 불과하겠고 원래라면 카이라스가 밤일을 할 때 아내들을 만족시켜주는 용도로 생각한 것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용도보다 더욱 좋은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슈우우웅-
아공간에서 펜을 '두 자루'를 꺼낸 카이라스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이윽고 엄청난 속도로 서류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도장을 찍는거야 아이린이 해야하는 일이었지만 서류들을 일일이 확인하며 사인 할 것은 사인하고 개정해야할 것은 개정하는 것은 카이라스의 선에서 할 수 있었기에 카이라스는 모든 것을 다 직접 일일이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분신이 함께 일을 하니 2 배의 속도로 서류들이 착착 정리되어갔고, 카이라스의 가공할 두뇌가 이 때도 빛을 발하여 한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서류 업무를 보여주었다.
특별히 전문적으로 정치학이나 경영학, 통치학 등을 배운 것은 아니었지만 심심풀이 삼아(!) 읽어본 적은 많았었고, 무엇보다도 시공회귀 이전 전쟁 쪽에서 주로 활약하기는 했지만 그는 엄연히 아르테일 공작가의 가주이기도 했다.
자고로 가주라면 마법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에 만능이어야하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자리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어보았던 경험이 있는 카이라스에게 이런 서류 업무 쯤은 별 것도 아니었다.
순식간에 업무들이 처리되어갔고, 아이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카이라스 공자가 휴가인 덕분에 서류 업무가 많이 줄었네요. 후후훗, 책상과 의자를 내일은 더 갖다놔야겠어요. 분신 그거 여러명도 불러낼 수 있는거였죠?"
"서류 업무용으로는 9 명이 제일 적당해. 그러니까 9 인분 정도만 갖다놔."
카이라스의 서류 업무는 벌써 절반으로 줄어있었고, 아이린은 4 분의 1만 남았기에 보다 빠르게 서류가 정리되어가는듯 했고 세르티네스는 둘의 모습을 보며 신기해했다.
"인간들의 생활상은 잘 모르겠지만, 정말 빨리들 처리하는군."
"황제라면 당연한 일이죠."
아이린이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도장을 계속해서 찍어갔고, 스스로 마신의 성녀로서의 버프(!)까지 자신의 육체에 걸어서 최대치까지 자신의 육체를 강화시킨 아이린은 그랜드 소드 마스터 급으로 강력해진 육체를 초고속으로 도장을 찍는데 사용했다.
그리고 그녀의 서류가 모두 끝났을때 사인들이 끝난 카이라스의 서류가 건네져왔고, 빠르게 흝어본 아이린은 도장을 찍을 것들만을 정확하게 골라 도장을 찍어댔다.
그리고 마침내 오후 3 시가 되었을때 서류 업무는 모두 끝이 났다. 그렇지만 업무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된 것이었으니까.
검은 부채를 든 아이린은 살짝 얼굴을 가리면서 붉은 눈동자에 살포시 색기를 담으면서 카이라스에게 말했다.
"이제 서류 업무도 끝났고, 카이라스 공자. 우리가 준비한 200 명의 특수부대에게 이 검들을 지급하러 가도록 하죠."
"그래, 그러자."
카이라스는 아이린의 제의에 금방 동의했다. 애초 그가 찾아온 목적은 그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분신을 해제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카이라스는 아이린의 옆으로 다가왔고, 아이린은 싱긋 웃으면서 황제의 집무실에서 자신이 앉는 책상의 뒷쪽에 있는 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가 벽을 몇 번 두드리자 비밀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 들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