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0화 〉[제국의 북방과 카나타 연합왕국] (210/380)



〈 210화 〉[제국의 북방과 카나타 연합왕국]

카르시스 제국의 북방에서 최근 눈에 띄는 성세를 보이는 것은 바로 알브레히트 백작가였다.

본래 알브레히트 백작가는 역사가 깊은 가문이었지만 성세가 대단한 가문이라고 하기는 어려웠었다.

영지령은 평범한 백작령의 수준이고, 영지 내의 특산물도 그닥 풍부하지 않았고 대단한 특산물도 없었으며 기사들의 전력은 제법이었지만 가문이 보유한 마법사들의 숫자는 무척이나 적었었다.

오직 유서 깊고 전통 있는 기사 가문이라는 것 외에는 내세울 것이 없던 알브레히트 백작가가 최근 눈에 띄는 성세를 보인 원인은 바로 알브레히트 백작가의 차남인 지그문트 때문이었다.

17 살의 나이에 최근 최상급의 소드 마스터에까지 오르게 된 그는 카일라가 세웠던 최연소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는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를 것이라고 거의 확정이 난 천재인 그를 보유한 알브레히트 백작가는 자연스럽게 위상이 상승하게 되었고, 그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다면 백작가에서 후작가로 승격되는 것은 당연한 예정이었다.

그렇기에 북부의 무가들 사이에서도 알브레히트 백작가는 경쟁을 해야되는 대상이 아닌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야하는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되어있었고 알브레히트 백작가의 성세는 3 년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커져있었다.

거기다가 자유 기사들 중에서도 알브레히트 백작가에 소속되고자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았었으니 자연스럽게 알브레히트 백작가에서 지그문트의 위상은 올라갔다.

그렇지만 위상이 올라가는 자가 있으면 위상이 역으로 내려가서 피해를 보는 자가 있는 법이었다.

당연히 피해를 본 사람은 당연하게도 알브레히트 백작가의 후계자이자 지그문트의 친형이던 장남 링엑이었다.

특히나 지그문트는 리히테나워 공작가에서 여는 검술대회에 3 년전, 참가해 우승을 하고 당대 최강의 검사 중 하나라 불리는 검제(劍帝) 갤러트 폰 리히테나워 공작에게 인정을 받으며 검사로서 유명해졌다.

더군다나 대륙 최강의 가문인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이며 현재 10 서클 마스터로서 세간에서 '마법왕'으로 불리기 시작한 카이라스와 형, 동생 하는 사이라는 것이 알려지고 아르테일 공작가에서 매번 알브레히트 백작가의 행사 때마다 축의금들을 보내오자 자연스럽게 알브레히트 백작가는 황실에서도 주목을 하고 있었다.

당장에 제국의 황실의 주인인 황제가 카이라스의 여자인 아이린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그문트가 소속된 알브레히트 백작가는 상당히 여러가지 혜택을 받고 있었고 그 이유가 지그문트 때문이라는 것을 알브레히트 백작가 내에서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링엑이 실정을 저지르지 않았기에 그를 후계자에서 축출해야한다는 말이 없을 뿐 알브레히트 백작가의 가신들은 상당수가 링엑보다는 지그문트가 후계자가 되었으면 하고 있었다.

단순히 무력만이 아니라 귀족으로서 가장 필요한 높은 연줄은 지그문트가 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링엑은 성실하면서도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검술의 재능이 지그문트에 비해 떨어질 뿐 훌륭한 가주 감의 청년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과거에도 지그문트에 비해 부족한 재능으로 인해 그의 아버지와 함께 주변의 파티에 자주 참석하고는 했는데 그것은 정말 특이한 경우였다.

북방의 무가들은 호전적인 카나타 연합왕국이 공격해올 것을 염려해 가주나 소가주나 둘 다 자리를 비우는 일은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괜히 예전에 카이라스가 지그문트를 지금은 쫓겨나고 죽은 지 오래인 황태자 알렉스의 생일 파티 때 보자고 했을때 지그문트는 아버지와 형이 갈 것이라고 대답했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북방의 무가인 그들에게는 초대장이 오지 않았었고, 가주도 아니고 소가주도 아니었기에 비교적 이동이 자유로운 지그문트만이 13 살에 소드 마스터에 오른 것을 축하하는 겸 친분을 쌓아둘 겸 하는 황실의 의도로 인해 초대를 받았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4 년 전 당시 때에 링엑이 느꼈던 충격은 상당했고, 그 탓인지 그는 일을 더더욱 성실하게 해가고 있었고 지그문트는 가주의 자리가 필요없다는듯 전혀 자신을 따르는 세력을 만들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아직까지 후계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 알브레히트 백작가의 영지에 흑발의 잘생긴 외모의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흐음~"

검은색 롱코트를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흑발의 소년, 카이라스는 무엇인가 흥미로운듯 마을을 둘러보았다.

북방인 이곳은 당연하게도 비옥한 영토는 전혀 아니었다.

농산물을 짓기에 좋은 영토는 아니었고 미스릴 광산 같은거는 전혀 없는 대신 구리 광산 정도만이 몇 개 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농사를 짓기에 좋은 지역이 아니라고 해도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고 밀을 비롯해서 감자나 고구마 등의 경우는 이곳에서도 충분히 잘 자라고 있었다.

또한 북방 지역인만큼 이곳에서 서식하는 여러 동물들을 사냥해서 고기를 얻을 수도 있었고 또 몬스터들을 사냥하여 그 부산물을 파는 것 역시 제법 수익이 되었다.

물론 몬스터들은 서식지가 한정되어있었지만 알브레히트 백작가의 특산물(?)은 바로 영지 내에 있는 몬스터 서식지들이었다.

대륙에서 인류의 힘이 강성해짐에 따라 몬스터들은 자연스럽게 인간들을 두려운 종족으로 인식하고 피하는 경우가 많아져있었다.

물론 약해보이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착각을 하며 공격을 해오다가 역으로 살해당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지만 어쨌거나 대륙의 인간들에게 몬스터들은 더 이상 두려운 존재는 아니었다.

서로 협조만 잘 하고 마음만 먹는다면 몇 년 내에 전 대륙의 몬스터의 씨를 말릴 수 있는 힘을 인간들은 보유하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아르테일 공작령에 비하면 참으로 척박하고 살기 힘든 대지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영지민들은 모두 활기가 있었고 지금 알브레히트 백작가의 통치를 지지하고 있었다.

링엑은 검사로서 재능이 지그문트에 비해서 부족할지 언정 영주로서의 재능은 충분한 사람이었다.

그가 동생인 지그문트에게 위상이 추락한 것에 대해 자격지심을 느끼는만큼 그는 그만큼 영주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신이 후계자로서 결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며 헛점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 지그문트로서도 바라는 바였다.

천생이 검사인 그는 괜히 가주 같은 일을 하냐고 검술을 수련할 시간을 빼앗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냥 남는 시간들을 자유롭게 검술을 수련하는데 투자할 수 있도록 골치아픈 가주의 자리는 형인 링엑에게 넘기는 것이 그로서도 가장 바람직한 일이었다.

'왔으니 선물이라도 주고 가야겠지.'

카이라스는 천천히 마을의 시장 등을 지나며 영주관으로 향하였다. 어차피 이곳에 오래 머무를 생각은 없었다.

그저 시공회귀 이전의 친구이며 지금 생의 의동생인 지그문트에게 선물만 주면 바로 카나타 연합왕국으로 떠날 생각이었다.

정확하게는 카나타 연합왕국에 있는 물의 부족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에이미...'

영주관을 향해서 걸어가던 카이라스는 그 부족에 있을 올해 13 살이 되었고 조만간 14 살이 될 에이미를 떠올렸다.

물의 대주술사라고 불리던 그녀의 바다를 연상시키는 코발트블루 색의 푸른 머리카락이 떠올랐다. 그 작은 몸에 비정상적일 정도로 먹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과자를 좋아하던 묘하게 백치미스러웠던 그녀.

고블린의 대주술사, 그리든에 필적하는 주술 실력을 지니고 있던 그녀의 주술력은 대부분 물의 힘을 바탕으로 하였고 평상시에는 치유의 주술을 주로 사용하는 그녀였지만 그녀가 분노를 하여 전투를 할 시에는 변덕스러운 물의 무시무시함이 그대로 돋보여졌다.

'조만간 찾아가도록 할께.'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걷던 카이라스는 어느 사이 영주관의 앞에 도착해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영주관이 있는 곳 앞에 세워진 작은 성벽과 성벽에 달린 문 앞에 서있었다.

전투가 자주 벌어지는 북방의 영지들은 이렇게 성벽이 여러 겹으로 되어있었는데 1차적인 성벽이 뚫릴시에는 2차적인 성벽이 있었고, 그 2차적인 성벽까지 뚫릴 시에는 전 병력이 영주관 안으로 퇴각하도록 되어있는 구조였다.

영주관 자체가 하나의 요새랄까?

그리고 이곳은 당연히 경비를 서는 기사들이 있었다.

안전한 제국의 중앙지역의 영지들이라면 모를까 거칠기 그지없는 이 북방의 대지에서는 경비병 따위가 영주관의 문을 지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경비를 맡는다는 것은 습격을 당할 시에 가장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렇기에 경비를 서는 기사들은 황궁에서 실력 있는 기사들이 경비를 서듯이 실력이 출중하고 성실하다고 인정받은 기사들이었다.

그리고 경비를 맡는 임무가 중요한만큼 매월 지급받는 월급 역시 다른 기사들보다 높았다. 그런만큼 그들의 일 역시 자연히 더더욱 성실해졌다.

"정지, 어디서 오신 손님이십니까?"

경비 기사들은 카이라스가 화려한 예복이 아닌 그저 평범한 칠흑처럼 검은 롱코트를 입고 있었지만 그 롱코트에 그려진 하나의 문양이 어디서 본듯한 귀족가의 문양인듯 하기에 카이라스를 멈추게 했지만 공손하게 물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향해 카이라스는 아공간을 열고 신분패를 꺼내었다. 당연히 아르테일 공작가의 문양과 그의 신분이 자세하게 적혀있는 신분패였다.

"지그문트에게 전해. 아르테일 공작가의 카이라스가 줄 것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네, 네! 알겠습니다."
"자,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예상 이상의 거물이 찾아왔다는 것에 기사들은 표정이 굳어지며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떨려왔다.

그야 당연했다.

갑자기 찾아온 손님이 무려 대륙 최강의 가문의 차기 주인이며, 대륙 최강의 제국의 주인인 여황제의 남편(이라고 알려진)이며 또한 이전의 대륙 최강의 인간이라 불렸던 그 자신의 아버지인 루스칼리스를 뛰어넘은 새로운 대륙 최강자이며 초고대문명과 고대문명 이후로 최초로 10 서클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는 최강의 마법사이자 마법왕인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이라면 누구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을테니까.

"형님!"

그리고 그 때 바로 뛰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얼핏 보면 평범한 머리색과 눈색을 가졌지만 시원한 인상에 선해보이는 인상의 잘생긴 소년은 이제 17 살이 된 지그문트였다.

"오랜만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카이라스는 살짝 주먹을 앞에 내질렀고, 그 의미를 알아차린 지그문트는 달려오면서 카이라스의 주먹에 가볍게 자신의 주먹을 갖다대었다.

당연하게도 남자끼리의 포옹은 죽어라 싫어하는 카이라스와 마찬가지로 남자와의 포옹을 싫어하는 지그문트는 반갑다고 남자끼리 끌어안는 그들 기준으로는 추태(?)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남자 답게 이렇게 가볍게 주먹을 맞대는 것이 그들 사이의 반갑다는 인사였다.

"어쩐 일로 북쪽까지 다 찾아오셨습니까? 요새는 아르테일 공작령에서 머무신다더니."
"머물고 있어. 그냥 텔레포트로 단번에 여기까지 이동해온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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