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3화 〉[오크들을 들키지 않고 학살하는 방법] 2
"무슨 일로 여기에 부른건가? 날 부른 것을 보면 중요한 일인거 같은데."
"응, 맞아. 아주 중요한 일이지."
그렇게 말한 카이라스는 세르티네스에게 물었다.
"세르티네스, 내가 만들어준 지금 네 육체는 드래곤의 본체로서도 무리 없이 움직일 수 있지?"
카이라스의 물음에 세르티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충분히."
"그래..."
카이라스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후 오크들이 사는 천막을 바라보았다.
어찌보면 유목민과 비슷한 생활습성을 지닌 오크들은 유목민들처럼 양 떼를 기르는 습성들도 있었는데 유목민들과 차이점은 그들은 말을 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말보다도 훨씬 빠르고 튼튼하고 강력한 와르그들을 말 대신 타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와르그(Warg).
늑대를 닮은 3m에 가까운 몸길이를 가진 거대한 몬스터로 드물게 몬스터들 중에서도 인간에 가까운 지능을 보유하고 있는 종족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흉폭한 성격으로 인하여 악명이 높은 와르그들은 웬만한 창칼도 통하지 않는 육체를 가져 전투시에는 정말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는 했다.
또 특이하게도 와르그들은 오직 오크와 고블린들만을 등에 태우는데 주종의 관계가 아닌 대등한 동맹의 관계를 언제나 맺는다는 것 역시도 특이한 점이었다.
또한 와르그들의 언어는 오크들과 고블린들의 고유 언어와 차이가 없다는 것 역시도 특이한 점이었다.
그렇기에 오크들과 고블린들은 와르그들과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동맹의 관계가 그렇게 쉽게 맺어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와르그 라이더인 오크들과 고블린들은 시공회귀 이전 전쟁에서 상당히 강력한 힘들을 발휘했었던 것을 카이라스는 기억했다.
인간들의 기마병을 압도하는 와르그들을 탄 오크들과 고블린의 군대는 와르그들의 포효만으로도 기마병들이 타고 있는 말들을 공포에 질리게 하여 혼란에 빠뜨렸고 또한 일반적인 인간 병사들로서는 쉽사리 쓰러뜨릴 수 없는 와르그들을 탄 오크들이 강력한 체력에 가공할 속도로 돌격을 해오는 것은 일반 병사들의 기준으로는 정말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그렇지만 10 서클 마스터인 카이라스나 다크 드래곤 로드인 세르티네스에게 있어서 와르그들 따위는 벌레와 같이 손쉽게 죽일 수 있는 대상에 불과했다.
"세르티네스, 에라시안이 내 존재를 파악하지 못하게 잘 감춰주길 바래. 나는 저 오크들의 무리의 씨를 말려버릴테니까."
카이라스의 살벌한 말에도 세르티네스는 당연하게도 흔들릴 일이 없었다.
아이린과 카이라스와 지내면서 무심하던 성격이 많이 변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그녀는 다크 드래곤이었고, 다크 드래곤들의 로드였으며, 마계의 절대군주 중 하나인 대마왕이었다.
당연히 오크들에 대한 동정심이나 자비심 같은 것이 있을리가 없었다.
주변 사람들 이외의 대상에게는 철저히 무관심한 성격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이었다.
"알겠다, 카이라스."
세르티네스가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라스가 너무 과도하게 힘을 쓸 경우 그의 힘들을 에라시안이 느낄 가능성도 있었지만, 대마왕이자 다크 드래곤 로드인 자신이 권능으로 감춰준다면 에라시안이라고 해도 감지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녀가 해야할 일은 그냥 단순히 카이라스의 존재를 감춰주는 것 뿐이었으니까.
겨우 그 정도는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과 동급인 대마왕인 그녀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카이라스 혼자서라면 아무래도 세어나갈수도 있지만 동급이면서도 카이라스와 완전히 다른 속성의 힘을 지니고 있는 그녀였기에 역설적으로 카이라스의 기운을 카이라스 본인보다 더욱 잘 감춰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르티네스는 카이라스가 서있는 곳 주변을 포함하여 오크들이 있는 진지에도 강력한 대마왕의 권능을 사용해 밖과 완벽한 차단을 이뤄냈고 밖과 안이 차단된 것을 느낀 카이라스가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10 서클 마법과 비교해도 안 떨어질 것 같은 차단력인데?"
"그야 당연하다. 대마왕의 권능으로 이루어진 일이니까."
세르티네스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카이라스는 키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잠시 몸 좀 풀다가 오도록 할께."
"마음대로 해라, 나는 여기서 기다리겠다. 카이라스."
"이제 좀 사근사근하게 말해주면 안되냐?"
"이게 편해서 어쩔 수 없다, 후후."
세르티네스의 딱딱한 말투가 바뀌리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고, 아름다운 흑발금안의 미녀의 모습에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그녀가 딱딱한 말투로 말하는 것은 은근히 재미있게 들리기도 했기에 카이라스는 아쉬움을 쉽게 털어버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그리고 카이라스는 천천히 한 걸음을 걷는 것으로 오크들의 진지의 앞으로 이동했다.
"크륵, 인간?"
"인간이다."
오크들이 바로 카이라스를 보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바로 공격하지는 않았는데 그것은 오크들이 인간들의 사신일지도 모른다 같은 깊은 생각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카이라스에게서 풍겨져오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위압감이 그들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카이라스의 키는 180 cm를 넘고 있었기에 인간 중에서는 제법 괜찮은 키를 보유하고 있기는 했지만 오크들은 최소가 180 cm인 것을 감안하면 카이라스의 키는 오크들 기준으로 클 것도 없었고 그의 외모 역시 위압감이 가득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지만 그에게서 풍겨오는 공포스러운 기운은 진지의 앞에서 무기를 들고 경비를 서던 오크들이 공포로 인해 처음 그를 보았을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안에 인간들이 잡혀있지는 않군. 구출할 인간은 없는건가..."
이곳에 모인 3 만의 오크들은 기껏해야 오크 로드 아조그가 인간들을 경계하라는 보낸 잔챙이들에 불과할 것이었다.
오크들에게 잡힌 인간들의 경우 남자들은 각자의 재주들에 따라서 노예처럼 부려먹히다가 탈진해서 쓰러지면 그대로 목을 쳐서 죽음을 맞이하게 할터였고, 여자들의 경우는 외모가 반반할 경우 그 즉시 성노로 전락하게 되어버린다.
당연하게도 그런 용도로 쓰이는 인간들인만큼 오크 로드인 아조그가 있는 오크들의 본 지역으로 보내지게 될 터였다.
이곳에 남아있는 인간은 그렇기에 아무도 없는 것이었다.
"블레이즈 템페스트."
8 서클의 마법, 블레이즈 템페스트가 불꽃의 폭풍우를 일으키며 진지의 내부로 파고 들어갔고, 경비를 서고 있던 두 마리의 오크가 휩쓸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콰아아아아앙!
"끄에에에!"
"크륵, 적이다!"
"적습이다!"
오크들이 사방에서 난리가 났다.
방금전 그가 날린 공격에 의해 수천 마리에 달하는 오크들의 목숨이 끊어졌기 때문이었다.
"마법이다. 분명 대마법사인 인간이 있을 거다. 크륵!"
오크들 중에서 마법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이 있는 오크는 있었는지 아직도 2만 5천이나 남은 오크들 중 누군가가 소리치는 것이 반경 100 km를 그의 영역 범위로 삼은 카이라스에게 정보 처리가 되어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태연한 표정으로 한 걸음 앞으로 걸었고, 그가 한 걸음 앞으로 걷는 순간 그의 시야가 뒤바뀌었다. 공간이동을 통해 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것이었다.
"인간이다!"
"마법사 인간이다!"
"습격자다!"
오크들은 각자 카이라스를 가리키며 소리쳤고, 카이라스는 자신에게서 풍겨지는 위압감을 거두었다.
덤비지도 못하고 그냥 벌벌 떨기만 하는 벌레들을 죽이는 것보다 발악을 하는 꼬라지를 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크아아아!"
그리고 과연 그의 의도대로 오크들 중 몇 놈이 괴성을 내지르며 각자 자신들의 무기를 들고 카이라스에게 덤벼들었다.
"호오~"
그 중에서는 제법 성취가 좋은 오크들도 있었기에 오러 블레이드들을 뿜어내는 오크들도 여럿이었고 좀 낡기는 했지만 오러 블레이드를 생성해내고 있는 무기들은 그 위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물론 카이라스는 충분히 무시할 수 있었지만.
"운디네."
그리고 카이라스가 정령의 이름을 부르자 거대한 물의 마나의 파동이 일어나며 푸른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드리우고 푸른 색 눈동자를 지닌 푸른색 원피스의 아름다운 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가 등장할 때 벌어진 파동에 의해 소드 마스터 급의 오크들은 황급히 오러 블레이드를 거두며 뒤로 물러났고 이윽고 나이는 20대 중반 쯤 되보이는 성숙한 미모를 지닌 그녀는 살짝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카이라스에게 인사를 했다.
[주인님, 안녕. 나 보고 싶었지?]
바로 최근 물의 마나들을 잔뜩 흡수함으로서 단숨에 최상급을 뛰어넘어 물의 정령왕의 경지에까지 오른 운디네가 그녀의 정체였다.
하급정령으로 태어나 계약자 하나를 잘 만나 단숨에 정령왕의 경지에까지 오르게 된 그녀가 카이라스에게 느끼는 호감도는 당연히 지대했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해도 이상치 않을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주변의 오크들은 그녀를 가만히 냅둘 생각이 없었다.
"여자다! 크륵!"
"예쁜 여자다!"
당연하게도 주변의 오크들은 침을 주르륵 흘리고 운디네를 쳐다보고 있었다.
[기분 나빠!]
운디네는 바로 화를 내면서 20m가 넘는 강력한 절단력을 가진 회전하는 물의 칼날을 만들었고 그 물의 칼날이 순식간에 그녀를 보고 침을 흘리던 오크들의 몸을 두동강 내버리자 오크들 사이에서 싸한 침묵이 나돌았다.
"마녀다!"
"크륵, 마녀 계집이다!"
졸지에 정령왕이 마녀로 취급받는 상황에 운디네의 고운 이마가 파르르 떨려왔고, 운디네가 붉은 입술을 깨물면서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주, 주인님. 이 못생긴 것들...다 죽여도 될까?]
"아니, 잠시 시험을 해보려는 것이 있어서 말이야."
[칫, 그거 시험해보려고?]
카이라스의 말에 운디네는 살짝 아쉬운듯 토라진 소리를 냈지만 카이라스의 명령에는 순순히 따르겠다는듯 얌전히 그의 옆으로 이동해왔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작게 중얼거렸다.
"엘리멘틀 아머."
슈우우우!
그리고 운디네의 몸에서 빛이 남과 동시에 빛의 구체와 같이 변한 그녀의 몸이 카이라스를 향해 날라가 바로 그와 충돌을 했고 이윽고...
철컹-
푸른 색의 갑옷을 입게 된 카이라스가 오크들의 앞에 서있었다.
"갑옷 형태는 마법사인 나에게 그닥 좋지는 못하지만...뭐, 물의 정령왕의 힘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장점이 있으니 괜찮지."
그리고 카이라스는 가볍게 손을 저었고, 그러자 그가 손을 저은 곳에서 수많은 물의 공들이 마구 난사되었다.
타타타타타타!
"크에엑!"
"키엑!"
운디네를 경계하다가 카이라스가 이상한 갑옷을 입고 운디네의 모습이 사라지자 다시금 공격을 하려던 오크들은 갑자기 작은 물공들이 자신들의 몸을 관통하면서 어마어마한 고통을 주자 비명을 질러대고 죽어가기 시작했다.
"죽어라, 인간!"
당연히 카이라스에게 공격해오는 오크들도 있었지만 카이라스가 한 번 팔을 휘젓자 거대한 물의 장벽이 일어나더니 이윽고 오크들의 전신을 뒤덮었고 오크들은 그리하여 평지에서 질식사하는 희귀한 경험을 인생의 마지막으로서 체험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