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5화 〉[다크 드래곤 로드, 세르티네스의 브레스]
카이라스는 운디네와 함께 살짝, 아니 좀 많이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는 바로 세르티네스와 역할을 바꿨는데 세르티네스가 그의 존재를 숨겨주지 위해 주변을 통제하던 것을 이번에는 그가 주변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론 그는 결계의 밖으로 챙길 것들을 챙겨서 나간후 통제를 하고 있었다.
세르티네스의 브레스에 휩쓸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인님, 여기까지 피해야해?]
"운디네, 정령왕이라고 해도 고생하기 싫으면 여기 있는게 좋을거야."
카이라스는 운디네에게 진심이 담긴 충고를 했고, 운디네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에? 그 정도로 위험해?]
운디네의 물음에 카이라스는 고개를 살포시 끄덕였다.
"후후, 물론. 세르티네스는 명색이 다크 드래곤 로드니까 말이야."
그리고 서서히 머리부터 꼬리까지 550 m에 달하는 도저히 생명체라고 부를 수 없는, 그야말로 산이나 다름 없는 상식을 초월하는 거대한 크기의 검은 색의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세르티네스가 폴리모프를 해제하고 인간 미녀로서의 모습이 아닌 본래의 드래곤으로서의 모습을 선보인 것이었다.
'내가 만들어준 육체이긴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준 육체이긴 하지만 육체에 익숙해지려면 상당히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특히나 드래곤의 육체의 경우 일반 인간의 영혼을 넣을시에는 인간과는 감각 부분부터가 모두 다르기에 익숙해지려면 10 년은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본래의 육체과 같은 성능들을 지녔기 때문인지 세르티네스는 아주 잘 다루고 있었다.
카이라스가 만들어낸 저 육체는 엄연히 그냥 단순하게 창조한 것이 아닌 세르티네스의 기억에 따라서 만들어진 육체였고, 즉 다른 대마왕들의 합공으로 인해 지금은 마계에 껍데기만 남은 육체와 비교해서도 조금도 다르지 않는 성능을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외형적인 부분에서는 약간 다르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성능 자체는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으니 세르티네스가 괜히 저 육체를 가지고 흡족해했던 것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뿔이 달린 길다란 꼬리, 늘씬하면서도 유연해보이는 몸통, 다른 다크 드래곤들에 비해서 덩치가 큰만큼 유달리 튼튼하던 거대한 날개 등 그의 육체가 가지고 있던 장점들은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으니까.
솨아아아아아
그리고 세르티네스의 입에서 드디어 지상을 향해 브레스가 뿜어졌고, 오크들의 마을과 3 만에 달하는 곳곳에 흩어져있던 시체들이 일제히 흔적도 없이 부식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평지를 죽음의 대지로 만들어버리는 가공할 힘!
바로 블랙 일족의 드래곤들이 가지는 권능이라는 무시무시한 독성 계열의 힘인 포이즌 브레스였다.
'저것 한 방이면 100 만 대군도 살아남지 못하겠지.'
세르티네스의 독성의 가공할 위력을 담담하게 지켜보는 카이라스는 저것을 막아줄 마법사가 없다면 블랙 드래곤들의 포이즌 브레스의 위력이 대량학살에는 얼마나 가공할 위력을 보이는지 잘 알고 있었다.
포이즌 브레스는 단순히 한번 뿜어지고 끝이 아니라 독성이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퍼져나가는데 그 독성은 히드라의 맹독과 비교해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았기에 몸에 닿는 즉시 즉사였다.
물론 소드 마스터들의 경우는 오러 베리어를 전신에 두르고 있는 것만으로도 포이즌 브레스가 자신의 몸에 닿기 전에 모두 태워 없애버리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고위 마법사들의 경우는 광역 큐어 포이즌 필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자신의 주변에 포이즌 브레스를 다 정화시켜버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하는 일반 병사들에게는 가장 살상력이 좋은 것이 바로 포이즌 브레스였다.
다행스럽게도 시공회귀 이전, 개인주의를 선호하던 블랙 드래곤들은 개인주의를 없애고 단체주의 및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할 것을 강요하던 드래곤 로드인 에라시안을 무척이나 싫어해 그녀를 따랐던 블랙 드래곤은 정말 극소수였었다.
그리고 그 블랙 드래곤들은 성질이 드러운 드래곤들 중에서도 유달리 성질이 드러웠기에 특히나 많이 나댔었고, 인간들의 절대강자들과 싸우다가 전쟁이 시작한지 몇 년이 되지 않아서 전멸 직전에 가기도 했다.
에라시안을 따르지 않던 블랙 드래곤들은 미래에서는 모두 마계로 도주했기에 중간계에 남아있던 마지막 블랙 드래곤들은 서서히 죽어가다가 마지막 남은 두 마리는 모두 카이라스의 어머니인 엘리나의 손에 의해 쓰러졌었다.
첫 놈은 엘리나가 쓰러뜨렸던 3 마리의 드래곤 중 하나였고 마지막 한 놈은 9 마리의 드래곤들이 엘리나를 생포하기 위해서 협공을 할 때 엘리나의 필사적인 저항에 의해 재수없게 죽어버린 놈이었다.
마지막 블랙 드래곤을 쓰러뜨린 후 힘이 빠진 엘리나는 그대로 드래곤들에게 생포되어 끌려갔었고 거기서 엘프들에게 하사된 그녀의 비극이 시작됬던 것이었다.
'세르티네스가 블랙 계열이긴 하지만 다크 드래곤이고 믿을 수 있지.'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세르티네스를 신뢰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딸인 아이리스를 맡길 정도로 신뢰를 하고 있었고, 카이라스는 세르티네스가 마계를 그리워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을 행복해하고 있었고, 그녀와 정신이 연결되어있는 카이라스는 무심하던 삶이 아닌 행복한 지금의 삶을 그녀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음도 느낄 수 있었으니 그녀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당연했다.
[큐어 포이즌 필드.]
그리고 오크 마을 전체를 뒤덮는 것을 넘어서 차단된 공간 전체를 뒤덮기까지한 가공할 세르티네스의 포이즌 브레스의 영향들이 그녀 자신이 쓴 마법 한 방으로 손쉽게 사라졌다.
포이즌 브레스도 닿는 즉시에 흔적도 없이 한줌의 독수로 변해버리니 두려운 것이었지 닿기 직전에는 마법이나 오러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닿는 즉시 방어를 튼튼히 하는 고위 마법사나 소드 마스터가 아니라면 죽겠지만.'
그렇지만 독성이 워낙 강렬하다보니 그 강력한 독성에 저항할 수 있는 소드 마스터나 6 서클 이상의 고위 마법사가 되지 못했을 경우는 죽는 시간을 몇 초 연장할 수 있을 뿐 죽는다는 것은 똑같았다.
히드라의 경우는 그 날카로운 이빨로 오러 베리어를 관통하여 독을 침투시키기에 위험한 것이었지만 그나마 포이즌 브레스는 그런 것이 없이 오러 베리어나 방어 마법 및 큐어 포이즌 필드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지만.
그리고 세르티네스는 거대하던 드래곤의 모습을 해제하고 다시 인간 미녀의 모습으로 변한채로 카이라스의 옆으로 이동해왔다.
"이 정도면 블랙 드래곤이 포이즌 브레스로 오크 떼를 학살한 후, 독을 모두 마법으로 없앤 것으로 보일 거다. 카이라스."
"후후, 그렇네. 수고했어."
카이라스가 쳐두고 있던 막으로 인해서 밖에서는 세르티네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카이라스와 카이라스와 계약한 정령인 운디네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 근방에 있던 부족민들도 혹시 저 멀리 있을 오크들도 세르티네스의 거대한 모습을 보지 못했겠지만 3 만의 오크들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던 자들은 이것이 블랙 드래곤이 관여된 일이라는 것을 알게될 것이었다.
'대지의 기억도 조작해뒀으니.'
카이라스는 대지의 정령들을 통해서 혹시나 드래곤들이 정보를 확인하려들 것을 염려하여 미리 대지의 정령들의 기억 역시 조작해둔 상태였다. 그들이 기억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었다.
'이제 양 떼들도 있고, 린에게서 받은 것도 있으니 일단 에이미를 만나는 것 외에도 카나타 연합왕국에 접근하기도 쉬워지겠지.'
카이라스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세르티네스를 바라보았다.
"세르티네스, 이제 돌아갈 생각이야?"
"응, 그럴 생각이다. 리스를 돌봐줘야하거든."
카이라스는 그녀의 말에 키득 웃으면서 말했다.
"3 살 소녀를 돌보는 대마왕이라니, 뭔가 언밸런스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아?"
"상관없다. 어차피 내가 대마왕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니."
그렇게 말한 세르티네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운디네를 바라보았다.
"카이라스, 이 녀석을 잘 부탁한다."
[응, 맡겨두세요.]
운디네가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세르티네스는 카이라스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황금색 눈동자가 살짝 카이라스의 검은색 눈동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럼 나는 이만 가도록 하겠다. 카이라스, 부디 일이 잘되기를 빌겠다."
"알았어, 이따가 밤에 찾아갈께."
"후후, 기대하겠다."
세르티네스는 텔레포트를 통해서 황궁 쪽으로 단숨에 사라졌다.
그리고 세르티네스가 떠나자마자 카이라스 역시 운디네의 손을 잡고 바로 공간이동을 해서 자리를 벗어났다.
'이제 3 만의 오크들은 사라졌으니 이 근방 사람들은 당분간 편안할까?'
자리를 벗어나 근처에 있는 바위산 위로 올라온 카이라스는 주변에서 갑자기 시야들이 바뀌어서 울어대는 양떼들을 무시한채 운디네의 손을 살포시 놓으면서 고민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오크 로드 아조그라면 다시금 이곳에 오크들을 파견할 터였다. 물론 파견을 나온 오크들이 공격을 한다고 해도 인간들 사이에 섞여서 그가 깔끔하게 모두 죽여줄 수 있지만.
"운디네, 당분간 밤을 제외하곤 카나타 연합왕국에서 잠깐 시간을 보낼테니 사고치지 말고 얌전히 행동해. 알겠지?"
카이라스의 말에 운디네가 살짝 볼을 부풀리고 말했다.
[우~주인님, 날 뭐로 보는거야? 이 운디네에게 맡겨둬.]
자신만한하게 그렇게 말한 운디네의 모습에 카이라스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고만 치지 않으면 그걸로 좋아. 일단 물의 부족에서는 물의 정령사들과 정령들은 대우가 좋으니까."
그리고 카이라스는 운디네와 함께 물의 부족들이 있는 곳으로 양떼들을 데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양떼들이 당연히 처음보는 카이라스의 명령을 따를리 없었지만 동물들의 정신을 조종하는 것 쯤은 10 서클 마스터인 카이라스에게는 일도 아니었으니까.
* * *
푸른 머리카락의 작은 소녀가 가만히 앉아서 과자를 먹고 있었다.
아직 13 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소녀인 그녀의 표정은 참으로 무표정해보였는데 얼핏 보면 백치가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무표정한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마치 인형처럼 귀여운 용모를 지니고 있었기에 그녀의 그런 모습은 오히려 사랑스럽기 그지 없어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소녀는 아무도 부족 내에서 무시하지 못했다.
이 소녀는 바로 물의 부족 내에서도 수가 100 명을 넘기 힘들다는 주술사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그냥 주술사가 아니었다. 고위급에 속하는 주술사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물의 주술사가 바로 그녀의 정체였다.
그녀의 이름은 에이미 클리어워터, 바로 카이라스가 찾고 있는 미래의 그의 여자 중 하나인 소녀이자 미래에 물의 대주술사라 불리는 최강의 주술사가 될 소녀였다.
"맛 없어..."
그렇지만 지금의 그녀는 자주 먹던 과자가 질려지게 되어 새로운 과자를 원하는 소녀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