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6화 〉[카나타 연합왕국의 물의 부족] (216/380)



〈 216화 〉[카나타 연합왕국의 물의 부족]

물의 부족은 카나타 연합왕국에서도 제법 유명한 부족이었다.

100 명에 달하는 물의 주술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유였지만, 물의 부족의 전사들의 경우는 다른 부족의 전사들에 비해 유달리 재빠른 신체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의 부족의 전통의 마나연공법은 물의 속성을 지닌 마나를 체내에 쌓게 해주기에 이 마나연공법을 익힌 자들은 한정된 마나가 몸에 쌓이게 되지만 그 대신 그들은 일반적인 다른 전사들에 비해 빠른 신체능력을 지니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물의 부족의 가장 유명한 것을 꼽자면 바로 치유의 힘이었다.

물의 마나의 힘을 쌓은 그들은 다른 부족들에 비해 빠른 치유력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나으려면 일주일이 걸리는 상처도 반나절이면 낫게 되는 것은 기본이었고 또한 마나를 통해 내부의 상처를 치료할때 역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빠른 회복력을 지니고는 했다.

그리고 물의 주술사들의 경우는 다른 속성의 주술들은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지만 대신 치유의 주술에는 상당히 특화가 되어있었고, 물의 주술사들은 그로인해 카나타 연합왕국에서는 거의 신관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물의 부족의 전사들의 종합적인 전투능력은 뇌전의 부족이나, 바람의 부족, 얼음의 부족, 그리고 불의 부족 등에 비하면 떨어졌지만 치유의 힘에 특화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카나타 연합왕국에서 끼칠 수 있는 힘은 상당했다.

그리고 그런 물의 부족을 방문할때 카이라스는 마법왕으로서의 복장인 검은 롱코트의 차림으로 천천히 정문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유목민족인 물의 부족들은 정해진 자리에 오래 있지 않고 카나타 연합왕국 내를 자주 이동하기에 거대한 성채가 아닌 그저 가벼운 목책들만이 세워진채 목책의 문 앞에 문지기들이 경계를 위해 서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 문지기들은 자신들에게 양떼를 몰면서 다가오는 두 남녀를 보고 살짝 창을 겨누며 정지하라는 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정지,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물의 부족들의 언어는 카르시스 제국을 포함한 대륙공용어와는 틀렸다.

그도 그럴것이 카나타 연합왕국은 제 2의 마도시대 때 당시의 언어를 그대로 쓰는 부족들도 여럿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카나타 연합왕국으로 각 부족들을 비롯해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대화가 통하기 위하여 제 2의 언어로서 대륙공용어를 익히기는 하지만 고유의 언어들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제 3의 마도시대인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고, 그들 역시도 고대 문명 당시의 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언어를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고대어들을 모두 옛날에 마스터한 천재였다.

"카르시스 제국 황제 폐하의 명으로 오게 되었소."

카이라스는 바로 아이린이 작성해준 문서 한 장을 꺼내들었다. 고급스러운 종이에 황제의 도장이 찍혀있는 진퉁이었지만, 애석하게도 문지기들이 그것까지 알아볼 능력은 없었다.

"잠시만 부족장님께 다녀오겠다."

그렇지만 카이라스에게서 풍겨지는 위압감에 양떼들이 저렇게 얌전히 따라오는 모습을 보고는 동행한 병력들이 없는 것이 혹시나 카르시스 제국에 있다는 대마법사를 사신으로 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무례를 범하지 않은 문지기들 중 한 명이 얼른 카이라스가 보여준 아이린의 친필이 담긴 문서를 들고 부족장에게로 달려갔다.

달려가는 속도가 제법 빠른 것이 과연 물의 부족 다운 속도였다.

그리고 10 분 정도 지났을때 꽤나 강렬한 기세를 풍기는듯한 푸른 수염의 사내가 오우거의 가죽으로 만든듯한 가죽갑옷의 차림새로 주변에 3 명의 사내와 1 명의 여인을 대동한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물의 마나를 익혔기 때문인지 모두 푸른 색의 머리카락들을 지니고 있었는데 카이라스는 저들 넷이 대주술사 급에 속하는 자들임을 바로 알아보았다.

시공회귀 이전의 에이미에 비할 수준은 아니지만 느껴지는 기운들만을 감지해도 저들의 실력이 파악이 되었는데 카이라스가 볼 때 저들의 실력은 8 서클의 대마법사들과 비교해서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카이라스의 눈에는 살짝 이채가 돌았는데 푸른 수염의 사내가 바로 익숙한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를 아는 것은 아니었고 그와 무척이나 닮은 용모를 지닌 사람을 알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제가 이 부족의 족장인 아브라함 클리어워터라고 합니다."

물의 부족의 부족장인 아브라함은 카이라스에게 공손하게 예의를 보였고, 카이라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예의를 보였다.

"카르시스 제국,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인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쪽은 저와 계약한 물의 정령왕인 운디네라고 합니다."
[잘 부탁해.]

카이라스가 소개를 해주자 운디네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손을 들었고 운디네의 정체가 물의 정령왕임을 알게되자 아브라함의 눈에 놀라움이 깃들여졌다.

"허, 당신이 그 소문의 마법왕이셨군요. 거기에 물의 정령왕의 계약자라니, 전혀 몰랐습니다."
"세상에는 잘 알려져있지 않으니까요."

카이라스는 당연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아브라함은 신기한듯 카이라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우리 말이 무척이나 능숙하시군요?"
"배웠습니다. 그래서 린...아니 폐하가 절 여기로 보내신거죠."

카이라스는 일부로 린이라고 아이린의 애칭을 입에 담았다가 폐하로 고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뜻을 알아차린 아브라함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카이라스가 사신이라고 확신을 했는데 부족장 쯤 되는 그였기에 당연하게 그가 건네준 문서가 카르시스 제국 황제의 도장이 찍혀져있는 것임을 알아보았던 것이었다.

거기다가 그는 30 대에서 40 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그는 이미 80 세를 넘긴 상태였고 그저 그의 경지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올랐기에 젊어보이는 것 뿐이었다.

"일단 카르시스 제국 황제 페하의 사신이시니 안으로 드셔서 시원한 것이라도 한 잔 하며 얘기를 하도록 하지요."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아, 저 양떼들은 근방의 오크들을 전멸시키고 빼앗아온 것인데 카르시스 제국의 이름으로 물의 부족의 부족장께 예물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카이라스의 말에 아브라함의 눈에 살짝 이채가 서렸다.

유목민인 그들에게 있어서 양떼들은 참으로 값진 보물이었다. 그들에게 양젖도, 양털도, 양고기도 모두 양이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양들이 대충 100 마리는 되어보이니 물의 부족에 양이 늘어나는 것은 부족장으로서는 무척이나 기쁜 일이었다.

더군다나 저 양들은 카이라스는 분명 부족장께 예물로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100 마리의 양들이 부족 공통의 소유물이 아닌 전부 자신의 소유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신기한듯 주변을 구경하는 운디네와 함께 물의 부족의 안으로 들어갔고 곳곳에 천으로 된 텐트를 쳐놓고 자신을 신기한듯 바라보는 부족민들의 시선 속에서 카이라스는 에이미를 찾기 위해 100 km 내의 반경을 확인했고, 에이미의 기척을 발견하였다.

'에이미...'

카이라스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 그녀에게 달려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그런 욕구를 억눌렀다.

지금 그는 카르시스 제국의 사신의 입장도 겸하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아이린은 그냥 그가 찾아갈 명분만 쥐어주었기에 사신의 노릇 같은 거는 제대로 안해도 상관은 없었지만 그가 이곳을 찾은 목적은 단순히 에이미를 보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앞으로 다가올 대전쟁을 대비하여 인류가 보다 협동적이 될 수 있게 카나타 연합왕국 역시도 카르시스 제국에 우호적이 되며 동시에 그들이 가진 호전적인 성향을 이종족들에게 돌리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넓은 나무 식탁 하나를 놓고 나무 의자에 앉아서 마주보게 된 카이라스는 지금이 점심시간임을 기억했다.

'물의 부족의 문화는 사신을 부족장이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을 최고의 접대행위라 생각했지.'

아름다운 미녀도 아니고 푸른수염이 꺼칠꺼칠한 아저씨랑 마주 보고 식사를 하니 웬지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카이라스는 반사적으로 옆의 운디네를 바라보았다.

물의 정령왕인 그녀 역시도 카이라스의 옆에 자리가 마련되어있었는데 물의 부족에서는 물의 정령사들도 몇몇 있었고 또 엘프 정령사들은 싫어하지만 인간 정령사들과 인간과 계약한 정령들은 무척이나 좋아하는 카나타 연합왕국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운디네가 이런 대접을 받는 것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이윽고 유목민족들에게서 최고의 식사라 할 수 있는 구운 양고기를 비롯해 양젖으로 만든 마유주가 나왔고 그 외에도 간단한 식사거리들이 나왔다.

전체적으로 볼때 미식가인 카이라스의 입맛에 맞을 요리는 아니었지만, 카이라스는 아공간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었다.

"흐음? 그것은 무엇이오?"

양고기를 뜯어먹으려던 아브라함은 카이라스가 아공간에서 꺼낸 무엇인가를 보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보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그의 아내들이 아닌 40 대의 수염이 까칠한 아저씨에게 그런 시선을 받는 카이라스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스 라고 합니다. 고기 류에 뿌려먹는 소스인데 적절히 찍어먹으면 고기의 맛이 좋아지죠. 한 번 맛보시겠습니까?"
"흐음! 고맙소."

아브라함은 카이라스가 고기를 소스에 찍어먹는 광경을 보자 맛이 궁금했는지 카이라스에게 받은 소스를 고기의 옆에 뿌린후 고기를 살짝 찍어 먹어보았다.

"?!"

그리고 그는 신세계를 맛보았다. 여태까지 유목민족으로 살아오면서 음식은 배만 채울 수 있으면 된다가 대부분인 그였지만 지금 먹은 소스를 바른 고기는 맛이 확연히 틀렸다.

"맛...있구려."

그리고는 계속해서 소스를 찍어서 마구 고기를 순식간에 비워대는 그의 모습에 카이라스는 속으로 살짝 질렸다.

물론 많이 먹는 것에 질린 것은 아니었다. 바로 고기를 먹어치우는 그의 속도에 질린 것이었다.

정말 가공할 속도였다.

'그러고보니 에이미도 먹는 것을 많이 좋아했지.'

그가 아는 정보에 따르면 눈 앞에서 허겁지겁 고기를 먹어치우는 저 40 대 모습의 영감님은 바로 에이미의 백부 할아버지 뻘 되는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카이라스는 굳이 이렇게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주던 것이었다.

그리고 양고기를 모두 먹어치웠을때 카이라스가 말했다.

"소스가 마음에 드셨나본데 몇 개 더 있는데 필요하면 드리겠습니다."
"저, 정말인가? 크흠, 이 고마움은 잊지 않겠네."

그리고 아브라함은 수하에게 무엇인가 신호를 보내었고,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른 머리카락에 상당히 풍만한 몸매의 미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상당히 지적으로 보이는 용모에 청순가련한 용모를 가진 그녀는 어딜가든 미녀 소리를 들은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내 셋째 아내인 에스더일세."
"아, 네 상당한 미인이십니다."

카이라스는 속으로는 살짝 긴장했지만, 겉으로는 그런 모습을 내보이지 않으며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그렇지만 그의 머리 속에서는 이미 하나의 가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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