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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7화 〉[카나타 연합왕국의 물의 부족] 2 (217/380)



〈 217화 〉[카나타 연합왕국의 물의 부족] 2

그리고 아브라함은 수하에게 무엇인가 신호를 보내었고,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른 머리카락에 상당히 풍만한 몸매의 미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상당히 지적으로 보이는 용모에 청순가련한 용모를 가진 그녀는 어딜가든 미녀 소리를 들은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내 셋째 아내인 에스더일세."
"아, 네 상당한 미인이십니다."

카이라스는 속으로는 살짝 긴장했지만, 겉으로는 그런 모습을 내보이지 않으며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그렇지만 그의 머리 속에서는 이미 하나의 가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브라함의 나이는 80 세가 진작에 넘었다. 그에 비해서 카이라스의 확인결과 에스더라고 하는 여인은 고작해야 20 살을 갓 넘긴 것처럼 보인다!

'주책 맞은 늙은이...'

카이라스는 루스칼리스보다 더한 주책늙은이의 모습에 혀를 찼지만, 그를 긴장하게 하는 하나의 사실이 떠올라 혀를 차기를 그만두었다.

'유목민들 풍습이 나오면 성가신데.'

유목민들이 손님에게 해주는 최고의 대접은 바로 자신의 아내를 옆에 앉히고 아내가 술잔에 술을 따라주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밤에는 침실에 아내를 보내어 자신의 아내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데 그것은 자신이 아내를 공유해줄만큼 깊은 우정과 호의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로서는 전자라면 몰라도 후자라면 결코 바라지 않았다.

품에 안은 여인은 무조건 책임진다는 사고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가끔 예외도 있겠지만.

그 예외가 떠오르자 카이라스는 자신의 옆에 빤히 앉아있는 운디네를 바라보았다.

외모로만 따지자면 정령들 중 가장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운디네인만큼 그의 아내들에도 비할 수 있을 미모였다.

하지만 그녀는 생명체가 아닌 정신체인 정령이었다.

당연히 임신 같은 것은 절대로 불가능했다.

물론 중간계에 소환된만큼 정령왕으로서 인간의 육체와 거의 차이 없는 육신을 지니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정령력으로 유지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었으니까.

'물론 저 정령력으로 만들어진 육체도 섹스는 할 수 있지만.'

그렇긴 하지만 당장은 나이만 자신보다 많아보이는(!) 철없는 사고뭉치 여동생을 데리고 있는듯한 기분이었다.

"응, 주인님?"

그리고 운디네는 신기한듯 물의 부족에서 가져온 고기를 썰어먹는 나이프를 들고 장난을 치다가 카이라스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깜빡이며 그를 불렀지만 고개를 돌려 외면한 카이라스는 이윽고 에스더의 소개를 받았다.

"에스더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에스더가 살짝 허리를 숙여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아브라함이 뭔가 눈짓을 하자 카이라스의 옆에 앉은 에스더는 공손하게 술잔, 아니 술바가지(!)을 술을 따랐다.

물론 술은 마유주였고, 마유주를 좋아하지 않는 카이라스는 미녀가 따라준 술이라고 해도 그닥 기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당장 아르테일 공작가에서는 대륙에서 손꼽히는 절세미녀들이 그의 와인잔에 최고급 와인을 따라주고는 했기 때문이었다.

차가운 카일라도, 도도하게 굴어대는 디아나도 카이라스의 와인에 와인잔을 따라준 적은 자주 있었고, 셀리나와 티세라의 경우는 아예 자청해서 따라주고는 했다.

뭐, 아이린 같은 경우는 서로 한 번씩 따라주고는 하지만 적어도 에스더가 따라주는 것 하나에 감격해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술바가지에 술을 공손하게 받은 카이라스는 예의 바르게 술을 받고는 바가지채로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허~마법왕이라더니, 의외로 사내 답게 술도 호쾌하게 들이마시는군."

단숨에 술을 바가지채로 들이키는 카이라스의 모습이 물의 부족의 부족장인 아브라함의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양 100 마리를 선물로 받은 그는 그만큼의 성의를 보여주고자 했는데 첫번째가 바로 자신의 아내 중 가장 아름다운 아내인 에스더를 시켜서 카이라스의 술시중을 듣게 한 후 밤에는 침대에 에스더를 보내 그녀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카이라스의 성의는 부족장 치고는 사람이 좋은 편인 아브라함에게는 이런 결과로 나타난 것이었다.

카르시스 제국은 여자인 아이린이 황제로 오를 정도로 남자들보다는 가능성은 적어도 어느 정도 여자들에게 기회가 있었지만 부족 사회인 이곳 유목민족들은 성정이 대부분 거칠었기에 여자들의 경우는 대부분 전리품으로 취급받고 있었다.

그나마 예외라면 주술사나 뛰어난 전사로 인정받은 여자들 뿐이었다.

강함을 숭상하는 것은 유목민족들 역시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오크나 늑대인간들과는 달리 부족장 같은 경우는 혈통으로 이어지기는 하지만 부족장들 역시 끊임없이 단련하고 강해지는 모습들을 보여주어야하는 의미가 존재했다.

그리고 외모만 아름다울 뿐 무술 역시도 그저 가벼운 호신술이나 건강을 위해 익힌 정도에 불과한 에스더는 철저하게 아브라함의 소유물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자네의 여자들은 하나 같이 경국지색의 절세미녀들이라고 소문이 들리던데 진짜 그렇게 아름다운가?"
"그렇습니다. 여기 운디네에 비해서 아무도 떨어지지 않는 미모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카이라스는 자랑 같지만 덜도 더도 아닌 딱 진실만을 말했다.

그렇지만 아브라함은 그것도 놀라운 것이었다.

운디네의 미모는 상식을 초월하게 아름다웠다. 그나마 정령이기에 그녀가 인간이 아니라 정령이라는 생각으로 평정을 유지하던 아브라함이었다.

그런데 인간인 여자들이(둘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은 당연히 모른다.) 그렇게 아름답다니?

자신이 얻은 여자들 중 에스더의 미모 역시 상당히 뛰어났지만 그녀들의 미모가 대체 어느 정도일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나중에 교역 상인들에게 모습 좀 확인하게 그림들이나 달라고 해야겠군.'

그렇게 생각한 아브라함은 천천히 스스로 마유주를 따라서 단번에 들이켜마셨다.

카이라스가 그 비릿한 맛을 잊기 위해 미각을 잠시 죽이고 단숨에 삼켜버린 것이었지만 아브라함은 그냥 단순히 자신의 호쾌함을 자랑한다는 의미로 들이켜마신 것이었다.

"그래, 카르시스 제국의 황제 폐하께서 우리 카나타 연합왕국의 물의 부족에게 무슨 용무로 마법왕인 그대를 사신으로까지 보냈는가?"

슬슬 카이라스의 식사도 끝났을 무렵, 아브라함이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그의 옆에는 여전히 운디네와 에스더가 앉아있었는데 운디네의 경우는 물의 정령왕이라는 이름이 아깝게 지루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장난을 하고 있었고 에스더는 그에 비해 다소곳하게 앉아있었다.

푸른 머리카락의 미녀를 둘이나 끼고 있으면서도 카이라스는 흔들림 없는 표정이었다.

루스칼리스였다면 본인이 건들기를 금기시하는 유부녀라고 해도 남편이 직접 주는 것이라면 사절 없이 받아먹을테니, 지금쯤 그였다면 이미 에스더의 치마 속에 손을 집어넣고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을테지만 카이라스는 루스칼리스와는 달리 대귀족 다운 예절 바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제안은 여기에 있습니다."

카이라스는 바로 아공간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서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가 건네준 종이는 위에는 대륙 공용어가, 아래에는 물의 부족의 언어가 적혀있었는데 그 내용은 당연하게도 외국어 공부시간에 제 2의 언어로서 대륙공용어를 익힌 아브라함은 위, 아래를 모두 읽을 수 있었다.

"교역? 하지만 우리는 유목민들이라 적당한 시기가 되면 이동을 해야하는데?"
"점차 물의 부족만이 아니라 카나타 연합왕국 전체에 교역을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카나타 연합왕국의 전사들에게는 어차피 우리 카르시스 제국의 북부가 아니더라도 싸울 대상이 있지 않습니까?"
"오크..."

카이라스의 말에 아브라함이 무의식적으로 오크라는 말을 내뱉고 중얼거렸다.

확실히 그들에게 있어서 수백년간 싸워왔던 카르시스 제국의 북부군들보다 증오스러운 것이 오크들이었다.

"카르시스 제국에서는 북부의 가문들과 카나타 연합왕국이 더 이상 싸움이 아닌 협조를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크들을 약탈해 얻은 전리품들에서 오크들의 시체들을 비롯해서 그들이 가진 양들의 경우는 거기 적힌대로 그 쪽이 60 : 저희가 40으로 나누며 대신 오크들에게 잡힌 포로들은 모두 그들의 선택에 따라 자유민으로서 원하는 곳에 가도록 하는거죠."

조건만 치자면 카르시스 제국 측의 조건은 오히려 자신들의 부족에게 더욱 이득이 가게 해주는 것이었다.

당장 전리품만 해도 60%를 자신들에게 넘기고 본인들은 40%만 가지겠다니 할 말이 없었다.

"흐음, 하지만 우리 물의 부족들이나 바람의 부족들은 약탈을 잘 하지 않지만 불의 부족들은 약탈을 즐겨하며 약탈혼이 풍습으로 남기까지 했네. 그건 어떻게 하겠는가?"
"약탈은 오크들에게만 한정합니다. 그리고 정 뭐하면 제가 가진 힘을 일부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카이라스는 필요하다면 무력시위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무시무시한 대전쟁이 기다리고 있는데 같은 인간의 힘이나 빼먹으려는 자들까지 용서해줄 정도로 그의 마음이 자비롭지 않기 때문이었다.

"크흠, 그런가..."

아브라함은 그랜드 소드 마스터이기에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를 체감했다.

그렇지만 소문을 자주 신경쓰는 그는 10 서클 마스터인 카이라스의 힘이 얼마나 가공한지에 대해서도 듣기는 했지만 별로 신뢰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카이라스가 자신보다 강하고, 대륙에서 제일 강한 인간이라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었기에 그의 진정한 무력에 대해 호기심도 있었고 또 그라면 힘으로 다른 부족들을 제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슬슬 술을 했더니 갑자기 미녀의 속살이 맛보고 싶어지는군. 아직 밤은 되지 않았지만 어떤가?"

그러면서 아브라함은 살짝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에스더를 눈짓으로 가리켰고 카이라스는 '나도 즐길테니 너도 즐겨'라는 뜻이 담긴 그의 말의 의도를 깨닫고 머리를 부여잡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곤란한데.'

카이라스는 잠깐 눈 앞의 저 영감님이 남색 취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였다. 왜 이리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호의를 보이며 첫만남에 최고의 손님에게만 보이는 호의라는 아내까지 맛보게 해주려고 하는가?

그리고 에스더를 바라본 카이라스는 그녀의 청순가련한 용모를 보고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고생이 많구나. 나이는 스물을 갓넘긴거 같은데.'

그렇지만 약탈혼 같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신들끼리의 문화까지 터치할 정도로 카이라스가 남의 문화에 존중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난감했다.

'난감한데...에스더, 저 여자랑 섹스를 하지 않으면 유목민족들의 법규상 최악의 모욕이 될텐데 말이야. 거기다가 재수없으면 에스더 저 여자가 손님접대를 못했다고 칼 맞아 죽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아무리 선물이 좋았다지만, 자신이 존중받을 강자라지만 이 호의는 너무 과한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한 가지 의문을 추가로 품었다. 그리고 그것은 무척이나 가능성이 높은 가설이었는데 특히나 아직 저녁도 안된 지금부터 섹스를 하라고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것은 그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었다.

'혹시 이 남자,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랑 섹스하는 장면을 보고 흥분하는 계열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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