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2화 〉[선물을 요구합니다.] 3
"진철(眞鐵)이라고 불릴 정도로 단단함으로는 미스릴조차 가뿐히 능가한다는 금속인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진 갑옷입니다. 더군다나 충격흡수를 비롯한 다양한 기능의 마법들이 새겨져있죠."
카이라스가 준 것은 그야말로 초고대문명의 유적에서나 나올 법한 어마어마한 보물이었다.
당장 카르시스 제국에서 저 갑옷이 알려진다면 정말 부르는게 값일 것이었고, 그걸 탐내지 않는 검사들이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카이라스는 이미 제조법은 모두 알고 있었기에 언제든 재료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물품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의 기준에서야 그렇지, 아브라함에게 있어서는 정말 굉장한 보물이었다.
진금(眞金)이라고 불리는 신의 금속, 오리하르콘.
진은(眞銀)이라 불리는 드래곤의 스케일에 맞먹는 강도를 지녔다고 하는 축복의 금속, 미스릴.
진철(眞鐵)이라고 불리는 단단함으로는 최강이라 불리우는 최강의 금속, 아다만티움.
그 중 오리하르콘과 미스릴은 착용자가 마나를 불어넣을시 오러건 마력이건 증폭시켜주는 힘이 있었다. 심지어 불어넣어진 신성력도 증폭시켜주기에 신전의 성기사들은 최고위의 성기사들은 오리하르콘이 함유된 무기를 사용하고 그 이외의 경우는 미스릴제 무기를 사용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아다만티움의 경우 신성력의 증폭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고 오직 마나에 기반을 둔 오러나 마법사의 마나 소드 같은 종류들만을 증폭시켜주었기에 아무래도 신관들의 사이에서는 찬밥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단단함은 오리하르콘에 필적, 아니 그 이상인데다가 마법 공격이나 주술 공격, 혹은 저주 등에 강력한 저항력들을 지니고 있어 이를 이용한 마법 갑옷은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착용시에는 어마어마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당장 웬만한 오러 블레이드는 그냥 오러 베리어가 없이도 그냥 갑옷에 명중해도 몇 방은 흠집 하나 없이 버텨낼 수 있었고, 또한 6 서클 이상의 마법들이 닿더라도 몇 방은 버텨낼 수 있었으니 이 갑옷을 착용한 상태에서 오러 베리어를 사용할 경우는 그 위력이 남달라지는 것이 당연했다.
'카일라 누나의 쇼크 웨이브 계열의 기술 같은 것도 어느 정도 흡수해주고 말이야.'
충격을 흡수한다는 것은 단순히 대검 같은 것으로 후려쳤을때 그 충격이 육체에 전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카일라의 쇼크 웨이브 같은 충격파 계열의 속성들을 막아준다는 것도 의미하고 있었다.
물론 그랜드 소드 마스터 상급에 이른 카일라가 일으키는 쇼크 웨이브의 힘은 저 아다만티움 갑옷으로도 완전히 막아낼 수 없겠지만 적어도 위력을 대폭 떨어뜨리기는 충분했다.
그런 갑옷이었으니 아브라함으로서는 도저히 기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호탕한 사내라고 자부하고 있는 아브라함은 크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아무리 친구 사이라지만 이런 선물을 받았으니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군. 내가 가진 보물 중에서 가장 값진 보물을 주도록 하겠네."
그렇게 말한 아브라함은 바로 에스더를 향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에스더, 오늘부터 네가 섬길 사람은 더 이상 내가 아니다. 내 친우, 카이라스인 것을 명심해라."
"네, 부족장님."
...참으로 간단했다.
카이라스는 이렇게 될 것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눈으로 보니 황당하다는 느낌이 살짝 뜨는 것은 그도 어찌할 수 없었다.
말을 하는 아브라함도, 에스더도 당연하다는듯 말 한 마디로 둘은 더 이상 부부가 아니게 된 것이었다.
애초 에스더는 말이 아내였지 아무런 힘도 없이 그저 미모만을 가졌던 그녀는 그저 아브라함의 소유인 여자들 중 가장 아름다운 미모를 지녔기에 카이라스에게 즐기라고 보내줬을 정도로 물건 취급을 받고 있었었다.
그렇기에 그녀를 카이라스에게 넘겨주는 것 역시 그의 마음대로였고, 너무나도 간단하게 에스더는 카이라스에게 선물로 보내진 것이었다.
그렇지만 에스더의 뒷구멍도 맛보지 못했던 아브라함이었기에 비록 이제 처녀가 아니게 되었다지만 아까운 것은 아까운지 에스더를 살짝 아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그 눈빛도 금새 털어버렸다.
'자고로 남자는 쿨해야하는 법.'
물의 부족의 부족장인 그는 스스로를 호탕한 남자이자 쿨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에스더에 대한 미련도 금새 떨쳐버렸고 대신 자신이 착용한 갑옷을 바라보며 히죽 웃고 있었다.
'오크들이라도 나중에 사냥하러 가야겠군. 이 갑옷이 얼마나 효과가 좋을지 궁금하구나.'
그런데 문득 아브라함은 한 가지 사실을 놓쳤던 것을 떠올렸다.
갑옷을 착용하는 법은 알겠는데 도저히 벗는 법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런데 이건 대체 어떻게 해제하는건가?"
"그냥 갑옷을 벗고 싶다고 생각하며 해제라고 말하면 알아서 팔찌 형태로 돌아갑니다."
카이라스는 에스더가 건네주는 양고기 꼬치 하나를 입에 삼키면서 그의 질문에 대답해주었고 아브라함은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해제."
그리고 그의 갑옷들이 서서히 해제되어가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윽고 점점 축속되고 모습이 변화되어 그의 팔에 채워진 팔찌로 완벽히 변하였다.
"따로 갑옷을 챙길 필요가 없다는게 편리하군."
아브라함은 이 새로운 갑옷과 단검을 무척이나 만족해했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기 시작한 그는 먹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계속 앉아서 조금씩이라도 먹고 있던 카이라스가 꼬치를 다 먹기도 전에 꼬치를 다 먹어치웠다.
그리고 그가 다 먹어치운 후 3 분이 지난 후에 양고기 꼬치를 다 먹어치운 카이라스는 천천히 본론을 얘기했다.
"카르시스 제국의 제의는 생각해보셨습니까?"
카이라스라고 아브라함이 아까전 점심식사 시간 후에 에스더를 준 의도들을 모르지 않았다.
그저 순수하게 에스더를 손님접대용으로 자신더러 마음껏 즐기라고 빌려준 것이기도 하겠지만, 또 그가 에스더를 즐기는 동안 수하들의 의견을 물어보기 위함이었다.
반경 100 km 전역을 자신의 범위로 두고 있는 카이라스에게 그 정도의 정보를 얻기란 숨 쉬기만큼이나 쉬운 일이었으니까.
"일단 우리 부족은 수락하기로 결정이 났네. 하지만 다른 부족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마 다들 좋게 생각할걸세."
아브라함의 말에 카이라스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옆에 있던 에스더의 치마의 옆트임 사이로 살짝 손을 집어넣었고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물론 그의 의도는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에스더의 소유권이 이제 자신에게 있다는 것에 대한 알림.
이제 그녀는 이 물의 부족 내에서 부족장인 아브라함이 증인이 되어주는 하에 카이라스의 소유물이었고, 또 카이라스가 제법 그녀를 아끼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제 물의 부족에서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또 아브라함의 선물에 자신이 만족해하고 있다는 증표이기도 했다.
"우리 카르시스 제국에서 협정 체결을 기념하는 선물로 대규모의 밀가루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카이라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작은 반지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냥 투명한 다이아몬드가 박힌 평범한 반지였지만 이것은 마법 반지로 착용자는 아공간을 자유로이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 반지였다.
"이 안에 밀가루가 포대로 1만 포대는 들어있을 것입니다."
과연 대륙 최강의 제국인 카르시스 제국의 황제인 아이린이 쏘는 것 답게 통 역시 무척이나 컸지만, 황제 이상으로 부유한 아르테일 공작가의 차기 주인인 카이라스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크흠, 황제 폐하께 감사하다고 전해주게."
그저 협정 체결 기념으로 1만 포대의 밀가루를 조건 없이 주는 카르시스 제국의 대범함에 아브라함은 부러움을 느끼었지만 그걸 내색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며 감사를 표했다.
"주인님, 이제 슬슬 돌아갈 때 아니야?"
그리고 카이라스의 팔에 팔짱을 살짝 껴오며 여태까지 조용히 손장난을 치던 운디네가 카이라스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한 것이기는 했지만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아브라함의 귀에는 그대로 들려왔고 아브라함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러고보니 자네는 10 서클의 마스터라고 했으니 단번에 떠날 수 있겠군."
아브라함의 말에 카이라스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후후, 이동에는 마법이 참 편리하더라고요. 그런데 혹시 어리면서도 실력이 뛰어난 주술사 한 명을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카이라스의 이 부탁은 당연하게도 에이미를 염두에 두고 한 부탁이었다.
경우야 어떻든, 일단 아브라함과 깊은 친분을 얻게 된 그는 그것을 통해서 에이미를 데려가고자 하는 것이었다.
"주술사를? 어디 필요한 데가 있는가?"
아브라함이 의아해하자, 카이라스는 미리 준비해둔 대답을 했다.
"제가 실은 수많은 주술들을 얻게 된게 있는데 그것을 가르치고자 해서 그렇습니다.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나이에 실력이 뛰어난 주술사가 한 명 없겠습니까?"
"흐음, 그야 한 명 있기는 있네."
카이라스의 얘기를 듣고나자 아브라함은 서서히 카이라스가 원하는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에이미 클리어워터라고...내 조카 손녀 뻘 되는 아이인데 좀 괴짜 같은 성격이긴 해도 주술 실력만큼은 아직 13 살인데도 불구하고 고위 주술사들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는 아이일세."
"13 살이라, 적당하군요. 그 아이를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제 가문의 명예와 제 이름을 걸고 맹세코 절대로 해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카이라스의 맹세는 진심이었다.
그가 미쳤다고 그가 사랑하는 시공회귀 이전의 연인인 에이미에게 해를 끼치겠는가?
오히려 그는 에이미가 원하는 것은 정말 들어줄 수 없는 요구가 아니면 전부 다 들어줄 예정이었다.
만약 에이미가 하늘의 별을 따달라고 해도 그는 들어줄 수 있었다. 물론 행성 같은 것은 세상이 멸망할 미친 짓이니 제외하고 운석 정도 쯤은 얼마든지 부를 수 있었으니까.
"흐음, 그렇지만 그 아이는 일단 고위 주술사이니 그 아이의 의사도 물어봐야할듯 싶네."
"제가 설득을 해보겠습니다."
아브라함의 말은 즉 에이미의 허락만 받아내면 그녀를 데려가 가르쳐도 좋다는 것이었으니 카이라스는 자신이 설득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시공회귀 이전 에이미와 섹스를 하루이틀 하던 가벼운 연인 사이가 아닌 완전한 부부 사이였던 깊은 관계였던 그였다. 당연하게도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 그녀의 취미, 성격, 사소한 몸버릇까지도 그는 다 기억하고 있었다.
카일라의 본인도 모르는 사실들까지도 다 파악하고 있던 카이라스에게 에이미에 대한 파악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 바쁜 것 같으니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내가 에이미가 있는 곳까지 안내해주겠네."
무려 부족장인 그가 직접 안내역을 해주겠다는 말에 카이라스는 살짝 자리에서 일어나고 공손하게 고개와 허리를 살짝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한 카이라스의 입술은 에이미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는 기쁨 때문인지 살짝 호선을 그리고 있었고 그의 미소를 옆에서 바라본 에스더가 생각했다.
'기뻐 보이시네...'
여자의 직감은 예리한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