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3화 〉[에이미 클리어워터]
160 cm를 갓 넘는 작은 키의 푸른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의 푸른 원피스 차림의 아름다운 소녀가 조용히 풀밭 위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훤칠한 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진 잘생긴 흑발의 청년이 앉은채로 그녀가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맛있어?"
청년의 물음에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고 청년은 기쁜듯이 키득 웃었다.
'정말 이 얼굴로 누가 33 살이라고 생각하겠냐.'
청년의 생각에 따르면 놀랍게도 소녀의 나이는 무려 33 세였다!
아니 사실 20 대로 보이는 청년의 나이 역시도 36 살이었지만, 소녀는 특히나 심했다. 그녀는 아예 용모로는 많게 쳐줘봐야 10대 후반으로 보이고 있었으니까.
얼핏 보면 무뚝뚝해보이지만 귀엽고 깜찍하기 그지없는 외모.
미모도로만 따지면 그의 아내들에 비교해서도 다르지만 풍기는 매력이 그녀들이 가진 여인으로서의 성숙하고 요염한 아름다운 매력과는 다른 그저 귀엽기만 하고 깜찍한 매력이라는 것이 틀렸다.
"......"
샌드위치를 다 먹은 소녀는 초롱초롱한, 그렇지만 어린아이의 눈처럼 맑고 순수하기 그지없는 붉은 눈으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더 먹고 싶어?"
끄덕-
청년의 물음에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알았어. 자 여기."
청년은 아공간을 열어서 각종 맛의 샌드위치들을 꺼내주었고, 소녀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에이미, 어떤 것부터 먹고 싶어?"
청년,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의 물음에 소녀(?), 에이미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고급 햄과 치즈가 들어있는 샌드위치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거."
그리고 카이라스는 피식 웃으면서 그녀에게 샌드위치를 건네주었고, 그녀는 바로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마법왕이라 불리우면서 매일매일 전쟁에서 살아오던 그가 이런 웃음을 짓는 것은 오직 그의 친인들과 있을때 뿐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의 웃음은 친인들의 앞에서 지어주던 웃음과는 달랐는데, 그의 미소는 흐뭇함이 가득해보였다.
처음에 그가 에이미를 본 것은 전쟁터에서였다.
강력한 물의 주술들로 적을 압도하는 에이미의 모습에 그저 마법사로서 흥미를 가졌던 것이 시작이었지만 전쟁터에서 보여줬던 자비 없던 모습과는 달리 식도락을 무척이나 즐기면서도 순수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모습을 보아오며 그녀를 보는 관점 역시 달라졌다.
더 이상 그녀를 마법사로서의 호기심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닌 그저 그녀가 잘 먹고 그녀가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그의 기분 역시 편안해졌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깊은 관계가 된 둘은 당연히 섹스 역시 여러번 했고 때마침 그 생각이 난 것인지 에이미를 바라보던 카이라스의 시선이 그녀의 작고 가녀리지만 상당한 굴곡이 있는 몸매를 향하였다.
"읏차~"
카이라스는 에이미를 품에 안으면서 그녀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렇지만 카이라스의 이런 행동 중에도 에이미는 샌드위치를 먹는데만 정신이 팔려있었고 카이라스의 손이 천천히 그녀의 치마 속으로 들어가 가녀리고 늘씬한 그녀의 다리를 쓰다듬어댔다.
"...섹스 할꺼야?"
샌드위치를 다 먹게 된 에이미가 카이라스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순수하고 어려보이는 용모의 소녀(?)가 하기에는 충격적인 말이었지만 그녀의 나이가 30 대임을 알고 있는 카이라스는 오히려 키득 거리며 웃음을 지었다.
"하고 싶어?"
"...응."
에이미가 부끄러운듯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대부분의 일에 무심해하던 그녀도 이런 것에는 여자로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주변에 바로 작은 결계를 쳐둔채로 에이미의 치마를 걷어올리기 시작했다.
그 후, 결계의 안에서는 에이미가 내는 뜨거운 신음소리가 울려퍼졌고 그 신음소리는 오직 카이라스만이 들을 수 있었다.
* * *
카이라스가 에이미를 만나는 것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아브라함의 안내로 에이미가 있는 막사에 오게 된 카이라스는 에스더와 그의 팔에서 떨어지지 않는 운디네를 대동한채로 아브라함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그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에이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에이미...'
에이미 클리어워터.
미래에 물의 대주술사라 불리며 인간족의 최강의 대주술사라 불렸었던 절대강자 중 하나이며 현재는 13 살의 나이에 고위 주술사의 반열에 오른 천재소녀.
길게 기른 찰랑거리는 푸른 머리카락과 맑고 순수하기 그지없는 붉은 눈동자, 무심해보이는 표정까지.
비록 13 살의 어린 소녀의 모습이었지만 틀림없는 그가 사랑하고 귀여워하던 에이미였다.
깨작-
그리고 그녀는 손에 든 과자를 먹고 있었지만 카이라스는 그녀의 표정이 별로 좋지 못한 것에서 그녀가 과자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저 먹을 것이 그것 밖에 없기에 그거라도 먹고 있는 것이었다.
"흠흠, 에이미. 여기 이 친구가 널 데려가도 싶다고 하는구나. 마법왕이라고 이름이 알려진 친구인데 알지?"
"...몰라."
"크흠!"
세상일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에이미는 바로 아브라함의 말을 부정했고, 자신의 조카손녀의 부정에 아브라함이 헛기침을 하며 설명을 해주었다.
"그냥 대륙에서 가장 강하고 돈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라."
"......"
에이미는 별 관심이 없는지 아브라함의 말에도 그냥 과자만 깨작였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그녀가 지금 이 대화를 귀찮아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파악했다. 그녀는 귀찮다고 생각을 할때는 푸른 눈썹이 미묘하게 떨리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녀의 눈썹이 떨리는 것만으로 바로 파악한 것이었다.
"에이미라고 했지?"
카이라스는 살짝 에이미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이면서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며 미소를 지었다.
"과자가 맛이 없나보구나, 그렇지?"
카이라스의 말에 에이미는 살짝 머뭇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고 카이라스는 잘생긴 얼굴 위로 살짝 미소를 드리우며 아공간을 열어 무엇인가를 건네주었다.
"이 과자를 한 번 먹어볼래? 우리 아르테일 공작가의 사람들이 즐겨먹는 과자인데 꿀을 첨가해서 제법 달콤할거야."
카이라스가 건네주는 것은 바로 하나의 상자였는데 그 상자의 안에는 길다란, 그렇지만 꿀이 첨가되어있는 달콤한 과자들이었다.
"...맛있어."
그리고 카이라스가 주는 과자를 바로 받아먹은 에이미는 바로 호평을 했다. 얼굴이 아직도 무심해보이기 그지없었지만 카이라스는 그녀가 지금 기분이 좋다는 것 역시 바로 파악했다.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살짝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카일라의 속마음까지 전부 파악하는 재주를 가진 카이라스에게 에이미의 무심한 표정을 파악하는 것은 무척이나 쉬운 일이었기에 그나 파악할 수 있는 일이었지 옆에 서있던 아브라함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과자를 모두 먹은 에이미를 향해 카이라스가 물었다.
"나랑 함께 가지 않을래? 내가 주술에 대해 알아낸 게 참 많은데 그것들을 모두 가르쳐줄려고 하거든. 그리고 우리 집은 대륙에서 제일 부자라서 먹거리도 화려할거야."
"먹거리? 화려해?"
에이미는 카이라스의 말 중 그 부분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설명해주었다.
"물론, 그리고 음식들도 참 다양해. 그리고 우리 집 근처에는 레스토랑들도 참 많이 있거든? 매일매일 다른 음식들을 맛보게 해줄께."
"......"
에이미의 눈이 아브라함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흔들렸다.
'먹을 거로 꼬시다니...허어~'
아브라함이 그 광경에 혀를 찼다. 그렇지만 그는 에이미의 백부 할아버지 뻘이 되기는 하였지만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기에 에이미가 원래라면 먹을 것을 준다는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카이라스는 먹을 것으로 꼬시면서도, 한치의 거짓도 없이 진실된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고, 시공회귀 이전 그녀의 연인이자 남편이었던 카이라스는 당연하게도 그녀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고, 에이미는 카이라스에게 전달되는 자신을 향한 호의와 애정을 느끼는 상태에서 카이라스가 먹을 것으로 꼬셨기에 이렇게 쉽게 흔들린 것이었다.
그리고 이 때 운디네가 에이미를 향해 살짝 인사를 했다.
"안녕? 나는 물의 정령왕인 운디네야. 만나서 반가워."
천재적인 물의 주술사이며 타고난 물의 친화력을 가진 에이미에게 운디네는 바로 호감을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에이미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그녀는 무심한 눈이기는 해도 살짝 고개를 끄덕거렸고, 카이라스는 그것이 "나도 반가워."라는 뜻임을 알아차리고 웃음이 피식 흘러나왔다.
그리고 에이미는 카이라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거기 좋은 곳?"
무척이나 짧고 생략된 것도 많은 질문이었지만, 그녀와 대화 역시 오랫동안 해왔었던 카이라스는 그녀의 말뜻을 바로 파악했다.
"맞아, 우리 집, 그러니까 아르테일 공작가는 무척 좋은 곳이야."
"...맛있는 거 매일?"
"응, 매일 줄께. 또 밖에서도 많이 사주고 말이야."
"...주술 가르쳐줘?"
"물론이지, 일단 이걸 봐바."
카이라스는 미래에 에이미가 스스로 창안한 주술 중 하나의 구결과 그에 따른 효과가 적힌 내용들이 적혀있는 종이를 그녀에게 보여주었고, 카이라스가 준 종이를 받아든 에이미는 눈이 크게 떨렸다.
"...갈래."
마지막으로 생전 처음 보는 주술의 구결을 본 에이미는 카이라스를 따라가겠다고 선언했다.
"라는군요?"
카이라스가 아브라함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에이미가 자신을 따라가겠다고 하니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기 때문이었다.
"크흠, 이제 떠날건가?"
"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카이라스는 아브라함이 쿨가이를 지향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에게 그 이상의 인사는 하지 않았고 운디네가 오른팔에 달라붙어있으니 오른손으로 에이미의 작은 손을 살짝 잡은 후 왼팔로 에스더의 허리를 끌어안았고 에스더가 얼굴을 살짝 붉혔지만 카이라스의 시선은 오직 에이미에게로 향해있었다.
"에이미, 따로 준비할 건 없지?"
"...응, 없어."
카이라스는 에이미가 준비할 물건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바로 텔레포트를 준비한 것이었다.
시공회귀 이전에도 에이미는 딱히 가지고 다니는 것이 없었었다.
기껏해야 그가 그녀에게 선물로 준 목걸이를 착용하고 다녔을 정도랄까?
"텔레포트."
그리고 에이미와 운디네, 에스더를 데리고 텔레포트 마법으로 단순에 카이라스의 모습이 아브라함의 눈 앞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1 초 후, 카이라스와 그녀들이 있는 장소는 바로 아르테일 공작가의 카이라스의 방 내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