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6화 〉[이런게 휴가지] (226/380)



〈 226화 〉[이런게 휴가지]

30 분 정도의 점심식사 시간을 가진 카이라스는 1 시가 되었을때 에이미에게 주술을 가르쳐주는 수업을 시작했다.

"......"

에이미는 카이라스가 건네준 책들을 읽고 있었는데 그 책들에는 당연히 각종 주술의 구결들 외에도 주술의 다양한 사용법들이 적혀있었고, 시공회귀 이전 카이라스와 에이미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서 연구한 지형에 따른 활용법들 역시도 적혀있었다.

그리고 과연 천재 주술사인 에이미의 습득력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대주술사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던 에이미의 깨달음들이 카이라스에게 전해진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

미래에서는 전쟁이 한창이었기에 언제 누가 죽을지 몰라 에이미는 그녀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었던 카이라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알려주었었고, 카이라스의 뛰어난 두뇌는 그녀의 말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완벽히 기억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들이 모두 과거의 그녀에게 다시 전수되고 있었다.

"잠깐 휴식 시간이야."

1시 50 분 쯤 되었을때 카이라스는 휴식 시간을 선언했고, 책을 보던 에이미는 무표정하게 책을 내려놓았다.

그렇지만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카이라스의 검은 눈동자를 향하였고, 그녀의 붉은 눈동자를 바라본 카이라스는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피식 웃었다.

"일단 과자들을 좀 다양하게 가져오라고 할께. 2 시에 다시 시작할때는 과자를 먹으면서 읽어."

끄덕끄덕-

에이미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그 모습이 강아지 같아보인 카이라스는 키득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에이미의 무표정하던 눈동자가 살짝 동그랗게 커졌다.

아무래도 이런 취급을 당해보기는 처음이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애정결핍이었지.'

카이라스는 에이미가 사실 원하고 있는 것이 애정이라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물의 부족에서 에이미는 여자이면서도 천재적인 주술의 능력으로 인해 에스더와는 달리 고귀한 존재로 취급되었지만 그만큼 그녀를 다들 어려워하며 어른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나이에 필요한 애정을 받지 못했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에게는 그녀를 어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얼마든지 그녀를 귀여워해주고 예뻐해주며 사랑해줄 자신이 있었다!

"잠깐 10 분 정도 바람 좀 쐬다가 올께. 과자 외에 먹고 싶은 거 있어?"
"...주스...오렌지주스."
"알았어, 오렌지주스도 가져오라고 할께."

그리고 카이라스는 주방 근처에 있는 시녀들에게 메세지 마법을 보내는 것으로 에이미가 먹을 과자들과 오렌지주스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자, 이제 가져오라고 했으니 곧 가지고 올꺼야."

카이라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에이미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고, 잠시 그를 쳐다보던 에이미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럼 10 분 후에 보자."
"...응."

에이미의 대답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 카이라스는 천천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문 밖으로 나온 그는 바로 팔짱을 끼고 도도한 표정으로 서있는 마치 여신처럼, 혹은 여왕 답게 도도하며 고결해보이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금발의 미녀의 모습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디아나."

카이라스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가 살짝 불퉁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왜?"

무엇인가 단단히 삐져있는듯한 그녀의 모습은 마치 어제 삐져있는 표정을 짓던 유리아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바꿔 말하면 지금 그녀는 유리아나와 같은 수준이라는 것도 성립될 수 있었지만, 도도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겉모습과는 달리 그녀가 허세가 강한 철부지인 면을 특히나 깊이 사랑한 카이라스는 오히려 삐져있는 그녀의 모습이 귀엽게만 보였다.

그렇기에 순순히 사과했다.

"미안, 디아나...바쁘다보니 밤 이외에는 많이 놀아주질 못하네."

그렇게 사과를 한 카이라스는 디아나를 살짝 끌어안으며 그녀의 붉은 앵두 같은 입술에 살포시 키스를 해주었고, 디아나의 붉은 눈동자가 살짝 커지더니 이윽고 둘은 서로의 설육을 얽히면서 가벼운 키스에서 진한 키스로까지 번지었다.

"하아..."

그리고 키스가 끝난 디아나의 새하얗던 뺨이 연분홍색으로 은은히 물들어있었고, 눈처럼 새하얗던 그녀의 피부가 이렇게 붉어지니 카이라스의 눈에는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워보였다.

"그 동안 일이 바빴지만 일주일 정도는 시간을 어떻게든 얻어서 우리도 다른 부부들처럼 소풍도 가고, 데이트도 하고 그러자."
"...응."

그리고 디아나는 언제 삐졌었다는듯 바로 밝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진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넘어온 그녀의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던 카이라스는 천천히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면서 그녀의 머리에 자신의 코를 대고 아주 가까이서 그녀의 향기를 음미했다.

'아 좋다...'

역시 사랑스러운 아내를 끼고 있으니 마음이 아주 편안해지고 몸이 나른해지는 기분이었다.

더군다나 디아나의 향기는 무척이나 자극적이었고, 또 그녀의 육체는 카일라에 비할만한 명기이기도 했다.

물론 뱀파이어 퀸인 그녀라해도 지금은 임신기간이기에 앞쪽에 거칠게 섹스를 할 수 없어서 뒷쪽에만 격렬하게 하고 앞은 가볍게만 하고 있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기는 바로 자신의 아이였으니까.

"근데 카이라스. 주술하고 환술은 차이가 심한거야?"

그 때 디아나가 카이라스에게 질문을 해왔다.

주술과 환술의 차이. 둘 다 술법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둘의 차이는 무척이나 컸다.

아니, 주술의 경우는 같은 주술끼리도 차이가 큰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시작을 생각하면 다 비슷비슷했고, 결국은 어떤 식으로 성장하나의 차이일 뿐이었다.

"환술이라...왜? 에이미에게 환술이라고 가르쳐줄려고?"
"응, 그럴건데?"

디아나는 그러면서 살짝 카이라스를 향해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새치름하게 말했다.

에이미에게 환술을 가르쳐준다 뭐다 했지만 비록 그녀가 카이라스가 준 미래의 기억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녀가 에이미에게 우호적인 감정이나 정 같은 것이 있을리가 없었다.

그녀가 어린아이들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처음 보는 아이에게 바로 환술을 가르쳐줄 정도로 오지랖이 넓은 성격은 아니었고 그녀가 이러는 것의 이유는 단순했다.

'얘도 애정결핍이구나...'

카이라스는 단번에 디아나가 이러는 이유를 파악했다.

지금 그녀는 그저 단순히 카이라스와 함께 있고 보다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한 좋은 핑계가 에이미에게 자신이 익히고 있는 환술들을 가르쳐준다는 것이었다.

카이라스가 에이미를 가르치는 시간 때 그녀 역시 에이미에게 환술을 가르쳐준다면 그걸 핑계로 하여 그의 옆에 보다 오래 붙어있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속셈이 노골적으로 보이는 제안이었지만 카이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나쁘지 않겠지. 환술도 약간 변화를 시키면 인간인 에이미도 익힐 수 있을테니까."

카이라스의 허락이 떨어지자 디아나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속셈이 들통났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면서도 노골적으로 그 속셈이 들킬 정도로 환하게 미소를 짓는 순진한 그녀의 모습에 카이라스는 키득거리며 웃으면서 살짝 그녀의 양쪽 뺨에 키스를 해주었고 그 광경을 때마침 에이미에게 줄 과자들과 오렌지주스를 들고 있던 시녀들이 보게 되었다.

"어멋."
"공자님과 디아나님이시네?"

그렇지만 시녀들은 살짝 놀란 소리만 낼 뿐 그 이상으로 부끄러워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고작 뺨에 키스해주는 광경을 보고 부끄러워하기에는 이미 그녀들은 너무나 많은 광경들을 보아왔기 때문이었다.

"아, 과자들을 가져왔구나? 들어가자."

카이라스는 그녀들이 들고 있는 과자들이 담겨진 쟁반들을 보고는 바로 문을 열었고 하녀들은 살짝 카이라스와 디아나에게 고개를 숙인 후 안으로 들어갔고, 하녀들이 오자마자 바로 에이미의 눈이 빛나는 것을 카이라스는 보고 다시금 키득 거리며 웃었다.

'과자들이 마음에 드나보군.'

버터 쿠키를 비롯해서 다양한 초콜릿 칩이 있는 과자들과 초콜릿이 적절히 안에 들어간 과자들 등 과자들의 종류는 참 다양했다. 물의 부족에 있을때는 존재조차도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과자들이었으니 에이미가 저렇게 기뻐하는 것도 당연했다.

...아마 그녀는 이제 아르테일 공작가의 음식들에 맛이 들려 물의 부족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하녀들은 이내 과자들과 주스를 내려놓고는 공손히 인사를 하며 방 밖으로 나갔고, 방 안으로 디아나와 함께 들어온 카이라스는 에이미와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았다.

"자, 이제 슬슬 수업을 다시 시작하자."

카이라스의 말에 에이미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이내 살짝 의아한 눈빛으로 디아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디아나는 풍만한 가슴 쪽에 살짝 힘을 주며 묘하게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흐흥~이 아름다운 여왕님께서 귀여운 아가씨에게 직접 환술을 가르쳐주기로 했어. 어때, 기쁘지?"
"...전혀."

에이미는 푸른 머리카락을 살짝 찰랑거리며 고개를 저었고, 그녀의 가차없는 말에 디아나의 눈이 멍해졌다.

그리고 기운이 빠진듯 흐느적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카이라스는 키득 웃으면서 디아나에게 말했다.

"디아나, 기운이 많이 빠져보이네."
"...몰라, 흥!"

디아나는 카이라스의 말에 삐진듯이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돌렸지만 언제나 있는 일이었기에 카이라스는 그저 키득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에이미는 다시금 책을 들고 읽기 시작했고, 가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카이라스에게 물어보며 카이라스는 그녀의 질문에 최대한 성심껏 대답해주었다.

주술 쪽은 카이라스에게는 약한 분야였지만, 적어도 시공회귀 이전의 그는 고블린들의 주술을 상대하기 위해 주술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었고 또 물의 대주술사였던 에이미가 그에게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들을 알려주었기에 주술에 대한 지식만큼은 당대의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다.

거기다가 마법과 주술은 비슷한 부분이 많다보니 주술의 응용법들은 마법의 응용법들과 비슷한게 많았고 10 서클의 대마법사인 카이라스는 다양한 주술의 응용법들을 생각해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디아나는 자신의 고귀함과 위대함을 증명해보이겠다며 각종 환술의 지식들을 다 말했지만, 당연하게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권능이 뭐뭐가 있는지도 모르던 디아나는 응용법들을 생각해둔 것이 거의 없었고 그나마도 카이라스가 알려준거나 혹은 전투시에 얻은 경험 덕에 극히 기초적인 것들 뿐이었다.

결국 환술을 에이미의 주술력으로도 쓸 수 있게 구결들을 변화시키는 작업이나 응용법들은 카이라스가 전부 다 직접 작성해야했다.

'휴우...아내들과 소풍도 가고 데이트도 하고...이런게 휴가지. 이건 정말...'

카이라스가 힘들게 쓰는 것들을 보며 디아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

스스로도 응용법이 이렇게 참담한 수준일 줄은 몰랐던 디아나는 맥이 빠져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안쓰러워보인 카이라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디아나, 이따가 5 시에 잠깐 데이트 갈래?"
"응!"

그리고 카이라스의 데이트를 하자는 말에 디아나는 언제 의욕이 없었다는듯 바로 활기찬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흠짓하며 억지로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후, 훗. 뭐, 카이라스가 원한다면 특별히 함께 가줄께."

그녀 다운 말투에 카이라스는 키득 거리며 웃었고, 에이미 역시 과자를 먹다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보기 좋아...'

에이미는 이곳이 어쩌면 그녀의 상상 이상으로 좋은 곳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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