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8화 〉[카일라의 생일] 2 (228/380)



〈 228화 〉[카일라의 생일] 2

"라스?"
"우리 예쁜 마눌님이 밖의 바람을 쐬고 싶다는데 이 정도는 해야하지 않겠어?"

카일라는 잠시 무안한듯 카이라스를 쳐다보았지만 이내 다시금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고, 카이라스는 그녀의 그런 표정변화를 보고 다시금 키득 웃었다.

역시나 사랑하는 아내들과 있으면 도저히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런게 천국이지.'

천국이 뭐 별거인가?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곧 천국이었다.

그리고 그런 천국을 박살내려는 에라시안과 이종족들이 저절로 떠오르자 그들을 향한 살심이 솟아오르는 것을 카이라스는 억눌렀다.

카일라의 생일인 오늘에까지 그런 것들 따위를 생각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일단 어머니의 정원 쪽으로 가자."
"응."

카이라스는 산책을 갈 장소로 엘리나가 자주 가꾸는 정원을 골랐고 카일라 역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자존심 강하고 고고한 그녀는 이렇게 공주님 안기로 안겨져있는 모습들을 밖에 널리 보여주기 싫었으니까.

슈숙-

그리고 카이라스는 카일라를 안은채로 바로 텔레포트를 하여 엘리나의 정원 쪽에 모습을 드러냈다.

*              *             *

엘리나가 심어서 기른 각종 꽃들로 가득한 정원은 꽃향기로 가득했다.

아르테일 공작가의 뒷마당에 위치해있고 주변이 벽으로 둘러쌓여 밖에서부터 침입자가 들어올 수는 없었지만 무척이나 넓은 넓이와 햇볕을 받는 이곳은 틀림없는 정원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카이라스는 계속해서 카일라를 공주님 안기로 안은채로 잠깐 걸음을 걸었다.

그렇게 5 분 정도를 사뿐사뿐 걷던 그는 근처에 있는 커다란 나무 쪽으로 다가가 카일라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고, 바닥에 내려진 그녀는 얌전히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그녀가 앉는 모습을 카이라스는 살짝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보다가 이내 자신 역시 그녀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오늘은 바람이 시원하지?"
"응, 그러네."

카일라는 감정이 없는듯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실 바람이 시원하긴 말건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냥 바람이 쐬고 싶었을뿐 시원한 바람이던 따뜻한 바람이던 어차피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이르어 추위와 더위에 상상을 초월하는 내성이 생긴 그녀에게는 그게 그거였으니까.

그것은 카이라스도 마찬가지였지만 둘은 추위와 더위에 강력한 내성이 생긴 것이었지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을 구분 못하는 수준이 되어버린 것 같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애초 그 정도 쯤 된다면 그것은 추위와 더위에 저항력이 생긴 것이 아니라 그냥 감각이 사라졌다고 봐야했으니까.

그리고 나무에 등을 기대고 살짝 눈을 감은 그녀가 카이라스를 불렀다.

"라스."
"왜?"
"잠깐 눈 좀 붙일게."

그렇게 말한 카일라는 바로 눈을 감고 수면에 들어갔다. 원래라면 하루에 2 시간 정도는 수면을 취하는 그녀였지만 오늘 새벽에는 유달리 카이라스와 길게 시간을 보내냐고 1 시간 밖에 수면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도 잠깐 눈이나 붙여볼까."

카이라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카일라의 치마 아래로 뻗어있는 새하얗고 가녀린 늘씬한 두 다리와 탐스러운 허벅지를 바라보며 히죽 웃은후 그녀의 허벅지에 천천히 자신의 머리를 댄 후 눈을 감았다.

카일라의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은 그에게 카일라의 아름다운 육체에서 풍겨지는 향기가 느껴졌고 그녀의 부드러운 맨살의 감촉도 느껴졌다.

10 서클 마스터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하루에 30 분의 수면이 필요한 카이라스는 원래라면 그저 명상을 하는 것으로 그 시간을 채우겠지만, 그는 오늘은 명상으로 채우는 대신 카일라의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수면을 취하는 길을 택하였다.

그리고 그 때 이곳 정원으로 오는 발걸음이 있었다.

"어머?"

발걸음의 주인이 살짝 탄성을 내며 미소를 지었다.

허리 아래까지 내려온 찬란한 황금빛의 머리카락에 대해처럼 맑고 푸른 아름다운 눈동자를 보유한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닌 발걸음의 주인의 정체는 바로 카이라스의 어머니이자 카일라의 고모인 엘리나였다.

그녀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임신한 배는 끌어안고 잠들어있는 카일라와 그런 그녀의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잠들어있는 카이라스의 모습을 보면서 아름다운 얼굴 위로 미소를 드리우고 있었는데 둘의 모습을 보는 그녀는 참으로 행복해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시간을 잊기라도 한듯 환한 미소를 지은채로 둘의 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20 분 가량 지났을때 그녀는 몸을 돌려서 천천히 정원에서 멀어졌다.

저 둘만이 이곳 정원에 있게 해주기 위해서.

*              *             *

30 분이 지났을때 카이라스는 천천히 눈을 떴고, 눈을 뜬 그는 바로 카일라의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있는 상태를 떠올렸는데 잠에서 방금 깨어났음에도 그의 정신은 몽롱하지 않고 무척이나 맑았다.

반면 카일라는 아직 아름다운 두 눈을 감고 깊이 잠들어있었는데 나무에 등을 기대고 잠들어있는 그녀의 모습을 본 카이라스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내 아내지만 너무 아름답다니까.'

카이라스의 아내 사랑을 떠나서 카일라의 외모는 카르시스 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중 하나라 불리고 있는 경국지색의 절세미녀였고 몸매 역시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만큼 발군이었고, 심지어 임신중인 지금에도 배만 부풀어올랐을 뿐 가슴이나 엉덩이, 늘씬한 두 다리 등은 여전히 환상적인 굴곡과 라인을 자랑하고 있었다.

"......"

카이라스는 말 없이 천천히 고개를 잠들어 잠들어있는 카일라의 얼굴을 감상했다.

언제나 겉은 차가워보여도 속에는 자신을 향한 애정을 가득 담고 있던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닫혀져있었고 어깨의 앞 쪽으로 나와있는 몇 가닥의 은빛 머리카락들은 최고급의 진은들을 녹여서 만든 것처럼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워보였다.

그렇지만 카이라스의 눈에는 무엇보다 새끈새끈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있는 그녀의 모습은 카일라가 듣는다면 화를 내겠지만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보였다.

특히나 디아나의 붉은 입술과는 다른 의미로 치명적인 매력을 풍기는 그녀의 연분홍빛 입술은 보기 드문 색상이었기에 볼때마다 키스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쪽으로도 야릇한 생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겨울의 여신과도 같은 고고한 그녀가, 얼음장 같이 차가운 그녀가 저 예쁜 입술을 벌리며 그의 정액을 받아먹으며 그의 분신을 매일매일 빨아주며 봉사를 해주는 모습은 카이라스의 가공할 두뇌를 통하여 너무나 완벽하게 머리카락 한올까지도 틀리지 않도록 모습들이 그의 머리 속에서 재현되었다.

카일라가 잠들어있는 모습을 보니 급격히 욕정이 치솟아오른 카이라스였지만 그는 살짝 카일라의 치마 속으로 손만 집어넣을 뿐 과격하게 나가지 않았고 오히려 욕정을 다시금 잠재웠다.

'자는 걸 깨울 수는 없으니까.'

카이라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카일라의 허벅지를 그녀가 깨지 않을 정도로만 쓰다듬었고 30 분 가량을 그녀의 모습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응..."

그 때 카일라의 우아한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서서히 그녀의 눈이 떠지기 시작했다.

"......"

눈을 뜬 카일라가 제일 먼저 본 것은 바로 자신의 얼굴 앞으로 얼굴을 갖다대며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었다.

"잘 잤어?"
"응."

카일라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무미건조한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는 모습을 감상하며 키득 웃으며 말했다.

"카일라 누나, 이제 어떻게 할래? 산책 좀 할까?"
"아니, 됐어. 그냥 돌아갈래."

카일라는 고개를 저으면서 몸을 일으키려하자 카이라스는 바로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가 일어나게 도와주었다.

사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그녀가 임신 7 개월이라고 해도 앉았다가 일어서는 것을 힘들게 생각할리는 없었지만 생각 이전에 손이 저절로 나간 것이었다.

언제나 계산적이고 움직임 역시도 계산 내에서만 움직이는 마법사가 할 행동은 아니었지만, 카이라스는 그런 개념 같은 것은 신경쓰지 않았다. 당장 지금 그의 눈에는 오직 카일라만이 보였으니까.

"곧 점심시간인데, 카일라 누나 뭐 먹고 싶은거 있어?"
"오렌지주스."

카이라스는 그녀가 먹고 싶어하는 것을 물어봤지만 카일라는 입덧을 하는지 마실 것인 오렌지주스를 원했고, 카이라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상관없지...일단 방으로 돌아가자. 오렌지주스는 아공간에 넣어둔 것이 있으니까."

아내들이 워낙에 입덧을 하는지라 오렌지, 귤, 오렌지주스 등은 아예 아공간에 넣고 다니는 그였다.

뭔가 마법왕의 아공간이 과일 창고로 변한듯한 느낌이었다.

"응."

카일라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손을 붙잡은채로 카이라스는 공간이동을 통해 카일라의 방으로 되돌아갔고, 그곳에서 그녀를 의자 위에 앉게 한 카이라스는 탁자 위에 오렌지주스가 담긴 통과 한손으로 잡을 정도의 둘레와 손바닥 전체 정도의 크기를 가진 물컵을 꺼내고는 그 물컵에 오렌지주스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카일라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바로 오렌지주스를 마셨는데 고맙다는 말은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하게되었지만 여전히 사소한 일에 그런 말을 하기는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카이라스는 대범하게 넘어갔다.

'아, 귀여워.'

오렌지주스를 마시고 있는 카일라의 모습은 평상시의 그녀의 차갑고 고고한 모습 떄문인지 미칠 정도로 귀여워보였고, 카이라스는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나, 근데 내가 아침에 준 선물은 마음에 들어?"
"지금은 임신 중이라 착용 못해."

카일라가 어느새 비어버린 오렌지주스 잔을 내려놓고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아는데 이래뵈도 10 서클 마스터인 내가 만든 작품이라고. 카일라 누나를 위해서 특별히 만든건데 말이야. 착용은 못해봐도 효과는 들었잖아."
"그래도 몸으로 체감 안해보면 몰라. 난 마법사가 아니야."

카일라의 말에 카이라스는 고개를 저었다.

"후우, 임신 중이다보니 심리적 영향을 생각하면 가상현실 쪽을 체험하게 할 수도 없고 곤란하네."
"임신시킨 걸 후회해?"

카일라가 카이라스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여기서 대답을 잘못한다면 그녀는 진짜로 카이라스에게 화를 낼 것이었지만, 카이라스는 그녀가 화를 낼 말을 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전혀, 그냥 꿈만 같을 뿐이야. 세르티네스가 없었다면 생각도 못헀을테니까."

카이라스의 말에 카일라의 차가웠던 얼굴에서 살짝 잠시간 미소가 생겨나갔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응, 그래..."

카일라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생일...

자신의 생일은 오늘이었다. 그럼 뱃속의 그녀와 카이라스의 아기의 생일은 대체 언제가 될까?

그녀는 그 날이 몹시 기다려졌고 그것은 카이라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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