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9화 〉[대륙의 정세]
1799년 1월 30일, 오전 6시.
카일라의 생일이 지나가고 새로운 날의 아침이 밝았다.
아침의 해가 뜨는 광경을 바라보던 카이라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배가 부풀어오른채로 누워있는 자신의 아내들의 모습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배가 부풀어오른 것은 카일라만이 아니었다.
성숙미를 풍기는 도도한 여왕이지만 실상은 철부지인 귀여운 디아나도, 착하고 순수하고 여린 셀리나도, 어린 소녀와 같이 순수하고 장난기 많은 티세라도, 겉은 당차지만 속은 여린 면이 있는 레이나도 모두 배가 부풀어오른채로 양쪽 구멍에서 새하얀 액체를 토해내며 누워있었다.
특히나 그녀들의 후장의 경우는 직장 깊숙히 정액을 가득 머금고 있었고 토해지는 것은 반 정도에 불과했다.
임신 중인지라 앞은 가볍게 밖에 할 수가 없었고 질내사정도 그다지 하지 않았다.
아무리 마법으로 임신 도중의 질내사정 시의 위험한 부분들을 막아준다고 하지만 카이라스는 적절히 욕정을 해소하는 수준까지만 하고 섹스 후에도 항상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법으로 자궁이 수축을 하지 않게 추가로 조절해주며 신경을 틈틈히 써주고 있었다.
너무 조심스럽게 변한 성격이었지만, 뱃속의 아기들을 생각하면 이런 조심성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카이라스는 새삼 자신이 마법사임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그가 만약 검사였다면 앞은 10 달 동안 건들지도 못하고 항문으로만 쭉 했어야했을테니까.
'그리고 마법이 있으니 뱃속의 아기들이 항상 건강하게 보호해줄수도 있고 하지만...후우, 그래도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네.'
카이라스는 새삼스럽게 왜 그렇게 아버지인 루스칼리스와 어머니인 엘리나가 아들인 자신을 그렇게 아끼는지 정말 깊이 느끼고 있었다.
아이리스를 낳았기에 좀 익숙해진 것 같다고 생각도 했었지만 역시 이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평생 불가능할 것 같이 느껴졌다.
"후훗, 신경이 많이 쓰이나보네요?"
그리고 그런 그의 귀에 들려오는 기품이 가득하면서도 색기가 담겨진듯한 목소리에 카이라스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방의 소파 위에 앉아있는 흑발에 붉은 눈동자의 아름다운 소녀 황제인 아이린의 모습이 보였는데 그녀의 배 역시도 부풀어올라있었다.
하지만 배가 부풀어올라있는 임산부인 지금도 그녀의 붉은 눈동자에서 풍겨져오는 눈빛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전신에서부터 황제 다운 고귀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는 그녀는 더더욱 강렬해진 치명적인 색기를 두 눈에서부터, 아니 전신에서 발산하고 있었다.
그녀 역시 카이라스와 함께 밤을 보냈지만 아직 깨어나지 못하는 다른 아내들과는 달리 그녀는 5시 30 분에 이미 일어나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아이린이 앉아있는 소파의 옆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그렇지 뭐...리스가 태어난 것을 생각하면 처음도 아닌데 많이 신경쓰여. 여럿이라서 그런가?"
"확실히 신경이 많이 쓰이겠죠. 티세라 양과 절 제외하면 모두 임신 경험이 없으니까요."
아이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미소를 지으며 소파 앞의 탁자 위에 올려져있던 검은 부채를 들었다. 그리고 살짝 검은 부채로 습관적으로 눈 아래의 얼굴들을 가린 그녀가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카이라스의 아내 중 하나인 아이린으로서 아닌, 카르시스 제국의 황제인 아이린 폰 카르시스로서였다.
"카이라스 공자, 현재 준비중인 특수부대는 카이라스 공자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5 개를 보유하고 있어요. 카이라스 공자는 현재 우리들의 전력으로 전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시나요?"
아이린의 물음에 카이라스는 고개를 저었다.
"피해가 막심할걸? 내가 아는 이종족들의 전력을 생각하면 말이야."
이종족들의 강력한 군세에 대항할 특수부대들을 그는 무려 5 개나 만들었고, 지금도 그들을 꾸준히 성장시키고 지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황실과 아르테일 공작가의 권력을 이용하여 각지에 흩어져있던 절대강자들을 불러모았고 인류의 위기라는 이름 하에 10 년후를 대비하며 자신들끼리 모여서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는 에라시안에게 납치당한 자신의 아내인 루나를 되찾기 위해 데스 나이트가 되어서도 미친듯이 수련하는 아베디스도 있었다.
카이라스는 그에게 인간으로 되돌려주겠다고도 제안을 했지만, 그가 그것을 거부했다.
인간은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수면도, 식사도 필요했다.
그렇지만 데스 나이트는 죽은 자이기에 수면도 필요하지 않았고, 식사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데스 나이트인 지금 다른 욕구들이 생겨나지 않아 오직 아내와 딸만을 생각하며 미친듯이 수련을 하는 집중력을 얻을 수 있고 수면도 식사도 필요하지 않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는 끊임없이 수련을 하며 데스 나이트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실력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중이었고, 특히나 다른 절대강자들과의 다양한 대결들은 그를 보다 성장시키고 있었다.
아니, 모든 절대강자들이 다 같이 더더욱 강해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아이린의 뒤에 존재감을 죽인채로 조용하게 서있던 세르티네스가 존재감을 발산하며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카이라스, 하지만 저들은 내 존재를 모른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내 예감이 말해주는데 뭔가 불안해. 미래를 생각하면 말이야."
에라시안이 10 서클의 경지에 들어 자연적인 예지력을 보유했듯이 카이라스 역시도 예지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의 예지가 말해주고 있었다. 무엇인가가 불안하다는 것을.
"준비는 철저히 해두는게 좋아. 아직 10 년이나 시간이 있으니까."
카이라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소파에 등을 기댄채 살짝 몸에 힘을 빼며 눈을 감았다.
"대륙은 어쨌든 일단 상당수가 협조를 해주기로 했으니까."
대륙의 절반에 달하는 영토를 가진 초강대국인 카르시스 제국은 아이린이 황제였기에 제국의 저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강대국에 속하는 아르칸 왕국과 크라이센 왕국이 카르시스 제국과 긴밀한 동맹을 맺었고, 카나타 연합왕국 역시도 오랜 적대관계를 버리고 카르시스 제국과 우호적인 관계로 변하였다.
물론 북쪽의 무가들과 카나타 연합왕국의 부족들의 사이는 무척이나 골이 깊게 파여있었기에 화해를 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중간에는 카이라스가 있었다.
카이라스는 10 서클 마스터로서의 힘을 발휘하여 카나타 연합왕국에 있는 6 명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들을 단신으로 간단히 제압했고 그 때 그가 보여준 강력한 무위에 카나타 연합왕국이 느낀 것은 충격과 공포, 그리고 경외였다.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에 강자를 숭상하는 카나타 연합왕국은 순순히 카이라스를 경외하며 그를 따랐고, 카르시스 제국의 북방 지역의 무가들 역시도 카이라스의 힘에 놀랐지만 그들은 그것보다 아이린이 내린 황명이라는 것에 순순히 원한을 접고 카나타 연합왕국과 화해를 하려고들 마음 먹었다.
물론 겉으로는 화해를 해도 오랫동안 싸워왔던 사이였기에 내면까지 화해를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였지 거기까지 카이라스나 아이린이 개입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은 북쪽의 무가들은 전통적인 기사 가문들인지라 황제인 아이린의 명령에 따르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기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충성을 통해 얻게 되는 기사의 명예였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작년 12월.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그것도 춥다고 유명한 북방 지역에서 무려 합동작전을 벌였고 그 때 카나타 연합왕국과 북쪽의 무가들이 보유한 합계 5 만의 기마대는 오크들을 상대로 치열하게 싸워오며 경험들을 쌓아오며 서로간의 협동을 길러왔다.
오크들의 경우 말들에게 천적과도 같은 와르그들을 타고 저항을 했지만, 카나타 연합왕국의 말들이나 오크들과 국경선을 대고 있던 지역 쪽의 북쪽의 무가들이 보유한 말들의 경우는 자신들이 주인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탓에 주인을 믿고 와르그에게 달려드는 만용(?)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말 혼자서 돌격을 했다면 말은 와르그의 한끼 식사가 되었을테지만 말들 위에 타고 있는 기마병력들은 다들 소드 익스퍼트의 반열에 올라있었다.
무려 5 만이나 되는 소드 익스퍼트급의 경지에 오른 기사들이 검 대신 오러를 감싼 창을 들고 돌격한 것이었으니 말이 달려드는 속도까지 합쳐지자 그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방패 같은 것으로 막아봤자 방패채로 막는 오크들이 산산조각이 나 버릴 정도였으니까.
최근 들어서 카르시스 제국의 소드 익스퍼트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3 서클 이하의 마법사들 역시 급격하게 늘어났기에 카나타 연합왕국 측과의 연합이긴 하지만 5 만의 소드 익스퍼트 급의 경지에 오른 기마병력들을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은 크게 고무적인 일이었다.
물론 대충 제국에 알려진 10 만의 기사들이 애초부터 전부는 아니었다.
흔한 싸구려 마나연공법을 통해서도 소드 마스터는 무리더라도 용병들 역시도 소드 익스퍼트 급 정도에는 노력만 꾸준히 한다면 오를 수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소드 익스퍼트 급에 오른다고 해도 웬만한 실력이 아니면 충성심을 인정받기 힘들어 기사 작위를 얻기는 힘든 일이었기에 기사가 카르시스 제국에 보유한 기사가 10 만 정도인것 뿐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북쪽의 무가들이 합친 오러를 사용하는 기마대의 숫자는 3 만이었지만 그들 중에서는 아직 기사로 인정을 받지 못해 충성심을 입증하여 기사의 작위를 얻기 위해 기마대에 들어가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카일라 누나가 출산을 하고 나면 내가 만든 '그것'을 착용할 수 있을테니까 그건 그 때 가서 얘기하고...린."
"네."
"타국들과의 외교는 잘되어가?"
"네, 뮤란 왕국이나 데이안 왕국도 이제 거의 동맹을 맺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르칸 왕국과 크라이센 왕국, 카나타 연합왕국이 모두 카르시스 제국과 긴밀한 동맹관계가 된 것은 대륙의 강국들에게 있어서 크나큰 충격이었다.
당연하게도 아직 동맹이 되지 못한 뮤란 왕국과 데이안 왕국은 조심스럽게 카르시스 제국에 접근하면서도 저 세 개의 강국들처럼 동맹을 맺고 싶어했고 아이린은 살짝 그들을 애태우며 점점 그들이 더더욱 동맹을 바라게 만드는 작업 중이었다.
"만약 동맹을 맺기를 거부하면 사전 경고로 짓밟아버릴까도 했는데...카이라스 공자는 그걸 원하지 않을테니 보류해두고 있어요."
임신하여 부풀어오른 배를 제외한다면 가녀린 소녀 황제처럼 보이는 아이린이었지만, 실상 그녀가 과격한 면이 강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가 과격한 면이 없었다면 그녀는 애초 지금 황제의 자리에도 오르지 못했을 것이었고, 황자들이 모조리 아이린에게 대항을 하다가 숙청 당해 목숨만 부지한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러헀다.
"그래, 대륙의 정세는 괜히 흔들어놓지 않는게 좋아. 지금 우리의 적은 같은 인간이 아니라 이종족들이니까."
그리고 카이라스는 잊지 않고 있었다. 이제 서서히 인간들의 내부로 이종족들이 침투하려고 수작을 부려대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것을.
'그것은 성공하지 못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