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0화 〉[운디네의 하루] (230/380)



〈 230화 〉[운디네의 하루]

바람의 정령왕이 된 실프.
땅의 정령왕이 된 노움.
불의 정령왕이 된 샐러맨더.
뇌전의 정령왕이 된 일렉트론.
물의 정령왕이 된 운디네.

카이라스는 이 5 명의 원소 정령들이 중급이던 시절부터 계약하여 그들을 무려 정령왕의 단계에까지 끌어올렸다.

그렇지만 그는 그 이외에도 훗날 전쟁을 대비하여 정신계의 정령들과도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슬픔의 정령 세오.
분노의 정령 퓨리.
복수의 정령 에리니에스.
신념의 정령 시아페.
절망의 정령 디세이어.
공포의 정령 튜리크.

이들의 힘은 여태까지 사용한 적이 없었지만 앞으로 10 년 후 벌어질 전쟁에서는 그들의 힘이 크나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었다.

"후웅~"

그리고 그 중에서도 물의 정령왕인 운디네는 특이한 성격이었다.

바람의 정령왕인 실프가 사근사근한 성격의 여인이고, 땅의 정령왕인 노움이 현자와도 같은 노인의 모습이며, 불의 정령왕이 된 샐러맨더가 거대한 위압감을 뿜어내는 도마뱀을 넘어서서 드레이크와 같은 모습이며, 뇌전의 정령왕이 된 일렉트론이 단정한 복장의 미청년의 외모를 하고 있는 4 명 모두 각지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모두 계약자인 카이라스에게 깊은 충성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게 대하는 말투 역시 공손했다.

아무래 중급 정령에 불과하던 자신들을 정령왕의 경지에까지 오르게 해준 카이라스에게 깊은 감사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것은 운디네 역시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녀는 특이하게도 카이라스를 향해 계약자 혹은 주인에게의 충성심을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품고 있었고, 무려 정령인 그녀는 카이라스와 자신이 섹스를 할 수 있게 허락해달라고 카일라와 디아나를 찾아가 설득하고는 했다.

착한 성격인 셀리나나 티세라의 경우는 쉽게 허락을 하겠지만 둘이 쉽게 허락을 할리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운디네는 디아나가 단순한 성격인것을 이용하기 위해 그녀에게 접근을 했었다.

*              *             *

1798년 8월 13일 오후 3시 30분.

이 때 카이라스는 오후 5 시에 디아나와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을 한 상태였기에 디아나는 자신의 방에서 데이트를 준비하냐고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아직 임신 초기라 배가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네, 이 여왕님의 아름다운 몸매에 카이라스가 흠뻑 빠지게 만들어줄테니까. 아하하하!"

망상에 잠시 빠진 디아나는 자신만만하게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만 그녀는 확실히 자신만만하게 큰소리 칠만한 몸매의 굴곡과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철부지에다가 허세를 부려서 그렇지 외모만큼은 미의 여신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전혀 없는 아름다운 이목구비에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황금빛의 찬란한 머리결, 그리고 아름다운 붉은 눈동자를 가진 완벽한 미모의 소유자인데다가 몸매 역시도 거의 작은 수박만한 크기에 탄력까지 겸비한 아름다운 젖가슴들에 가슴만큼이나 탐스럽기 그지없으며 아름다운 굴곡과 탄력을 지닌 엉덩이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도 모잘라 늘씬하고 각선미가 좋은 새하얀 두 다리까지 보유한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결정체가 바로 그녀였다.

그리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던 디아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옷을 갈아입기 위해 우선 붉은 드레스를 벗었고 이윽고 그녀는 가슴골의 아름다움을 부각하기 위해 브래지어를 입지 않았기에 오직 검은 팬티만을 입은채로 풍만한 젖가슴들을 내놓고 있었다.

"역시 브래지어는 착용하지 않는게 좋겠고...흐응...흥! 선심 좀 써주겠어."

디아나는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면서 스스로 팬티를 아래로 내려벗어던졌다. 그러자 그녀의 황금색의 음모의 숲이 거울에 훤히 비춰졌고 스스로가 봐도 아름다운 색상에 그녀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어릴 때부터 공주로서 자라면서 루나에게 엉덩이를 맞을때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떠받들여주는 삶을 살아왔던 디아나는 철이 없으면서도 동시에 자기애가 무척이나 강했다.

자신의 미모와 몸매, 그리고 강한 힘에 무척이나 큰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던 그녀가 자기애가 강해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결혼 생활이 벌써 3 년 반이나 지난 지금의 그녀는 남편인 카이라스에게 보다 사랑받고 싶어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을 그녀 기준으로는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다.

'흥, 나 같이 아름답고 고귀한 여왕님의 남편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자리인데.'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티를 내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순진하고 단순한 성격 탓에 이미 그녀가 카이라스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은 너무나 티가 나서 모르는 사람이 아르테일 공작가 내에선 아무도 없었다.

"우, 오늘 영광으로 생각해. 카이라스. 나 같은 아름다운 여왕님이 노브래지어에 노팬티로 데이트를 해주겠다는 거니까."

이 자리에 카이라스는 없었지만 이곳이 카이라스의 범위의 영역 내였기에 그가 들을 것임을 안 디아나는 작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리며 천천히 검은 핫팬츠와 몸매의 굴곡을 드러나게 해주는 간편한 반팔의 붉은색 상의를 입었다.

"후훗, 역시 이 여왕님의 아름다움은 완벽하다니까~"

디아나는 허리에 양 손을 얹으면서 거울 앞에 선채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공주병이 가득하다고 불릴법한 말이었지만, 문제는 그녀의 미모를 본 사람들은 누구도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진짜로 누가 봐도 그녀의 아름다움은 완벽, 그 자체였으니까.

"저, 디아나 님. 계세요?"

그리고 밖에서 그 말을 듣던 운디네는 조용히 그녀를 불렀고, 디아나는 흠짓 하며 문 쪽을 돌아보다가 이내 새치름하게 말했다.

"아, 응 들어와."

그리고 디아나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문이 열려지며 푸른 머리카락을 허리에까지 기른 디아나와 비교해서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한 운디네가 푸른 눈동자에 디아나의 모습을 가득 담으며 들어왔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바로 미소를 지으면서 디아나를 칭찬했다.

"와아, 대단히 아름다우시네요? 역시 디아나 님의 미모와 몸매는 정말 대단하세요. 주인님이 흠뻑 빠지겠는데요? 아니, 이미 흠뻑 빠져계시죠. 디아나 님이 없이는 밤을 못보내니까요."
"흐응~ 뭘 좀 아는구나? 히힛."

디아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천진난만하게 지었다.

도도하기 그지없는 여왕님과도 같은 고귀해보이며 고결한 미모를 지닌 디아나였지만, 성격 자체는 무척이나 단순하고 순진했기에 운디네의 칭찬에 그녀는 금새 운디네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에 대한 의문도 잊어버렸다.

"미모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물의 정령왕인 저도 미모는 디아나님 못지 않다고 여기고 있었는데...하아, 디아나님의 몸매를 보니 한숨만 나오네요. 너무 몸매가 좋으세요."
"뭐, 너도 나쁘지 않은 편이야."

오랜만에 찬양(?)을 들었기 때문인가? 디아나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운디네를 아랫 사람을 칭찬해주는듯이 칭찬해주었다.

도도하기 그지 없는 여왕 다운 허세를 언제나 부리는 그녀 다운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상대방 역시도 엄연히 여왕이라는 것을 까먹고 있었다.

"근데 디아나 님은 주인님이 어디가 어디가 좋으신건가요?"
"글쎄, 어쩌다가 좋아하게 됬을까? 아마도 같이 지내다가 보니 점점 좋아하게 된 것 같은데?"

단순한 디아나는 어느덧 운디네에게 완전히 경계심을 놓고 자신의 속사정들까지도 털어놓고 있었다.

디아나가 사랑한 사람이 카이라스인 것은 그녀에게 어찌보면 정말로 행운이었다.

에라시안의 세뇌에서 벗어난 것은 둘째치고, 만약 그녀가 뱀파이어 남자에게 마음을 열고 그를 사랑했었다면 그녀는 철저하게 이용만 당한 후 조교를 받아 시공회귀 이전의 그녀처럼 말만 여왕이지 거의 색노예가 다름 없는 신세가 됬을테니까.

괜히 단순하고 순진한 그녀를 카이라스가 자주 신경써주는 것이 아니었다.

카이라스의 기준으로는 셀리나보다도 더 걱정이 되는 애 같은 아내가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아, 그렇군요. 근데 디아나 님은 현재 뱃속에 주인님의 아이를 임신 중이죠?"
"후훗, 그렇지. 이 고귀하신 여왕님의 피를 이어받았으니 분명 아들이건 딸이건 예쁜 아기가 나올거야."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디아나는 거만할 정도로 가슴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철부지인 그녀의 성격을 모른다면 도도해보이는 여왕님 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녀가 철부지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루스칼리스와 엘리나의 앞에서는 내숭 중의 내숭을 보이는 그녀였지만 시부모의 평가조차도 "참하고 사랑스러운 며느리이긴 하지만 철부지."일 정도였다.

그렇기에 운디네의 눈에는 그저 허세를 부리는 귀여운 여자의 모습일 뿐이었고, 새삼스럽게 카이라스가 왜 그녀를 그렇게 귀여워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저렇게 단순하기에 운디네로서는 참으로 다행이었다. 카이라스는 3 일 내에 카일라와 디아나를 설득한다면 그녀와 섹스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다짐을 한 상태였고 이제 슬슬 디아나는 거의 미끼에 물린 물고기가 다름 없었다.

"근데 디아나 님은 고귀하신 여왕님이시니 마음도 넓으시죠?"
"으, 응! 물론이지!"

디아나는 운디네의 말에 단순하게도 그냥 넘어갔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넘어가지 않아야겠지만 순진한 그녀는 운디네가 왜 자신을 이렇게 띄워주는지 전혀 깨닫지도 못하고 있었다.

"제가 부탁을 하나 드리려는데...아무리 마음이 넓으신 디아나 님이라고 해도 들어드리기 힘든 부탁일거에요."
"무슨 부탁인데?"

디아나가 호기심을 보이며 운디네에게 묻자, 운디네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모르시는게 좋을거에요. 디아나 님은 어차피 들어드릴 수 없는 부탁이니까요. 사실 디아나 님이 허락하는 말만 해주시면 되는 일인데..."
"대체 무슨 일인데? 이 아름답고 고귀하며 마음 넓으신 여왕님이 그냥 허락한다 말만 해주는 것을 설마 못해주겠어?"

그리고 결국 디아나는 완전히 낚시줄에 걸려버렸다.

"저, 정말이신가요? 디아나 님, 정말 제가 부탁을 드리면 허락을 해주실 건가요?"
"응, 물론이야."
"약속하신거죠?"
"응, 그러니까 부탁을 말해봐."
"저, 주인님과 섹스를 할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

"뭐...라고?"

잠시간의 침묵 끝에 디아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운디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운디네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디아나 님은 제 부탁을 드리면 허락을 해주신다고 했죠? 그럼 허락해주신 것으로 알겠어요. 설마 디아나 님 같은 마음이 넓으시고 고귀하고 아름다우신 여왕님이 약속을 어길리는 없을테니까요."

운디네의 말에 디아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뭐라고 말을 해야하겠는데 도저히 뭘 말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에, 그...그...그게..."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할께요."

운디네는 원피스 치마자락을 살짝 들어서 디아나에게 공손히 레이디스럽게 인사를 하며 밖으로 나가버렸고, 디아나는 잠시 멍청하니 가만히 서있었다.

그리고 공황상태에서 벗어나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디아나는 거울을 바라보며 분함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흑...흐윽..."
"...하아, 정말."

그리고 그런 디아나의 뒤에 이마를 부여잡은 카이라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타났다. 디아나의 단순함을 이용한 운디네의 생각은 좋은 생각이긴 했지만 그녀가 계산하지 못한 것은 바로 디아나가 그 이상으로 여린 면이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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