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1화 〉[운디네의 하루] 2
그리고 공황상태에서 벗어나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디아나는 거울을 바라보며 분함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흑...흐윽..."
"...하아, 정말."
그리고 그런 디아나의 뒤에 이마를 부여잡은 카이라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타났다. 디아나의 단순함을 이용한 운디네의 생각은 좋은 생각이긴 했지만 그녀가 계산하지 못한 것은 바로 디아나가 그 이상으로 여린 면이 있다는 것이었다.
"디아나, 괜찮아?"
카이라스는 뒤에서부터 디아나를 살짝 끌어안으며 묻자, 디아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면서 억지로 흐느낌을 멈추었다.
"우, 운거 아니니까 착각하지마."
카이라스가 반경 100 km를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은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가 가까이에서 있는 것과 떨어져서 있는 것은 차이가 무척이나 컸다.
그리고 디아나는 언제나 약한 모습을 보이기를 싫어했고, 철이 없기는 해도 여왕으로서의 자존심이 강한 그녀가 단순하게 속아넘어갔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하고 분통했다.
특히나 배신감까지 느껴지기까지 했으니까.
"후우, 미안..."
카이라스는 한숨을 내쉬면서 디아나에게 사과를 했다. 운디네가 저지른 짓이기는 하지만 결국 원인이 자신 때문이었으니까.
"사, 사과 할거 없어."
디아나가 부리는 허세를 본 카이라스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녀의 몸을 뒤로 돌린후 그녀를 다시 끌어안으며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대었다.
"웃!"
디아나는 갑작스러운 카이라스의 키스에 놀란듯했지만, 이내 혀를 내밀면서 순순히 키스에 응해왔고 워낙에 자주 키스를 해줬기 때문인지 지금 그녀의 행동은 거의 습관대로 하는 수준에 가까웠다.
물컹!
"흡!"
키스를 하던 디아나가 신음소리를 흘렸다. 바로 키스를 하던 카이라스의 한쪽 손이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움켜쥐었고 또다른 손이 그녀의 핫팬츠의 위에서부터 탐스러운 엉덩이를 움켜쥐었기 때문이었다.
부드럽고 탄력좋은 디아나의 커다란 가슴과 엉덩이의 감촉을 손길을 통해 느낄 수 있었지만 카이라스는 그보다도 디아나를 달래주는데 집중했다.
적당한 애무와 키스가 더해지자 디아나는 점차 안정을 취해가는듯 했고, 새하얀 얼굴을 연분홍빛으로 은은히 붉히고 있는 사랑스러운 그녀의 얼굴이 두 눈에 들어왔다.
"하아아..."
키스가 끝나고 둘의 설육에서부터 타액의 실이 이어지자 디아나의 붉은 눈동자가 몽롱한 빛을 띄웠다.
"디아나, 운디네의 일은 잠시 잊자. 일단 데이트가 끝나고 내가 벌을 줄테니까."
"응..."
"그리고 우리 데이트는 지금 나갈래?"
"응!"
디아나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매우 기분이 좋은듯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예정보다 이르게 데이트를 나간 그들은 저녁 8 시가 되었을때야 돌아왔는데, 바로
1798년 8월 13일 오후 8시.
"우으..."
운디네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위로 들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이른바 벌 받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20 m에 달하는 거대한 모습이 아닌 2 m 정도로 축소한 모습인 불의 정령왕인 샐러맨더, 안쓰러운듯 바라보는 사근사근해보이는 미녀의 모습인 바람의 정령왕인 실프, "헛허..."하는 현자와도 같은 수염을 기른 노인의 모습을 하고 노인네 다운 웃음소리를 내고 있는 땅의 정령왕인 노움, 그리고 정장 차림에 팔짱을 치고 혀를 차고 있는 금발의 미청년의 모습인 일렉트론까지.
다른 정령왕들의 앞에서 벌을 받는 어린아이처럼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 있으니 여간 창피한 것이 아니었다.
"운디네, 네가 뭘 잘못 했는지는 알고 있겠지?"
카이라스가 팔짱을 끼며 말하자 운디네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네..."
"라는데?"
카이라스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품에 안겨져있는 디아나를 향해 말하자 디아나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운디네, 너는 그냥 허락만 받을 생각이었겠지만 속아서 이용당한 사람이 느낄 배신감은 어떨지 생각해봤어?"
"아...뇨. 흐윽, 잘못했어요. 주인님. 미안해요, 디아나 님."
운디네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카이라스와 디아나에게 사과를 했다.
아름다운 미녀의 모습을 한 운디네가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은 절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이었지만, 카이라스는 디아나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래?"
"응, 내...내가?"
디아나는 카이라스가 갑자기 자신에게 어떻게 할거냐고 묻자 당황스러워하며 말을 더듬으며 그를 바라보았고, 카이라스는 그녀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피해를 입은 건 너잖아, 디아나. 그러니까 용서할지 말지도 네가 정해야지."
카이라스는 운디네를 용서할 것인지, 용서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 결정권은 디아나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운디네에게 속아서 배신감을 느끼고 울음까지 터트리려고 했던 피해자는 디아나였으니까.
그렇지만 디아나는 오히려 당혹스러워하며 난감해했다. 그리고 뭔가 고민을 하던 그녀는 이내 가슴에 힘을 주었고 그로인해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거세게 출렁거렸지만 지금은 운디네의 처벌에 대한 결정권 때문인지 아니면 카이라스와 그녀를 제외한 모두가 정령들이기 때문인지 모두의 시선은 그녀의 입술에 집중되어있었다.
"흐, 응...이 여왕님을 속이고 배신한 것은 정말 괘씸해. 하지만 이 여왕님은 마음이 넓고 자비로우니까 특별히 다리를 핥으면 용서해줄께."
"......"
잠시 방 안에 침묵이 돌았다.
다른 4 명의 정령왕들은 물론이고 벌을 받는 당사자인 운디네까지도 멍하니 디아나를 쳐다보았고, 모두의 어처구니 없다는 시선을 받게 된 디아나는 그 시선에 움찔하면서도 물었다.
"뭐, 뭐야? 왜, 왜 다들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왜!"
디아나는 모두가 자신을 어처구니 없다고 바라보는 시선이 마음에 안드는지 큰소리를 내질렀지만 이내 그녀의 어깨에 카이라스가 손을 얹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디아나, 그게 처벌이야?"
"으, 응. 발을 핥게 할까도 했지만 난 발이 민감하잖아."
카이라스는 한숨을 쉬며 운디네를 제외한 정령왕들에게 돌아가라고 했고 정령왕들이 모두 사라지고 자신과 디아나, 운디네 셋만 남게 되자 디아나에게 다시 물었다.
"발 만큼은 아니어도 허벅지도 민감한데 다리를 핥다가 허벅지를 핥으면? 그리고 넌 오금도 민감해서 오금을 핥아주면 바로 자지러지잖아? 저 두 곳이 엉덩이보다 더 민감하면서."
"우으...그, 그렇네..."
디아나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고, 이내 고개를 다시 운디네가 있는 쪽으로 홱 돌린다음 가냘픈 허리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흐, 흥! 무, 물론 이 여왕님의 다리를 핥아도 좋다는 말은 장난이었어. 특별히 2 시간 동안 다시는 남을 속이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혀있는 팻말을 지금 그 자세로 밖에서 들고 있으면 용서해줄께."
"그나마 처벌 다운 처벌이군."
카이라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바로 마법으로 즉석에서 팻말을 만들어주었고, 디아나는 "흐~흥~"하며 즐거운 콧노래를 부르며 운디네에게 팻말을 건네주었고 그 팻말을 받아든 운디네가 서글프게 중얼거렸다.
"우으으...차라리 그냥 다리를 핱으면 안될까요?"
핫팬츠 아래로 쭉 뻗어있는 디아나의 새하얗고 늘씬한 다리를 바라보며 운디네가 울먹거리며 물었지만, 디아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싫어, 이 여왕님의 다리를 함부로 핥을 수 있을 것 같아?"
아까전에는 핥으라고 명령을 하더니, 다리에 민감한 성감대들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자마자 디아나는 바로 비싸게 굴어댔지만 카이라스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키득 웃었다.
'기분이 확실히 풀렸구나.'
카이라스는 그러면서 디아나의 엉덩이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 디아나. 이제 슬슬 침대로 가야지. 오늘은 일찍부터 귀여워해줄께."
"응!"
디아나는 데이트를 한데다가 일찍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기쁜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어린애처럼 "히힛~"하는 웃음소리까지 냈고 카이라스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사랑스럽다는듯 바라봤다.
"......"
운디네는 철저하게 자신이 소외되는 느낌을 받았다.
디아나를 바라보고 있는 카이라스의 눈은 디아나를 향한 애정이 정말 가득했다.
철이 없는 그녀의 행동도, 그녀의 허세도 모두 귀엽고 사랑스럽게 봐주고 있는 그의 눈을 바라보는 운디네는 디아나에게 여자로서, 여왕으로서 완벽한 패배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우, 분해...'
운디네는 무척이나 분했지만, 그녀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잘못한 것도 있었기에 그냥 뺨만을 부풀렸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내 문득 궁금한 것이 떠올라 슬슬 밖으로 나갈까 하는 카이라스와 디아나를 제지했다.
"저, 자...잠깐만요. 주인님, 디아나 님. 근데 제가 아까 받은 허락은 어떻게 된건가요?"
운디네는 이 상황에서도 아직 그걸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었고, 그것은 지금 이제 밖으로 나가 양팔로 팻말을 들고 무릎을 꿇고 있을 예정이었으니 일단락 된 상태라고 여기고 있었다.
카일라에게는 아까 허락을 받기 위해 갔었지만, 그녀는 마치 귀찮은 것을 억지로 떠맡게 된듯한 기분을 느낀듯 자신이 가진 허락에 대한 권한도 "라스에게 허락받아."라며 카이라스에게 넘겨버렸기에 운디네는 그것을 허락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좀 이상한 생각이긴 했지만 카이라스는 카일라에게 허락받으면 된다고 했으니 운디네의 기준으로 볼때 그것은 카이라스 본인은 허락을 하긴 했지만 대신 카일라와 디아나에게서 허락을 받아야한다는 것이 추가 조건이었다.
그런데 카일라는 카이라스에게 권한을 넘겨버렸으니 카이라스의 허락이 곧 그녀의 허락이었고, 아까전 일을 디아나의 허락으로 여긴다면 그녀는 조건을 모두 채우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디아나."
카이라스가 살짝 걸음을 멈추며 디아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저 그녀의 이름만을 불렀을 뿐이었지만, 카이라스의 질문이 무엇인지는 순진한 디아나조차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백했다.
"흥, 이 여왕님의 마음이 넓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
운디네에게 도도하게 한마디를 남긴 디아나는 그대로 카이라스와 다시 팔짱을 끼며 밖으로 나갔고, 그들이 나간 자리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운디네가 미소를 지으며 팻말을 들며 이동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훗, 2 시간 후 기대해봐요. 주인님~그리고 디아나 님에게도 사죄의 표시로 특별한 서비스를 해드릴께요. 호호홋~"
뭔가 위험한 표정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요염한 웃음을 지은 운디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팻말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 무릎을 꿇고 팻말을 들고 있었지만 그보다도 더 그녀를 주목하게 하는 것은 싱글벙글한 그녀의 표정이었다.
[운디네가 미친건가?]
[아마도 그런거 같은데?]
[무릎을 꿇고 팻말을 들고 실실거리고 있다니...영락없이 미친년이군.]
[야, 가까이 가지마. 뭔가 불길하다.]
[정령왕도 미치는건 처음 알았는데?]
자연스럽게 그녀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마법사들에게 미친년의 취급을 받았지만 그녀는 아무래도 좋았다.
'오늘 하루는 보람 있었으니까.'
그리고 2 시간 후, 정령왕의 중간계에서의 육신에 정조개념이 있을리는 없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첫경험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