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화 〉[권제와 미래의 권황]
권제(拳帝) 알버트 웨스터!
검제 갤러트 폰 리히테나워 공작과 더불어서 당대의 무인들 중 가장 강한 무인이라고 불리는 남자로 그에 비할만한 무인들은 리히테나워 공작을 제외하고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돌연변이인 카이우스나 아르테일 공작가의 안주인인 엘리나 정도라고만 불리고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1799년 3월 23일인 현재 그는 아직 생일(4월 4일)이 되지 못해 13 살인 제자, 제이크 슈파이어를 가르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제자인 제이크는 오늘도 힘차게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끄아아아악!"
인체의 뼈 206 개, 인체의 근육 650 개, 36 개의 대혈을 비롯하여 인체에 퍼져 있는 365 개의 모든 혈도까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권제 알버트였다.
말 한마디를 할 때 72 개의 근육이 움직인다는 것까지도 파악할 정도로 인체에 대한 뛰어난 파악력을 지닌 알버트에게 어디를 쳐서 부러뜨려야 안전할지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인체의 구조는 매우 신비해 한번 부러진 뼈가 아물면 이전보다 훨씬 튼튼해지고 굵어져서 잘 부러지지 않게 된다."
탁한 금발의 중년 남성, 알버트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제이크의 인체의 206 개의 뼈를 골고루 부러뜨려주며 동시에 650 개의 근육들 역시 골고루 파열시켜주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수련에 방해가 된다며 알버트는 제이크의 탁한 금발, 혹은 갈색에 가까운 머리카락들을 모조리 깎아버렸기에 졸지에 대머리가 된 13 살의...이제 곧 14 살이 되는 소년 제이크는 지옥 속에서 비명을 멈추었다.
그가 비명을 멈춘 이유는 이제 비명을 지를 기운도 낼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아팠기 때문을 넘어서 아예 몸 전체가 박살이 나 비명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알버트는 무심한 어조로 제자를 향해 말했다.
"걱정마라, 죽지 않는다. 그리고 죽으면 대마법사에게 부탁해서 되살려낼테니 염려하지마라."
'어떻게 염려를 안해!'
라고 속으로 소리쳐본 제이크였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내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알버트 웨스터와 제이크 슈파이어.
둘은 성이 달랐기에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모르고 있지만 둘은 부자관계였다.
그렇지만 가족 관계라고 하면? 그것은 아니었다.
'끄아아악!'
붕권을 비롯한 강력한 권법들을 구사하는 알버트는 인체에 대해 무척이나 해박했기에 전투시에도 상대의 어디를 공격하는 것이 가장 타격이 강력한지, 상대의 결이 어디인지를 쉽게 파악하는 안목을 지니고 있었고 그런 안목에 그랜드 피스트 마스터 최상급의 경지까지 합쳐지니 당연히 그가 최강의 무인이라고 불릴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운이 좋다고 생각해라. 네가 내 아들인 것을. 재능을 타고 나서 이 강력한 힘을 물려받게 된 것을 말이야."
알버트의 말에 제이크는 전심전력으로 부정하고 싶었다.
'으아아, 낳아줬으면 다 부모냐! 애초에 당신 우리 어머니 버렸잖아!'
몇 년 동안 온 몸의 뼈와 근육이 다 박살이 나는 것을 반복해와서인지 친아버지를 향한 제이크의 감정에는 악감정이 가득했다.
알버트는 그의 아버지이기는 했지만, 그는 일종의 버림받은 자식과도 같았다.
방랑벽이 심하던 알버트는 당연히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여자들을 사귀고는 했는데 주로 평민 출신의 여자들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애도 몇 명 생기고는 했지만 적당히 돈과 간단한 마나연공법과 기초적인 권법들을 주는 것으로 무마하고는 했다.
그로인해 태어난 자식들은 어머니가 준 마나연공법과 권법을 통해서 용병으로라도 먹고 살수 있었고 받은 돈도 먹고 살만큼은 되었지만 아버지가 없는 신세라는 것은 달라질 수 없었다.
그렇다보니 외로움을 느끼던 아이들의 어머니들의 경우는 주로 다른 남자들과 결혼을 하기도 했는데 제이크 역시 그런 경우였다.
제이크의 어머니의 경우는 슈파이어라는 성을 쓰는 어떤 용병과 결혼을 했는데 그 용병은 A급의 용병이었기에 그럭저럭 많은 돈을 지니고 있었고 성품 역시 나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아들은 아니었지만 제이크를 양자로서 자신의 아들로 공식으로 등록시킨 후 싸우는 법도 알려주며 제법 부자 다운 사이가 되는가 싶었었다.
하지만 문제는 알버트가 나타나면서부터였다.
우연히도 제이크가 사는 근처를 지나가던 알버트는 문득 자신이 예전에 함께 보냈었던 여인이 근방에 있는 것을 떠올리고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궁금한 마음에 살짝 멀리서 그녀를 지켜보기 위해 갔었다.
그러다가 그의 눈에 제이크가 띄게 된 것이었다.
하필이면 때마침 제이크는 알버트가 여인에게 선물로 준 기초 권법을 연습하고 있었고, 알버트는 비록 근육질의 거구는 아니었지만 제법 탄탄하면서도 날렵해보이는 제이크의 권법들을 보며 그가 권술의 천재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리고 거기에 제이크가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아들이라는 사실까지 알게되자 그는 바로 제이크의 어머니에게로 가 제이크를 자신의 제자로 내놓으라고 주장했다.
당연하게도 새로운 남편과 잘 살아가고 있던 제이크의 어머니로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고,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제이크를 절대 줄 수 없다고 버텼지만 상대는 권제였다.
대륙에서 가장 강하다고 불리는 무인 중 하나.
A급 용병 따위는 벌레처럼 취급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데다가 대륙에서 가장 강한 무인들 중 성격이 가장 오만하고 더럽다고도 불리는 것이 알버트였다.(물론 가장 착하다고 불리는 것은 엘리나였다. 그녀를 거의 성녀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많았으니까.)
그는 자신의 무재를 그대로 이어받은 자신의 아들의 재능을 썩어가게 할 수 없었고, 무력시위까지 하면서 제이크를 거의 강제로 "내가 네 애비다.(I am your father)" 라는 말과 함께 끌고 와 이렇게 몇 년 째 수련을 시키고 있었다.
그렇지만 권법을 수련하기에 앞서서 아직 어린 제이크의 육체를 보다 튼튼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알버트는 이렇게 사정 없이 그의 뼈와 근육들을 박살낸 것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군."
그리고 알버트는 바로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져있는 반지를 제이크의 등에 갖다대었다.
사실 손에 장갑을 끼는 것이면 몰라도 손가락에 반지 따위(?)를 끼는 취미 같은 것은 없는 알버트였지만, 그의 아들이자 제자인 제이크를 수련시키기 위해서는 필요한 아티팩트였기에 기꺼이 끼워주고 있는 것이었다.
"리버스 헐트."
그리고 아티팩트인 반지에 새겨져있는 마법의 시동어를 외우자 바로 제이크의 육체는 순식간에 회복이 되었다.
놀랍게도 박살났던 뼈들과 근육들이 모두 순식간에 완벽하게 재생된 것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제이크의 육체는 흉터 하나도 남지 않았고, 그것도 부족했는지 그의 뼈들과 근육들은 마치 자연적으로 회복되어서 붙은듯 더욱 튼튼해져있었다.
"크으..."
그리고 몸이 건강해지자 자리에서 일어난 제이크는 가볍게 몸을 움직여보았다.
"젠장할, 그 아티팩트 효과는 언제나 죽여주네."
9 서클의 궁극 치료마법, 리버스 헐트가 새겨져있는 반지.
제이크는 저 반지를 줬던 저 망할 아버지 겸 사부라는 인간에게 준 흑발의 소년을 떠올렸다.
뺀질나게 잘생긴 얼굴에 저 괴수인 알버트조차도 강력히 제압하는 강력한 마법의 힘까지 겸비한 진정한 괴물이 그보다 고작 5 살 연상이라는 것을 알았을때는, 또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가문이자 부자인 가문인 아르테일 공작가의 차기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때, 마지막으로 경국지색의 절세미녀들이 그의 아내들이라는 사실을 알았을때 그는 신에게 불공평함을 저주했다.
그렇지만 그가 리버스 헐트가 새겨진 반지를 알버트에게 준 것만큼은 제이크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었다.
적어도 이전처럼 느릿느릿 치유가 되는 것이 아닌 단번에 치유가 됨으로서 그나마 휴식시간이 좀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원래라면 아침 8 시부터 10 시까지 아주 박살이 나고, 12 시까지 S 급의 포션은 비싸다는 이유로 A 급의 포션을 마셔가며 천천히 내부까지 회복해가며 시간을 보낸 후 1 시까지의 점심 식사와 1 시부터 3 시까지 시작되는 인체에 대한 공부, 그리고 3 시부터 밤 10 시까지 계속되는 대련을 비롯한 수련들을 생각하면 본래 그에게 자유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10 시부터 12 시까지라는 자유 시간이 생겨난 덕에 그는 보다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그것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벌써 그의 성취는 피스트 마스터 최상급에 이르어있었다.
아직 14 살도 되지 못한 소년이 피스트 마스터 최상급이라는 것은 지그문트가 17 살의 나이에 소드 마스터 최상급에 오른 것보다도 더욱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제이크는 자신의 성취를 기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알버트의 가르침에 따르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과거 알버트는 그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놀라울 정도의 빠른 성취를 얻은 것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는데 원래가 피스트 마스터 최상급까지는 자신의 수련법을 통할 경우 인간의 필사적인 의지가 깨어나 다른 사람들의 몇 배에 달하는 속도로 성취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대신 단점도 있었는데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들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는 더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속성법의 수련이랄까?
"2 시간 동안 휴식이다."
알버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휙- 돌아섰고 차가운 모습으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남겨진 제이크는 털썩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으아~이제 드디어 2 시간은 휴식이로군."
매일매일 겪는거지만 이 지옥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그의 친부를 향한 살기 역시 강해져갔다.
그런데 아들이 자신에게 살기를 보내고 있는데 "낳아준 은혜도 모르는 폐륜 자식 같으니!"라고 하는 것이 정상적인 아버지의 반응일텐데 알버트의 반응은 오히려 특이했다.
"살기를 벌써부터 강하게 뿜어내다니? 좋은 반응이군!"이라면서 흡족한 미소를 짓기까지 하자 제이크는 뭔가 오싹한 느낌까지 받았었다.
그리고 그 때 그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련은 끝났냐?"
"아, 끝났습니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있는 제이크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돌아서며 말헀다.
검은 색의 롱코트를 차려입고 검은 바지를 입은에다가 머리색과 눈색 역시 검은 색인 그야말로 완전히 검은 색으로 무장한듯한 하얀 피부에 훤칠한 키의 시원시원한 인상의 잘생긴 외모의 소년,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이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금발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의 선해보이는 인상의 잘생긴 소년이 서있었는데 제이크는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지그문트 경, 경도 오셨군요. 오랜만입니다."
바로 대륙의 북방에서 최근 오크들을 상대로 강력한 무위를 보여주며 천재검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지그문트 폰 알브레히트였다.
"오랜만이야, 제이크."
지그문트 역시 반갑게 제이크에게 인사했다. 나이는 그가 4 살 연상이었기에 간편하게 그에게 말을 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