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3화 〉[미래의 검황과 권황인 소년들]
당대에는 검제와 권제가 존재한다면 시공회귀 이전에는 검황과 권황이 존재했다.
그리고 시공회귀 이전의 미래에서 검황과 권황이라 불렸던 둘, 지그문트와 제이크는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지그문트의 검은 1.5 미터가 넘는 길이에 칼날 부분들은 검은 색의 버너디움으로 만들어졌으며 칼자루는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져있고, 칼자루의 끝에 달린 장식물은 눈물방울 모양으로 그 끝에는 작은 달걀만한 크기의 루비가 박혀져있었다.
바로 카이라스가 이전에 지그문트에게 선물로 주었던 그 검, 레바테인이었다.
오러의 위력을 상승시켜주는 힘을 지닌 레바테인의 힘은 지그문트의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을 상승시켜주고 있었지만 그런 지그문트를 상대로도 제이크는 밀리지 않고 있었다.
그런 그의 손에는 검은색으로 된 건틀렛이 끼워져있었다.
그의 손에 짝 달라붙은 그 건틀렛에서 피어나고 있는 붉은 색의 오러는 지그문트의 푸른 색의 오러 블레이드를 상대로 한치의 밀림도 없이 접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둘의 오러가 충돌할 때마다 거대한 폭음이 들려왔다.
쾅! 쾅!
아침 10 시에 만난 둘은 신나게 대련을 하고 있었는데 제이크는 2 시간 동안의 자유 시간을 지금 이 순간 마음껏 사용하고 있었다.
지그문트와 그의 실력을 비교해보면 지그문트가 약간 더 우위에 있기는 했고 경험도 풍부했지만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거의 비등한 수준이었고 그 탓에 제이크는 아주 짜릿한 느낌을 맛보고 있었다.
그가 가진 힘을 모두 토해내며 맞부딪칠 수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스승이자 아버지인 알버트는 대련 상대로는 최악이었다.
그랜드 피스트 마스터 최상급의 경지에 이른데다가 자비가 없는 구타를 선보이는 알버트는 무심하게 그를 때려눕히기 일쑤였고, 그는 변변찮은 반항조차도 제대로 못해본채 두들겨 맞기 일쑤였다.
그런 상대에게 아무리 그가 무인화가 되었다고는 해도 무인의 피가 끓는 일이 벌어지거나 할 일이 없었다.
그는 무인이었지, 마조가 아니었으니까.
"제이크, 조심해! 강력한 걸로 갈테니까. "
제이크와의 대결 도중 거리를 벌린 지그문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검에 힘을 집중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베기를 하려는 그의 검에는 아예 섬광이 한번 보이더니 이윽고 어마어마한 속도로 오러 블레이드 웨이브가 참격 형태로 제이크를 향해 날려졌다.
지그문트가 스스로 개발한 기술로 그는 스스로 이 기술의 이름을 섬광참 - 좌측베기라고 붙이고 있었다. 사실 기술이라고 하기도 뭐했다.
그저 기초적인 좌측베기를 극대화시킨 단순한 기술에 불과했으니까.
"훗, 크로스 베리어!"
제이크는 두 주먹을 쥔채로 왼쪽 주먹은 위로, 오른쪽 주먹은 왼쪽 옆으로 길게 뻗었고 그러자 붉은 색의 오러 피스트가 십자가 모양으로 제이크의 앞에 펼쳐졌다.
콰아앙!
그리고 지그문트의 공격은 크로스 베리어를 절단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뒤를 이어 펼쳐져있는 제이크의 전신에 퍼진 오러 베리어를 꿰뚫지 못하였다.
"역시 순발력이 대단한데?"
지그문트는 제이크의 순발력에 감탄했다.
흔히들 권제 알버트를 권법을 쓴다는 이유로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거한이며 패도적인 권사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실제는 틀렸다.
키는 190 cm이라 무척이나 큰 키고 근육 역시 탄탄하였지만 그는 단순히 강력한 힘을 우선시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육체를 튼튼하게 만드는 방식을 하기는 하지만, 그는 빠른 속도와 순발력, 반사신경 역시도 중시했고 또 기교 역시도 중요시했다.
그렇기에 그의 아들이자 제자인 제이크 역시도 빠른 반사신경과 순발력, 스피드를 이용해 지그문트의 빠른 좌측베기를 바로 파악하고 정확하게 빠르게 움직여 막아낸 것이었다.
그리고 둘의 대련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쾅! 쾅!
제이크의 주먹이 빠른 속도로 지그문트의 검을 후려치고 둘의 마스터 급의 오러가 충돌하여 계속해서 폭발음을 일으켰다. 그렇지만 이 때 제이크는 갑자기 주먹에 깃들여져있던 오러를 타격형이 아닌 절단형으로 뒤바뀌었다.
마치 주먹에 길다란 칼날이 솟아난듯한 모습이 된 제이크는 일렁거리지 않고 일정한 모습을 보이는 칼날의 주먹(?)으로 지그문트의 검을 쳐댔고 그러자 지그문트는 마치 양쪽 단검을 쓰는 검사와 싸우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처음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오러 피스트를 오러 블레이드로 바꾸는 것은 여러번 보아왔었으니까.
'후, 유쾌한데?'
'속이 시원하군.'
지그문트와 제이크는 동시에 피식 웃었다. 실력이 비슷한 강자들끼리 대련을 하다보니 정말 시원하고 속이 후련했다. 그리고 유쾌한 기분까지 들어서 그들의 얼굴에 미소까지 생긴 것이었다.
시공회귀 이전에 검황과 권황인 그들도 이렇게 대련을 자주하고는 했었고, 그 때 당시 때는 둘 모두 지금의 그들의 모습과는 비교 자체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대결들과 강렬한 힘들을 보여주었다.
공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지그문트의 검은 어디에서 공격해올지 몰랐고, 제이크가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서 얻은 힘 역시도 특이하게 지그문트랑 같은 공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형식이었기에 둘의 대결은 같은 종류의 힘인만큼 더더욱 치열해보였었다.
'저 녀석들 신났네.'
그리고 둘의 대결을 바라보는 카이라스는 시공회귀 이전의 그들의 대결을 떠올리며 피식 웃으며 팔짱을 꼈다.
둘의 실력은 그의 기대대로 쑥쑥 늘어나주고 있었다. 아마 이대로 지난다면 스물 이전의 나이에 그랜드 마스터 급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지그문트는 올해 안에 오를 수도 있을 거 같고, 제이크는 몇 년 더 걸리겠네.'
지금이야 둘의 실력이 비슷하지만 제이크는 빠르게 최상급의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만큼 그랜드 마스터가 되는 일은 지그문트보다 몇 배는 더욱 어려울 것이었다.
지그문트가 올해 18 살이 되고, 제이크가 올해 14 살이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제이크 역시 18 살에서 19 살은 되어야 그랜드 마스터가 될 수 있을 것이었다.
사실 그것도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누구는 평생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지 못하는데 저들은 아무리 카이라스가 여러모로 뒤에서 도움을 준다고 하지만 십대의 나이에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를 엿보고 있으니 말이었다.
당장 최연소 그랜드 마스터로 알려진 것이 24 살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카일라였고, 그녀의 성취에 대륙 전체에 놀랐던 것을 생각하면 십대에 저런 경지에 오르는 인재들이 나타난 것은 정말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카일라 누나도 단순히 몬스터 사냥이 아닌 어머니에게 필사적인 수련을 받은 후에 실력이 급격히 늘어났었지...외가에 보내줄 몬스터 사냥에 신경을 많이 쓰냐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서 그렇지 카일라 누나도 오직 경지를 올리는데만 노력했다면 10 대에 그랜드 마스터를 이뤘을지도 모르겠네.'
뭐 그렇다고 몬스터 사냥을 했던 것이 나쁜 것이 아니었다. 무엇인가를 많이 죽여본 경험이 그녀의 검사로서의 검을 더욱 날카롭게 했고 그 탓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 상급의 경지에 있는 그녀는 임신을 하기 이전의 실력만으로도 다른 상급의 경지에 오른 그랜드 소드 마스터들보다 강했었으니까.
카이라스는 세상이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라시안이 이종족들을 이용해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하는데 드래곤 로드인 에라시안에 대항할 힘을 가진 10 서클 마스터인 자신이 등장하고 이 대에서는 유달리 많은 천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마치 무엇인가의 안배 같기도 했다.
'만약 이게 안배고, 안배를 내린 것이 신이라면...그 신은 단순히 세상을 장난으로 보고 있는 망할 새끼거나 아니면 안배 밖에 할 수 없는 무능한 놈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카이라스는 서서히 끝나가는 지그문트와 제이크의 대결을 바라보았다.
지그문트의 검이 제이크의 오른팔의 주먹을 흘려버리며 빈틈을 노려 그의 안쪽을 공격하려고 할 때 제이크의 왼손이 교묘하게 손등으로 검을 살짝 치는 것으로 지그문트의 검이 엉뚱한데로 향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기교와 기교의 싸움이었고, 그 탓인지 둘 모두 서로를 거의 다치지도 못하게 하며 서로 자신의 공격을 상대에게 제대로 스치게 하기도 버거워하고 있었다.
미래에서 검황이자 권황이라고 불릴 소년들은 이제 슬슬 가장 강력한 기술로 대결을 하려고 있었다.
지그문트는 카이라스가 준 검법에 적혀져있는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중시하는 기술을, 제이크는 알버트에게서 배운 궁극기를 사용하려고 하고 있었다.
어차피 둘 중 누가 죽더라도 카이라스가 바로 되살려줄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자신들의 실력을 숨김없이 발산하는 것이었다.
슈우우우-
지그문트의 오러 블레이드가 서서히 응축이 되며 빠르게 날카로운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 회전은 자연히 주변에 많은 태풍을 불러일으켰고, 카이라스는 그 모습에 약간 신기한듯 지그문트의 검을 바라보았다.
'시공회귀 이전에는 저런 속성력은 없었는데?'
카이라스가 신기하게 바라본 것은 바로 지그문트의 검에 서려있는 바람의 속성력이었다. 그 속성력이 주변에 날카로운 태풍을 일으키며 동시에 그 태풍의 일부를 날카로운 칼바람과 같이 변하게 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지그문트의 검법 중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중시하는 기술인 멸풍참(滅風慘)이었다.(벨 참이 아니라 참혹할 참이다.) 이 기술의 이름은 멸망의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참혹함만이 남는다는 뜻의 제 1의 마도시대 때 당시에 어느 부족에서 썼다는 고대어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카이라스는 알고 있었다.
또 지그문트의 검 주변에서만 지금 일어나고 있었지만 저것이 지그문트가 찌르기 식으로 공격하여(찌르기다. 베기가 아니라) 상대에게 날릴 경우 어떤 위력이 일어날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그문트의 양 손에서는 마치 붉은 히드라의 머리들과도 같은 9 개의 드래곤의 머리가 보여지고 있었다.
"나인 드래곤 캐논. 이라는 심플한 이름이었지."
권제 알버트도 그의 나이 든 사부에게서 배운 것이라는 저 궁극기는 이름이 무척이나 단순했고, 유치하기도 했지만 그 위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무시무시한 파괴력도 파괴력이었지만 세밀한 오러 컨트롤 능력이 없다면 사용조차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저 기술이었기 때문이었다.
저 기술을 쓴다는 것 자체가 뛰어난 오러 컨트롤의 능력을 가졌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기특하게 대련을 하고 있군."
그리고 카이라스의 옆에 탁한 금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190 cm의 키의 냉철해보이는 인상의 남자인 알버트가 와 서있었다.
검은색 가죽장갑을 끼고 천으로 된 롱코트인 카이라스와는 달리 가죽으로 만들어진 코트를 입고 있는 그는 히죽 웃으면서 둘의 대결을 지켜보았는데, 카이라스 역시 옆에 온 그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미래에 검황과 권황이라고 불릴 소년들의 대결을...그리고 시공회귀 이전의 그의 두 친구의 대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멸풍참과 나인 드래곤 캐논이 충돌했고 지그문트와 제이크는 동시에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끄아아악!"
그리고 처참한 비명을 지르는 둘을 바라보며 카이라스가 중얼거렸다.
"저 단순무식한 것들..."
그의 친구들은 시공회귀 이전이나 이후나 서로 대결을 하다보면 단순무식해지고 앞뒤 생각이 없어지는 것은 똑같았고, 비명소리도 똑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