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7화 〉[아르테일 공작가의 가주란 자리] (237/380)



〈 237화 〉[아르테일 공작가의 가주란 자리]

"......"
"......"

아르테일 공작가의 가주, 루스칼리스의 집무실. 현재 이곳에서는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하고 있는 것은 얼핏 보면 형제라고 착각할 정도로 닮은 두 흑발의 남자였다.

그 중 보다 나이가 많아보이는 흑발의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남자, 루스칼리스 폰 아르테일은 가볍게 양 손을 깍지를 끼며 흑발의 소년인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아들아. 이 아버지가 참으로 신기한 것을 보았구나."
"......"

카이라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태연한 눈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부자의 똑같은 흑안이 서로 마주하더니 루스칼리스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7 명의 마누라들 중에서 6 명을 임신시키고 그 6 명이 낳은 것이 전부 딸들이라니! 이전에 리스까지 포함하면 7 명이구나. 7 명 연속으로 딸들을 낳다니, 정말 대륙의 역사에 남을만한 기록이야."
"하고 싶은 말이 뭔가요?"
"딸을 그토록 좋아하는 줄 이 애비가 진작에 몰랐다는 것을 사과하기 위함이다. 후우, 나도 이번 기회에 네 엄마랑 같이 네 여동생 하나 만들어볼까 한단다."
"......"

루스칼리스의 요건은 그냥 딱 잘라서 말하면 "나 딸 하나 만들고 싶음. 괜찮지?"라는 것이었다.

"돌려 말하지 마시고 그냥 직설적으로 말하세요. 결국 아버지도 그냥 딸 하나 가지고 싶다는거 아닙니까?"
"크흠, 그렇게 되는구나."

루스칼리스가 멋쩍은듯 헛기침을 하자 카이라스는 소파에 등을 기대면서 말했다.

"그리고 미리 말씀드려두는데 마나에 걸고 맹세코 마법 등으로 아내들이 딸만 낳도록 한 적 없습니다. 그냥 단순히 제가 아들운이 없어서 딸들만 나온거지 다음 번에 카일라 누나를 임신시킨다면 분명히 아들이 나올 것입니다. 예지가 틀리지 않았다면요."

카이라스의 말에 루스칼리스는 키득 웃으면서 물었다.

"그래, 앞으로 딸들 키우려면 고생이 많겠구나? 유모라도 몇 명 더 뽑아줄까?"
"있으면 좋죠. 아무래도 아내들이 항상 돌볼 수는 없을테니까요."

애초 귀족가의 여인들의 경우는 애를 낳더라도 모유를 물리기는 해도 아이를 직접 계속해서 돌보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귀족가의 여인들의 경우 항상 품위 있는 모습을 보여야했기에 주로 아이들을 돌봐줄 유모에게 맡기는 것이 기본이었고, 그것은 아르테일 공작가 역시 다르지 않았다.

당장 루스칼리스 역시도 그의 어머니인 펠리시아는 반 년 정도만 돌본 후 나머지는 담당인 유모가 맡아서 돌보았었고, 카이라스는 정이 많은 엘리나가 1 년이나 데리고 있었지만 결국 엘리나 역시도 유모에게 카이라스를 맡겼어야했었다.

물론 어린 아들을 떨어뜨려놓기 불안해했던 엘리나가 급격히 우울해지자 루스칼리스는 유모에게 맡긴지 1 달도 되지 않아서 다시 카이라스를 엘리나에게 맡겨야했었지만.

하지만 카이라스는 티세라나 셀리나라면 모를까, 카일라와 디아나, 그리고 레이나가 낳은 딸들을 그녀들에게만 맡겨둘 생각은 없었다.

당장에 그녀들은 누군가를 돌보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집안일에 눈꼽만큼도 재능에 없는 그녀들은 당연하게도 애를 돌보는데도 재능이 심각하게 없었고, 그렇기에 카이라스는 그녀들의 옆에다가 여차하면 도와줄 유모들을 부탁해놓은 상태였다.

반면 본인 자체가 마법사인 티세라와 마법을 보조로라도 익히기라도 한 셀리나의 경우는 자신의 딸들을 씻길 때는 클린 마법을 사용했기에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었고, 또 그녀들은 손길 역시도 섬세하였다.

거기다가 둘 모두 온화한 성품이었기에 아이들 역시 따스하게 잘 다루어주었지만, 카일라나 디아나, 그리고 아직 어린 레이나의 경우는 아무래도 미숙해도 한참 미숙했다.

그녀들을 신뢰하고 뭐고 이전에 딸을 소중히 생각하는 아버지로서 카이라스는 유모들을 배치시킬 수 밖에 없던 것이었고 그런 사정은 카일라와 레이나 역시도 이해했다. 단지 디아나가 입술을 삐죽이면서 살짝 투덜거리긴 했지만 그녀 역시 카이라스의 그러한 결정에 반대하지는 않았다.

내심 그녀 역시도 딸을 잘못 다룰 것이 두려웠던 것이었다.

'또 다음해부터는 바빠질테니까...'

다음해부터는 다시 유적들을 발굴하고, 또 유적 안의 던전들을 공략해가며 많은 초고대문명, 제 1의 마도시대 당시의 아티팩트들과 고대문명, 제 2의 마도시대 때 당시의 아티팩트들을 모아놔야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는 10 서클 마스터인 카이라스도 놀랍게 여길 다양한 마법들의 응용이 있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기에 그런 것들을 봐두는 것 만으로도 카이라스의 아티팩트 제조의 성취가 올라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된다면 아내들의 경우는 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게 될 것이었고, 그렇기에 카이라스는 자신 혼자서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내들을 불러놓고 그 말을 하자 그녀들은 모두 하나 같이 반대를 했었다.

아이들을 유모에게 몇일 맡기더라도 함께 다니자는 그녀들의 말에 카이라스는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기가 잠들때는 조용히 다시 검을 휘두르며 잠시 동안 놓았던 검을 다시 손에 잡은 카일라는 다시금 임신 이전의 실력을 회복해가고 있었고, 오히려 이것이 이득이 되어 그녀는 이전에는 얻지 못했던 깨달음들 역시 얻을 수 있었다.

이대로 그녀가 계속 훈련을 한다면 아마도 조만간 그녀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 최상급의 경지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그녀는 시공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다시금 '검성(劍聖)'으로서 불리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레이나의 재활훈련(?)은 유리아나가 직접 도와주고 있었는데 유리아나를 상대로 대련을 해가면서 레이나 역시도 빠르게 감각들을 회복해갔다.

'티세라도 곧 8 서클에 오를것 같고 말이야.'

마법사인 티세라의 경우는 임신 도중에도 책을 읽는 것으로 공부를 했었기에 직접 마법을 실험해보지는 않았어도 마법적 지식은 상당히 늘어있는 상태였다.

임신 기간 도중 7 서클의 경지의 깨달음을 얻었던 그녀는 출산을 하자마자 바로 바디 체인지를 겪음으로서 7 서클의 경지에 올랐는데 현재 그녀의 성장속도를 보자면 8 서클의 벽 역시도 2, 3 년 안에는 꺨 수 있을 듯 보였다.

물론 그녀가 카이라스처럼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마법을 즐기고 있었고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재능이 평범보다 좀 나은 정도라고 해도 즐김과 노력을 동시에 하고 있는데다가 스승이 10 서클의 마스터였으니 이런 성장속도를 보이는 것은 아주 놀라운 일만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녀의 체내에는 이미 마나가 7 서클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치까지 쌓여져있었다.

그녀가 바디 체인지를 겪을때 그녀가 6 서클에 오를때처럼 카이라스는 이번에도 그녀의 체내에 막대한 양의 마나를 끌어모아 흡수되게 해주었던 것이었다.

사실 2, 3년이란 세월도 원래라면 5, 6 년이 걸려야했지만 그녀는 마나연공법으로 마나를 체내에 모을 필요가 없어졌기에 그 시간들을 모두 경지를 올리는데만 투입할 수 있기에 절반으로 시간이 줄어든 것이었다.

그리고 바디 체인지를 겪은 티세라는 순식간에 임신 전의 몸매로 돌아왔다는 것은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근데 라스, 이 애비가 궁금한 것이 하나 더 있구나."
"네, 말씀하세요."

카이라스는 태연한 눈빛을 거두고는 진지한 눈빛을 하며 대답했다. 말투는 진지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루스칼리스의 눈빛은 무척이나 진지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카일라가 낳은 손녀인 엘린을 말하는건데...너 그 아이를 후계자로 삼을 생각이냐?"

루스칼리스의 물음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대륙 최강의 가문인 아르테일 공작가의 차기 후계자.

그것은 수많은 귀족들이 부러워하는 위치임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이 요구되는 자리였다.

당장 이 자리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9 서클의 마스터는 되어야했으며, 9 서클의 마스터를 나이 서른에 되는 경우는 카이라스 이외에는 없었기에 태상가주인 가주의 아버지가 아들이 9 서클의 마스터가 될때까지 착실히 뒤를 봐주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여자인 엘린이 후계자가 될 경우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알지 못했다.

아무리 엘린이 뛰어난 마법실력을 보이더라도 그녀가 여자인 이상 무시받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비록 여자지만 황제의 자리에 오른 아이린과 같이 아르테일 공작가 전체의 지원을 받는 상황이 아니라 아르테일 공작가 내부에서 확고한 권위를 얻기 위해서라면 여자인 엘린이 가주가 되는 것은 루스칼리스로서는 찬성할 수 없었다.

그녀가 10 서클의 마법사라도 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오히려 그녀가 여자라는 점을 노려서 그녀의 마음을 차지하는 것으로 아르테일 공작가까지 손에 넣으려는 쓰레기들까지 모여들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위험성을 당연하게도 카이라스 역시도 알고 있었기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엘린이 정말 간절히 바란다면 기회는 딱 한 번은 주겠지만, 심각하게 내부분열이 될 경우는 제가 나서서 제압할 겁니다. 그리고 후계자의 자리는 다음에 카일라 누나랑 사이에서 낳는 아들에게 결정해두었으니 저랑 카일라 누나 사이에서 태어날 아들이 정말 능력이 부족하지 않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흐음,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하긴, 아무리 손자라고 해도 무능해서는 곤란하지."

카이라스가 확고하게 어릴적부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후계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것은 그가 외동아들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바로 역사상 유례가 없을 천재였기 때문이었다.

그의 능력이라면 아르테일 공작가를 빛나게 해줄 것이라며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속된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그를 지지했고, 그의 능력에 확고한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만약 카이라스의 아들이라고 해도 재능이 없다면 그가 아르테일 공작가의 후계자가 된다고 해도 신뢰를 보내줄 사람들은 없을 것이었다.

"흐음, 근데 라스. 이 애비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만...설마 너랑 카일라 그 아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마법은 재능이 없는데 검술의 천재거나 그런 경우는 아닐거라고 믿는다."
"기왕이면 검술과 마법 둘 다 재능을 타고나면 좋죠. 저처럼."

9 서클의 마스터인 자신과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엘리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카이라스는 마법과 검술에 모두 천재적인 재능을 보유하고 있었고 세상의 입장으로서 보자면 가장 재수 없이 잘난 인간이었다. 그런 아들이 당당하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자 루스칼리스도 결국 피식 웃어버렸다.

"그럼 좋지. 할아버지로서 손자가 잘난 것은 기쁜 일이고, 또 가문으로서도 좋은 일이지."
"아버지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하하!"

루스칼리스는 기분이 좋은지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리며 카이라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서른이 되거든 이 자리를 너에게 물려주고 나는 뒷방으로 물러나 있으마. 자, 이제 그만 며느리들에게 가보거라."
"네, 아버지. 그럼..."

카이라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바르게 루스칼리스에게 인사를 한 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아들이 나간 자리를 보며 루스칼리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진짜로 엘리나랑 상의를 해서 여동생 하나를 만들어주던지 해야겠군."
 

0